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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등학교는 현재 대한민국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학생의 자율적인 교육 기회를 보장한다는 긍정적 의견과 일반고에 대한 차별적 무게추로서 작용한다는 비판까지, 자사고는 교육계에서 계속적인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강북에 위치한 대표적 자사고인 대광고등학교(교장 김철경, 대광고 25회졸업)는 해방과 분단 이후 공산주의 체제의 탄압을 피해 월남한 자유주의자와 기독교인 가족들의 자녀, 홀로 남하한 청소년 등 난민 교육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경직 목사가 세운 학교다. 66년 동안 2만7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대광고는 고교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명문고에서 퇴색된 현실과 2004년 당시 학생이었던 강의석의 고소 사건 같은 트러블들을 자사고로의 전환으로 돌파하고자 했다. 대광고의 제12대 교장을 맡고 있는 김철경 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사고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글 김영순 기자 사진 전재현 객원기자
2013년 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중 두 명이 모두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다닌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사고가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보다 학교의 자율성을 더 확대하고 발전시킨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다. 학생 선발이나 그 범위, 학생 납입금은 형행 사립고와 같지만 학사 운영이나 교원 인사 및 보수 등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그 특징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사립학교에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하여 다양한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현실화되는 걸 도와주기 위한 배경이 있다.
교육계 갈등의 화두, 자사고
그러나 자사고는 일반계 고등학교와 비교되면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반계 학교에 있는 현장 교사들 상당수는 자사고가 중학교 내신 성적 우수학생을 선점함으로써 자사고의 교육효과보다는 우수한 성적의 신입생을 우선 선발해가는 측면이 있어서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사고 운영에 있어 정부의 재정 지원을 줄이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높였기에 자사고 학부모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자사고와 일반고 간에 소득 격차로 인한 계층화 현상이 발견된다고 비판한다.
어떤 이들은 자사고의 존재를 고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한 고교평준화 정책을 역행하는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일련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지난 10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자사고에 선발권을 부여했다. 또한 전형시기에서 전기 선발을 유지시키고, 일반고보다 많은 교육과정의 운영 자율권을 부여하여 교육계에서는 이와 관련된 격론들이 오가고 있다.
차별화된 기독교계 자사고를 추구하는 대광고
“66년의 전통은 든든한 경쟁력을 갖게 해줍니다.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동안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기독교학교로서의 바른 교육, 바른 교육 행정, 40여년의 역사를 지닌 대광만의 특수한 교육과정인 생활관 교육은 학생들을 바르게 키워내는 아주 중요한 핵심입니다.”
서울 강북에 위치한 대광고등학교는 1947년 한경직 목사가 세운 기독교계 학교이자 남학교이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대광고등학교의 교육 목표’라는 현 12대 대광고 교장인 김철경 교장의 말은 대광고가 자사고의 정의에 맞는, 종교적으로 특화된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김 교장은 서울의 자사고 중에서도 기독교학교가 몇 있지만 대광고야말로 가장 차별화된 기독교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보였다.
학생을 위해 최선을 추구한다
대광고는 2014학년 선발은 추첨식으로 진행하며 2015학년도에는 면접을 통한 창의인재 선발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류 전형만을 하는 게 아니라 면접을 통하여 학생들의 면모를 파악하여 뽑겠다는 설명은 최근 많은 대학교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특화된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입학사정관제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입학사정관제가 떠올랐던 것은 어떻게 보면 적절한 생각이었다. 대광고에는 진학 컨설턴트가 상주하면서 체계적인 스펙 관리를 해주기에 대학입시에서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실하게 대비하게 한다고 김 교장은 밝혔다. 또한 자율적인 커리큘럼을 운용할 수 있는 자사고의 장점을 활용하여 국, 영, 수 과목 수업시수를 확대하여 효율적인 대학입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영어, 수학 수준별 수업을 통해 자신의 실력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게끔 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한 ‘큰빛반’도 구성하여 3년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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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에 대한 무작정적인 흠집 그만 내야”
김 교장은 자사고가 ‘본래 취지와는 다소 유리되어 입시에 특화된 학교’라는 의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모집 정원의 1.5배를 추첨으로 추린 뒤 면접으로 최종 선발을 진행하는 방식이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실력보다는 인성을 갖춘 학생이 결국 입학하게 되리라는 게 김 교장의 설명이었다.
