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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윤기묘자 작가] “생명 중심 융합주의자가 세계 리드할 것”2019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프랑스국립예술 살롱전 초대작가
박관식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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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7  13: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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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가치는 생명력에 있는 것이고, 그림의 생명력은 감동력에 있습니다. 보는 사람의 감성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면 그림의 생명력과 함께 합니다. 그림 작업을 하는 데 혼을 불어넣는다면 진실은 통합니다. 그래서 굳이 화려한 색을 쓰지 않아도 분명히 생명력이 있고 감동을 전해 줍니다.”

지난 7월 3~9일 서울 종로구 피카디리국제미술관 2층 전시장에서 전시회를 가진 서양화가 윤기묘자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데 충분했다.

미술 작품 전시회를 수없이 접한 기자도 윤 작가의 작품을 처음 대하는 순간 시선이 멈칫할 만큼 긴장감을 전해 주었다.

틀에 짜인 각본대로 그림을 그리는 정석(定石)의 작품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색깔을 갖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그만큼 여러모로 다양한 필요충분조건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유빈문화재단과 국제앙드레말로협회가 주최한 이번 ‘유럽·아시아 작가와 함께하는 피카디리국제아트페어’전에서 선보인 윤기묘자 작가의 작품은 전시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특히 여성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야누스의 사랑과 고뇌, 그리고 해탈」, 「푸에르토리코의 슬픔」, 「와인잔을 든 박커스의 여인」, 「생명의 시원지 백두 - 이브를 낳다」등은 윤 작가의 대표작으로 산고(産苦)의 고통을 느끼는 임산부를 대변하는 듯했다.

   
▲ 설야 백두천지 씨름.

기묘한 기인 혹은 도인

윤기묘자 작가는 그의 이름에서도 우연히 찾을 수 있듯이 ‘기묘한’ 기인이며 도인이었다. 언뜻 첫눈에 봤을 때 상대가 꾸미지 않은 행색을 보면 으레 얕보게 마련이다. 그러나 윤 작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숨겨진 그의 깊은 융합주의적인 사고를 발견하고 나면 스스로 꽁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은 자고로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물론 화가들이 대부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이들이 상당수이긴 해도 윤 작가는 유독 그에 대한 고독과 우수가 짙어 더욱 그렇다.

윤기묘자 작가는 자신을 일컬어 ‘생명 중심 융합주의자’라고 했다. 사실 ‘융합주의자’라는 단어는 그만의 신조어이므로 이것 또한 기인적인 생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둘 이상의 사물을 서로 섞거나 조화시켜 하나로 합함’이란 뜻의 ‘융합’을 이용한 단어로 쉽게 이해될 듯하지만 그 심연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윤기묘자 작가는 “창조는 굳이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이 세상은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전부 너는 너, 나는 나 하면 이 세상에 평화가 올 수 없다”며 “결국 생명 중심으로 융합해야 한다. 앞으로 생명 중심 융합주의자가 세계를 리드해 나갈 것이다. 생명만 소중히 한다면 나머지는 모두 포함된다”고 어렵게 화두를 꺼냈다.

윤 작가는 남성과 여성의 음부를 한 몸에 그린 파격적인 작품 「야누스의 사랑과 고뇌, 그리고 해탈」에 대해 “이 시대는 정체성에 혼란이 와 있다. 우리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며 “고뇌를 극복하다 보니 자기가 깨달음을 안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가 많은 고난을 겪고 있지만 나쁘게 보면 나쁘지만 좋게 보면 그 고뇌 꺼리 때문에 인류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좋은 기회로 삼자는 뜻을 그림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야누스의 어원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수호신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문에 앞뒤가 없다고 생각해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결국 모든 작품에 그만의 심오한 철학을 담아낸 것이다. 사실 이런 그림 속의 의미는 작가가 알려주지 않아도 관람객이 인지해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평론가들은 그 인지력의 쉽고 어려운 강도가 작품성을 평가하겠지만 윤 작가는 그에 대해 무관심하다.

   
▲ 백두천지 결투.

어린 시절부터 돋보인 그림 실력

윤기묘자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방법은 평범하지 않다. 사실 윤 작가의 그림을 처음 대면하면 곧바로 이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석적으로 유화나 수채화 물감을 이용하는 작가들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제법 많다.

윤 작가가 즐겨 쓰는 그림은 점묘화법이다. 그것도 12가지 색의 유성 네임 펜으로 점을 찍는 고통스러운 인내력이 필요한 작업을 한다. 하지만 이 12가지 색을 조합하면 무수한 색이 나온다는 것. 이 또한 융합주의자를 상징한다.

윤기묘자 작가는 “이런 작업은 너무나 힘들다. 수백만 번 점을 찍어 표현하는 것으로 체력이 달려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낸다”며 “300호인 백호 작품은 하루에 1~2시간밖에 안 자고 15일 동안 작업해 완성했다. 만약 이를 다른 작가들이 작업을 했다면 1년 이상은 걸렸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윤 작가의 비밀은 그의 어린 시절을 들으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릴 때의 추억이 듣는 이로서는 소설 같지만 당사자로서는 여간 아픈 것이 아니다.

박수근 화백이 타계한 1965년 5월 6일에서 정확히 보름 지난 21일 태어난 윤기묘자 작가는 어머니가 풀만 먹어 참혹할 만큼 몸무게가 적은 미성숙한 아이였다. 결국 죽을지도 모른다는 염려로 지켜보다가 6개월이 지나서야 체중이 3Kg가 넘어 그제야 출생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윤기묘자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5살 때부터 그림을 곧잘 그렸으니 어느덧 50년이 됐다고…. 초등학교 때는 돈이 없어 사생대회에 그림을 출품하지 못했다. 그때는 남이 버린 크레파스 조각을 주워 비벼 그렸다.

