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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문 사진가 탄광 프로젝트 5번째 이야기 <검은 땅 막장 탄부들>‘전주 갤러리 파인 개관’ 초대 사진전
김지현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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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10: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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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 사진으로 유명한 박병문 사진가가 9월 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주 갤러리 파인에서 ‘검은 땅 막장 광부들’이란 제목으로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주 갤러리 파인(Gallery Fine) 개관기념 초대전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난 박병문 작가는 제1회 최민식 사진상특별상 대상, 제24회 강원도 사진대전 대상, 제6회 온빛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며, 특히 우리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탄광촌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아온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박 작가는 2007년 <금대봉의 야생화>, 2014년 <아버지는 광부였다>, 2015년 <검은 땅 우금에 서다>, 2016년 <아버지의 그늘>, 2017년 <선탄부> 등의 사진집도 펴낸 바 있다.

   
 

사진가 박병문은 태백에서 태어나, 거기서 잔뼈가 굵었다. ‘태백’ 하면 떠오르는 검은 땅, 검은 산, 그리고 검은 광부. 그는 거기서 광부의 아들로 나고 자랐다. 그는 장성하여 성년이 되고 사진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피사체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 바로 아버지의 검은 얼굴이었다. 자신을 낳고 길러주신 아버지가 살아온 삶은 무엇이며,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 아버지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반추하는 것을 통한 자기정체성의 확인, 그의 작업은 거기서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여 그의 사진은 특이한 소재를 찾아 나선 ‘탐미적 호기심’의 결과물도 아니고, 뜨거운 휴머니즘으로 만들어낸 ‘사회학적 보고서’도, 노동자의 권익을 쟁취하기 위한 선언문도 아니다. 또한 그는 탄광과 광부라는 특이한 소재에 관한 ‘탐험’을 하고 있는 것도, 사진을 매개로 한 낙낙한 예술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는 지금 카메라를 들고 평생을 광부로 일해 온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내고, 거기서 자신의 현존의 뿌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 나의 탯줄이 묻히고 나를 길러낸 검은 땅, 그리고 그 땅에서 아버지와 나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 이번 작업에 앞서 지난 몇 해 동안 발표한 <아버지는 광부였다>, <검은 땅 우금에 서다>, <아버지 그늘>과 같은 일련의 사진들이 바로 그런 작업의 결과물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삶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서 시작된 그의 사진여정은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 검은 땅, 검은 산하에서 함께 검은 공기를 호흡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기록으로 그의 사진은 확장되고 있다.

   
 

2017년에 발표한 여자 광부 <선탄부>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채탄 현장에 뛰어든 여자광부들의 몸부림의 기록이었다면, 현재 전주 갤러리 파인에서 전시 중인 <검은 땅 막장 광부들>은 악화돼 가기만 하는 산업현장에 대한 불안과 탄식의 처절한 기록이다.

탄광은 지질시대의 가장 큰 선물인 무연탄을 굴진하던 번성기를 거쳐 이제 쇠퇴기를 맞고 있다. 처음 탄광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많은 탄광이 부침을 거듭해 왔다. 그동안 폐광된 탄광이 무려 334개나 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꼈고 살기 위해 광부들은 생계를 찾아 타 지역으로 이주했다. 쌓인 탄이 출하되면 광부의 가슴에는 뿌듯함이 들어왔던 지난날과는 달리 산으로 변해가는 저탄장의 높이는 탄광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는 무연탄은 탄부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광산의 폐업이 기정사실화된 현장을 하루하루를 버티며 견디고 있는 것이다.

   
 

무연탄의 최대 수효는 화력 발전소였으나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밝혀지면서 대체 에너지로 천연가스가 사용되고 무연탄의 수효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쌓여만 가는 탄을 애타는 심정으로 바라보아야만 하고 인건비 차감을 위한 인원삭감 추세가 갈수록 가중되면서 광부들은 불안과 초조감을 감출 수가 없다.

박병문 사진가는 “검은 지하막장에서 인생을 보낸 탄부들의 세월, 막막한 그분들의 앞날에 폐광보다 희망적인 날들이 펼쳐지고 대체 직업으로 인해 가정의 버팀목으로써 지탱되기를 바랄 뿐이다. 검은 진폐의 공포보다 더한 실직의 공포가 탄부들의 하루를 누르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막장에서 깊이 파고든 검은 분진을 따끈한 온수로 씻을 때면 살아서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흥겹고 즐거웠지만 지금은 생계가 끊어질 것 같은 위압감이 머리위에서 발끝까지 물과 함께 느껴진다고 한다. 암담한 시간, 가장의 자리가 위협되고 서야 할 자리가 위태해지고 평생 탄부로 살아온 그들에게 실직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찾을 수 없고 해결책 또한 없다. 반세기동안 터전으로 살아온 탄광촌을 떠나 타인의 땅에서 고향을 만들 수는 없다. 해결책이 없어 뿌연 담배연기만 하염없이 뿜어대는 광부의 얼굴에 수심만 가득하다. 경제적 기반이 살아있었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너무나 다른 광산의 분위기가 막장의 검은 탄만큼이나 탄부들의 가슴을 조이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조마거리는 탄부들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구석구석을 누볐다. 투박한 발걸음도 조심스러웠으며 그 분들의 근심까지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아버지가 된 후 고향 태백으로 귀향하면서 탄광촌을 고향으로 둔 나로서는 잠재된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검은 빗물로 질퍽한 골목길과 아버지의 검은 얼굴, 그리고 판잣집이 즐비했던 마을,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중년이 되어도 뇌리 속에 잠재되어 있다. 작은 기억까지도 소중한 개인의 역사인 것처럼 탄광촌 또한 국가의 역사인 것이다. 하얀 쌀밥이 최고의 메뉴였던 시절, 그저 밥 한 끼만 배불리 먹어도 행복했던 그 시절에 탄광은 누구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목숨이야 어떻게 되든 돈을 만질 수 있기에 모여들 수 밖에 없었다. 분진도, 깊은 땅 속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되질 않았다. 질퍽하고 어두컴컴한 곳, 안전등 하나에 의지한 막장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자녀의 교육과 가정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일을 헤쳐나 갈 수 있는 힘이 되기에 어떤 힘겨움도 고난도 견딜 수 있었다. 인생의 마지막 막장이 아니라 희망의 막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고개를 숙인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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