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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장안순의 화려한 산책] 재즈(JAZZ)-갈대와 바람나다
김영주 방송작가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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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5  17: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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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고정희의 詩, ‘갈대’ 중에서

   
 

서울 인사아트센터 6층 전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안순 작가의 ‘JAZZ-갈대와 바람나다’전에 다녀왔다. 계절에 참 어울리는 전시였다. 우리는 누구나 흔들리며 살고 있지 않는가? 장안순 작가는 갈대를 통해서 사랑과 삶에 대한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다 답답해질 때면 언제나 달려가고는 했던 순천만의 갈대, 갈대는 언제나 작가를 맞아 춤을 추고, 노래를 들려주고, 詩를 읊어주며 마음을 토닥여준다고 한다. 그런 일련의 산책들이 모여 작업이 되고, 그림이 되고, 작품이 되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바람이 났다. 갈대가 바람이 난 걸까? 작가가 바람이 난 걸까? “바람이 분다, 살아가야겠다.”라는 말처럼, 흔들릴 때마다 늘 삶의 방향을 안내해준다는 갈대와 갈대 작가 장안순, 그의 갈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하 장안순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이번 전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이번에 전시 주제는 ‘Jazz-갈대와 바람나다’로 대작 11미터 20(1500호)에서 소품까지 37점을 전시했습니다. 이곳 인사아트센터 6층은 전라북도 도립 서울 전시관으로 제가 이번에 전시 작가로 선정되어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죽 갈대 그림을 그려왔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1년 동안 준비한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갈대는 흐르는 바람에 따라 춤을 추면서 항상 제게 이야기를 걸어와요. 어느 순간, 갈대와의 속삭임 속에서 우리 감정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즉흥적인 JAZZ의 선율, 소리로 보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감정들을 화폭에 담아봤습니다.

Q. 순천만 갈대를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시다. 갈대를 소재로 삼기 이전에는 어떤 그림을 그리셨는지?

A. 올해로 개인전 19회째, 부스 전시는 31회, 단체 그룹전 500여 회로 정말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줄기차게 달려온 것 같습니다. 한국화 여러 작가님들처럼 실경 산수로 우리 산야의 풍광들 산수화, 금강산(직접 스케치 투어)을 보고 난 감회를 담아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갈대 그림만을 그린 지 10년 만에 201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리고 계속 제 작업에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하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는 그런 작업을 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Q. 그러면 갈대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A. 자연스럽게 그리되었습니다. 흔한 말이지만, “우리 것이 좋은 것,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과 “가장 순천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다, 고로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라는 말에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갈대의 군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되었고 개인전을 매년 1회 이상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가 순천에 거주하고 있잖아요? 작업실도 순천만에서 가깝고, 틈만 나면 갈대를 보러 다닙니다. 이제 갈대가 무슨 이야기를 걸어오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세세한 느낌조차 감지가 되어 즐겁기도 하고, 때로는 숭고한 마음마저 듭니다. 갈대를 세 가지로 표현한 말이 있는데 하나는 서리를 맞은 오전의 햇빛 비칠 때의 갈대를 말하는 ‘은대’입니다. 그리고 점심때쯤 제대로의 모습을 갖춘 갈대는 ‘제대’, 그리고, 오후의 습지의 물기를 그대로 머금은 갈대를 ‘금대’라고 하지요.

   
 

Q. 이번 전시의 특징을 말씀해주신다면?

A. 갈대 그림을 그리다 보니, ‘갈대라는 식물이 어떤 식물인가?’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고, 갈대는 연꽃처럼 물을 정화하는 작용을 하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물을 정화하는 것은 ‘치유’하는 것인데 ‘와! 이것처럼 좋은 소재는 없구나.’ 하고 내가 그린 갈대 그림을 누군가가 보고 마음에 치유가 되고 힐링을 한다면 좋겠다 싶어 마음이 설렙니다. 이곳에서의 전시가 확정된 1년 전부터 준비를 했습니다. 1500호 대작은 150호를 8개 붙여놓은 것인데요, 3개월 정도 걸려 그렸습니다.

입구의 초록색 그림은 물안개를 표현한 것이고요, 이번 전시의 특징은 바람이 불어 갈대가 춤을 추는 모습이 바로 재즈(JAZZ)라는 생각을 하며, 일부러 재즈 음악을 듣고, 그 선율에 맞추어 붓놀림을 했고,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의 연주, 변주를 한다는 생각으로 제 시각과 청각, 공감각을 다 담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림 한 폭 한 폭, 제가 순간순간 만났던 갈대의 형상들을 사진이나 뇌리에 남겨놨다가 그 인상을 그대로 느끼고 화폭에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관람자들도 제 감각과 느낌들에 교감을 해주시겠지 하면서요. 한편으로는 ‘갈대에 스토리를 담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구름과 빛과 공기와 바람, 이 모든 것이 갈대와 교감합니다. 제가 갈대와 교감하듯이 그런 감각을 소리, 시각과 청각을 결합하여, ‘소리를 보다.’라는 느낌으로 작업한 것입니다.

