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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만상 블랙 컨슈머로 무너지는 소비 공동체최악의 고객, 소비가 아닌 범죄행위를 저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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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02  14: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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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기업들에게 소비자는 ‘왕’이었다. 마치 스타들이 팬이 가장 소중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어느 기업이나 소비자를 ‘왕’으로 떠받든다고 말한다. 물론 지금도 이 가치는 변하지 않았고, 특히 인터넷과 SNS 덕분에 그 왕의 권력은 더욱 커졌다. 소비자에게 악덕기업, 부도덕한 기업으로 찍히는 순간 그들은 한순간 등을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소비자의 권리와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이른바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 들의 악질적인 행태도 나날이 심해져, 이제는 더 이상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무역이나 동네상권에 관심을 가지는, 이른바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화이트 컨슈머(White Consumer),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가지고 친환경적 소비활동을 하는 그린 슈머(Greensumer), 미개척 시장의 소비자를 뜻하는 블루 슈머(Bluesumer)같은 단어는 몰라도 이제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그레이 컨슈머(Grey Consumer)라는 말도 등장했는데, 그레이 컨슈머란 보상 등을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제품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블랙 컨슈머와 착한소비를 실천하는 화이트 컨슈머의 중간 수준 소비자를 일컫는다고 한다.

즉, 착한소비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제품이나 서비스에 하자가 있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보상을 받는 소비자들을 뜻한다.

어찌 보면 평범한 보통의 소비자다. 하지만 이 말은 정당하게 소비자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조차 자칫 블랙 컨슈머로 오해받을 수 있을 만큼 블랙 컨슈머가 많아졌기 때문에 생긴 말이기도 하다.

또한 개그콘서트에서 브라우니라는 강아지 인형을 유명하게 만든 ‘정여사’ 코너도 블랙 컨슈머를 대놓고 풍자하고 있다. 이처럼 블랙 컨슈머는 이제 우리 주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2011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백1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83.4% 기업들이 블랙 컨슈머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이 가운데 50%는 사실과 다른 악성 비방 때문에 판매 감소까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와 종목을 가리지 않는 블랙 컨슈머들의 활동
2008년 국내 유명 식품업체가 만든 단팥빵에서 지렁이가 발견돼 해당업체가 한때 생산을 중단하고 제품 4만 개를 모두 회수하는 소동이 있었다.

그리고 신고 당사자가 업체 쪽에 금품을 요구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블랙 컨슈머 사건으로 결론지어졌다. 또 작년 한 프랜차이즈 빵집 대리점주가 경쟁 빵집에서 쥐가 나왔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던, 이른바 쥐식빵 사건도 유명하다. 이 역시 대리점주의 자작극으로 밝혀지면서 당사자는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해당 브랜드는 매장 숫자가 감소하는 등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그리고 작년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임산부를 폭행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졌는데, 나중에 반대로 종업원이 폭행과 폭언을 당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람들에게 SNS의 진실성 문제와 더불어 블랙 컨슈머의 존재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기업들이 블랙 컨슈머들 대응 매뉴얼을 만들게 되었다고도 한다.

위에서 보듯 블랙 컨슈머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식품 분야로 소비자들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상을 받을 확률이 높아 블랙 컨슈머들이 자주 공략 대상으로 삼는다.

또한 유통업계 역시 블랙 컨슈머의 단골 공략 대상인데, 매장을 방문해 막무가내로 욕설과 폭언을 일삼고 소란을 일으켜 반품, 환불 등을 요구한다.

최근에는 동사무소나 시청 같은 행정기관에 터무니없는 민원을 제기해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공공기관 블랙 컨슈머도 나타났고, 증권사가 추천종목을 잘못 작성해 손실을 봤다며 손해보상을 요구하거나, 보험 설계사에게 보험료 대납이나 사은품을 요구하거나, 요구 거절에는 금융감독원에 불친절 민원을 넣겠다고 횡포를 부리는 금융계 블랙 컨슈머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상품이 아닌 웃음과 친절을 파는 감정 노동자들도 쉽게 블랙 컨슈머들의 표적이 되는데, 대한항공 기내에서 라면문제로 난동을 부렸던 왕상무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최근 블랙 컨슈머들은 IT, 관광, 통신사, 백화점, 대중교통 등등 분야와 범위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블랙 컨슈머와의 전쟁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렇지 않지만, 최근 일부 블랙 컨슈머의 모습은 사회적 통념을 뛰어넘어 범죄자와 닮아가고 있다. 결국 대부분 블랙컨슈머가 갖는 소기의 목적이자 마지막 관문은 금전 요구다. 억지와 무례로 점철된 행동 뒤에는 부당한 보상 요구가 이어진다.

얼마 전 음식점과 식품회사를 상대로 음식을 먹다 이물질이 나왔다고 하거나, 다치거나 탈이 났다는 거짓말을 통해 2년 동안 829회에 걸쳐 9천만 원을 뜯어낸 블랙 컨슈머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사람은 된장, 찰떡, 경주빵, 낙지, 보쌈, 만두 등 전국의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거짓말로 돈을 뜯어낸 상습범이었다.