“자사고가 살 길은 교육의 특성, 다양성이듯이 대광고는 올바른 가치, 공동체, 사랑이 있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의 교육이념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 학교입니다. 자사고 흠집은 그만 내고 본래 취지대로 갈 수 있도록 독립성, 특성화, 다양화 방향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김 교장은 자사고가 최근 입시 경쟁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말에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광고는 자사고의 기본 취지에 맞게 인성교육과 영성교육에 집중하는 롤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과제라고 밝혔다. 그래서 정체성과 기본에 입각한 자사고의 목표에 맞는 합리적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사고의 등록금이 일반고의 1.5배 가량 비쌀 뿐인데 그 정도 예산으로는 자사고의 목적에 부합되는 퀄리티 있는 교육 운영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었다.
“자사고에 합리적 정부 지원 필요하다”
김 교장의 예산에 대한 문제제기는 대광고가 시행하는 학생 편의를 위한 제도나 시스템들을 확인하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채플 시간에는 노래, 춤, 연극, 뮤지컬, 악기 연주 등 각종 문화체험을 할 수 있게끔 했으며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고 원하는 동아리를 창설할 수도 있게끔 자유를 보장하고 있었다. 백일장, 문학기행, 논술경시대회, 수학경시대회, 과학 경시대회, 영어말하기 대회 등 각종 내부 대회가 운영되고 있었으며 도서관은 개가식으로 운영하므로 누구나 편리하게 도서를 열람할 수 있었다. 그에 더해 정보검색용 컴퓨터 20대를 언제나 활용할 수 있게끔 준비했다. 또한 교실마다 ‘작은도서관’을 설치하여 어느 때나 독서가 가능하게 돕고 있었다. 또한 작가와의 대화, 토요 문화체험 등이 수시로 열리고 있었다.
대광교육의 5대 위인을 롤 모델로 하는 자아비전 정립의 교육을 특화하고자 한다.
공통 인물은 한경직 목사 문과에는 안창호, 링턴 이과는 이순신 슈바이처 등 5대 위인을 고1 과정에서 선택 교과제도와 독서를 통한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게 끝이 아녔다.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질문방 운영, 학년별 야간 자율학습실을 지정좌석제로 운영하고 있었으며 전교생에게는 ‘대광 학습플레너’를 제공하여 효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끔 돕고 있었다. 교사, 친구, 선배와의 멘토링 시스템이 운영되어 학업과 진로설정에 관한 도움을 받게끔 했고 인근 여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학교 축제인 큰빛축제를 매년 이틀 동안 개최한다. 또한 합창대회, 배구대회, 스키캠프 등이 준비되어 학생의 소질과 끼를 발휘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었다. 입학사정관제에도 철저히 대비한다는 말에 걸맞게 다양한 체험 기회들이 제공된다는 건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대광고는 지난 10월 25일 개교66주년을 맞아 공교롭게도 113년 전 같은 날(1900.10.25.)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로 제정된 독도의 날을 특별히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대광고는 “대광사랑, 독도사랑, 나라사랑” 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학생들에게 독도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대광고 동문들이 보여 준 ‘대광의 애국심’은 실로 유별나다. 그런 점에서 대광의 개교기념일과 독도의 날이 일치한다는 것은 참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한 선배들의 애국전통을 이어 받아, “대광사랑, 독도사랑, 나라사랑” 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대광고 독도탐방단(인솔교사 백수연, 최민 전도사, 학생대표: 1학년 김명균, 김민규, 문득영, 홍주환)’은 장장 12시간이 넘는 험한 여정 끝에 노후 4시 30분, 드디어 독도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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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교회-대광고-대학교 연계한 윈윈 전략
“2014학년도부터는 지역교회로부터 우수한 기독인재들을 추천받아서, 여러 대학들과 대학-고교연계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면서 심도있는 인재교육을 하고자, 진학진로선택을 확실하게 하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또한 외국대학들과도 교육 협약을 체결해서 우수인재 교육에 대한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기독인재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김 교장은 영락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주요교회 밎 기독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학원 선교와 교육목표를 같이하는 지역 교회와 교육 프로그램을 연합하고 주요 기독교 계통 대학교들과 연계하여 사회봉사 활동 등 체험 학습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 운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대학교 12개교, 32개 교회, 5개 단체 등 네트웍 협력 구축을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인재 배출
