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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②-초저금리시대] 일본은 20년 전 ‘리츠’에 주목했다펀드 형식으로 대형 부동산에 ‘투자’ 가능
김부성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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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8  13: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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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한 수익률 잘 활용하면 복리효과 누려

   
 

초저금리 시대에 뜨는 투자는 앞서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일본은 1980년대 경제에 낀 버블이 꺼지면서 주택 및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는 한편 금리는 이에 대응하며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가계는 버블붕괴의 트라우마로 투자에 쉽사리 손을 뻗지 못했고 장기간 현금보유 포지션을 취해왔다. 일본 가계 금융자산(약 1700조 엔)의 52%(900조 엔) 정도가 현금·예금에 묶여 있을 정도다(2017년 금융청 통계). 2018년 일본 금융청은 1995년 현금·예금에 묶어둔 돈이 20년 후인 2015년 말 불과 총 1.32%의 수익률밖에 얻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블 붕괴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벗어난 뒤인 2000년대 초반, 일본 가계들은 리츠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리츠는 2001년 9월 도입된 후 올 상반기까지 누적 총수익률(임대소득 등 배당금 재투자 포함)이 326%로, 벤치마크인 토픽스(TOPIX) 수익률의 6.3배에 달한다. 리츠로의 자산 유입도 꾸준하다. 일본 부동산증권화협회·

동경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01년 출범 당시 동경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리츠들의 시가총액은 2600억 엔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엔 16조 4700억 엔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대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 리츠는 비교적 높은 배당수익에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박영호 연금연구센터장은 “20년 이상의 침체로 폐허가 된 자산시장에서 일본 투자자들은 2000년대에 비로소 최적의 투자 대안을 찾았다”며 “양호한 수익률은 재투자를 걸쳐 복리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자산가치를 불리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일본의 뒤를 밟아 이러한 흐름으로 가게 되리라 전망한다. 다만 투자에 앞서 경기 상황을 보고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이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령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는 일본에서 리츠는 주식과 채권 사이의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다만 리먼쇼크 당시엔 부동산에서 발발된 경제위기다 보니 주식보다 리츠의 수익률이 더 낮아졌고, 2000년대 초반에 생긴 IT버블 당시 주식이 폭락했을 땐 리츠가 거의 하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연구원은 “리츠도 주식시장에 상장돼서 운용되는 상품이다 보니 경제 침체기에 들어서면 조심해야 한다”며 선별적 투자를 강조했다.

리츠, 1960년대 미국 첫 도입 후 빠르게 확산

리츠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경우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 대비 리츠 비중은 각각 3.1%와 2.6%다. 한국은 0.04%에 불과하다. 국내 리츠의 미래 성장이 그려지는 지금이다.

리츠는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도입 후 2000년대 들어 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서 부동산 유동화 및 증권화를 위해 빠르게 확산됐다.

1994년 5개 국가에서만 시행됐으나 2018년 말 기준 37개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세계 상장 리츠의 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약 2400조 원), 900여 개의 종목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공모 리츠가 부동산을 매각할 때 양도세 과세를 이연시켜주는 내용의 업리츠 제도를 통해 상장 리츠 시장의 성장을 촉진했다. 미국의 상장 리츠는 247개로 전체 시가총액은 1조 3000억 달러, 이 중 시가총액 100억 달러가 넘는 리츠는 31개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2001년 리츠가 도입된 이후 일본과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2010년부터 일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매수로 부양 효과를 입은 일본 리츠의 시가총액은 1300억 달러, 싱가포르 리츠는 600억 달러 규모다.

일본 리츠는 세전이익의 90% 이상을 결산 시마다 투자자에게 배당하기 때문에 저금리 상황에서 고배당으로 개인투자자의 주목을 끌었다.

싱가포르 리츠도 투자자 친화적인 요소가 많다. 싱가포르는 신뢰도 높은 핵심 투자자(앵커)가 참여하는 앵커리츠가 주를 이루고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크다. 지난해에는 리츠 상장지수펀드(ETF) 활성화를 위해 적용 세금 17%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요즘 들어서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아시아 사무용 건물(오피스) 시장의 호황으로 아시아 리츠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쿄 일대 오피스 공실률이 1%대로 수익이 확대되고 있다. 싱가포르 오피스의 공실률도 8%대로 비교적 낮게 유지 중이다.

