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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시계태백의 폐광지역, 한보탄광을 가다
글/사진 임윤식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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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17  15: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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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은 80년대만 해도 45개 탄광에 연간 250만톤의 무연탄을 생산했던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다. 이젠 폐광들만 남아 산업의 변화 현장과 세월의 무상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008년 6월까지 채탄작업을 했던 한보탄광도 그 중의 하나. 한보그룹 정태수 씨가 개발한 한보탄광은 한보그룹이 무너지면서 태안광업이 이를 인수, 태안한보탄광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 때는 연간 53만톤을 생산한 굴지의 탄광이었던 한보탄광. 폐광 당시 이곳에 종사했던 광부는 거의 1,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매장량이 적어지고 작업여건도 안좋아 매년 적자가 누적된 게 폐광의 주요인이다. 탄광작업이 한창이었던 당시 태백의 인구는 14만명에 이르렀으나 폐광이 이어짐에 따라 현재는 5만명 내외로 줄어들었다.

한국사진방송은 지난 4월 17일, 태백시에 거주하고 있는 박병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주선으로 한보탄광 현장 취재기회를 갖게 됐다. 한보탄광은 비교적 최근에 폐광되었기 때문에 갱도 및 탄차 등 시설기자재들이 아직 상당부분 남아 있는 상태다.

   
 
현장에는 녹슨 철관들이 가득 쌓여 있고 주인을 잃은 탄차들 만 할 일 없이 잠자고 있다. 가동이 멈춰버린 공장과 철로의 모습이 을시년스럽기까지 하다.

산비탈 아래 탄광 입구가 서너군데 눈에 띈다. 갱도로 이어진 철로, 그 위로 탄차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줄 서 있다. 과거로 거슬러 돌아가는 완행열차, 지나간 날이 그리워져서일까? 갑자기 필자도 그 열차에 몸을 싣고싶어진다.

박병문사진가의 안내로 갱도 안으로 들어가 본다. 철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어둠 속을 걷는다. 까마득히 좁혀지는 구심 속으로 신기루처럼 불빛이 새어나온다. 어디쯤일까? 갑자기 탱크처럼 거대한 물체가 앞을 가로 막고 헤드랜턴 두 개가 내 시야를 가린다. 탄차에 타고 있는 두 광부, 반갑다. 지금도 다른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고 있는 2명의 지역민들이 석탄차를 모는 장면을 보여준다. 광부 작업복에 장화, 랜턴을 두른 작업모, 얼굴에는 검은 탄가루가 훈장처럼 묻어 있다. 연출이긴 하지만 너무도 사실적이고 생생하다.

   
 
수년전 호주 소버린 힐 ‘금광투어’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금광투어’는 지하 65m 깊이의 금광에 들어가 과거 금을 캐던 흔적을 구경하는 코스이다. 그 옛날 광부들처럼 석탄차를 타고 한 치 앞도 보이지않는 캄캄한 터널 속을 통과하면 지하갱도가 나타난다. 안내원이 광부들의 작업모습을 직접 재현해 보이기도 하고 작업방법 등을 설명해 줬던 기억이 난다.

폐탄광 옆에는 한보탄광관리소가 위치해 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직원을 파견하여 관리 중이다. 광해관리공단의 20명 내외 직원들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지금은 갱내 보수와 함께 폐탄광에서 나오는 유출수를 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한 때 폐탄광을 재활용하여 허브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나왔으나 무산되고, 현재는 태백시가 상공회의소 등 관련단체와 폐광의 관광자원으로의 활용방안을 심도있게 협의 중에 있다고 한다.

2014년 7월 <아버지는 광부였다>라는 제목으로 인사동 경인갤러리에서 개인사진전을 연 바 있는 태백 출신 다큐멘터리사진가 박병문 씨는 그의 사진집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짧은 한탄 /박병문

산기슭에,

엿가락 마냥 길게 드리워진 동네가

"피냇골" 이다.

 

좌, 우,

산으로 겹겹이 쌓여진 이 골짜기에도

발목이 잠길 만큼이나 눈이 내렸다.

 

저녁 무렵,

막장으로 간 남편이 돌아오는 길에

 

혹여,

미끄러져 넘어 질까봐

걱정스런 마음에 빗자루를 잡은 손이

무척이나 바쁘다.

