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문화
낮고 친숙한 초록 사유와 재미성김원각 다섯 번째 시집 <달팽이의 생각> 펴내
글 임윤식  |  k-today@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6.13  16:21:1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불교신문 신춘문예(1968) 및 동아일보 신춘문예(1972)에 당선되는 등 탄탄한 시력을 쌓아온 김원각 시인이 최근 다섯 번째 시집 <달팽이의 생각>을 펴냈다.

김원각 시인은 그동안 만해불교문학상(1986), 정운시조문학상(1993), 중앙시조대상(1997), 고양시문화상(예술부문,1999) 등을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는 <못다 부른 정가>, <허공 그리기>, <어느 날의 여행에서>, <민박> 등을 펴낸 바 있다.

다 같이 출발했는데 우리 둘 밖에 안 보여

뒤에 가던 달팽이가 그 말을 받아 말했다

걱정 마 그것들 모두

지구 안에 있을 거야

<달팽이의 생각> 전문

몇일 전 금수산 등산을 갔을 때의 얘기다. 일행 중 한 친구가 초반부터 보이지 않는다. 전화도 되지않는다. 산행을 이끌고 있는 대장(?)은 안절부절이다. 혹시 사고 난 건 아닐까? 어디 아프지는 않을까? 일정을 책임지고 있는 리더로서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충북 금수산은 월악산 국립공원의 일부로서 산세가 꽤 깊다. 산행시간도 보통 6시간 이상 걸린다. 오르내리는 등산로가 가파르고 바위길이 많아 사고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누군가 무심코 한마디 던진다. “걱정하지 마. 이 산 어딘가에 있을 꺼야.” 그렇지. 당연히 이 산 어딘가에 있는 게 틀림없지. 그 말을 들은 후 갑자기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도 편해진다. 김원각 시인의 시가 바로 그렇다. 그의 관조(觀照)와 여유로움에 독자도 숨을 돌린다.

법당에 날아든 참새, 부처 어깨에 앉았다

그래, 중생은 다 오라 부처는 미소짓고

주지는 장삼을 흔들며 훠이 훠이 내쫒고 있다

<별곡> 전문

이번 시집은 김원각 시인의 시 중 단시조들을 주로 모아놓은 것이다. 짧은 단시조 속에서 금싸라기 같은 빛이 번쩍인다. 이른바 ‘촌철살인’의 예리함에 놀란다. 마치 ‘선시’를 읽는 느낌이다.

이지엽 시인(경기대 교수)은 “김원각 시인의 작품에는 능청거림과 여유가 있다. 빈틈없이 메워서 꽉 짜인 구조가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약간은 비어 있어서 숨어들기 편한 느슨함을 보여준다. 이 느슨함이 그의 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법당에 하필이면 참새가 날아들고 그것이 어쩌자고 부처 어깨에 앉았다. 주지는 그것이 큰 불경인 것 같아 애써 내보내려 하지만 참새는 쉽게 도망가지않는다. 절이라는 곳이 ‘참새’같은 존재, 다시 말해 가난하지만 부처님을 좋아하는 무지렁이 백성들이 사랑하는 곳이거늘 주지는 너무 현실적인 이득을 좇아 돈안되는 중생들을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않는다. <별곡>은 그런 현실을 빗대고 있는 것“이라고 평한다.

산 속 바위 옆에다 엉덩이 까고 똥 누는데

박새 네 마리가 와서 뭐라뭐라 나무란다

미안해 이 바위 일대가

너희 땅인 줄 몰랐다

<미안하다> 전문

설악산 밤하늘에 별이란 별 다 내려와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별들의 수다 소리

두 귀가 시끄러울수록

깊은 잠이 들었다

<설악1박> 전문

   
 
김원각 시인은 스스로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자연과 대화한다. 새와 이야기를 나누고 별들의 속삭임 속에서 잠이 든다. 이지엽 시인은 “김원각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에코이즘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한 초록의 싱싱한 사유와 이 사물에 접신하는 자세가 낮음과 애정과 친근함으로 잘 형상화되어 있다. 말하자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의 삶이 건강한 사유 속에 잘 스며들고 있다. 동시에 그의 작품들은 자연보다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늘 낮은 자세를 견지한다. 자연이 주인이고 인간은 어디까지나 거기에 세 든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풀이한다.

