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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팔영산쓰나미같은 거대한 바위능선 장관
글․사진 김윤식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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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04  10: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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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정말 치열하고 열성적이다. 팔영산은 전남 고흥, 육지 최남단에 위치한 명산이다. 이 먼곳을 무박당일치기로 다녀왔으니 치열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필자도 아직은 그 부류 속에 있으니 날 보고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10월 8일밤 11시 30분에 사당동에서 출발, 비몽사몽간 다음날 9일 아침 5시 30분경에 팔영산 능가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28인승 리무진 버스를 이용했는데 야간운행이다 보니 기사가 조금 천천히 간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보통 5-6시간 걸리는 거리다.

4시간 30분 정도 산행 후 당일 귀경, 올라올 때는 보성녹차밭에서 출발, 5시간 반쯤 걸렸다. 암튼 11시간 이상 차를 타고 4시간 반 정도 등산했으니 치열하지 아니한가?

전남 고흥에 위치한 팔영산 높이는 불과 608m 밖에 안되지만 바위능선이 가히 작은 공룡능선이라 할 만하다. 용이 몸부림을 치듯, 거대한 쓰나미 파도가 뒤틀듯 암릉의 출렁임이 정말 장관이다.

너무 가파라서 정상적으로는 오를 수 없는 수직암벽들을 철난간, 쇠고리, 철제계단 등으로 등산로를 이어놓았다. 팔영산은 1998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11년 1월 10일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편입되었다.

     
 
   
 
팔영산은 소백산맥이 서쪽으로 향해 지친 듯 기울다가 동남으로 고흥반도를 바라보며 점암면 성기리, 강산리, 영남면 양사리 등에 걸쳐 우뚝 솟아 있는 산으로, 옛 문헌을 보면, 이 산의 이름이 팔영산 이외에도 팔전산(八田山), 팔령산(八靈山), 팔점산(八点山) 등으로도 불리웠다.

산의 정상 8개의 봉우리에는 유영(儒影), 성주(聖主), 생황(笙簧), 사자(獅子), 오로(五老), 두류(頭流), 칠성(七星), 적취(積翠)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팔영산의 유래는 팔봉의 그림자가 멀리 한양까지 드리워져 팔영산이라 이름붙여졌다는 설이 있고, 또, 옛날 중국 위왕이 팔봉의 그림자가 왕의 세숫대야에 비추자, 왕이 이를 상서롭게 여겨 신하들에게 이것이 어디에 있는 무슨 산인가를 알아보도록 했는데, 멀리 고흥반도에 이와 똑같은 산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산 이름에 그림자 영(影) 자를 붙여주었다는 설도 있다.

등산코스는 통상 능가사-유영봉(1봉)-적취봉(8봉)-깃대봉-남포미술관 코스(1코스, 4시간 30분), 능가사-유영봉(1봉)-적취봉(8봉)-탑재-능가사 코스(2코스, 4시간), 능가사-유영봉(1봉)-적취봉(8봉)-휴양림 코스(3코스, 3시간) 등으로 나뉘는데 필자 일행은 이중 2코스를 택하고 깃대봉까지 다녀왔다.

1-8봉의 봉우리 마다 남해바다의 아름다운 전경을 계속 즐길 수 있으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조망된다. 또, 하산 허릿길에는 울창한 편백나무숲이 있어 피톤치드를 마시면서 잠시 쉴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산들 중 남해에 접한 산들은 이상하게도 암릉산이 많다. 영암 월출산, 남해 달마산, 두륜산 등을 올라가 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이들 산 역시 팔영산 못지않게 바위능선이 장관이다. 주작산, 덕룡산도 거의 마찬가지.

백두산, 금강산 및 설악산 용(龍)들이 백두대간을 쉴 새 없이 달려 내려간 후 남해에 이르러 바다를 앞에 두고 한데 모인 것 같은 느낌이다. 팔영산은 가파르기는 하지만 등산로 정비가 잘 돼 있어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별로 위험하지는 않다. 또 천천히 발을 옮기다 보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편이다. 바위능선 내내 남해바다 섬들이 그림같이 내려다 보이고, 우측으로는 드넓은 들판의 해창만 간척지 전경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절경이다.

