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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정치문화에서 배운다우리도 'Speakers' Corner'를 만들면 어떨까?
글 임윤식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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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13  1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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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시내 중심부에는 하이드 파크라고 하는 런던 최대의 공원이 있는 데 힐튼호텔 건너편 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우측에 '스피커즈 코너(Speakers' Corner)'라는 장소가 있다. 전에는 이곳이 산책로 모서리였었는데(그래서 이름도 '코너'라고 불렀다) 장소는 그대로이지만 지금은 그 코너에 야외카페가 들어서 있고 탁자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이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누구나 세상을 향해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자유롭게 떠들어도 좋은 곳이다. 과거 칼 막스, 레닌, 조지 오웰 등 유명인사들도 이곳에서 자기 주장을 펴거나 연설했다고 한다. 특히 영국 사회당이나 사회주의자 등 소수파들이 이곳을 자주 이용했다. 어쨋든 이곳에서는 영국 여왕을 모욕하는 얘기 만 아니라면 사전허가 없이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고 한다. 어디에도 말을 함부로 하지말라는 경고문이나 주의사항은 없다. 영국의 경우 공원 내에서도 ‘스피커즈 코너’ 이외에서의 시위나 연설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둥근 원형 카페가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스피커즈 코너로서의 장소 역할은 유효하다. 조금 현대화 돼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연설자(마음대로 떠드는 자)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오히려 편안한 느낌도 든다.

필자는 1980년대 후반 직장 관계로 4년간 영국에 산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이곳에 와 보면 가끔 연설자가 떠들고 사람들이 모여서 듣고 있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요즘은 뭔가 달라진게 있는지 이번 여행에서는 오래 머무르지않아 단정할 수는 없다. 여자 한 명이 재미삼아 하는 건지는 몰라도 탁자 위에 올라가 '난 그 남자를 사랑합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면서 한바탕 쇼(?)를 벌이는 장면 만 잠시 목격했다.

   
 
이런 불평불만의 장소가 있어서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어쨋든 영국에서는 시민단체 또는 노동자들의 데모나 정치인들의 장외투쟁이 거의 사라졌다. 정치인들 간 투쟁할 일이 있으면 국회의사당 내에서 한다. 특히 노동자들의 데모가 거의 사라진 것은 대처 수상 재임 이후의 현상이다.

