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지난해 12월 26일, 상암동 YTN 홀에서 미술작가 200여 명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제24대 한국 미협 협회장 후보 100분 토론회’가 열렸다. 필자는 이 토론회의 구성작가로 참여했다. 이 토론회는 미술 전문 인터넷 방송 ‘아트 원 TV’에서 주관‧주최 한 것.

사실 이런 후보 토론회는 미협 차원에서, 혹은 문화 관련 기관이나 공중파 방송국, 기타 종편채널에서 다룬다 해도 비중이 있는 토론회라고 생각한다.

토론회 제작에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 토론회를 주관 · 주최한 ‘아트 원 TV’의 남궁 원 대표를 알게 되었고, 남궁 원 대표는 이미 70줄에 들어선 원로 화백이지만, 청년과 같은 기상으로 미술계의 산증인이자, 작가로서, 미술교사로서, 미술관 관장으로서, 월간 ARTIST 발행인이자, 미술 전문 인터넷 방송 아트 원 TV 대표로서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고 있어서 적잖은 감동과 자극을 받았다. 작가 개인의 삶은 물론, 시대와 함께 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남궁 원 작가의 인생 1막 2장, ‘허수아비 철학’ 이야기를 대담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아트 원 TV’는 어떤 취지로 설립되었고, 주요 편성은?

요즘은 모바일 시대라고 하지요. 음악‧미술‧문학 등 순수 예술은 물론, 영화나 영상, 방송 등 종합예술 및, 모든 예술의 영역이 미술관, TV를 거쳐 휴대폰 속으로 들어갔다고들 합니다. 아트 원 TV도 시대 흐름에 맞추어 ‘내 손안의 예술-미술품 감상부터 전시뉴스, 만나고 싶은 작가 등 궁금증을 쉽게 풀어주는 역할이고, 작가 입장에서 보면 작품세계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시대에 부응하는 콘셉트라서 시작했습니다. 나 자신부터 작가니까요.

주요 편성으로는 미술계 소식과 작가 전시를 안내하는 <아트 원 뉴스>을 비롯해 <만나고 싶은 작가> <해외 미술> <전시장을 가다> <특집> <아트 원 콘서트> 등이 있습니다.

<만나고 싶은 작가>는 우리나라 화단에서 비중 있는, 궁금해 하는 중진 원로작가를 찾아가 탐방하여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며, <해외 미술>은 외국의 유명한 아트 페어를 취재하여 보도하며 또한 주목받는 미술관을 조명하여 폭넓은 지식을 인지토록 합니다.

<전시장을 가다>는 전시 현장을 찾아가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면서 작가 인터뷰로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며, <특집>은 ‘미협 이사장 후보 100분 토론회’와 같이 비중 있는 미술계 소식을 기획‧보도합니다.

또 <아트 원 콘서트>는 미술 방송의 휴식 코너로 클래식을 중심으로 부정기적으로 방송합니다. 특히 미술관 내 음악회는 적극 취재하여 보도합니다.

#작가님의 프로필을 살펴보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작가와 교수를 병행하면서 역경을 딛고,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해오셨다. 성장과정을 간단히 들려주신다면?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궁하면 변한다”는 얘기가 있지요. 호랑이도 배가 부르면 사냥을 안 한답니다.

부모님 슬하에 편하게 커왔다면 그 또한 행복이겠지만 숙부모님 곁에서 어려웠지만 이겨 낼 수 있었던 힘은 함께 자고 안아주며 눈물을 닦아주셨던 할머니의 위대한 사랑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그 옛날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돕니다. 인간은 누구나 의지할 곳이 있어야죠. “황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도 있듯이 제게는 할머니가 계셨고, 엄격한 숙부님께서 교육자(초등교사)였기에 큰 의지와 버팀목이 되어 저를 성장시켰지요.

어려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탔고, 대학은 형편상 처음부터 미대 진학을 못하고, 하는 수없이 직장이 보장된 교육대학에 갔지요. 초등 교사부터 대학교수가 되기까지 목표를 잃지 않고 내면의 철학으로 버텨왔습니다.

교대를 졸업하고 미술교사 자격 검정고시를 거쳐 중등학교 미술교사로, 다시 야간에 편입하여 학사 자격을 취득 후, 최종학력은 연세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석사)를 졸업했습니다. 이런 과정은 하고자 하는 의지와 목표, 나만의 삶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답니다.

#그렇다면, 그 ‘삶의 철학’이란?

스스로 ‘허수아비 철학’이라고 명명합니다.

허수아비의 ‘허(虛)’는 ‘비울 허’로 인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욕구와 욕심을 비워내는 마음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허수아비의 ‘허’는 인간 안에 좋은 곳은 함께 나누어 두 배가 되게 하고, 안 좋은 곳은 버려서 비우는 것이 비움의 철학입니다.

‘허수아비’의 ‘수(守)’ 는 ‘지킬 수’로 소중한 가치를 찾아서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주변에 지켜야 하는 수많은 것들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돌아보고 지켜야한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아(我)’와 ‘비(非)’는 ‘나 아’와 ‘아닐 비’로 나를 부정하고, 나를 알고 내가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를 아는 자기 인식과 자기 부정의 철학입니다.