꽃 피는 봄밤에도 낙엽 지는 가을에도

그대에게 보내는 사랑 시 한 편 못 썼네

내 사랑 상처가 많아서

생각 끝이 아파서

<내 사랑은> 전문

사랑은 아낌없이 자신을 내주는 것

김수환 추기경의 이 말씀 들었을 때

몸 달궈 끓여낸 된장

뚝배기가 왜 떠올랐을까

<뚝배기> 전문

어느 시인은 ‘사랑은 싸우는 것’이라 했다. 이를 굳이 인용하지않더라도 사랑하다 보면 상처가 많이 생기고 아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 시인의 아픈 시 행간 행간에 깊게 파인 사랑의 상처들이 보인다. 이지엽 시인은 “김원각 시인은 사랑의 시인이다. 아주 작은 것에도 마음 아파하고 거기에서 마음을 끊어내지 못한다. 아픔을 절감하면서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기에 어떤 시들은 아프다. 아픔에 길들여진 까닭일까? 이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는 힘이 훈훈한 아우라를 만든다”고 단정한다.

시인은 <내 사랑은>에서는 사랑에 “상처가 많아서/생각 끝이 아프다”고 말한다. 순탄치 않았던 삶의 여정 가운데 겪은 사랑의 상처가 시까지도 절필하게 만들었다는 아픈 술회를 하고 있다. 그리고 <뚝배기>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의 말을 인용하여 몸 달궈 끓여낸 된장뚝배기를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 사람 내렸다. 늦은 밤 버스 종점

산비탈 무덤 하나 인생의 종점이다

출발은 떠들썩했으나

종점은 고요하다

<종점> 전문

마치 어떤 죽음의 자화상을 그려낸 느낌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지하다기 보다는 여유롭다. 종점의 고요가 잡힐 듯이 다가온다. 심각한 주제도 김 시인의 끝에서는 숨이 트인다. 시인 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호흡에서다. 시집의 표제작인 <달팽이의 생각>에서도 시인의 이러한 생각이 잘 배어 있다.

김원각 시인은 책 머리에서 “난을 친 묵화 한 폭을 본다. 잎들 중에 한 줄기가 힘차게 공간을 뻗어 올라가더니 어느 지점에서 멋들어지게 휘어져 옆의 공간 깊숙이 들어간다. 비로소 난 잎도 살고 여백 전체도 살아 출렁인다. 난 잎이 시어라면 여백은 시혼의 깊은 울림이다. 흔히 묵화를 여백의 미학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를 달리 불러 ‘단순성의 위대함’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이번에 펴낸 단시조 묶음집의 의의를 설명한다. 

*펴낸 곳-책만드는 집, 정가 9,000원

글 임윤식  k-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경기도 “기획부동산 불법 거래 잡아낸다”
2
‘디네앙블랑 서울 2023’ 개최
3
박형준 특사, 부산박람회 유치 위해 아프리카 3개국 순방
4
노관규 순천시장, 2023정원박람회장 전역 현장 점검
5
울릉군, 日 시마네현 '죽도의 날' 제정 철회 규탄 대회
6
해남군, 대한민국 '김산업 메카'로 등극
7
인천시민원로, '재외동포청' 인천유치 지지 선언
8
2023년 '아오자이 축제' 개최
9
평택시, 2024년도 국‧도비 예산확보 총력
10
[Focus] 최태원 SK회장, '글로벌 ESG' 협업 강화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558) 서울시 중구 마른내로72 인현상가 428호 | 대표전화 : 02-2272-4109 | 팩스 : 02-2277-8959
잡지사업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5 | 등록일 : 1982년 12월 23일 | 인터넷신문사업등록번호 : 서울 아03244
회장: 임윤식 | 사장: 정희돈 | 편집국장 : 정재형 | 편집인 : 조순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재형
Copyright © 2013 오늘의한국.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