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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서라벌고 미술동문 ‘밀알회’미술계 등 다양한 곳에서 폭넓은 활동과 역량 발휘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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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7  14: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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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이며 유일한 뿌리 깊은 전통적인 고등학교 미술부 출신의 화가들이 최근 전시회를 가졌다. 바로 서울 서라벌고등학교의 밀알회(회장 차병철)가 그 화제의 모임이다.

   
차병철 회장

앞서 굳이 국내 최초의 유일을 강조한 이유는 그만큼 한 학교 출신의 화가들이 모인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탓이다. 물론 당연히 여러 학교에서 본받아 이런 행사를 많이 시도했다. 하지만 이처럼 전통을 지키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아 대개 흐지부지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밀알회가 더욱 빛나는 이유이다.

더욱이 고등학교 미술부는 그림을 전문으로 모인 학생들이 아니어서 단합하기 힘들다. 그런 대로 정평 있는 몇몇 예술고등학교에서도 이런 비슷한 전시회를 기획했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이 화제의 모임 전시회는 지난 5월 3일부터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열린 ‘제58회 서라벌고 미술동문 밀알회전’으로 어느덧 전시회를 처음 시작한 지 환갑을 2년 앞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개교 60주년을 넘기면서 이 모임의 취지는 더욱 뜻이 깊다.

서라벌고 미술 동문들은 한국 미술의 시금석이다. 이들은 창의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예술정신으로 똘똘 뭉쳐 성숙된 한국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과 함께 정신적·상징적으로 한국화단에 일조하고 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이날 밀알회 차병철 회장은 개막전 인사말에서 “우리 밀알회는 젊은 시절 전국 각 지역에서 청운의 꿈을 품고 화가가 되겠다고 모여서 활동한 지 근 60년이란 긴 세월을 사회에 나와 동고동락했다”며 “그 긴 시간 동안 끈끈한 우정을 변치 않으면서 각 분야에서 미협과 한국화단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차 회장은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회원들이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면서 아쉽기도 하고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마음가짐을 꾸준히 다듬어 돈독한 우정으로 내일도 미래도 끊임없이 발전해 나아가길 바란다. 미협 관계자와 주변 회원들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협조를 더욱 바란다”고 전했다.

이범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축사에서 “밀알회는 오랜 전통의 서라벌고 출신 미술동문이 주축인 미술단체로 전국 미술계, 학계 등 다양한 곳에서 한국미술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며 “회원 모두가 각 단체에서 폭넓은 활동과 역량을 보여주며 58회라는 자랑스러운 긴 역사를 쌓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문화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즘,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창조적 저력의 예술인 미술이야말로 조형예술의 총화이자 중심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밀알회는 이처럼 급변되는 시대적 요구와 상황에 부응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보다 향상된 미술문화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꾸준히 찾는 옛날 은사인 김영혁 교장 선생님은 “성경 「요한복음」에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는 말씀이 있다”며 “이는 인간들도 훌륭하고 많은 선한 열매를 맺기 위해 자신의 욕망과 안위, 나태를 다 죽여야 한다”고 훈시했다.

덧붙여 “여러분의 훌륭한 작품을 보면서 그동안 흘렸을 눈물, 걸어온 흔적을 보았다. 앞으로 더 정진해서 인류가 아끼고 사랑하는 위대한 작품들을 많이 생산하길 기대한다”며 짧지만 긴 여운의 덕담을 남겼다.

서라벌고 총동창회 박경원(22회) 회장은 “지난 1959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많은 세월이 흐른 여러 선배님들의 창작활동은 미술문화 열정이 가득 담긴 서라벌 미술 동문의 위대한 업적이다”며 “특히 단일 고교 미술단체 동문으로는 유례없는 단체로 동문들과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다. 선후배간 우의를 북돋우며 성장과 발전해 나아가 우리나라 미술문화계에 풍성한 감동을 주시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한국미술 발전의 중추적 역할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서라벌고 출신의 화가들은 한국 화단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쟁쟁한 작가들이 많다. 이들은 고교를 졸업하고 홍익대, 서울대, 전남대, 조선대, 서라벌예대 등의 미술대학을 나온 이후 화가로 성장하는 정석 코스를 밟았다.

홍익대 미대 학장을 지낸 홍석창(3회), 전남대 미대 학장을 지낸 김종일(4회), 이중섭미술상을 받은 손장섭(4회), 파리와 스위스 유명 갤러리 전속작가인 임무상(4회) 등이 유명하다.

이번 전시회에 작품을 선보인 작가는 은사인 서임병·조문자·양승욱, 김선회(2), 홍석창(3), 김종일(4), 손장섭(4), 이종대(4), 임무상(4), 박계호(5), 박홍준(5), 김행신(6), 김동환(7), 최응규(7), 홍병수(7), 차병철(8), 최병오(8), 피기철(8), 김태홍(9), 김흥태(9), 신낙균(9), 안관태(9), 강기융(10), 김성진(11), 남기행(11), 백수현(11), 임동옥(11), 김성실(12), 조성호(12), 김강용(13), 홍상문(13), 이재식(14), 이환교(14), 김진관(15), 박세건(15), 전준희(15), 홍용택(15), 윤정년(16), 문형진(18), 조국현(18), 류영일(22) 등 41명이다.