중학교 때는 미술 선생이 작품을 안 내보냈다고 했다. 그 당시 미술 선생님의 성함이 서금희였으며 얼굴이 무척 예뻤다고 기억까지 할 정도이다.

그런데 아끼는 제자의 작품을 왜 출품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중학교 미화부장을 맡고 있던 그의 그림이 사진으로 착각이 될 만큼 너무 뛰어났던 탓이다. 화가가 그리거나 선생이 그려 줬다는 오해를 받을까 싶어 아예 포기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훌륭한 제자를 키우는 것은 그만큼 훌륭한 스승이 숨어 있는 법이다. 미술 선생은 중학교 3학년 때 그를 미술반으로 데려가 데생을 시켰지만 이미 초등학교 때 많이 한 탓에 겉돌고 딴짓을 했다.

선생이 갖다 주는 숯으로 누드화를 그리거나 토르소 석고상에 먹칠을 해도 선생은 그걸 가져다가 씻고 몰래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행동은 곧 그의 숨겨진 천재성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 이후 성장한 그는 군대를 다녀온 후 막노동을 하며 유화를 그렸지만 물감이 너무 비싸 28살 때부터 다시 연필과 크레파스로 귀환했다.

윤기묘자 작가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인사동 길바닥에서 그림을 그려준 노상화가로는 마지막 인물이다. 그는 달마도, 예수님, 초상화 등 그림을 닥치는 대로 그려 줬다. 돈을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안 주면 받지 않았다. 어떤 스님은 달마도를 사가면서 낙관을 찍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당시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도움을 준 조선대학교 미술대 조규춘 교수는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분이다. 광주 길바닥에서 그림을 그려 팔고 있던 그를 발견한 조 교수는 그림을 사주고 식당에 데려가 밥을 사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자비로 그의 개인전을 9번이나 열어준 은인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성을 일찍이 알아채고 도와준 셈이다.

   
▲ 금강 택견 무.

상상 초월한 작품 다수

결국 그동안 틈틈이 그림을 그리다가 쓸데없는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해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가 7년 전부터 파랑 유성 펜 한 뭉치, A4 한 박스만 가지고 지리산 등지의 토굴로 들어가 신문지 모자이크 작업과 청백화만 고집했다. 산속에서 점묘법으로 수도하며 석가를 많이 그렸다.

그러나 윤 작가는 불교와 기독교를 가리지 않고 초월해 오로지 생명만 중시할 뿐이다. 오로지 아무 생각 없이 초인의 경지로 손이 가는 대로 그렸을 따름이다. 그래서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이 부지기수이다. 어려운 환경으로 그림을 보관하는 것이 어려워 분실하고 파손된 작품도 상당수이다.

예수의 가시관과 부처를 그린 작품 「푸에르토리코의 슬픔」은 잘못 알려진 감옥소에서 만난 아버지와 딸의 슬픈 수유(授乳) 장면을 상상한 것. 사실은 루벤스의 그림 「시몬과 페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그 작품과는 전혀 별개로 이질적이다.

「부처의 마지막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Buddha)」은 부처의 성불 직전 마왕 순파가 자신의 딸들을 보내 보석을 치장하고 홀딱 벗은 몸으로 춤을 추는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돈밖에 모르는 아내를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헤라클레스」란 작품은 윤 작가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회상하는 듯하다.

윤 작가는 『채근담』의 “심체광명(心體光明) 암실중유청천(暗室中有靑天) 염두암매(念頭暗昧) 백일하생려귀(白日下生廬鬼)”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이른바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으며, 생각하는 머리가 어두우면 대낮에도 도깨비가 나타난다.”는 뜻으로 그의 좌우명 같은 구절이다. 이를 바탕으로 달마의 형식을 빌린 그림이 「자화상」이다.

14박15일간 물만 마시며 그린 300호 그림인 「해동성군 백호」는 그려서 꽃집에 맡겼는데 어떤 사람이 30만 원만 주고 가져가는 바람에 행방불명이 되었다.

「생명의 시원지 백두 - 이브를 낳다」는 모든 인류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이브를 우리 민족으로 생각하고 그린 작품이다. 생명중심 융합사상을 강조한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보다 더 특별한 작품도 숨겨져 있다. 이는 「설레는 가슴으로」란 그림으로 칼로 화폭의 한 면을 오리면 속의 누드가 보인다. 구입하는 사람만 작품 속의 알몸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셈이다.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발상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초대작가

윤기묘자 작가는 광주교육대학교 음악교육학과를 중퇴한 특이한 경력이 말해 주듯이 평범하지 않은 작품을 선보인다. 그동안 9회의 개인전을 연 윤 작가는 제26회 한국미술국제대전 특선, 2019년 피카디리 앙뎅팡전 특선에 이어 2019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프랑스국립예술 살롱전에 초대작가로 초청받았다.

오는 12월 12~15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카루제홀에서 전시하는 이 작품명은 「미륵 부처로 다시 오신 예수 그리스도(The second comming of Jesus chryst As the Mytreya Budda)」이다.

프랑스 국립예술살롱전은 프랑스국립예술협회가 주최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후원하는 전시회이다. 이번에 심사위원들의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면 단숨에 유명 작가 반열에 오를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윤 작가는 “6년간 수도하면서 석가를 많이 그렸다. 석가는 3천년 선배이면서 고행도 선배이다. 부처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같이 수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종교보다 건강과 생명을 존중한다”며 “이 작품은 쌍둥이 그림으로 똑같은데 컬러보다 청색 작품이 선정됐다. 형상은 미륵인데 모습은 예수로 손발의 못 자국에 피가 흐른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프랑스에서 전시될 윤 작가의 작품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 자못 기대된다.

박관식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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