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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계속 증가… 달라지는 시대 현상들취업난, 고용불안 등으로 혼자만의 자유로운 삶 선호
이정현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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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31  17: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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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취업난, 고용불안 등으로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빠듯한 세상에서 결혼·출산에 얽매이지 않고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욜로 열풍에 기인한 것이다. 또 이혼, 사별, 주말부부, 기러기 아빠, 업무로 인한 주거지 분리 등 다양한 싱글족 확산 역시 1인 가구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이런 세태는 시대의 흐름을 가장 먼저 읽어내고 방송 아이템으로 바로 활용하는 미디어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한때 인기리에 방영됐던 연애관련 예능프로그램 ‘천생연분’ ‘우리 결혼했어요’ 등은 폐지됐다. 그리고 그 자리는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비혼이 행복한 소녀, 비행소녀’와 같이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이뿐 아니라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육아 예능은 ‘대화가 필요한 개냥’ ‘개밥주는 남자’ 등과 같은 반려견과 스타의 동거를 조명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빠르게 치환됐다. 1인 가구 확산은 방송 판도를 바꿔놓았고 이를 넘어한국인의 문화, 트렌드, 경제, 소비패턴 등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 1인좌석.

‘혼족’ 문화 번성으로 ‘혼족 마케팅’ 봇물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어떤 일이든 혼자 하는 것을 즐기는 ‘혼족’의 시대가 열렸다. 그 결과 혼자 밥을 먹는 ‘혼밥’,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행’ 등의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생겨났고, 이런 트렌드에 착안해 1인 가구를 겨냥한 ‘혼족 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욜로족’의 등장으로도 이어졌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뜻의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따 만들어진 이 용어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를 더 즐기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신의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 등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욜로족들은 위축된 소비시장에서 가장 먼저 사로잡아야 할 공략 대상이 됐다. 

   
▲ 1인 샤브샤브 전문점.

혼족들과 욜로족을 잡기 위해 잰걸음에 나선 편의점은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가 2년 내에 120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도시락과 간편식을 강화했다. 직접 요리해서 먹기 힘든 수육도시락부터 구절판 도시락, 보쌈도시락, 홍게딱지장 도시락에 이르기까지 메뉴의 다양성도 갖췄다. 피자업체에서는 1인 피자를 새롭게 출시하는가 하면 1인 샤브샤브, 1인 보쌈 메뉴를 전면에 내세운 혼밥 전문식당들도 생겨났다. 카페는 혼자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 수요에 맞춰 1인용 테이블을 마련하는 등 인테리어를 변경했고,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을 필두로 1인과 이코노미의 합성어인 ‘1코노미’ 스마트예·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여행·숙박업계도 혼족 바람을 타고 있다. 

   
▲ 미스터 피자 1인 메뉴.

여행사에서는 나홀로 여행객들을 위해 이에 발맞춘 패키지 상품을 앞다퉈 내놨고, 롯데호텔을 비롯한 여러숙박업계도 혼족이 편하게 숙박과 식사,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1인 객실, 1인 조식으로 패키지를 구성했다. 혼족들이 하루를 푹 쉴 수 있는 ‘힐링’ 장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동 통신 3사 역시 혼족 고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 전략의 다변화 및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1인 가구 고객을 대상으로 휴대폰과 보안 상품만 결합해도 통신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금제를 마련했다. 가족 혹은 커플끼리 묶어야 요금할인이 되는 결합 상품 출시에 혈안이 됐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가구인테리어 업계는 ‘혼족 맞춤형’ 가구 제작에 나섰다.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의 소형화와 수납공간의 효율성을 골자로 한 수납형 침대와 조립식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소비시장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며 혼족과 욜로족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서가엔쿡 1인메뉴.

1인 가구, 대한민국 업종지도를 바꾸다
그 자체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1인 가구는 업종별 성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작년 11월 국세청이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서 확인됐다. 통계에 따르면 예식장과 결혼상담소가 각각 11.3%, 9.4% 감소했다. 결혼상담소가 성장유망업종 중 하나로 꼽히며 우후준순 들어서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최근 심화하는 선택적 미혼 ‘비혼족’의 영향이 뚜렷하게 반영된 것이다. 예식장과 결혼상담소의 급감은 자연스레 산부인과 감소로 귀결됐
다. 산부인과는 2014년보다 3.7% 줄어 13개 진료 과목별 병·의원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퇴근
길에 동료·친구들끼리 호프집에 모여 맥주잔을 기울이던 풍경도 사라진지 오래다. 여럿이 음주를 즐기는 것 대신 혼자 차 한 잔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호프전문점 역시 10.2% 줄었다.

