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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장애인들의 대부’ 이재현 회장협회 어려움 털고 새 출발 기틀 마련
강호정 기자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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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29  12: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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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아침처럼 침대에서 일어나 대수롭지 않게 화장실로 갔건만, 소변을 보지 못하고 마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대신에, 얼굴과 온 몸이 부어 힘들어하는 상황이 된다면 또 얼마나 놀랄까?

콩팥에 이상이 생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신장에서 걸러줘 방광을 통해 오줌으로 내보내야 할 독소들이 내 몸에 혈관을 통해 온 몸으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이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실제로 신장병 환자들은 이런 일을 매일 겪는다. 그래서 하루걸러 병원에 가서 피를 걸러내는 혈액투석, 집에서 개인이 하는 복막투석 또는 다른 사람의 신장의 이식받는 신장이식수술을 받아야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회장 이재현)에 따르면 신장투석 환자는 계속 증가 추세여서 현재 전국적으로 약 7만여명에서 향후 2~3년 후면 전국에 약 10만명까지도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의 치료 편의와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조직된 곳이 사)한국신장장애인협회다. 지난 1993년 12월 사단법인으로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임의단체에 불과했다.

이후 순탄하기만 하던 협회가 최근 수년간에 걸쳐서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외부적 요인이라기보다는 내부적으로 각종 이해관계에 얽힌 문제들이 표출되면서 급기야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하기를 수차례. 민형사상의 소송전이 줄을 이었다. 장애인단체에 대한 일반의 시선과 마찬가지로, 검경 등 수사기관의 이 협회에 대한 시선 또한 고울 리 없었다. 심지어 한 형사사건의 경우는 지난 2011년 12월 수사개시보고를 내고서 햇수로 4년, 만으로 2년 6개월이 지난 올 5월 23일에야 법원의 1심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이 잘 말해준다.

이제 해당 사건은 협회를 거의 거리로 내몰 뻔했던 허위공증서 사건의 전말을 불완전하나마 밝혀내면서 일단락되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수 있게 했으니 이런 걸 두고 ‘불행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관할 법원에서 가해자측과의 ‘채무존재 여부는 따로이 밝혀라’는 취지로 일부 승소를 이끌어내면서 비로소 협회에 검은 구름이 걷힌 격이 됐다.

 

신장장애인 회원들의 복지와 생활 정착 앞장

한지공예 ‘신우공방’ 재개 뜻 밝혀

 

이재현 회장은 그간의 소송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울 힘이 없으면 얻어먹을 젖도 못 얻어먹을것만 같더라고요”라고 말한다. 다른 장애인들과 달리 오늘 법정 싸움을 하다가도, 내일이면 병원가서 투석해야 목숨이라도 부지하니 어떻게 싸움을 이어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회장은 본래 사욕없이 협회를 수습해온 이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간의 지리한 법정싸움에서 돌아온 탓인지 더더욱 욕심이 없다.

그저 신장장애인들이 치료를 편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다만 그는 협회 위기가 애초 협회 내부, 특히 전직 회장단의 불법적 행위와 전횡이 협회 정상화를 가로막았고, 협회 내부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한 측면이 있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 남은 과제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국 지역협회를 포함한 협회 내부 단합과 결속을 반드시 이뤄가야 한다는 소명같은 것이 그것이다. 또한 협회 소속 회원들의 복지와 안정적인 생활 정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도 그가 반드시 풀어가야 할 과제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신장장애인들에게 집중력은 높이면서 치료효과도 높일 수 있는 <한지공예반> 운영이다. 이미 그는 10여년 전부터 지난 2011년 회장 취임전까지만 해도 한지공예를 신장환우들에게 직접 가르치며 이들의 경제생활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줘왔다. 지금의 중랑구 중화동으로 협회 사무실이 이전하기 전, 협회 부회장 시절 성북구 안암동에서 한지공예전문 ‘신우공방’을 운영해왔던 것. 그에게서 배운 사람들 중에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전국 공예대전 등에 적극 출전시켜 숱한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공예대전 수상자 정도 되면 사범증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공예반을 이끌어왔던 것. 전국적으로 50명 가량이 사범증을 갖고 있다.

 

“1000년을 간다는 한지공예야말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 전통 공예” 예찬

 

장애인 재활을 돕는 ‘장애인 천사’로도 불리는 이 회장의 한지공예 예찬은 끝이 없다.

“나무가 300년 가고, 비단이 500년 간다면 한지는 1000년을 간다는 말이 있죠.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통공예가 바로 우리의 한지 공예거든요. 한지공예를 하다보면 환우들이 자신의 병증을 잊고 몰입할 뿐만 아니라 하루걸러 투석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많은 환우들로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공예를 하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삶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이들도 늘어가는 것을 잘 안다. 동병상련이다.

하지만 실상은 판로가 그리 많지 않다는데 적지 않은 고민이 있다. 이제는 1000만 외국인 관광시대를 맞은 만큼 외국인들이 가장 한국적인 공예품을 보고 사갈 수 있는 길을 열어가는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관광기구 등에서 적극 활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한번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전통 한지공예품을 보고는 그 물건을 사가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더라는 것이다. 그 외국 관광객의 말인즉슨 ‘어느 장인(匠人)이 (이 물건을 사가는) 나를 위해 (그 긴 시간을) 희생해준 것을 생각하니 고마워서 그런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외국 관광객들이 최고로 치는 전통공예품 가운데 하나로 만들 자신이 있고 이것이 한지공예로 사업화를 재개하겠다는 이 회장이다.

때문에 이 회장은 “이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이같은 실질적인 장애인정책, 그리고 맞춤형 장애인정책으로 전환되어졌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장애인단체들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함께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장애인단체 중에서도 ‘비정규직’의 설움을 아시나요‘라는 자조섞인 말을 하죠. 왜냐면 우리 사회가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우선하다보니 장애인단체들에 있어서도 대표적인 내부장애인들이라 할 수 있는 신장장애인들과 신장장애인단체가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으며, 더욱이 등록 환자들도 상대적으로 소수이다 보니 빚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해요.”

10여 년 전 ‘신우공방’ 운영할 때나 지금이나, 신장병에 걸린 후 ‘죽을 목숨 덤으로 산다’는 생각때문인지 주변 장애인들의 재활을 도우며, 또 앞으로도 도와가고자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욕심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긴 세월 병마와 싸우다 보면 신장장애인들은 십중팔구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신장장애 2급으로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에도 부족한 상황임에도 주변 장애인 재활을 돕는 일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그가 있어 같은 병증으로 힘들어 하는 환우들도 힘이 불끈 솟는다고 입을 모은다.

 

강호정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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