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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향기와 함께 여행 - '정읍편'황현옥 연우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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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09  17: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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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국립공원공단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에 못나가 아쉽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반대로 혹자는 한국의 아름다운 비경을 더 내밀하게 살피는 분들도 점차 늘어나는 것 같다.

필자는 후자로 한국의 아름다운 비경을 찾아 즐기고 있다. 그 중 정읍은 발길을 멈추고 사진 촬영을 하고, 붓을 들어 화폭에 담아내고, 많은 시와 글을 적어내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곳이 참 많다.

연우갤러리의 작품도 감상하고 차를 마시러 종종 오시는 여행작가 김정일 선생님과 전대열 대기자님의 대화 속에 “정읍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실록이 없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 뒤에 우리의 역사와 혼이 숨겨져 있다고 이야기를 뗐다.

2018년 취임한 유진섭 시장이 “약무정읍(若無井邑) 시무실록(是無實錄)”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이 말의 뜻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호남침략을 막기 위해서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 즉 ‘호남이 없었다면 국가도 없다’라고 한 것을 차용한 것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4대사고 중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에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내장산 암굴에서 370일간 지켜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역사를 지켜 낼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이다.

대기자님의 칼럼 중 “황진이, 서화담, 박연폭포 의 송도삼절보다 정읍사 망부상 여인, 동학농민혁명 전봉준 장군, 내장산 단풍의 ‘정읍삼절’이 송도삼절을 능가한다”고 했다. 사회적인 가치 측면에서도 박연폭포는 내장산에 비할 바 못된다.

정읍사는 교과서에 나오는 고문의 대표적 작품이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귀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데를 드데욜세라. 어귀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데 졈그를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이 노래는 백제시대에 유행하던 유일한 가요로 전해져 오며 조선시대 악학궤범(樂學軌範)에 한글로 수록되어 있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지아비가 행상에 나서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지 않아 밤길에 위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절창이 아닐 수 없다. 아내는 결국 그 자리에 망부석(望夫石)이 되었다는 전설과 함께 읽을수록 가슴이 저며 온다.

또한 동학농민혁명은 정부의 가렴주구에 대항한 민중저항운동이었다. 전봉준 장군은 동학이라는 종교를 바탕에 깔고 고부읍에서 궐기하여 삼남을 휩쓸고 전주성을 점령하여 정부와 협약으로 전주 집강소를 설치하는 등 혁명 기치를 성취하였다. 이는 한국 최초 민의를 반영시킨 쾌거였다.

최근 친일 작가 논란을 일으킨 전봉준 장군의 동상 철거 결정에 쾌재를 부른다. 이 결정은 동학의 높은 기개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장산은 비견할 수 없는 천하명산으로서 지금 단풍이 제철로 달려가는 중이다. 조선 8경의 하나인 내장산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산이기도 하지만,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을 임짐왜란으로부터 숨기고 지켜낸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올 가을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내고자 1년 넘게 산속을 유리했던 그 긴박하고 간절한 마음을 느껴보고, 그 깊은 역사를 지켜낸 그 노고에 감사한 마음도 가지고 거닐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문화와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정읍에는 ‘정읍삼절’외에도 가슴 뛰는 이야기가 많다.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생활 끝 옥사한 백정기 의사의 기념관과 한여름 만개한 연꽃을 볼 수 있는 호남 제일의 정자인 피향정이 있다. 정읍을 방문하여 아름다운 비경에 젖어보고 역사를 몸으로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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