 

쉼 없는 비질에도

얼음판이 된 단단한 눈덩이들은

무게만큼 그리 호락호락 하진 않았다.

 

"석탄은 돈이라도 한 푼 쥐어 주건만

눈이란 놈은 거치적거려 죽겠단 말이야"

속절없는 한탄을 낮게 내 지르며,

 

꽁꽁 언 계단을 빗자루로

쓸어 내려갈 뿐이다.

   
 
박병문 사진가는 그의 작품집에서 “나의 고향 태백, 그 중에서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장성은 그 향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시절, 탄광촌에서 살면서 보고 느끼고 들었던 많은 기억들이 있다. 여기저기 흩어 진 석탄 부수러기들이 냇물과 섞여서 거무내(검은 시냇물)가 되어 흐르던 모습이라든가, 삼삼오오 모여 출근하고 퇴근하는 광부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당시 한국의 어디든, 격랑의 시대를 겪지 않은 곳이 없었겠지만, 태백의 탄광촌은 한층 격렬했다. 찬란했던 거리의 모습과 쇠퇴해가던 거리의 모습이 상극을 이루었다. 너도나도 삽을 들고 탄 푸러 가던 시절, 개가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풍족해서, 뭉칫돈을 들고 서울로 향하는 사람과, 도박이나 술로 몰락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그러나, 빠르게 승승장구하던 태백의 거리들은, 88올림픽 이후, 합리화 정책이란 비명아래 광업소의 문들이 줄줄이 닫히고, 휘발유, 경유 등의 도입으로 줄어든 석탄소비와 함께 순식간에 스러져 갔다. 그러던 중 태백을 잠시 떠나 있었던 나는, 무엇엔가 이끌리듯 그 때의 기억속으로 다시 돌아왔다. 귀향길에서 보았던 것은 떠나간 사람들의 발자취 속에 아직 묻어 있는 검은 탄의 모습이었다. 오래전의 그 기억들이 완전히 사라지기전, 지금 당장 사진으로 남겨 기록하는 것이 내 숙명임을 직감하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태백의 석탄광산의 실태를 보려면 태백시 소도동 166번지에 위치한 태백석탄박물관을 찾아가면 좋다.

동양 최대의 태백석탄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검은 진주라 불리는 석탄이 발견된 시점을 기준으로 석탄의 변천사와 역할 등 역사적 사실을 한 곳에 모아 탄광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교육적 가치가 높은 명소이다.

석탄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부존 에너지 자원으로서 국민생활 연료 공급과 국가 기간산업의 중추적인 역할로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왔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그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그간의 석탄산업 변천사를 한 곳에 모아 귀중한 역사적 사료가 되도록 하고 후세들에게 석탄산업 전반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는 학습장으로 활용하여 석탄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자 1997년에 석탄박물관을 건립하게 되었다.

또한, 태백체험공원은 폐광지라는 지역적 특색을 살려 조성된 체험관광지로서, 현장학습관과 탄광사택촌, 체험갱도 등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어 생생한 탄광체험을 할 수 있다. 태백산 자락에 위치해 태백산도립공원과 연계한 휴가지로서도 손색이 없다. 과거 국가기간산업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현재는 사양산업이 된 석탄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광부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막장사람들의 입갱은 삶의 시작이다. 막장 가득 석탄맥이 존재하는 한 막장사람들의 삶도 이어진다.

폐광된 실제 탄광사무소에 재현된 체험 위주의 현장학습관은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도 석탄생산에 종사한 광부들의 일상과 그 속에서 피어났던 그들의 꿈과 희망을 볼 수 있는 생생한 현장체험공간이다.

철암역두선탄장은 1935년 일제 강점기 총독부에서 최초로 시작한 남한 최대의 무연탄광인 삼척탄광을 개발하였으며 해방후 국가 경제발전 차원에서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대한석탄공사 산하 장성광업소에서 설치하여 현재까지 가동중인 시설이다. 탄광에서 채굴된 원탄을 수요자에게 맞게 선별하고 가공 처리하는 선탄시설로서 60 ~ 70년대 국가 에너지 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우리나라 근대산업사의 상징적인 중요 시설이다. 2002년 5월 국가등록문화재 제21호로 등록됐다.

글/사진 임윤식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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