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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사 이범교 교수] “고전을 읽으면 생각이 깊어져요”<삼국유사> <밀교> 해설서 등 출간하며 꾸준한 연구와 강의에 평생을 바쳐오다
박관식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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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6  11: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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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좌의 주제는 희생과 봉사정신입니다. 그런 주제를 감추고 있지만 실제 인문학 속에 녹아 있는 부분이지요. 제가 강사료를 일절 받지 않는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입니다. 스스로 직접 몸으로 실천해야 다른 사람들이 따라하지요.”

이는 인문학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범교 교수의 말이다.

이범교 교수는 2010년 포항 지역에 ‘일월문화원’을 설립해 인문학 강좌를 열어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장본인이다.

현재 이 교수가 강좌를 하는 곳은 경주 ‘문화와 사람들’(유석봉 회장), 포항 ‘일월문화원’(김혜경 회장), 울산 ‘울산문화아카데미’(이상도 이사장), 서울 ‘서울문화아카데미’(김경태 이사장) 등 4개 지역이다.

이범교 교수가 맡고 있는 강좌의 수강생은 150여 명에 달할 만큼 열성 팬들이 많다. 심지어 8년 전 처음 개강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참석하는 고정 청취자가 30여 명에 이른다. 바로 이 점이 그의 ‘희생과 봉사정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교수의 경력은 인문학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특이하다. 경북 봉화 출생의 그는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인재개발원 기술교육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대학 재학 때 사서삼경과 불교, 법률, 경제학 서적 등을 탐독하는 등 인문·사회과학에 심취했다. 그때는 대학 진학 후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과를 바꾸기가 쉽지 않았던 시대였다.

   
▲ 이범교 강사의 강의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일월문화원 김혜경 원장.
   
▲ 서울 지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서울문화아카데미 김경태 이사장.

1979년 포항제철에 입사한 그는 20년 만에 오로지 삼국유사 해설서를 쓰기 위해 사표를 냈다. 생계는 초등 교사인 부인이 맡았다.

이범교 교수는 “연수원은 마이너가 가는 곳이다. 연수원에 근무하며 인문학과 심리학 등을 접하면서 시범 강의도 했다. 실습 기자재를 사들이는 데 100여억 원이 투입된 연수원의 기술교육센터는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최첨단 기자재가 현장과 매치가 안 됐다. 현장 문제를 가져와 교육하자 여러 가지 문제가 걸려 회사에 누를 끼치겠다 싶어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아내가 교사이다 보니 겁이 없었다”고 웃어 보였다.

그 후 그는 삼국유사(三國遺事)를 공부하면서 2004년 두 권짜리 <삼국유사의 종합적 해석>(민족사)을 출간했다.

공학도 출신이 삼국유사 해설서를 펴낸다는 자체부터 획기적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전공도 아닌 무명의 필자가 원고를 출판사에 갖다 주자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지만 불교서적을 많이 내는 민족사의 윤재승 대표는 출신 성분도 묻지 않은 채 원고만 보고 출판을 승낙했다.

이 책은 현재 4쇄까지 찍을 정도로 독자층이 제법 형성돼 있다. 결국 전공만 보고 출판을 거부한 출판사 대표들은 그만큼 안목이 없는 패배자(?)들인 셈이다.

   
▲ 이범교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이범교 교수는 “삼국유사의 해석은 한문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행간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삼국유사는 사상, 정치세력, 종교의 통합을 강조한 훌륭한 고전이다”며 “의미가 드러나는 것보다 상징성이 있는 고전을 읽으면 생각의 깊이가 달라지고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삼국유사의 종합적 해석>은 독특한 편집으로 되어 책을 넘기면 오른쪽에 원문이, 왼쪽에는 원문 해석이 실려 있다.

어려운 한자의 음과 훈이 원문 옆에 달려 있고, 해석 아랫부분에는 옛 지명이나 등장인물 등을 설명하는 주석이 있다. 복잡한 대목에는 관련 사진과 도표, 지도, 삽화 등을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 이범교 교수가 펴낸 밀교 해설서.

이범교 교수는 “1997년 삼국유사의 해설서 출간을 결심했다. 어느 사상가의 책을 읽다 ‘삼국유사와 동경대전의 역주를 다는 것이 꿈’이라는 대목을 보면서 비롯됐다”며 “얼마나 어렵기에 그 정도인가 하는 호기심이 생겨 삼국유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2001년 경주박물관의 삼국유사 강좌에 등록해 공부하며 책 쓰기를 시작했다. 포항 시내의 친구 사무실 한쪽을 얻어 집필실로 사용했다.

강좌를 듣거나 현장 답사로 경주에 가는 날 말고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집필에 몰두했다.

고려 충렬왕 때 보각국사(普覺國師) 일연이 저술한 <삼국유사(三國遺事)>는 삼국시대의 역사와 설화 등을 담은 국보급 사서이다. 그러나 이를 정독한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책을 읽으면 대부분 실망해 몇 쪽 읽지도 못하고 책을 덮어버린다. 오래된 책의 내용도 어렵지만 언뜻 보면 허무맹랑한 소리를 잡탕으로 엮었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 이범교 교수가 펴낸 삼국유사 해설서.

