개인 행복은 설 땅이 없다…뼈저린 성찰

현재 독일은 교육에 있어서 4무(無)의 나라다. 학교폭력, 사교육비, 입시지옥, 대학등록금이 걱정이 없다. 그럼에도 유럽의 중심국가로서 평화통일,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낮은 실업률, 경상수지 1등 국가이다. 게다가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하기도 한다. 그 힘의 원천은 교육에서 비롯된다.

독일인들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에 끊임없는 질문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독일어에는 교육에 해당하는 두 단어가 있다. ‘Erziehung'과 'Bildung'이다. 전자는 계몽식의 가르치는 교육을, 후자는 스스로 깨달아가는 교양인 되기, 즉 전인교육을 얘기한다.

한국의 교육이 돈과 권력을 향해 출세가도를 달리는 것이라면, 독일에서의 교육은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독일도 2차세계대전 이전에는 주입식 교육으로 이름을 날리던 나라였다. 하지만 독일은 주입식 교육 체제에서 벗어났다. 먼저 기다려주고, 자기 스스로 하는 체제로 바꾼 것이다. 당시 독일인들은 세뇌식 교육이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만들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 원인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얼마나 인권을 말살하는 지 또 그 자리에는 개인의 행복은 설 땅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념과 권력만을 추구했던 독일. ‘현대화’ 혹은 ‘역사의 진보’라는 이름으로 가장 나쁜 체제인 ‘나치즘’과 ‘공산주의’를 경험했다. 이 때문에 독일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성찰했고, 이 같은 정신을 교육현장에서 담아냈다. 선행학습을 엄격하게 금하면서 가급적 모든 아이들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교육을 시행했다. 개인적성과 소질에 맞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부모와 학교가 교육하는 시스템이다.

독일에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이원적 직업 교육 시스템(duale Ausbildungssystem)'이 있다. 학교와 기업이 합심해서 청소년들에게 현장 교육과 실습기회를 제공한다. 2012년에는 기업들이 청소년들에게 약 55만 개의 실습자리를 제공했다. 이 학생들은 월 400유로에서 1,200유로까지 수당을 받는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 학생은 전체의 40%가 안 되고,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은 60%가 넘는다. 인문계 학생은 김나지움이라는 학교로, 직업계는 직업계 고등학교(레알슐레) 또는 종합 직업학교(하우프트슐레)로 진학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5학년 나이 때 진로가 거의 결정된다. 레알슐레나 하우프트슐레를 졸업한 학생들은 직업학교(베루프슐레) 등을 거쳐 20대 초반에 일자리를 얻는다.

지식 위주로 가르치기보다는 인성교육 중시

독일에서 행복한 인생의 또 하나의 기회는 마이스터(Meister, 장인)이 되는 방법이다. 30년 경력의 굴뚝청소 마이스터인 게르하르트 뮐러씨는 자신의 직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왜 어렵고 더러운 일을 아들에게 물러주려고 하느냐?” 그러자 그 아버지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굴뚝 마이스터보다 더 소중한 일이 어디 있나요? 아들이 가길 원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독일에서는 굴뚝청소 마이스터의 인기가 높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직업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생명을 책임지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2012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회원국 34개국을 포함한 65개국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PISA: Progrem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조사 중 읽기와 수학 부문에서 한국은 각각 세계 5위를, 독일은 16위와 18위를 차지했다. 대학에 진학하면 한국과 독일의 경쟁력은 60vs80으로 역전된다.

뿐만 아니라 독일인은 자기 일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서 무슨 일을 해도 전문성 또한 뛰어나다. 따라서 기업경쟁력이 강하다. 단일품목에서 세계시장을 제패하는 중견기업을 ‘히든 챔피언’이라고 부르는데, 세계 약 1500개 히든 침피언 중 독일이 약 1350개를 차지하고 한국의 히든 챔피언은 23개뿐이다. 고등학생 때는 한국학생이 더 우수하지만 대학생부터 직장에서 독일이 더 뛰어난 원동력이 무엇인가?

즐거운 인생 공부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회의 전형이다. 독일에서의 교육은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찾아가는 것을 강조한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인생, 다양한 인생을 산다. 무엇보다 인성 교육을 중시한다.

훔볼트대 교육학 박사인 한국교육개발원 강구섭 연구위원은 “독인은 타인을 배려하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태도를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다.”고 하면서 “우리는 친구는 경쟁 상대이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식이지만 독일은 함께 잘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요. 이건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고 가정에서부터 교육이 중요합니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 청소년이 방과 후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체육이다. 누구나 운동 하나씩은 꼭 한다. 친구와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성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또 강 연구위원은 정치교육을 포함한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전쟁 가해국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걸 계속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거기서는 역사를 현재화한다고 해요. 지식 위주로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건전한 비판 능력을 길러주는 민주시민교육도 체계가 잘 잡혀 있다.”고 전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다양한 개성에 대해서 존중하는 인성을 중시하다보니 직업에 대한 편견도 없다.

독일에서는 성적과 적성, 취미 등에 따라 대학에 갈 학생과 그 이전에 직업전선으로 나갈 학생들을 결정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박사학위까지 공부한 학생이건, 중학교나 고등학교까지 나온 학생이건 간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직업의 귀천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부모들 검사, 의사, 기자 등 10개 직업 밖에 모른다

반면 한국의 교육풍토는 다르다.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 주나>에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엄마가 자꾸 아버지같이 의사나, 혹은 할아버지같이 판사가 되라고 강요해요. 나는 축구도 하고 컴퓨터 게임도 하면서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이는 엄마와 아들이 진로를 두고 싸우는 장면이다. 한국의 많은 부모와 학교는 자녀나 학생의 소질이나 적성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세속적인 출세에 교육의 목표를 둔 보모의 욕심이 자녀의 미래를 강요하는 것이 한국 교육의 병폐이자 현주소이다. 게다가 한국의 부모들은 검사, 의사, 기자 등 10개 직종 밖에 모른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인간 생태계의 다양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개개인의 다양한 인생을 산다. 따라서 직업군도 다양하다. 한국에 등록된 직업 종류가 약 1만 2,000여 개, 독일은 2만 개, 미국은 3만 개가 넘는다.

독일의 불만(Buhlmann) 전 교육부 장관은 “우리는 국민의 두뇌에서 나오는 것으로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독일은 자원강국이 아니기 때문에 인재강국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은 돈이 없어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거나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을 포기하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 등록금이 없는데다가 서민층 대학생에게 생활장학금(바펙:BAFOG)을 주는 등 교육복지가 잘 구축된 나라다. 교육에 대한 기회균등을 제도로 정착시켰다. 그럼에도 독일 고등학교 중 대학진학률은 34%로, 한때 80%까지 치솟았던 한국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마연옥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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