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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찾아서 떠난 여행
정민경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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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10  12: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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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떨어지는 물줄기를 통해 자신을 놓은 법을 배웠고

두려움으로 인해 가야 할 길을 돌아서 갈 수 없다는 진리를 알았고

떨어질 때는 당당하게 떨어지는 것이 순응이요, 지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누구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혼자 여행을 떠났다.

세상이 온통 푸르름으로 아름다움을 장식하던 날 하동 쌍계사를 향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하는 기쁨과 집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감정은 춤을 췄다. 내 생애 처음으로 주어진 일주일의 시간을 통해 자아 찾기 도전을 성공해서 돌아가겠다는 굳은 결심 하나로 모든 것을 잊기로 했다.

쌍계사에 도착 했을 때 차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차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사람의 손과 정성에 따라 자연의 맛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것은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섬세함과 인내심 그리고 정성이 조화를 이룰 때 만들어 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삶에 얼마만큼 정성을 들이고 살았는지 질문을 했다. 그 답은 열심히는 살았지만 스스로의 삶을 살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늘 주변의 상황에 더 신경을 쓰고, 남이 어떻게 볼까를 기준으로 선택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 채 시간이 이끄는 대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나는 내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살겠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거야.’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며 살아 온 시간들이 그 순간에 강한 반발을 했다.

‘이 세상의 기준은 너야. 넌 두려워서 스스로를 제대로 보지 않는 거야.’

내면의 갈등이 여행 첫날부터 시작되었고, 그 답을 찾겠다는 욕심으로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시골에서 자라 늘 자연과 함께 살아왔지만 그 날의 자연은 더욱 싱그럽고 아름다워 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서 날뛰던 욕심을 슬그머니 사라지게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불일폭포를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예전에 한 번 왔던 곳이라 혼자서 자신감 있게 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연두색

나뭇잎의 색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갓 태어난 여린 생명의 숨결을 담고 있는 듯 했다. 국사암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들자 인적이 없는 고즈넉함과 바람 소리, 새소리만 들렸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로지 태고의 숨소리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와 대화를 하며 불일폭포를 향해 나아가던 중 대나무 숲을 들어섰는데 갑자기 바람 소리가 들리면서 한기가 느껴졌다. 고요했던 마음에 두려움이 밀려 들어왔다. 대나무에 스치는 바람 소리가 마치 곡을 하는 것 같았고, 머리리가 쭈뼛 서면서 무서움이 엄습해 왔다. 등산객 한 사람도 없는 오솔길에서 홀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내가 지금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생각을 했다. 온 몸을 파고드는 두려움과 무서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생각을 했다.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나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눈물이 뿜어 나오면서 이 상황에서 죽어도 나는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불일폭포에 오를 거라는 단 하나의 생각만 하기로 했다. 천근만근 같은 다리로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바람 소리는 더 크게 들렸고 식은땀이 한없이 흘렀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오로지 무서움만 존재했다. 내 육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었다.

두려움. 내겐 숙제처럼 따라 다니던 것을 그 오솔길에서 마주한 것이었다. 내가 선택했는데 실패를 하면 어떻게 하냐에 대한 두려움, 내가 나를 못 믿어서 늘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랐던 두려움. 그 모든 두려움이 그 순간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를 알려고 하지 않았고, 나를 믿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바보 같은 모습을 그 자리에서 나는 똑똑하게 보았다.

오기가 생겼다. ‘그래, 나는 두려움에 묻혀서 한 번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 기어서라도 난 반드시 폭포에 갈 거고, 난 나를 사랑할 거야.’

정말 기었다. 울면서 네 발인 것처럼 기어서 폭포를 향해서 나아갔다. 한 사람이라도 지나가길 간절히 바랐지만 단 한 사람도 지나가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서 쉬지 않고 올라갔다. 두려움은 똑같았고, 이기고 말겠다는 결심도 변함없었다. 돌길도 지나고, 흙길도 지나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장난이라도 치는 듯 끊임없이 나무는 흔들리고, 깊은 산 곳에서 홀로 자신과 싸우며 나아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중간에 작은 휴게소가 있다는 생각이 났다. 그 순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곳에만 가면 사람이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두려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한참을 걸은 후 휴게소 앞에 도착을 했다. 그 순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이곳에 살아서, 제 정신으로 서있다는 것만 감사했다. 마음으로 한없이 ‘감사 합니다’만 반복했다.

시간을 보니 한 시간 거리도 안 되는 곳을 5시간에 걸쳐서 도착한 것이다. 그 5시간 동안 나는 생사를 넘나든 것이다. 그 곳에서 물을 마시고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불일폭포를 향해 나아갔다. 금방 도착을 해서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원하게 내려오는 폭포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김수영 시인의 ‘폭포’를 기억할 만큼 여유도 생겼다.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지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의 물줄기를 보면서 왜 이 곳에 꼭 와야 했는지를 알았다. 주어진 길이 낭떠러지라도 두려움 없이 뛰어 내리는 폭포의 물줄기가 나를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내 것을 잃을까,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나 없는 나의 삶을 살아왔음을 한 번 더 깨달았다. 욕심과 집착에 매여 나를 볼 기회조차 버리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 욕심이 두려움을 만들었고, 내 의식을 탁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자유를 잃고 살아왔던 또 다른 나를 폭포 앞에서 만난 것이다.

폭포를 보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헤맨 그 시간을 통해 내 의지로 현실의 두려움을 이겨냈음을 알았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난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쉼 없이 떨어지는 물줄기를 통해 나는 자신을 놓은 법을 배웠다. 두려움이나 욕심 때문에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돌아서 갈 수 없다는 진리를 알았다. 폭포의 물처럼 떨어질 때는 당당하게 떨어지는 것이 순응이요, 지혜라는 것을 깨달았다.

꽃잎이 다 떨어지고 축제가 끝난 10리 벚꽃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 올 때 내가 누구인지 숙제를 다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나를 만난 기쁨과 두려움을 극복한 당당함으로 힘차게 두 발을 내딛었다.

 

 

정민경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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