대광고는 설립 이후 66년 동안 국내 경제계는 물론 교육계, 의료계 등에서 뛰어난 업적을 내는 최고의 인재를 수 없이 배출했다. 학교 이름처럼 사회 각 영역에서 ‘큰 빛’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특히 동문 목회자들이 700명 이상에 이르며, 의료계 및 교육계 등에 특히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 했다. 현직 대학교 총장만도 10명에 이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대광고 동창회 맏형격인 김정식 목천문화재단 이사장(6회), 조창걸 한샘 회장(11회) 등이다. 전 인터컨티넨탈 호텔 사장을 거친 심재혁 태광산업부회장(17회)은 와인과 재즈를 아우르는 ‘문화예술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2008년 대광고를 빛낸 인물로 선정된 최홍성 조선호텔 대표이사(19회)와 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이사(20회)는 삼성그룹에 입사해 사장까지 오른 이른바 ‘샐러리맨의 신화’다. 모두 뛰어난 경영 수완으로 핵심 CEO로 인정받고 있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23회)은 국내 여성 의료서비스업계의 발전을 이끈 선구자적 인물로 통한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대우건설의 서종욱 사장, 국내 최고 은행의 지주회사인 KB금융지주의 김중회 사장, 중동 플랜트 수출의 선도기업인 두산중공업 심규상 사장, 전국 300만여가구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도시가스업계 1위의 SK E&S의 김중호 사장 등 대광고 동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기수는 20회 졸업생들이다.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 대광고 동문에 대거 몰려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대광고 출신 인재들은 대학, 종교, 의학, 산업, 금융, 유통 등 전 영역에 걸쳐 골고루 포진해 있다.
이영선 포스코이사회의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한중 차병원이사회회장 전 연세대총장, 채종걸 한국DPI회장 겸 동광한의원원장, 김용민 포항공대 총장, 이용구 중앙대 총장,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 겸 경민대학교 이사장, 강희성 호원대 총장, 박종천 감리교신학대 총장, 신민규 나사렛대 총장, 권오서 기독교방송국 이사장, 윤인배 의사 겸 발명가, 김병후 정신과 의사, 김영범 대성그룹 사장, 조뇌하 포스코특수강 사장, 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박유상 갑을상사 부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사장, 심규상 두산중공업 사장, 변동걸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김제현 리엔목 특허법인 부소장, 윤배경 법무법인 율현 대표변호사, 가수 예민, 시인 류시화, 주세혁 런던올림픽 탁구은메달리스트, 양병희 육군 사단장, 문영기 준장, 김철준 한독약품 대표이사,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길자연 왕성교회 담임목사, 김성관 충현교회 담임목사, 김신국 광석교회 담임목사, 이수영 새문안교회 담임목사, 김충렬 영세교회 담임목사, 이승영 새벽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등이 있다.
“남자가 사회생활을 할 때는 능력 있는 선배님과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와 전통이 있는 명문고에 진학해야 합니다.”
김 교장은 인터뷰 말미에서 대광고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교육은 교사의 실력을 넘지 못합니다. 대광고에는 EBS 출강교사, 수능 출제 및 검토위원, 논술지도교사 등 실력 있는 교사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열정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사랑입니다.”
꿈과 희망이 자라나는 대광고의 열정
새문안교회 장로인 김철경 교장은 화학을 전공하고 목원대학교에서 대학생을 가르치던 교수가 정년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교수직을 버리고, 모교 대광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지난 9월 취임했다.
김 교장은 논문과 기고 등을 통해 산업화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관련 연구에 많은 업적을 쌓아 오던 중, 지난 5월 대광고등학교 교장 직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년이 7년이나 남았지만 주저 없이 교수직을 사직하였다. 교수직에 몸담기 전, 20년 가까이 기업에서 근무한 바 있고, 대학에서도 학교기업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기업가적 정신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중등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맞춤형 전인교육을 위한 인문고 체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획일화된 교과과정 속에서 아이들을 강압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적성에 따라 소질과 잠재능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도록 돕고 개별 학력 수준에 맞도록 맞춤형 교육이 시행되어야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모교로 오게 된 김 교장은 “역량은 부족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주어진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학력향상에만 열의를 쏟고 있는 교육 현실에서 학력 향상 뿐 아니라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인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김철경 교장. 학생들을 향한 남다른 사랑과 열정으로 전인교육을 실천하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자사고의 밝은 미래와 감동과 꿈을 창출해가는 대광고의 눈부신 비상을 기대해본다.
김영순 기자 jjim0701@naver.com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