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상담학회 법무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상담과 법률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한국상담학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심리상담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상담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상담사법’을 제정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여기서 자격미달의 상담사가 급증하는 데 따른 소송 문제를 법률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표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천성문 (사)한국상담학회장, 유성엽 국회의원, 김태훈 변호사, 김인규(전주대)·권수영(연세대)·김정진(상지대) 교수, 최영자 법무위원회 부위원장, 학회 회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상담사법’ 제정 기반 조성을 위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는 천성문 회장의 인사말,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의 축사, 김태훈 변호사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됐다.

이어 발제자로 김인규 교수의 상담사법의 필요성과 NCS, 권수영 교수의 상담인력자원개발위원회(ISC) 구성과 전망, 김정진 교수의 상담사법 발의를 위한 입법 취지 등을 발표한 후 자유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으로 끝맺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집중 검토

(사)한국상담학회 천성문 회장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미흡한 일이 많아 이번 세미나를 통해 역할과 할 일을 탐색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이런 자리를 많이 열어서 최대한 좋은 열매를 맺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천 회장은 “유성엽 위원장이 밑그림을 그리고 김태훈 변호사가 기둥 역할을 해주시면 고맙겠다. 이번에 상담사법의 의미를 되살리는 데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빠른 시일 내로 상담사법이 제정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성엽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집중 검토해 상담사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현재 상담학회와 상담심리학회에서 검토하고 추진하는 애용으로 알고 있다. 다만 소관부처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중 어디로 할지 집중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 의원은 “상담활동 중 내담자와 상담자 권익을 지키고, 상담 업무 효율 제고를 위해서는 근거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데 동감한다”며 “국회에서 소관 상임위가 우리 교문위로 결정 나면 책임자로서 염원과 뜻을 잘 받들어 제대로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상담학회에서도 대한민국 사회가 반듯하고 먹고 사는 것도 충분히 해결돼서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김태훈 변호사는 ‘상담과 법률’이란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상담사 제도의 법적 근거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직업의 자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보건권,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을 설명했다.

또한 상담사의 자격, 지위와 직무, 권리, 의무 등과 함께 부정청탁·금풍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이해하기 쉽게 강의했다.

김태훈 변호사는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145개국 가운데 117위이며 자살률은 13년째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로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랜 세월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억압한 결과 발생하는 정신질환인 화병 치료 환자는 2015년 11만5천명으로 2005년보다 2.3배 증가했다”며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상담 전문가가 제공하는 심리상담 서비스를 찾은 경우는 드물다. 사람들이 감기 등 신체적인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데 부담을 갖지 않는 반면 정신건강 문제는 전문성에 대한 신뢰 부족이나 낙인 우려 등으로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변호사는 “심리상담은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정신과처럼 진료 기록이 남서나 약을 처방하지 않으면서도 수요에 맞춰 정신과보다 더 긴 면담시간을 할애해 치유효과를 얻고 내담자들도 만족할 수 있다”며 “미국이나 호주 등은 상담심리도 보험 적용을 받아 비용부담이 적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누구나 개소할 수 있는 민간 상담센터는 내담자에 대한 비밀보장 침해, 부적절한 대처, 부당한 상담료 징수 등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우리 사회의 분노조절 실패로 인한 잦은 충동범죄를 예방하고, 공격적인 인성의 발로를 억제하며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갖춰 국민들에게 보다 내실 있는 양질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기간 속성과정 민간 상담자격증 문제

상담사법 기초 법안을 준비한 김정진 상담학회 법무위원장은 “한국에는 상담 관련 자격증이 많지만 오랜 수련을 하지 않고, 단기간 속성과정으로 민간 상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체계적인 교육을 거치지 않은 상담자들이 많다”며 “상담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현실적인 상담사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진 위원장이 오래 전부터 준비한 ‘상담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 제안’은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하는『입법과 정책』12월호에 수록돼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작년까지 민간자격 등록 누적은 총 2만3572개였는데 이 중 상담은 3545개(15.0%), 심리상담은 2017개(8.6%)로 자격미달의 상담사가 쏟아져 나온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따라 무분별한 민간 상담센터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자격증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인규 전주대학교 교수는 “국민 심리건강에 대한 책임소재를 개인에서 국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해 심리상담 국가자격을 제정해야 한다”며 “NCS 기반 교육과정 졸업자 중 상위 30% 해당자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식으로 자격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을 국가가 산업부문·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결국 NCS를 기반으로 한 상담법 제정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심리상담은 심리사회적 문제해소와 성장을 위해 국민의 행복추구권 보장 차원에서 심리교육·예방·심리치료 등을 수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권수영 연세대 교수는 상담 인력자원개발위원회(ISC) 추진 경과를 발표하면서 상담 ISC 핵심 기능과 수행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공동 제안기관 중에 ISC 구성 주도는 민간이 우선되도록 조정해 전국고용서비스협회가 대표기관으로 사무국을 운영하고,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공동위원장과 청ㅅ호년분과위원회를 주관·운영하기로 했다.

대국민 정신건강증진 정책에서 배제

한편 (사)한국상담진흥협회 권수영 회장은 지난달 13일 최근 발생한 상담자의 내담자 성추행 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내 상담 관련 민간자격 등록 실태와 국민 행복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의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10일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성범죄 전과자의 실형선고 사실이 보도됐다.

상담과정 중 역할극처럼 속여 신체 접촉을 한 범죄자는 2015년 5월부터 11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의 한 심리센터에서 내담자 12명을 15회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중에는 10대 청소년도 2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국민의 정신건강 지표가 매우 낮은 나라로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내담자들은 취약한 심신 상태에서 심리적인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상담사는 고도의 전문적인 교육과 수련과정으로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진정한 국민행복시대에 다가가기 위해 국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직접 돌보고 회복시키는 특별한 직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상담심리사, 전문상담사 자격은 지난 20여년 국내 여러 관련학회에서 주로 대학원 이상의 학력소지자들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여돼 왔다.

하지만 최근 심리상담에 대한 국민적인 수요가 증대하면서 개인이 주도하는 단체가 수여하는 유사 자격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심리상담 분야 민간자격 신규 등록은 2015년 567건, 2016년 547건으로 최근 2년 사이에 무려 1100개가 넘었다.

일부 민간단체의 자격 취득자들은 상담 관련 전공과 관계없이 소소한 비용으로 일정 교육만 이수하면 자격증과 함께 상담소를 개설할 수 있어 기타 범죄 환경에 쉽게 노출된다.

이번 성폭력 가해자 역시 성범죄 전과에도 불구하고 허위자격으로 손쉽게 심리센터를 개설해 이를 통제·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특히 국민들은 자신을 도와줄 심리상담 전문가의 자격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어 예방대책이 시급하다.

권수영 회장은 “상담 관련 민간자격에 대한 민간 자율의 윤리의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규제 노력도 중요하다”며 “정신보건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은 국가자격으로 정신건강 관련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민간자격인 전문상담사와 상담심리사는 대국민 정신건강증진 정책에서 배제된다”고 말했다.

이어 권 회장은 “이에 따라 4만여명의 회원들을 보유한 상담학회들이 제도권내에서 활동하는 상담사 국가자격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는 하루속히 상담자격·관리 법률을 제정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질 좋은 상담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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