이범교 교수는 “그러나 허무맹랑한 귀신 이야기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거룩하고 성스러운 우리 조상의 삶을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한 것이다.”며 “비빔밥식 편집인 듯 보이는 것은 일연 대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행간에 숨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국유사에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뒤지지 않는 주옥같은 신화와 설화가 실려 있다. 단군·주몽·박혁거세 등 신화는 물론 연오랑세오녀, 처용, 무왕 설화 등은 우리들의 무의식에 묻혀 있는 원형을 표현한 것이다.”며 “삼국유사에 기록된 역사와 신화는 관련 유물과 유적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흩어진 삼국·통일신라시대 궁터와 절터, 불상과 탑파 등은 삼국유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삼국유사 9편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짜여 있는가를 분석하며 ‘불국토구현(佛國土具現)’이라는 삼국유사의 주제를 또렷이 표현했다.

상·하권으로 된 이 책은 삼국유사와 관련된 2천여 편의 논문과 수많은 단행본을 해석하고, 저명 학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편집해 저자의 주관적 판단을 최소화하며 종합적 해석을 담은 결정판이다.

또한 174개에 이르는 고어에 대해 그 어원과 의미를 제시하고,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유물·유적에 대한 해설과 사진도 게재해 삼국유사와 역사현장 연결을 시도했다.

밀교와 한국의 문화유적

   
▲ 서울문화아카데미 회원들이 영암에 현장답사를 다녀왔다.

“밀교(密敎)는 대승 불교 중에서도 최후의 대승불교입니다. 밀교는 700년대 초에 인도에서 중국으로 들어와 750년 무렵 신라까지 전해졌습니다. 1947년 손규상 선생이 밀교 종파인 진갑종을 만들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공부를 하면 신도들이 도망치기 때문에 쉽게 그림으로 푼 것이 만다라입니다. 만다라는 중론과 유식론을 합쳐 놓은 것입니다. 수리수리마하수리,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진언도 밀교에서 나온 경전입니다.”

이범교 교수는 밀교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밀교와 한국의 문화유적>이란 책도 엮어냈다.

이 책은 3~4세기에 관념적인 한문 중심이었던 대승불교를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재구성한 <밀교>의 해설서이다. 어려운 밀교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도표, 그림, 사진을 최대한 활용했다.

밀교와 관련된 저서와 논문을 총망라해 밀교의 의미와 발생은 물론 인식론인 만다라의 상징해석도 다뤘다. 유물과 유적을 명확하게 소개해 밀교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안내서와 지침서 역할을 한다.

밀교는 비밀불교 또는 밀의 종교의 약칭으로 심오하고 은밀한 뜻을 지녔다. 밀교는 통상의 언어 문자에 의한 설법으로는 깨달을 수 없고 신비적인 직관으로만 체득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교란 뜻으로 한국의 불교종파로는 진각종, 총지종, 진언종 등이 있다.

대칭되는 현교는 역사적 존재로 화신불인 석가모니의 설법이나 문자를 통한 가르침을 의미하며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등이 있다.

밀교에 해당하는 인도의 호칭은 ‘바지라야나’로 이는 후기 대승불교를 대표한다. 바지라야나, 즉 금강승은 실재와 현상을 자기의 한 몸에 융합하는 즉신성불을 목표로 한다.

밀교는 인도에서 5~6세기에 그 원초적인 형태가 나타나 불교가 멸망한 13세기까지 존속한 대승불교의 한 형태이다. 대승불교는 4~5세기 무렵 중론, 유식론, 여래장 등 학문불교에 치우친다. 그러자 재가 신도들이 소외되면서 힌두교로 전환했다.

그래서 불교 교단에서는 힌두적인 요소들을 대폭 수용해 6세기경부터 초기밀교인 현세 이익적 의례와 주술적 요소가 열반 성불을 위한 수행법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정체성 확보, 삶의 질 풍요롭게

   
▲ 수강생들이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있다.

이범교 교수는 “지구촌 시대에 더욱 절실한 한국 전통문화와 그 원리에 대한 이해를 확산해 한국인의 정체성 확보와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며 “충분한 학습 자료를 제공해 예습· 복습이 가능하게 운영한다. 답사와 연계된 이론 강의와 문화재 현장답사로 회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삼성2문화센터에서 매달 개최하는 서울문화아카데미의 강의 답사 일정은 다양하다.

신라 금관, 원효사상, 인도문화사, 환단고기 등 강의와 함께 답사를 병행한다.

답사 강의는 제천·단양(의림지, 장락동 칠층모전탑, 청풍문화재단지, 온달산성, 신라적성비와 적성, 구인사), 김천(직지사, 세종대왕 왕자태실, 청암사, 수도암, 동방사터 칠층석탑), 문경(봉암사, 문경새재, 대승사, 김룔사, 내화리, 삼층석탑), 부안(동문안 당산, 서문안 당산, 우동리 당산, 내소사, 개암사, 채석강), 영광(불교 최초 도래지, 법성포, 원불교 영산성지, 백수해안도로, 불갑저수지 수변공원, 불갑사), 예천(개심사터 오층석탑, 안동권씨 종택, 초간정, 용문사, 한천사) 등을 다녀왔다.

이범교 교수는 오는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회원들과 함께 인도 뭄바이, 아잔타석굴, 델리, 자이푸르, 암베르성, 아그라, 아그라잔시, 오르차, 카주라호, 바라나시, 사르나트, 보드가야 등 해외 답사를 다녀올 예정이다. 

박관식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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