이들 국가의 리츠 시장은 장기간 정부 지원과 제도 개편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만큼 개별 리츠의 규모도 크고 시장 데이터도 공신력이 높다.

NH투자증권 김형근 연구원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를 리츠 투자 적국으로 보고 있다”며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주요 리츠 가운데 산업용과 오피스를 섞은 혼합형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비상장 리츠가 96%… 주요국 상장은 90%

국내 리츠는 현재 229개, 약 44조 원 수준의 자산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장 리츠는 5개로 시가총액이 약 8500억 원에 불과하다. 비상장 리츠가 전체의 약 96%를 차지하고 있다.

주변국인 일본, 싱가포르와 비슷한 2001년에 리츠가 도입됐지만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비상장을 중심으로 고착화된 리츠 환경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모 및 상장을 전제로 리츠에 차별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 덕에 주요 도입국의 상장 리츠 비율은 90%를 웃돈다. 그러나 한국은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리츠를 도입했다. 기업구조조정리츠를 위주로 운용됐고, 대기업과 기관투자자 중심의 사모 형태로 시장이 발달했다. 그 만큼 리츠의 대중화는 더뎠다.

해외의 경우 리츠와 부동산펀드의 성격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한국에서는 리츠가 사모 형태로 운용되면서 부동산펀드와 동일한 기관을 상대로 자금을 모집하고 비슷한 성격의 자산을 사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다.

상장 리츠가 발달된 선진국 대비 국내 리츠의 세제 혜택이 크지 않고 설립 인가 및 상장 조건 등이 까다로운 것도 발목을 잡았다.

김형근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사모에 관계없이 기업구조조정(CR) 리츠와 위탁관리(EM) 리츠는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할 경우 법인세가 면제되지만, 자산운용전문인력을 직접 보유하는 자기관리(IM) 리츠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이 없다”고 했다.

리츠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대형 리츠가 필요하다고 봤다. 리츠가 대중화된 일본의 경우 초기부터 대형리츠가 많았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유상증자를 통해서 리츠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졌다. 아울러 정부가 리츠 간 합병을 장려하면서 리츠 대형화가 촉진된 부분도 있다.

KB증권 장문준 연구원은 “리츠가 대형화되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고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수단으로서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며 “더불어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대상으로 매력도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상장리츠들은 설립 초기인만큼 임대료 상승 전망에 따라 배당금 증가여력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장 예정인 리츠들 대부분은 목표 배당수익률을 6%대로 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 4%대인 일본과 미국 대비 배당수익률이 높은 수준이다.

금리 역시 인상 가능성이 낮아 국고채 금리 대비 국내 상장리츠의 배당수익률 차이는 4%포인트로 미국과 싱가포르의 2%포인트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향후 국내 리츠는 대기업 계열 자산운용회사(AMC)를 통한 위탁관리 리츠 위주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국내 상장 리츠의 시가총액은 코스피의 2~3%로 성장할 것이며 자본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동반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도 지원 사격… 대형 리츠 ‘봇물’ 예상

정부가 공모 리츠 활성화에 힘을 싣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절세 혜택 방안을 담은 ‘공모형 부동산 간접 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내년부터 공모형 리츠나 부동산펀드에 5000만 원 한도로 3년 이상 투자한 개인에겐 배당소득을 9%의 세율로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롯데리츠가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흥행에 성공하면 공모 리츠 열기가 한층 뜨거워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농협리츠(예상 공모 규모 1000억 원)와 이지스리츠(2350억 원) 등 공모 규모 1000억 원 이상의 대형 리츠가 11월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리츠는 서울스퀘어빌딩, 삼성물산 서초사옥, 강남N타워 등 서울 유명 사무용 빌딩 지분을 자산으로 삼고 있다. 이지스리츠는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서울 태평로빌딩과 신세계 제주조선호텔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오프라인 유통업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롯데리츠 자산은 모두 오프라인 유통매장으로 구성돼 있다. 매장들이 약속한 임차료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실적이 급감하면 롯데리츠의 배당 가능액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리츠의 지분 가치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지난해 롯데리츠 편입 자산 10곳 중 8곳 매출이 전년보다 줄었다.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담은 1조 원대 공모 리츠로 주목받았던 홈플러스리츠가 지난 3월 상장 계획을 백지화한 것도 대형마트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극복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김부성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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