새벽 5시반 경 팔영산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도착, 간단히 아침식사 및 몸풀기를 한 후 6시반에 산행을 시작했다. 능가사 및 야영장을 거쳐 소망탑 쪽으로 오른다.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인 능가사는 신라 눌지왕 때(420) 아도(阿道)가 창건, 처음엔 보현사라 하였으나 이후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조선 인조 22년(1644)에 중창하면서 ‘인도의 명산을 능가한다’는 의미로 능가사로 개칭하였다.

과거 능가사는 구례 화엄사, 순천 송광사, 해남 대흥사와 함께 호남 4대 사찰로 꼽혔었다고 한다. 현재의 능가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대웅전과 동종 등 2개의 보물과 사천왕문 등 3개의 지방유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능가사는 일주문이 없어 사천왕문이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능가사 대웅전을 돌면 팔영산 능선이 우람하게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야영장 옆 소망탑이 산행 들머리. 소망탑에는 “늘 건강주시고 행복 충만케 하소서. 가정과 나라 위해 희생봉사하게 하소서” 등 장문의 소망 글이 새겨져 있다. 잠시 배낭 및 복장을 챙긴 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초입숲길은 완만하고 호젓하다. 중간에 작은 바위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너덜길도 만난다. 산책하듯 새벽공기를 가르며 걷는다. 능가사에서 1.2km, 약 40분 쯤 오르면 팔영산에서 첫 번째 볼꺼리인 흔들바위를 만난다.

   
 
이 바위는 마당처럼 꼼짝하지않는다고 하여 마당바위라고도 하는데 힘 센 장정들이 밀면 흔들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흔들바위에서 제1봉인 유영봉까지는 600m. 아직까지는 일반 산들과 별 다름없는 숲길이다. 400m, 20분 쯤 더 오르면 능선에 이른다. 좌측으로 유영봉이 우뚝 솟아 있고 우측은 제2봉 가는 길이다.

능선에서 몇 분 좌측 바위비탈길을 오르면 드디어 유영봉 정상(491m)이다. 사방이 트이면서 하늘과 땅이 열린다. 정면으로 고흥군 점암면 들판이 내려다 보이고 뒤로는 우리가 가야 할 제2봉이 거대한 병풍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다. 여자만 바다 뒤로 능선 운해도 절경이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놓은 듯하다.

유영봉이라고도 부르는 제1봉 정상은 평평한 마당바위 모양이다. 표지석이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제1봉에서 보이는 제2봉은 깎아지른 바위절벽. 암벽등반으로 해야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직벽에 철계단이 지그자그로 설치되어 있다. 철계단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제1봉에서 내려와 제2봉인 성주봉(538m)을 오른다. 유영봉에서 볼 때는 꽤 위태롭게 보였는데 막상 올라보니 철계단이 잘 돼 있어 조심 만 하면 별로 위험하지는 않다. 철계단 뿐 아니라 쇠고리, 발받침 등 안전시설도 다양하다.

팔영산 각 봉우리 아래에는 누가 지은 것인지 알려져있지 않지만 각 봉우리들을 상징하는 시판들이 세워져 있다. 제2봉 안부에는 다음과 같은 싯귀가 눈을 끈다.

 

성스러운 명산주인 산을 지킨 군주봉아

팔봉 지켜주는 부처같은 성인바위

팔영산 주인 되신 성주봉이 여기로세

 

성주봉 정상에 오르면 제1봉이 선명하게 내려다 보이고, 제3봉 암릉이 하늘로 올려다 보인다. 생황봉(564m) 역시 가파르다. 암벽 모양이 열아흡 대나무통 관악기 모양새라 생황봉이라 이름붙여진 것 같다. 싯귀는 ‘소리는 없지만 바위모양 생황이라/ 바람결 들어보세 아름다운 생황소리’라 읊고 있다. 태풍이라도 불면 날아갈 듯 생황봉 절벽에 앉아 있는 사모바위가 아슬아슬하다.