또한 지난 2년간 전자업체를 상대로 206회에 걸쳐 2억 4000여만 원을 뜯어낸 사람도 구속되었는데 처음에는 휴대전화를 일부러 고장 낸 다음 지속적인 수리, 불만 요청을 통해 보상을 받았고, 나중에는 대기업을 노려 냉장고와 컴퓨터를 대상으로 그 범위를 넓혀갔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폭언은 물론 심지어 야구방망이까지 들고 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마치 폭력배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또한 휴대전화가 폭발했다면서 1인 시위에 나선 한 남성은 언론 인터뷰까지 하며 피해를 호소했지만 알고 보니 휴대폰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고장 내놓고 거액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져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수감되었다. 이처럼 블랙 컨슈머들의 모습은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악질 소비자를 뛰어넘어 사기범죄, 계획범죄, 상습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유부단한 기업, 최악의 불경기가 만들어 낸 나쁜 소비자
우선 블랙 컨슈머가 이렇게 활기를 치게 된 데에는 기업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어떻게든 우선 이미지 실추부터 막고 보자는 어설픈 기업의 태도가 때 쓰고 트집 잡아 보상을 노리는 나쁜 고객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또한 악질 블랙 컨슈머들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더라도 분쟁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불경기에 한몫을 노리고 아예 전문 블랙 컨슈머라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실형을 받은 상습 악질 블랙 컨슈머들의 경우 대부분 일정한 직업이 없거나 저소득층이었지만 일 년에 1억 원 이상의 큰돈을 벌어들였다.

연간 사기범죄 20만 건인 우리 사회에서 선량한 척, 피해자인 척 하는 노하우만 있다면 돈이 생기는 블랙 컨슈머 시장은 사기꾼들에게는 블루오션일지 모른다. 거기에 인터넷과 SNS가 언론 이상의 힘을 발휘하면서 이를 악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지능화되고 전문적인 블랙 컨슈머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해볼 수 있다.

소비생태계와 소비공동체
소비자들의 구시대적 소비의식 역시 문제다. 한 푼이라도 더 깎고, 뭐라도 덤으로 챙겨가려하거나, 무조건 대접 받으려는 태도는 이제 구시대적인 소비자 매너이지만 여전히 판매자에게 미덕처럼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소비 공동체 의식의 부제도 소비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훼손해 보험금을 타내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부품을 빼돌린 뒤에 보상을 받거나, 작은 고장이 났을 때 일부러 더 크게 망가뜨려 교환을 받는 등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고, 심지어 인터넷 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이것은 분명 범죄지만 ‘보험금을 안타먹으면 손해’라는 인식처럼 일상적인 도덕불감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런 이유로 휴대폰 보험 상품은 손익분기점을 계속해서 넘지 못하고 있고,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이기적인 소비자들 때문에 정직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소비 공동체에 안에서 책임감 없는 이기적인 소비 행태는 소비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원인이고, 이는 블랙 컨슈머들의 행동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블랙 컨슈머에 대한 대응책
블랙 컨슈머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가 늘어가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우선 금감원은 관련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악성민원고객에 대한 분류 기준과 대응 요령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백화점의 경우 원클릭 안심약속제를 도입했는데 고객이 상품 결제시 영수증과 함께 상품 안심카드와 선물 교환증을 자동으로 출력해 제공하는 제도다. 또한 롯데홈쇼핑은 별도로 주문 상품을 반품했을 때 제품의 누락·훼손을 3회 이상 한 고객에게 주문 거절 조치를 취하고 있고 삼성카드, 신한카드 또한 고객의 폭언이 지속되면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연결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들려준다.

SK텔레콤은 상담원에게 폭언 등을 할 경우 전화상으로 1차 경고를 하며, 등록된 고객의 주소지로 내용 증명을 발송해 고발 조치를 취한다. 식품업체인 대상 FNF의 경우 고객 만족팀에 총 17명의 인원을 배치해 민원이 제기되면 즉시 현장을 방문해 제품을 수거한 후 식약청에 신고 접수를 한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서비스센터나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이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난동을 부릴 경우 경찰의 협조를 받도록 하고 있다.

블랙컨슈머는 소비자가 아닌 범죄자
원래 소비자는 정당한 소비행위를 통해 재화를 구매하는 사람이지만 블랙 컨슈머는 자신의 부당한 이익을 목적으로 하기에 이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로 보아야 한다.

또한 블랙 컨슈머는 기업에게 손실을 입히고 다른 소비자에게 그 손실을 떠넘기는, 소비생태계를 병들게 하는 암적인 존재다. 따라서 기업의 적극적인 대처, 정부의 관련 법제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공동체 의식을 통해 그들이 더 이상 발붙일 자리가 없도록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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