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회고록이 지난달 출판돼 파장이 일고 있다.

옛 대우그룹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회고록 집필을 위한 원고 작성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회고록은 김 전 회장과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대우그룹 해체 전말이 담겨있다.

김 전 회장이 직접 책을 발간하는 것은 지난 1989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김영사)’ 이후 25년 만이다. 대우그룹의 ‘세계 경영’ 철학을 소개한 이 책은 출판됐을 당시 6개월만에 100만권 이상 팔릴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회고록도 ‘세계 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은 “김우중 회장이 대우그룹 해체에도 불구하고 대우그룹이 추진했던 세계경영의 방향과 철학은 틀리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회고록에 담았다”고 전했다.

이 책에서는 김 전 회장이 지난 2011년부터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김우중 사관학교’로 불리는 GYBM은 국내의 대졸 취업·창업 준비생을 선발해 국내와 베트남에서 약 1년 동안 연수를 받은 후, 베트남 현지에서 취업·창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우그룹은 1999년 해체됐을 당시 자산 59조원, 부채 89조원 상태였다. 이를 두고 당시 대우그룹 해체를 주도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당시 금감위원장)는 2012년 출간한 회고록 ‘위기를 쏘다’에서 “대우가 해체된 건 시간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1999년 7월까지 대우는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대우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김 전 회장과 옛 대우그룹 출신 인사들은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전 부총리 등 당시 경제정책 책임자들은 대우가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막히는 등 자력으로 정상화될 수 없는 단계였다고 주장하지만, 대우측 인사들은 단자 회사의 종금사 전환 등 외환위기를 불러일으킨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대우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시각이다. 대우측 인사들은 대우자동차 등 주력 계열사의 수출이 잘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일시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외화유동성을 공급해줬으면 그룹 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엽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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