저의 ‘아비’에 대한 철학은 자기인식과 자기부정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참된 사람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자는 겁니다.

결국 ‘허수아비 철학’은 “나를 비우고 소중한 것을 지키고 끊임없이 나를 성찰하고 부정해서 참된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자.”는 철학입니다.

#작가로서, 교육자로서, 관장으로서, 방송사 대표까지… 미술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 특별한 소신을 가지고 계신 거 같은데, 이렇게 미술을 기본으로 전방위적 문화 활동을 하고 계시는 특별한 이유와 계기가 있나?

작가, 교육자(2011년 정년퇴임), 미술관장, 아트 원 TV, 월간 ARTIST 발행 등인데 이는 모두가 작업과 연계된 일들입니다.

대학교수로서 작가로 겸직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지요. 문제는 인터넷 미술방송과 미술잡지 발행인데 이는 봉사하는 일입니다. 때로는 부러움의 대상, 때로는 비난의 대상도 되지요.

분명한 것은 예술인들을 위한 봉사를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거지요. 일반인들과 로터리 클럽에서 봉사(예사랑 RC 회장)를 하고 있고요, 남보다 조금 더 부지런하면 모두를 할 수 있답니다.

예술인을 위한 봉사를 하는데도 사업가로 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잡지도 사업가가 하는 반값으로 작가에게 구독케 하고 방송도 전시 소식은 무료방송인데 이는 모두 인식의 문제입니다.

#관장으로 계시는 <남송미술관>과 <미누 현대미술관>의 설립 계기와 현재 전시는?

‘남송미술관’은 고향인 가평의 산골짜기에 있습니다. 10년이 넘었죠. 귀소본능의 인간 삶이겠지요. 허수아비 작품도 그런 맥락에서 ‘고향지킴이=허수아비=고향사랑=남궁 원’의 등식에서 비롯된 거지요.

리조트 ‘허수아비 마을’도 미술관 바로 옆에 공존하면서 남궁원의 작품세계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허수아비 마을’은 나의 아트센터가 되어 나의 작업세계를 알리고, 다양한 미술품에 대한 감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1층에는 남궁 원 작품전, 2층에는 기획전을 주로 개최하며 3층은 입주 작가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국내외에서 공모합니다.

또한, 고향을 떠나 교편생활을 하며 40여 년 부부가 일구어온 삶의 터전인 성남에 2015년 여름에 디지털 전용 미술작품을 위주로 하는 미누 현대미술관을 부부가 함께 설립하여 공동 관장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체험학습 현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는데, 과학과 예술이 만나서 또 다른 세상의 미디어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육자로서, 미술교사로 일선에 계시면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과 남궁 원 작가의 예술관을 말씀해 주신다면?

“첫째, 궁하면 변한다. 둘째,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셋째, 내 위치를 인정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도전하라”입니다.

1968~70년대에는 생활을 안정시키며 못다 한 학업을 계속해야 해서 공부와 직장이라는 두 토끼를 잡다 보니 신인 등용문인 ‘대한민국미술대전’ 공모전에 출품하며 작업을 했고, 본격적인 작품 제작은 중등교사 시절부터였습니다.

평택에서 성남 미협 지부장으로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지요. 더 적극적인 활동은 대학 교수(경원전문대, 경원대)로 재임하면서 내 꿈을 마음껏 펼치게 되었습니다.

교수로서 작가로 성공하려면 연구와 작업량이 병행되어야 인정을 받는데, 전 운이 좋게도 대학 총장이 수여하는 미대의 학술상을 휩쓸 게 되었지요. 저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열정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특별한 계획이나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지난해 12윌 21일 월간 미술 세계에서 2017년 미술 세계상(본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되어 10월에 수상 기념 남궁 원 초대전이 열리게 됩니다. 이를 기점으로 화업 50년 전을 준비합니다. 평면‧입체‧설치‧영상 작업까지 작가 남궁원의 세계를 알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한 이정표를 남기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술사에 남겨지는 작가로 작업을 할 것이며 우리나라 미술계에 조언하고픈 것은 작업도 중요하지만 자신 위하는 홍보에도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작가든 기업인이든 정치인이든 정직하게 성실하게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밝은 세상을 연출하기를 바랍니다.

#에필로그

한 작가의 인생 여정, 어제와 오늘과 내일까지 다 다루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중견 원로작가의 한 평생을 떠올려보니 그야말로 인생의 희로애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가는 2000년에 꽃다운 나이에 저세상으로 먼저 간 딸을 늘 생각한다고 한다. 백혈병으로 유명을 달리했지만 “아빠, 많이 베풀고 나누면서 살아요”하며 품 안에 꼭 안기던 딸은 수호천사가 되어 자신의 곁을 지켜보고 있다고 믿는다.

‘송이야, 아빠 잘하고 있니?’ 남궁 원 작가의 이러한 믿음은 ‘허수아비 철학’과 함께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김영주 방송작가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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