호주에 가도 이와 비슷한 장소가 있다. 수도 캔버라 국회의사당 앞 잔디광장 끝에는 'Reconciliation Place(화해의 장)'라는 곳이 있다. 잔디밭 공터에 무대 모양의 단을 만들어 놨는데 이곳 역시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앞이라 정치적인 주장이 많을 것 같고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호주는 원래 원주민들이 살던 곳인데 영국인들을 중심으로 개척자들이 들어와 정착해서 나라를 세운 땅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원주민과 정착민들 사이에 싸움이나 분쟁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두 부류 간에 '화해'의 필요성이 절실했고, 이를 상징하고 기념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광장이다. 이곳 역시 지금은 영국의 '스피커즈 코너'처럼 국민들이 자유롭게 불평불만을 터뜨릴 수 있는 장소로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광장 옆에는 원주민들의 역사와 삶을 상징하는 각종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또, 정치의 중심지인 국회의사당 바로 앞 잔디밭에는 '원주민텐트대사관(Aboriginal Tent Embassy)'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천막을 치고 지금도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정치투쟁의 중심지인 국회의사당 인근 특정장소에 이런 '스피커즈 코너'를 만들어 떠들고싶은 사람들이 실컷 떠들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면 어떨까? 서울에도 시청앞 광장 등이 있기는 하지만 도심 한 복판이 지나치게 정치적 투쟁이나 시민단체들의 데모 목적 행사장소로 이용되는 게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정치투쟁의 장소로서보다는 문화행사 등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보다 건전한 목적, 즉 ‘시민문화광장’으로 사용하는 게 좋지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겠지만 정치인들이나 시민단체가 시내 한 복판에서 허구한 날 천막농성 등 장외투쟁을 하고, 데모가 끊이질 않는 게 솔직히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현상도 긍적적으로 보면 정치사회가 선진화되는 과정에서의 진통이기는 하지만 근년의 예를 보면 우리나라는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필자는 어느 편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 또는 여의도공원이나 여의도 한강공원 등의 특정장소를 '스피커즈 코너'로 개방하여 자기주장을 하고싶은 사람들이 실컷 자유롭게 떠들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데모도 그곳에서 하고 단식투쟁도 그곳에서 만 할 수 있도록 하면 좋지않을까? 국회는 바로 정치적 입장이 다른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서로 각자의 주장을 펴나가고 그 과정에서 최선의 합일점을 찾으라고 국민이 만들어준 전당이다. 허니 그런 연설이나 주장을 듣고싶은 사람은 그곳에 만 가면 되고, 경찰 입장에서는 관리하기도 쉬울 것 같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교통불편이나 소음공해가 없어져서 좋은 건 물론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정세는 지금 마치 임진왜란 직전 때처럼 일촉즉발의 위기감 마져 든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그렇고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은 막무가네로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군국주의시대를 재현하려는 것 같은 태도를 공공연히 보여오고 있다. 가정이지만, 임진왜란 때처럼 만일의 경우 일본이 눈 딱 감고 국지전으로 독도를 침탈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나라는 군사력에 관한 한 미국 만 믿고 있지만, 일본과 군사분쟁이 붙었다고 할 때 미국이 우리 만을 일방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경제 역시 국내외적으로 어렵기 그지없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무서울 만큼 힘을 키우고 있다. 군사력 뿐 아니라 경제면에서도 이젠 중국을 결코 낮춰볼 수가 없다.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자제품이나 스마트폰 만 해도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기술력도 이젠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리의 주경쟁자는 애플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애플보다 더 위협적인 경쟁자는 중국의 IT 기업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일보 9월 15일자 기사 중 연세대 이호근 교수 기고에 의하면, 지난 2분기에는 창업한 지 4년 밖에 되지 않는 신생 기업인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내수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기존의 스마트폰보다 50% 이상 저렴한 제품을 개발, 정해진 시간에 제한된 물량 만을 온라인으로 완판(完販)하는 ‘헝거 마케팅’ 전략으로 샤오미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한 것이다.

스마트폰 뿐 만이 아니다. 지난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글로벌 전자제품전시회 ‘IFA 2014’에서 중국 TV 업체인 TCL은 세계 최대인 110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 를 선보였다. 그동안 TV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신제품을 내놓던 국내 IT 기업들의 기술력을 거의 따라잡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UHD TV 시장에서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린 중국 업체는 6곳이나 된다고 한다. 아직 1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지만, 2위와 3위는 하이센스, 스카이워스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다. UHD TV 시장이 열린 2012년 3분기까지만 해도 중국 TV 업체 시장점유율은 6.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0%가 넘는다. 지난 9월 19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구글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한 것도 놀랄 만한 사실이다. 상장하자마자 페이스북을 넘어선 것이다.

영국에 와서 들으니 영국 역시 중국인들의 투자로 그나마 불경기를 버티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투자를 받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이젠 다른 나라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필자는 정치평론가나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국내외 정세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민생은 물론 국가경쟁력 및 국가 안위를 지키는 데 힘을 쏟지는 않고 허구한 날 파벌정치나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 만 몰두해 있는 것 같이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들은 작금의 정치투쟁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라고 변명할런지 모르겠지만 민심의 다수는 그렇게 받아들이지않는 게 현실이다.

참으로 조그만 주제인 ‘스피커즈 코너’에서 거창하게 한국 정치의 현실 및 미래를 얘기한다는 게 걸맞지않는 스토리이기는 하지만, 거리정치의 탈출구를 찾다 보니 엉뚱하게도 영국의 스피커즈 코너까지 생각났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쨋든 여야 막론하고, 파벌정치, 거리시위, 단식투쟁 등 구시대적 정치행태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치, 소통하는 정치, 국가민족을 위한 상생의 정치를 바라는 마음이 특히 간절한 시점이다.

 

 

글 임윤식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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