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사랑에 빠지다

“나무는......뭐랄까 정말 특별해요. 나무, 그냥 생각만 해도 좋지 않나요? 나무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 없을걸요.”

감기와 사랑은 감출 수 없다 했다. 누가 봐도 나무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있다. 다름 아닌 특수목 전문 가구업체 블루 홍고영 대표.

그녀의 나이 40세. 그는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나무에 눈을 돌렸다. 원목 공방 업체에서 맞춤 가구 강좌를 다니며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에 실컷 빠진 것.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눈을 뜨는 아침이 즐거운 나날이 벌써 그로부터 7년째 계속되고 있단다.

그가 출사표를 던진 지 7년, 그의 가구와 도마 등 원목 제품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블루는 2014년 리빙아트페어에서 성황리에 선보인 것이 계기가 되어 대중적 인기를 점치는 잡지사 등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블루의 시작

목재 건조의 노하우 집적

“처음엔 수입목재 회사로 출발한 ㈜푸름이라는 회사에서 출발했지요. 그런데, 예상외로 국내 특수목 시장은 전무한 수준이었어요. 처음 시작한 사업을 지지부진하게 이끌게 되었지요.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본거죠.”

블루라는 브랜드는 홍 대표가 전신인 푸름(주)이라는 목재수입상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만든 것이다. 나무를 직접 수입하고 시장에 내놓으면서 국내 수입목재 시장이 해외보다 열악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홍 대표는 직접 제품화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이렇듯 목재를 많이 접하게 되면서 홍 대표는 원목을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건조과정이 필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당시 국내 목재 건조기술은 미미한 수준. 원목의 건조는 전량 해외에서 의존하던 때였던 것이다. 몇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홍 대표는 고주파 건조 방식을 통한 적절한 목재건조의 노하우를 집적하게 됐다. 그리고 블루의 원목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 것. 그러나 최근에는 후발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으로 가격을 차별화하면서 가격경쟁구도로 가져가고 있는 상황. 모든 것이 녹록치만은 않았다. 홍 대표는 제품의 질적 수준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목재의 건조 정도에 따라 가격이 형성 됩니다. 기존 방식으로 건조를 하게 되면 완벽히 목재를 건조할 수 없으나 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죠. 대신 건조가 충분치 않으면 언제 어떻게 목재가 달라질지 모르는 데 이 사실은 간과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완벽한 건조를 고집합니다. 가격만으로 비교하시지 말고 제품 수준으로 비교해보셨으면 해요.”

그가 만들어 낸 식탁과 탁자는 중앙 부분까지 건조를 충분히 한 덕에 건조된 목재에서만 볼 수 있는 깊은 자연적 색감을 드러낸다. 또 다리부분에서도 완벽히 건조라야 가능한 기술인, 안까지 파내어 끼워 넣는 인볼트 구조로 마무리되어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조건들이 모여 원목이지만 깊이 있는 색감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제품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 게다가 주물로 부어 만들어낸 다리는 맞춤 방식으로 나만의 제품을 원하는 컬렉터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

정녕 도마?

도마에 디자인을 끌어내

블루의 제품이 고가라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향유되었다면, 서민의 식탁에서도 만날 수 있는 그의 제품이 있다. 다름 아닌 블루 레뇨 도마. 그러나 당신이 무엇을 상상했던 그 이상의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률적인 도마가 아닌 모두 다른 디자인의 도마이기 때문이다. 나무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특별한 에지 도마, 그것이 블루의 제품이다. 물론 가격은 일반 도마와는 비교했을 때 높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탤런트 고현정, 변정수 씨 등이 특별주문을 할 정도로 나름 키친 테이블 웨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발 빠르게 타고 있다.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려서 도마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나무는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한테 많은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가 말하는 창의력은 어디까지인가. 혹시 디자인과 관련이 직종에 있었느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만 나무를 사랑했을 뿐’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냥 나무를 보면 무언가를 만들어지고 싶어집니다. 특히 자연 본연이 가지고 있는 그 아름다운 선을 살릴 때 최고의 작품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구요.” 라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일에서 창의적 사고가 나오는 것, 그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창고에 가득한 나무를 보여주었다.

“저의 재산임과 동시에 삶의 전부이죠. 이 원목들에서 재탄생할 제품을 상상만 하는 일로도 하루 내내 즐겁습니다.” 먼지에 쌓인 나무 조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를 만난 이상, 최고의 작품으로 재탄생할 것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국내 수입원목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신수경 기자  au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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