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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박경서 회장] “생명을 살리는 인도주의 사업 중점 전개”재난안전의 전문성 강화와 남북 교류 협력사업 추진에 박차
정재형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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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1  15: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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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제29대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대한민국 ‘인권의 얼굴’로 불린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인 박 회장은 대한민국 인권대사,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장, 유엔 인권정책센터 이사장 등을 지냈다. 박 회장과 인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국장으로 18년 동안 활동한 박 회장은 WCC 국장 자격으로 28차례를 포함해 총 29차례 북한을 방문했으며, 1992년 1월에는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박경서 회장은 여건이 조성되고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직접 방북해 이산가족 문제와 인도적 지원, 협력사업 등을 풀어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Q. 이산가족 화상상봉의 기대가 컸는데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 한미워킹그룹회의에서 이산가족 화상상봉 상설화 합의라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화상 상봉, 영상 편지 교환 등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있습니까?

A.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 이후, 후속 조치로 고위급회담에서 11월에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아직 회담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는 화상상봉 및 영상편지 교환 사업을 위한 준비를 차근히 해오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북측과 논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이 조속히 이뤄져 고령 이산가족들께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고,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입니다.

Q. 남북관계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적십자사의 그간 성과는 무엇인지요?

A. 북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어 인도적 지원이 어려웠을 때에도 대한적십자사는 국제적십자사연맹을 통해 북한 홍수 이재민과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특히, 2018년에는 인도적 지원 규모를 확대해 북한 폭염, 태풍 솔릭 피해, 영유아 대상 영양 지원 사업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국제적십자운동 네트워크를 통해 기초 의약품 및 의수족 지원 사업, 물과 위생 사업 등 보건의료분야를 중심으로 북한적십자사와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여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그간에 중단되었던 ‘남북 청소년적십자 나무심기’와 ‘우정의 선물상자 보내기‘ 사업을 재개하여, 남북 청소년적십자 간 교류활동을 활성화시키고자 합니다.

   
▲ 제21차 이산가족상봉.

Q. 남북관계가 많은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는데 올해 남북관계 돌파구는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더불어 북미회담에 거는 기대와 전망을 듣고 싶습니다.

A.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서 2018년과 비슷한 기조의 남북, 북미 간 관계 개선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2019년 상반기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협의가 이루어지면 다소 주춤했던 남북 관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2018년 남북 간이 합의한 사항들을 이행하고, 신뢰를 다지면 쌍방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북미 정상회담 전후에 이루어져 내실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남북관계를 한층 발전, 확대해 나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취임하신 지 1년 5개월이 되었습니다. 취임 초부터 한반도/동북아 인도주의 공동체 건설을 대한적십자사의 새로운 목표로 제시하고 쉼 없이 달려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과 대한적십자사가 그리는 인도주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지요?

A. 한반도 인도주의 공동체 건설은 남과 북의 평화 공존(Peaceful Co-existence)정착의 실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평화는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라는 빌리브란트 전 독일 수상의 말처럼 지금 한반도의 모든 현안에 평화가 가장 우선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인도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진정한 항구적인 평화와 화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Q. 2019년 대한적십자사가 역점을 둔 사업은 무엇입니까?

A.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독립 운동 부상자 구호와 지원을 위해 대한적십자회를 설립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간호원 양성 등 나라와 민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적십자 선배들의 얼을 계승해서 2019년도 주어진 시대적 역할과 사명을 더욱 더 충실히 이행해나갈 것입니다.

특히, 생명을 살리는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전개하면서 재난 안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기초보건 의료 지원 등 남북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교류협력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선진적십자사로의 도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을 정비함으로써 독립적인 국제특수 기구로서 적십자의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합니다.

   
▲ 2018년 제10차 국제적십자연맹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

Q. 취임사에서 선진국형 적십자사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선진(先進) 적십자사’의 궁극적인 모습은 무엇입니까?

A. 스위스에서 18년, 독일에서 7년을 살았습니다. 작은 아들은 스위스에서 유치원부터 다녔고, 큰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다녔습니다. 아이들에게 적십자를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어봤을 때 적십자의 위상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모든 국민들이 적십자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남다르고, 각종 적십자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의 위상을 선진국형 적십자사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초중고 교과 과정에 자발적 헌혈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교과 내용을 필수사항으로 해야 하며, 국내외 각종 재난재해 분야에 대한적십자사의 역할과 책임을 원활히 이행할 수 있도록 역량과 재원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Q. 국민들이 적십자하면 떠올리는 것이 헌혈, 이산가족 등 대북 지원 등일 것 같습니다. 대한적십자사가 국제적십자운동의 일원임을 알고 있는 국민들이 많지 않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국제적십자운동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시겠습니까?

A. 국제적십자운동은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를 가진 인도주의 운동체입니다. ‘전쟁터일지라도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이념에 의해 탄생한 191개국의 적십자사와 적신월사, 그리고 196개국이 가입한 제네바협약은 인간존엄성 존중의 실천이라는 인도주의 운동의 실제적 근간입니다. 대한적십자사를 포함한 전 세계 적십자사와 적신월사는 인도주의 분야의 정부의 보조자이자 국제적십자운동의 구성체로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국제적십자사연맹(IFRC)과 함께 15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도주의라는 하나의 가치를 지켜왔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 국장과 아시아 정책위 의장을 역임할 때 르완다, 스리랑카, 미얀마 등 분쟁 지역과 북한을 지원하면서 IFRC와 일을 하였고, 대한적십자사의 29대 회장이 되면서 적십자와의 인연은 더욱더 깊어졌습니다.

   
 

Q. 적십자회비 지로용지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적십자회비 필요성 등 적십자회비 전반에 대해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 자리를 통해 이야기해주십시오.

A. 적십자회비는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 전상자들의 구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되어 약 70년 동안 지속되어온 대국민 모금 활동입니다. 국민들의 자율적 참여로 모금된 적십자회비는 뜻하지 않은 재난을 당하거나 경제적 고충, 질병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외 이웃들의 지원 등을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모금위원인 공무원 혹은 이·통장들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적십자회비 참여를 독려하였으나, 2000년부터 지로 모금방식을 취하여 자율성을 강화하였으며, 현재 개인별 가상계좌 부여, 간편 결제 도입 등 참여방법의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적십자회비 등 모금의 활성화를 위한 투명성 강화의 일환으로, 비영리 기관 중 최초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였고, 모금단체 중 유일하게 국정감사, 보건복지부감사, 외부회계감사 등을 통해 기부금 집행의 투명성을 검증받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지금 세계가 원하는 젊은이의 상은 절대적으로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입니다. 1등을 했다고 뽐내는 사람? 그런 사람은 금방 고꾸라집니다. 자기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금방 나오기 마련입니다. 저는 늘 제자들한테 “허례허식에 빠지지 마라, 거품을 갖지 마라, 일회성 이벤트를 하지 마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깊게 사고하고, 정직하게 살며, 겸손하라”고 주문합니다.

특히 여성과 남성, 보수와 진보, 신구(新舊) 세대 간의 갈등이 빈번한 우리나라에서는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브릿지 즉 교량(between) 역할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많아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청년들이 한국의 울타리를 뛰어 넘어 세계의 눈으로 스스로를 성찰하고 제 3의 길(beyond)을 모색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가기를 바랍니다.

정재형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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