생황봉 정상에 서면 발 아래 다도해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적금도를 이어주는 다리도 보인다. 조흥군 영남면과 여수시 이목리를 잇는 이 다리는 적금도-낭도-둔병도-조발도-여수로 이어지는 연도연육교의 일부로 2020년에 완공될 예정이라 한다. 낭도 뒤쪽 섬은 사도(沙島). 2년 전 사도 여행시 멀리 보였던 팔영산 능선이 생각난다.

제4봉 사자봉(578m), 제5봉 오로봉(579m)을 거쳐 팔영산 봉우리의 백미인 제6봉 두류봉(596m)에 이른다. 두류봉 경관은 제5봉인 오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가장 좋다.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자태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웅장하기 그지없다.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 그 계곡안부까지 내려갔다 다시 수직암벽을 타고 기어올라가야 한다. 멀리 철난간을 잡고 정상을 향해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까마득하다. 흡사 나무에 매달려 있는 매미들 같다. 그래서인가? 오로봉을 그린 싯귀에는 최고의 조망터인 오로봉을 ‘무릉도원’이라 읊는다.

 

다섯명 늙은 신선 별유천지 비인간이

도원이 어디메뇨 무릉이 여기로세

5신선 놀이터가 5로봉 아니더냐

 

경관에 취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행과의 간격이 점점 멀어진다. 너무 뒤떨어지지않기 위해 필자 역시 두류봉을 향해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간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라 하지 않았던가?

수직 철난간을 잡고 한발두발 옮기다 보니 어느 새 두류봉 정상이다. 오로봉에서 바라보기에는 아슬아슬한 직벽길이었는데 막상 루트를 타 보니 이곳 역시 철난간 등 안전시설이 잘 돼 있다. 보기보다는 덜 위험한 편이다. 오르는 중간중간 지나온 봉우리들을 되돌아볼 여유도 생기고 바다조망을 즐기기도 한다.

두류봉 정상에는 표지석과 함께 다도해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 등이 선명하게 내려다 보이고, 좌측으로는 선녀봉, 여자만 건너에는 여수의 서이산, 이영산, 고봉산 능선도 실루엣으로 잡힌다. 또, 뒤로는 드넓은 곡창지대인 해창만 간척지가 시원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앞으로 가야 할 칠성봉 조망도 장관이다. 광주 무등산처럼 거대한 입석바위가 첩첩히 겹쳐진 모습이다. 6봉에서 7봉가는 길목에는 석문도 만난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으로 ‘통천문’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다. 이 석문은 돌바위문에 돌을 올려놓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도 전해 온다. 시인은 ‘두류봉 오르면 천국으로 통한다’고 노래한다.

 

건곤이 맞닿는 곳 하늘문이 열렸으니

하늘길 어디메뇨 통천문이 여기로다

두류봉 오르면 천국으로 통하노라

 

칠성봉 정상(598m)에 이르면 해창만 간척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고 8봉 중 마지막 봉우리인 적취봉(591m)이 지척이다. 멀리 팔영산 최고봉인 깃대봉(608m)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칠성봉을 넘어서면 안부쉼터 전망대. 해창만 조망을 즐기면서 8봉 직전 마지막 여유를 찾는다.

 

공룡의 등뼈를 타듯, 거대한 쓰나미 파도를 넘듯 7개의 봉우리를 타고 넘어 이제 마지막 8봉을 오른다. 점점 순해지는 바위능선. 용이 서서히 꼬리를 내리는 형국이다. 거세게 출렁이던 파도도 잔잔해지기 시작한다.

몇 개의 작은 암봉과 철제데크를 지나면 드디어 적취봉 정상. 다시 하늘이 열리고 푸른 바다가 가슴에 안긴다. 나로도, 첨도, 오도, 취도 등 수많은 해창만 섬들이 연꽃처럼 피어 오르고, 간척지의 광활한 들판이 황금물결로 출렁인다.

제8봉에서 팔영산 최고봉인 깃대봉까지는 400m 거리. 거의 평지 수준의 능선을 걷는다. 깃대봉을 찍고 적취봉 삼거리로 원점 회귀, 능가사방향으로 약 1시간 가량 산 허릿길을 돈다. 탑재(1.1km)를 거쳐 능가사까지는 2.9km. 편백림숲을 걸으니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피톤치드 향기가 진하게 온 몸을 휘감는다.

글․사진 김윤식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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