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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루 미술관 이안욱 도자그림전] 자유롭고 따뜻한 예술의 향기 가득
김영주 방송작가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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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2  14: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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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여름이 그 뒷모습을 보이고, 쓸쓸하게 돌아가려던 무렵, 한 장의 안내장이 배달돼 왔다. 장호원 인크루 미술관 개관 소식. 그리고, 개관 기념 전시회로 이안욱 작가(31)의 도자 그림전이 열린다고 했다. 필자는 이안욱 작가의 부모님과 동문이다. 10여 년 전 동문 모임에 부모님을 따라왔던 스무 살의 이안욱 청년을 처음 봤는데 2015년 첫 개인전을 열고, 이제는 세 차례의 개인전을 열게 된 작가이자 관장으로 변신했다. 다운 증후군이 있는 이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서른이 갓 넘은 지금까지 장호원에 살고 있다. 자신의 고향에 마련된 미술관에서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면서 관람자들을 만날지 비 내리는 가을날, 미술관을 찾았다. (이하 작가의 어머니이자, 매니저, 미술관 일을 도맡아 하는 길일행 실장과의 일문일답)

Q. 개관을 축하드립니다. ‘인크루 미술관’, 이름이 이색적이고 신선한 느낌이 드는데요. 개관 배경을 알려주세요.

A. 인크루’가 인클루시브(inclussive)의 약자로, 포용이라는 뜻인데요, 요즘 나라에서 말하는 ‘포용 국가’라는 말에 담긴 뜻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돌봄·배움·일·쉼·노후라는 사람들의 생애 주기에 예술 활동이 일정한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각오를 담았다고 할 수 있지요.

이안욱 작가는 장호원 이황초교, 부발중, 한국도예고를 졸업한 뒤 여주대학을 다녔어요. 한국세라믹기술원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고요, 2015년에 서울 세덱아트갤러리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 뒤 이천시립박물관(2016)과 제주 KBS 전시실(2018)에서 개인전을 열고 이번 개관 전시회를 열게 되었는데요, 아직까지 작업하는 것을 즐기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작업실 겸 미술관을 만들게 된 것이지요. 이안욱 작가에게는 작업 공간이 되지만,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는 분들과 커뮤니티를 하면서 그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려고 합니다.

   
 

Q. 첫 전시는 이안욱 작가 관장의 작품전인데요, 이번 전시를 소개해주신다면?

A. 이안욱 작가는 도예로 삶의 위안을 얻으며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주류와 비주류, 장애와 비장애를 포용하는 ‘인크루 미술관’을 갈망하고 마침내 실현되도록 추동한 인물이 바로 이안욱 작가이지요. 이번 전시는 새로 그린 작품도 있지만 그동안에 전시했던 작품들을 모두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새롭습니다. 아마 작품들을 보시면 작가가 무엇을 지향하며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의 친구들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또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이안욱 작가는 사람을 좋아하고, 관심도 많습니다. 전시 제목을 ‘내 친구를 소개할게요’로 했습니다.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인사를 드리는 것 같은 제목이지요. 작가의 작품이 곧 이안욱 작가의 분신이자, 친구들이기도 하고요.

Q. 이 작가는 지금까지 세 번의 개인전을 가졌는데요, 작가로서 오늘이 있기까지 여정을 소개해주신다면?

A. 이안욱 작가가 처음 도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중학교 때였어요. 중학교 때 미술체험활동으로 찰흙을 가지고 풀피리를 만들었더라고요. 그리고 집에 와서 그걸 가지고 좋아하고, 이후 찰흙 빚기도 좋아하고, ‘도예’작업에 관심을 보여 도예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죠. 고교 졸업 후 여주대학 생활도예과에 진학했다 중퇴한 뒤 한국세라믹기술원 이천분원 촉탁연구원으로 5년간 근무했어요. 기술원에서 작업을 배우고 실습하면서 도예가 김대훈 선생과 홍창완 선생에게 사사를 했죠.

첫 전시는 이안욱 작가가 세상과 소통했던 작은 몸짓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그때 전시에 대해 “정성을 다해 작업하고 떨리는 선 하나에서 꾸미지 않은 어떤 마음을 느낀다.”라고 도예가 김대훈 선생님이 말해주셨지요. 이안욱 작가는 여럿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기회가 쉽지는 않잖아요? 자연히 고독을 견디는 자신만의 방법을 일찌감치 터득했는데 혼자 있을 때 늘 자기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그리거나 글로 씁니다.

그 첫 번째 전시가 그 ‘외롭고 심심한’ 시간들을 사용한 결과들이기도 했어요. 그때 표현된 아이 같은 사람들은 공포영화를 즐겨 보는 이안욱 작가의 영화 속 주인공 같기도 하고, 마음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기도 했지요.

