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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최고의 명산내장산 불출봉을 오르다
글 임윤식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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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13  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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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선선하다.아침저녁으론 제법 쌀쌀하기까지 하다. 가을발길은 바쁘다.

잠시 한 눈 팔면 계절을 놓친다. 10월은 단풍의 달. 여름내 푸르렀던 나무들이 붉은 색으로 곱게 치장한다. 만산홍엽의 계절이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인데 꼭 단풍을 찾아 어딘가 가야 되나? 그래도 10월이 되면 마음이 급해진다. 괜히 다시 못 볼 님이라도 찾는 것처럼 또 떠나고싶어진다.

올해는 어디로 가볼까? 단풍산행은 단풍시기별로 산행지와 코스를 잘 잡아야 한다. 설악산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남하, 북한산, 대둔산, 속리산, 주왕산, 강천산, 선운산, 내장산, 백암산, 지리산 등으로 내려오면서 11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의 첫 단풍은 평년보다 다소 늦을 것으로 전망되어 9월 28일 설악산을 시작으로 중부지방과 지리산에서는 10월 3~18일, 남부지방에서는 10월 14~27일부터 첫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의 80%가 단풍이 드는 절정 시기도 평년보다 다소 늦을 것으로 전망되어 설악산과 오대산은 10월 18~19일, 중부지방과 지리산은 10월 25~30일, 남부지방에서는 10월 28일~11월 11일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산마다 단풍의 특색은 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단풍은 역시 내장산이다. 독자들을 위해 1년 전에 다녀온 내장산 산행기를 올려본다. 10월 주말에는 단풍명산들의 경우 인산인해로 감히 엄두를 못낸다. 그래도 오랜만에 다시 내장산을 가보기로 하고 주중 조금 한가한 틈을 택해 무작정 정읍으로 차를 몬다. 왕복 8시간의 제법 긴 여정이다.

주중인데도 역시 내장산은 내장산이다. 초입부터 차가 거북이걸음이다. 제5주차장 입구부터는 아예 차랑진입 통제다. 대신 제5주차장부터 매표소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제5주차장부터 일주문까지는 거의 5km 이상 거리.

어찌할까 망설이다 차를 제5주차장 근처에 주차시키고 약간 짧은 코스지만 서래탐방지원센터-불출봉-내장사-일주문 코스를 택해 바로 산을 오르기로 한다.

오후 2시에 서래탐방지원센터를 출발, 초입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초입은 완만한 숲길이다. 20여분 쯤 오르면 우측 조망이 트이면서 내장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이후 서서히 경사가 급해지면서 가파른 철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서래탐방지원센터에서 1.3km 오르면 서래삼거리. 좌측은 서래봉 방향, 우측은 불출봉 방향이다.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불출봉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삼거리에서 숲길을 10여 분 오르면 능선. 우측 능선을 타고 조금 가면 시야가 열리면서 내장산 능선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십자 모양의 웅장한 계곡 한 가운데에는 내장사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조망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오색단풍이 꽃밭처럼 절 주변을 감싸고 있다.

능선 삼거리에서 불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암릉구간이다. 환상적인 조망이 계속 이어진다. 내장산은 단순히 단풍 만 아름다운 게 게 아니라 등산코스도 적당히 가파르고 긴장감을 줘서 좋다. 뒤로 돌아보면 서래봉도 눈에 들어온다. 서래봉 역시 웅장한 암봉이다.

불출봉 정상 오르는 구간은 칼날암릉과 깎아지른 바위 절벽 능선이다. 공룡능선같은 바위구간을 오르내려야 한다. 가파른 철계단도 계속 이어진다.

드디어 불출봉(佛出峰, 622m) 도착. 서래탐방지원센터에서 불출봉까지 소요시간은 점심시간 포함 2시간. 여유있게 오르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불출봉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내장저수지와 정읍시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내장산 최고봉인 신선봉을 비롯한 7개의 봉우리도 눈에 잡힌다. 발 아래는 내장사와 주변계곡이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인다. 불출봉에서 뒤로 서래봉까지는 1.3km, 직진 방향 망해봉은 1.4km, 좌측 하산길 내장사까지는 2.1km 거리이다.

   
 
불출봉 정상에서 조망을 즐긴 후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 역시 가파르다. 철계단을 타기도 하고 로프를 잡고 내려가기도 한다. 하산길 단풍이 석양 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난다. 건너편 절벽능선의 단풍도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불출봉에서 800m 쯤 내려오면 원적암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 200m 에 원적암, 좌측은 벽련암 방향이다. 원적암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원적암은 고려 신종 4년 적암대사가 창건한 절로, 당시에는 칠간이나 되는 웅장한 규모였으나 6.25사변 때 소실된 후 1961년 법명스님이 작은 암자로 복원하였다고 한다. 원적암에는 황금색 불상이 세워져 있으며, 절 앞으로 보이는 노란 색 단풍이 특히 아름답다. 또, 원적암 주변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300-500년으로 추정되는 30여 그루의 비자나무숲도 유명하다.

원적암에서 내장사까지는 1.3km. 이제부터는 거의 평지숲길이다. 산책하듯 단풍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내장사에 이른다.

내장사는 백제무왕 37년(서기636)에 영은조사가 창건한 대가람이다. 정유재란 때 전소된 것을 1639년 부용대사가 중창하였다. 한국전쟁 때 불에 탄 것을 복원하였으나 2012년 겨울 다시 불의의 화마로 대웅전이 소실된 바 있다. 내장사는 내장사의 연봉들이 막 피어난 연꽃잎처럼 연화봉을 이루면서 절을 둘러싸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며, 가을에는 특히 절 마당 및 주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서래탐방지원센터-불출봉-내장사 코스는 보통 때는 약 3시간 정도면 충분한 산행거리인데 단풍을 즐기다 보니 3시간 반 정도 걸렸다. 내장사에서 제5주차장까지는 셔틀버스로 이동한다. 내장산을 다녀왔으니 가을숙제도 대강은 끝낸 기분이다.

   
 
이제 머지않아 저 아름다운 단풍도 시들어 낙엽이 되고 땅위에서 뒹굴다가 흙이 될 것이다. 오세영 시인은 그의 시 <10월>에서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인은 다음과 같이 그의 시를 마무리한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 투신을 슬퍼하지 마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단풍이 시들기 전에 대둔산 등 단풍명산을 더 다녀와야겠다. 나 역시 잃어가는 연습을 더 해야겠다.

글 임윤식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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