72.8% 증가한 커피전문점과는 상반된 대비를 이뤘다. 욜로 현상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같은 기간 25.2% 감소한 구내식당이다. 비교적 저렴한가격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구내식당은 한끼를 먹더라도 건강하게 챙겨먹고자 하는 욜로족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1인 가구 관련 업종은 일제히 호조세를 보였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가 늘면서 동물병원과 애완용품점은 동반 상승했다. 애완용품점의 경우, 2014년 3740개소에서 올해 6739개소로 무려 80.2%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생활업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동물병원 역시 13.8% 증가했다. 결혼계획이 없는 혼족들에게 반려동물은 곧 가족이라는 인식이 높아진 탓이다. 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식당과 카페가 늘고, 함께 먹고 마실 수 있는 메뉴가 개발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반려동물 스파숍, 아로마테라피숍 등이 생길 정도로 반려동물 전성시대를 맞았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집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졌다. 이로 인해 온라인 구매 배달 앱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2014년 10조 원 안팎이던 배달시장 규모는 올해 15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외국 배달기업 우버이츠(UberEATS)의 국내 진출과 카카오 등의 국내 대기업이 배달 앱 서비스에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들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다. 혼족들이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영위하기 위해 건강이나 외모를 관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건강·미용·스포츠 관련 업종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탁구장, 수영장, 테니스장 등의 스포츠시설운영업의 증가세는 140.3%로 급증했다. 피부관리업과 헬스클럽도 각각 58.8%와 41.3% 증가했다. 의료용품 가게가 20%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에게 자기 관리는 현재를 즐기는 방법이자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창업 후 3년 생존율은 53.5%, 5년 생존율은 38.3%에 그친다. 10곳 중 5곳이 3년을 간신히 넘기고, 6곳 이상이 5년 내에 문을 닫는 셈이다. 그러나 1인
가구 증가는 이런 창업 생존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현재 ‘혼족’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앞으로도 더욱 심화돼 20년 쯤 후에는 1인 가구가 가장 보편적인 가족형태로 자리 잡게 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감소하고 있는 산부인과, 호프전문점, 결혼상담소 등의 창업 생존율은 더 짧아지고, 헬스클럽, 동물병원, 피부관리업 등의 창업 생존율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창업 생존율 격차는 특정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낳을지도 모른다.

1인 가구 확산, 이대로 괜찮나
1인 가구의 증가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싱‘ 글라이제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1일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28%를 웃돌고, 일본은 32.7%에 달한다. 현재 한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혼족 마케팅’은 수년 전 이미 일본이 겪은 현상이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행동 양식 측면에서 한국은 일본을 답습한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오늘날 ‘혼족 마케팅’을 넘어 ‘언택트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부정의 의미인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언택트 머케팅’은 사람과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비대면 형태로 물품을 사고파는 마케팅 방식이다. 모든 것을 ‘혼자’하는 것이 익숙하고 편한 혼족들은 이제 누구와 대화하는 것조차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혼족 시대의 도래는 이런 소통 단절, 대화 단절의 문제점 외에도 ▲저출산 현상 가속화 ▲출
산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인력 부족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 ▲노동력의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 ▲대인관계 축소에서 오는 우울증 ▲고독사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이 ‘처량하게’ 받아들여졌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익숙한 풍경이 됐고, 머지않아 대화마저 끊긴 삭막한 사회가 올 것이라는 추측도 적지 않다. ‘고독’이라는 부작용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불안, 취업난 등의 문제로 1인 가구 현상을 낳은 것도 현 시대고, ‘혼족 마케팅’으로 1인 가구 증가를 부채질 하고 있는 것도 현 시대다. ‘사람은 부모보다 시대를 닮는다’는 말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아닐까.

   
 

이정현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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