Q. 한국화 작가로서의 자부심, 우리 그림이 어떠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A. “우리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 은사님이신 예술원 회장을 역임하신 고(故) 유산 민경갑 선생님께서 매년 12월 2일을 ‘한국화의 날’로 제정하셨습니다. 올해도 한국화의 날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 모임은 ‘한국화 진흥회’라는 조직으로 저는 호남 지부장을 맡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화가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국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글로벌적으로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전시하고, 기획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 역시 중국 북경과 홍콩 한국문화원, 독일 쾰른 아트페어에 참가해봤는데 갈 때마다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앞으로 유럽 쪽으로 많이 선보여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최근에 2019년 전라남도 문화상 미술부문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물론 상이 다는 아니지만, 작가에게 열심히 하라는 격려가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을 주시는 전라남도 예총에 감사드립니다.

Q. 청와대, 대사관 등에도 장 작가님의 작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요 소장처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A. 청와대, 프랑스 대통령 궁,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700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소장돼 있습니다. 더 분발해야지요. 계획은 전업 작가로서 유럽으로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켈리그라피 하시는 분들에게 ‘먹’을 다루는 방법 등에 대해 알려드리는 특강을 준비하고 있고요, 순천대와 광양 등지에서 학생들과 문화센터 강사로 그림 지도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학생들에게나 제자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시는지?

A. 그림은 변화입니다.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꿈꾸는 것이 그림을 새롭게 하는 창작의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과거의 한국화계나 서예, 문인화 쪽을 보면 대개 어렵게 구축한 자기 스타일을 알게 모르게 그대로 물려주려는 스승들이 많았어요. 제자들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경향이 있기도 했고요.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게 불안하기도 하고, 모험심이나 창의성이 부족한 것이지요. 저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청출어람’하려는 자세가 발전을 가져온다고 봅니다.

   
 

Q. 끝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현재로서는 제 작업에 몰두하는 게 가장 우선이고요, 우리 한국화가 좀 더 다양해지고, 당당한 목소리를 내야 될 때가 왔다고 봅니다. 중국의 경우를 봐도, 자기들의 그림에 자신감으로 넘쳐납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 아트페어나 어디를 가 봐도 서양화가 대세이지요. 세계화에 맞게, 한국적이지만 더욱 다양하고 변화되는 한국화, 그러면서도 한국적이고, 동시에 세계적인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저뿐 아니라 한국화를 하시는 다른 작가님들도 그렇게 작업을 하고 계실 겁니다. 특별히 스승이신 민경갑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 가지로 제게 한국화 작가로서의 정신을 강조하셨고요, 12월 2일 한국화의 날에 세미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갈대 그림에서는 앞으로 꽉 찬 그림보다는 어떤 여백을 강조할지 그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거, 너무 많은 제 작업 일지를 세세히 알려드리는 거 아닌가요? (웃음)

마지막으로, 2007년에 금강산에 다녀온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겨울에 갔었는데 보는 순간 압도되는 그런 기운이 있었습니다. 중국 황산이나 다른 큰 산도 가봤지만, 그렇게 크지도 않은 우리 산이 뿜어내는 정기가 아주 강했습니다.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하여 돌아오는 대로 그려서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를 했는데요, 그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또 한 번 금강산에 가보고 싶습니다. 한국화 화가로서 우리 강산과 우리 자연을 담을 수 있는 게 너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오늘 저를 인터뷰해주셔서 그 또한 감사드립니다.

주소: 전남 순천시 구암길 15(허정한국화연구소)

에필로그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 역시 갈대와 함께 JAZZ 공연을 보듯 뭔가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장안순 작가 역시, 인터뷰 하는 내내 갈대와 마주쳤던 순간순간과 작업할 때의 설렘 그대로를 전달해주려고 실감 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중유화(時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時)”라는 말도 들려주었는데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중에 시가 있다는 말이다. 갈대와 함께 아름다운 선율과 한편의 서정시를 들려주는 것 같은 장안순 작가의 그림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인간의 삶 속에서 녹아져 흐르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앞으로도 갈대의 춤과 JAZZ로 우리 앞에 자주 선보여주길 기대한다. 갈대가 아니더라도, 갈대만큼이나 만(灣)의 여백에 생명을 담을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좋다. 장안순 화백의 작업들이 JAZZ 풍으로 멋지게 연주와 변주를 계속하기를 기대한다. 

김영주 방송작가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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