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포통장 막자고 통장발급 문턱을 확 높였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각국 금융당국이 가장 힘을 쏟는 것 중 하나가 대포통장 근절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장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이 필수다. 계좌개설시 신원확인을 철저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전기나 가스요금고지서 등을 요구해 계좌를 만드는 사람의 신분과 계좌 이용목적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대포통장이란 실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통장으로, 과거에는 탈세나 횡령 등을 위해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피해자의 돈을 송금받아 탈취하는데 사용되는 대포통장이 급증했다. 은행들이 통장발급 절차를 강화하게 된 이유다.

국내에서도 최근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 때 고객들이 통장의 용도를 증명하는 서류를 준비해야 하며 거주지나 직장 근처의 지점에서만 통장을 개설하는 등 통장 개설 절차가 강화됐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올들어 금융사기에 악용된 대포통장 건수(피싱사기+대출사기)는 2014년 7만3469건에서 지난 10월 4만9850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사기범들이 대포통장을 취득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먼저 ‘별도의 서류나 신용심사 등을 받지 않아도 통장이나 현금카드를 보내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리회사에 취직하려면 통장 등을 회사에 맡겨야 한다’며 통장을 받아내는 경우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어플 등의 채팅사이트에서 대포통장을 버젓이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법인통장 매매합니다, 당일 입금’등의 문구를 올려 급전이 필요한 청소년이나 가정주부, 금융취약계층 등으부터 대포통장을 매입하는 것이다. ‘안 쓰는 통장 삽니다’라는 문구에 현혹돼, ‘별일 없겠지’라는 마음으로 통장을 넘겨줬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대포통장을 빌려주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로 간주돼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거나 벌금 등을 물 수 있고, 예금계좌 개설과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된다.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인식수준 제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사기범들이 피해자에게 돈을 직접 찾아오도록 하는 현금수취형(방문형) 보이스피싱이 증가하고 있어 개인 차원의 예방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일회용 비밀번호생성기(OTP) 등 보안성이 높은 금융거래 수단을 사용하고 자신의 거래특성 등을 감안해 이체·인출한도 등을 설정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신계좌지정서비스(고객이 지정한 계좌에만 자유롭게 이체가 가능하고, 미지정계좌는 1일 100만원으로 이체한도 제한)나 지연이체신청제도(고객이 신청하면 이체를 일정기간지연하는 제도) 등도 활용할 만한 제도다.
 

조순동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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