차병철 밀알회 회장은 “우리 밀알회는 모범적인 미술 활동을 함으로써 한국 미술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통해 한국 화단에 큰 보탬이 되는 모임이다”며 “이렇게 오랫동안 끊임없이 동문 전시회를 여는 학교는 우리밖에 없다. 물론 옛날 같은 재단인 서라벌예술대학의 예술적인 끼와 환경 덕분에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자랑스럽게 화단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차 회장은 “지금은 비록 중앙대 예술대학으로 편입돼 사라졌지만 예전의 서라벌예대 하면 문학, 연극, 미술, 음악, 무용 등 예술 분야에 두각을 보였다”며 “그래서 서라벌고도 같은 예술 계열인 줄 알고 전국에서 예술적인 끼를 가진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대거 몰려 자연스럽게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활동중인 원로배우나 화가들이 웬만하면 우리 학교 출신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전했다.

서라벌고가 예술고인 줄 알고 전국에서 모여들어 많은 배우와 화가들이 배출된 것은 사실이다. 신중현, 남진, 나훈아, 임동진, 이정길, 한인수, 임채무, 현석, 송호창, 김흥국 등 유명 연예인이 모두 같은 동문이다.

전국구로 끼가 있으면서 제법 까부는 문제아들이 많이 모여들었다는 것. 그래서 예술과 공부는 질적으로 다른 결과 한때는 ‘똥통학교’라며 손짓도 받았다. 그러나 그 당시 예술적으로 재주가 넘치는 학생들이 공부를 등시하고 자유분방했던 사실을 알 턱이 없다.

하지만 1976년 길음동에 있던 학교가 중계동으로 옮겨 가면서 평준화된 이후 서울대를 가장 많이 입학하는 서울의 명문고교로 거듭났다.

 

각종 미술대회 상 휩쓸어

옛날에는 서라벌고 미술부 학생이 150~200명으로 전국 각종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1회 졸업생이 어느덧 80세가 넘어 연로한 선배나 동료들이 하나둘 타계하지만 여전히 예전의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있다.

유명 만화가인 강철수 화백도 차병철 회장의 고교 동기이다. 동아일보에 시사만화 ‘나대로 선생’을 연재했던 이홍우 화백도 그의 한 해 후배이다.

차 회장은 지난 1995년부터 2011년까지 밀알회 회장으로 서라벌고 미술 동문회 발전을 위해 힘든 일을 도맡아 해왔다.

밀알회 회장은 자신의 생업까지 제대로 해내기 힘들 만큼 봉사정신이 없으면 안 되는 직책이다. 그래서 짐을 덜고 홀가분하게 4년을 보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다시 회장을 맡아달라는 주변의 압력(?)으로 그만 또 수락했다.

차 회장은 “사실 동문이라지만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린 후배들은 선배를 어려워하다 보니 집행부에서 잘해야 하고 운영의 묘미도 부려야 한다”며 “사실 우리 때야 선배들에게 방망이로 맞고 군기가 바짝 들었지만 지금의 학생들한테는 먼 옛날의 얘기로 들릴 것이다. 제일 어려운 게 역시 도움을 받는 부분이다.”고 고백했다.

   
 

쟁쟁한 작가들 다수 활동

차병철 작가의 화풍은 지극히 서정적이면서 정적인 표현이 강하고 순수하다. 낭만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표현 방법으로 비구상적인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대자연의 생명체들을 산과 들, 강과 바다에 화려하고 강한 터치로 표현한다. 작품들이 지극히 섬세하고 감각적인 것이 특징이다.

한편, 한국화의 거장 홍석창(76) 화백의 ‘수묵의 향기 그리고 별꽃의 노래’ 전시회도 지난 4월 28일부터 7월 5일까지 강원도 영월군예술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제51회 영월단종문화제 특별전으로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탐구하고 변화를 추구한 홍 화백의 15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1990년대 ‘꽃의 광시곡’과 2010년대 ‘별꽃’ 시리즈는 물론 추상적인 한국화의 신기원을 이룬 작품들, 전통 문인화를 독특하게 재해석한 작품, 서예, 부채화, 10여m 대형 연(鳶)에 그린 추상 묵화 등이 전시된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홍 화백은 중국에서 동양화를 수학한 후 홍대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하며 이론과 실기를 후학들에게 가르쳤다.

홍대 명예교수인 홍 화백은 올해로 27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세계를 총정리하는 ‘회고와 전망’전의 성격을 지닌다.

2년 전부터 영월 창작스튜디오에 머물며 작업을 해온 홍 화백은 “여생의 작업도 여기서 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품을 영월군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영월군은 앞으로 이 창작스튜디오를 ‘홍석창 미술관’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 추상화의 거장 김종일 화백은 전남대학 예술대학장 퇴임 후 현재 동 대학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김종일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전라남도전, 광주광역시전, 무등미술대전, 오지호미술상, 이인성미술상 심사·운영위원, 97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 등을 지냈다. 제10회 한국미술협회전 국립현대미술관장상 수상, 대통령 근정포장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손장섭 화백은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18일까지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역사, 그 물질적 흔적으로서의 회화- 손장섭 전」을 전시한다.

유홍준 미술평론가가 쓴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는 손장섭 화백의 그림이 두 번 등장한다. 그는 1993년 펴낸 첫 번째 책의 ‘양양 낙산사’ 편에서 손 화백이 그린 「동해바다」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짙푸른 먼 바다, 하얀 포말의 앞 바다, 그러나 화면 전면을 낡은 철조망으로 가로막은 동해 바다를 그렸다. 손장섭의 「동해바다」에 나오는 철조망은 잔인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다. 흐느적거리는 애잔한 슬픔의 율동이 서려 있다. 거기 그렇게 있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철조망, 그 사이로 먼 바다는 푸르고 앞 바다 포말은 맑고 하얗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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