두 번째 전시는 2016년에 이천시립박물관에서 열렸던 전시인데요, 이때는 한국세라믹기술원 이천분원과 협업으로 디지털 프린트 기법을 활용한 도자타일을 선보였지요. 기존에 해왔던 작은 타일 작업뿐 아니라, 벽화 타일, 조각 타일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이때 도예가 최인규 님은 이안욱 작가의 장점으로 ‘천진함과 자기 확신’을 꼽았지요. “이 천진무구함이 그 어떤 소통의 수단들을 앞지른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온전히 즐길 뿐만 아니라 자신의 표현의 절대적 지지자로 군림한다. 그런 예술가로서의 자신감은 도식화(圖式化)에서도 나타난다.” (‘월간도예’ 2016년 11월 호에 실린 글 중에서)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세 번째 전시는 제주 KBS 전시실에서 열렸는데 저희가 제주에 가서 살다가 왔거든요. 그때 즐겨 그려온 공포 영화 속 주인공과 더불어 제주라는 새로운 환경을 즐기는 일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들을 선보였어요. 초벌 도자에 그린 그림들을 굽는 작업을 계속해왔고 그때 도자 걸개 그림전에는 전체 그림을 다 구울 수는 없어서 조각을 내어 구울 수밖에 없었답니다. 또 그때 흙으로 빚은 12개의 인물상을 선보였는데 그중에는 ‘세월호’라는 작품도 있고, 작가의 관심이 약자들에 대한 깊은 연민에 닿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작품 속의 인물을 캐릭터로 한 컵과 시계에 전사된 연작도 출품했었고요.

소설가이자 화가인 이제하 님은 “색감은 세련되고 구도는 빈틈새가 없다”라며 이안욱 작가의 작품을 교향악에 비유해주기도 하셨습니다.

   
 

Q. 직접 보니 장애를 뛰어넘는 대단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속도는 느릴지라도, 작가의 예술혼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인쿠르 미술관과 함께 할 커뮤니티 ‘도깨비장난’도 소개해주시죠.

A. 이안욱 작가가 공포영화 주인공을 좋아한다는 얘기 들으셨죠? 그중 ‘주온’시리즈를 특히 좋아하는데요, 주온에 나오는 귀신들은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다가 끝내 죽임을 당해 원혼이 된 귀신입니다. 가만 보면 귀신에 대한 연민과 호기심이 작가가 ‘주온’시리즈에 빠진 이유가 아닐까 하는데요. 우리 도깨비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도깨비’는 순하고 우직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만, 겁이 많고, 따돌림을 당하면 화를 내고, 때때로 어수룩하기까지 한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을 닮았잖아요? 이 도깨비들의 엉뚱한 장난이 곧 예술이란 놀이에서 비롯된다는 진리를 상기시키지요. 게다가 설화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신통력 있는 도깨비들이 주류사회로부터 소외된 청년들일 것이란 민속학자들의 견해는 무릎을 치게 했습니다. 앞으로 커뮤니티 ‘도깨비장난’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어느 누구도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데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모여 그 활동의 범위를 더 넓혀가려고 합니다.

Q. 오늘 벌써 세 잔째 이 작가가 제게 커피 대접을 해주었는데요, 이 작가가 차를 타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미술관 안에 작은 카페도 마련해뒀는데 미술관에 오면 이 작가가 직접 커피를 만들어주나요?

A. (웃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 이안욱 작가가 차를 타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취미를 살려 미술관 안에 카페를 마련한 거예요. 이 작가는 늘 정성 들여 차를 타서 마시고, 사람들에게 건네기도 합니다. 항상 타준다는 건 약속드리지 못하지만, 조금 느리고 서툴러도 느슨한 휴식과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건네줄 것은 분명해요. 오늘 확인하셨잖아요?

   
 

Q. 앞으로의 계획 한 말씀?

A. 이 작가의 전시가 끝나면 안홍범 사진작가의 전시가 마련될 예정입니다. 장호원에 이렇다 할 미술관이 없는데 ‘인크루 미술관’이 지역 커뮤니티와 문화·예술 활동의 메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안욱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여러 학생들이 와서 미술 작업을 체험하는 공간이 되고, 미술관 관람과 함께 갤러리 대관도 해 줄 계획이에요. 누구나 친근하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에필로그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이안욱 작가 관장은 계속 갤러리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차를 내어오고, 도록을 챙겨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포영화 비디오테이프와 즐겨 읽는 만화책을 가져와 보여주었다. 미술관 얘기와 동시에 이안욱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취재 당일뿐 아니라 관장님답게 매일매일 미술관에 나와 둘러보고,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손님이 오면 사람 수만큼 차를 준비해서 내어온다는 것. 그리고, 이 관장의 손에는 늘 펜과 종이가 들려져 있다. 작업 외에도 심심할 때마다 뭔가를 끄적이거나 그린다는 것. 미술관에는 두 개의 화병이 있었는데 그것도 인크루 미술관 개관 후에 심심하다며 뚝딱 빚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이안욱 작가를 처음 본 게 갓 스물이었는데 벌써 십 년이 흘러 서른을 넘겼다. 그래도 그는 아직 젊다. ‘인크루 미술관’은 젊은 아티스트 이안욱 작가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있다. 따뜻하고, 창의적이며, 자유로운 분위기가 ‘예술의 힘’을 느끼게 한다.

이안욱 작가의 전시를 시작으로 계속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포용’의 뜻을 지닌 미술관의 이름처럼 ‘인크루 미술관’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이 펼쳐지고, 느슨하면서 달콤한 휴식과 따뜻한 위로의 마음, 자유롭고 따뜻한 예술의 향기가 항상 흘러넘치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원한다. 

김영주 방송작가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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