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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중산층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나?노인 인구 절반 정도 가난에 시달려
권충현 기자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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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01  15: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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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대 초반 우리나라의 실제 중산층은 80%에 조금 못 미쳤다.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국민 전체의 90%에 육박했던 것이다. 1990년대 한국경제기획원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2.5배가 넘고, 자가 혹은 독채 전세의 주택을 가지고 안정된 직업이 있으며, 고졸 이상의 학력자인 경우를 중산층으로 규정한 바 있다. 우리사회에서 이런 한국적 의미의 중산층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그 이전 일제강점기에는 인구의 절대 다수가 생계곤란을 겪는 상황이었으니 중산층의 개념조차 생경했다. 현재 중산층 비중은 전체 인구 중 2007년 58%에서 2008년 56.4%로 감소했다.(한국개발연구원 연구결과)같은 해 통계청이 실시한 ‘가계동향조사’로는 중산층이 46.5%였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만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 5월23일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중이 65.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8년 동안의 중산층 지표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소득 불균형 정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수치인 지니계수도 역대 최저치(0.302)로 나왔다. 통계청이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통계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소득불균형 정도가 가장 낮은 수치다. 그야말로 장밋빛 청사진이다. 과연 그럴까?

중소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월급 300만원을 받았던 장주영(35세 가명)씨는 최근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 합병되면서 비정규직으로 변했다. 월급이 줄면서 살림살이는 더욱 빡빡해졌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보지만 200만원의 월급으로는 생활비를 대는 데만도 허리가 휠 정도다. 함께 일했던 주의의 직장 동료들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장씨는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내가 남의 나라에 살고 있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업 실패와 실업 등으로 신빈곤층으로 전락, ‘마태효과’

지난해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의 20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46.4%에 불과했다. ‘저소득층’이라고 생가하는 사람이 절반인 50.1%를 차지했고, ‘최근 5년 동안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졌다’고 답한 사람도 15.5%나 됐다.

     
 
정부 통계는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거꾸로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통계와 국민의 체감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 이 때문에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중산층 지표와 체감 지표의 괴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산층 지표가 단지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산층 지표를 구할 때 한 가구의 소득 이외에 부동산 ‧ 금융상품 등 자산은 제외된다. 예를 들어 자산은 전혀 없고 매달 갚아야 할 빚이 잔뜩 있는데 일정한 급여가 있는 직장인의 경우 중산층 지표에 따르면 중산층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중산층으로 보기 힘들다. 게다가 OECD의 중산층 지표를 그대로 채용해서 쓰고 있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중산층 하면 자기가 매월 받는 소득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도 소유하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중산층 개념은 엄밀하게 말하면 중산층이 아니고 소득 중간층이라고 해야 맞다”고 전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을동(54세 가명)는 지난해 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렸다. 처음에는 지인들이 와줬기 때문에 그럭저럭 됐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고부터는 손님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는 결국 식당을 접어야만 했고 식당에 투자한 퇴직금의 상당 부분을 날렸다.

이같이 최근에는 중산층 중에서 사업 실패와 실업, 비정규직화 등으로 신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급속한 노령화로 인해 중산층은 더욱 엷어지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생계수단을 연금에 의존해야 하지만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 노인층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7.2%로 OECD국가 증 가장 높다.

경제학 용어에 ‘마태효과’라는 말이 있다. 마태복음 13장 12절에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라는 구절에서 비롯된 용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65 이상 빈곤율 47.2% 사상 최악

한국의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빈곤율은 47.2%로, 2006년부터 OECD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 호주의 35.5%는 물론 멕시코의 27.6%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OECD평균인 12.4%에 비해서는 무려 34.8% 포인트나 높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치로 보면 전체 인구의 빈곤율 10.9%에서 노인 빈곤율이 12.3%로 약간 올라가는 반면 한국은 전체 인구 빈곤율 14.9%에서 노인 빈곤율 47.2%로 3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 빈곤율이 47.2%에 달한다는 것은 노인 인구의 절반 정도가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곧 소득을 올리고 있을 때는 근근이 중산층을 지킬 수 있지만 은퇴한 이후에는 곧바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월 21일자에서 “지난 수백 년간 이어 온 효도 사상이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고성장의 주역이었던 한국의 노인들이 과거에 겪었던 가난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쯤에서 우리는 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각 개인들이 연금 등 노후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노후를 제쳐두고 자식들의 교육과 결혼 등에 지나치게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식이 공부하고 결혼한다는데 자신이 못해 줄 게 있으냐면서 빚까지 내서 유학을 보내고 집을 사 주거나 전세를 얻어준 후 자신의 노후는 누구로부터 보장받을 것인가. 과연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할 것인가.

통계청이 매년 실시, 발표하는 사회 조사를 보면 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가 크게 바뀌고 있다. 2002년만 하더라도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대답이 9.6%였지만 2012년에는 13.9%로 늘어나는 반면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대답은 70.7%에서 33.2%fh 급락하고 있다. 그 대신 ‘가족과 정부‧사회’가 돌봐야 한다는 견해가 18.2%에서 48.7%로 급증하고 ‘정부와 사회’가 돌봐야 한다는 대답도 1.3%에서 4.2%로 늘어나고 있다.

이때 가족은 자녀 및 자녀의 배우자를 말한다. 이에 따라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견해가 10년 전만 하더라도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부모 부양 부담을 정부와 사회를 포함한 가족으로 전가하거나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 노인들이 가난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소득 불평등 정도를 재는 지표인 지니계수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전체 인구의 지니계수는 0.310으로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 지니계수에서는 한국이 압도적인 1위(0.411)로 불명예 대상(大賞)을 차지하고 있다. 지니계수가 0.4를 넘기 시작하면 사회적 불안이 심각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고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지니계수가 0.5에 근접하거나 넘으면 폭동이나 정변이 일어난다고 한다. 아직은 0.411로 그 수준은 아니지만 노인층의 소득 불평등, 즉 먹고살기 힘든 한국 노인층들의 불만 수준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직장인들 평균 퇴직 연령 52세…중산층 위기의 핵심은 불안

우리나라는 직장인들이 너무 일찍 퇴직한다는 게 중산층 위기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로에 선 중산층>의 공동 저자인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평균 퇴직연령은 52세인데 이 연령대에서는 자녀들이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상태”라며 “퇴직자가 자녀들의 등록금도 내야하고 생활비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인들의 퇴직연령이 매우 낮다. 정년이 60세까지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현재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2세다. 52세면 자녀들이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상태다. 남학생들의 경우 군대를 갔다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부모가 자녀들의 생활비와 등록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퇴직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산층 위기의 핵심을 불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직장에서 퇴직하면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또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당장 퇴직을 하지 않는 40대라 할지라도 선배들을 보면 5~10년 앞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다.

특히 문제는 한번 빈곤층으로 추락하면 중산층으로 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40대 이후에 직장에서 나온 사람은 다른 직장에서 잘 쓰지 않는다. 기업들은 그들이 능력이 덜어지거나 무슨 문제가 있어서 직장을 나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장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 조직이 대부분 연령을 중심으로 수직적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나이 많은 사람이 조직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40대 이후에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자영업자로 내몰린다. 과거에는 동네 커피숍이 2~3개였지만 지금은 10여개가 되는 곳도 있다.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엇고 자영업자들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국가 평균(15%)보다 높은 30%를 웃돌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다시 중산층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이유는 다른 기업에서는 손쉬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데, 특정 기업에만 정규직 일자리를 마련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는 데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선 소득, 자산을 늘리는 기반 마련과 함께 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충현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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