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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비만 관리, 정말 국가가 관리할 수 있을까정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 발표에 ‘환영과 우려’ 공존
이민선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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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6  13: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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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과 삶의 질 향상 위해 올바른 식습관 권장 필요해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계층 양극화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실제, 비만으로 인한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손실은 2006년 4조 8000억 원에서 2015년 9조 2000억 원으로 최근 10년간 약 2배 증가했다.

또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고도비만율이 높은 경향을 보이는 등 취약계층에서 더 비만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자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26.0%로 OECD 평균 25.6%보다 높은 상태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 총 8종의 암(대장암·자궁내막암·난소암·전립선암·신장암·유방암·간암·담낭암)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비만관리가 필요해졌다.

정부는 이처럼 비만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 영양과 식생활, 신체활동을 아우르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다.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을 발표한 것이다.

올바른 식습관 위해 건강한 식품소비 유도

정부는 영양·운동·비만치료·인식개선 등 4개 분야의 비만 예방·관리 대책을 통해 2022년 41.5%로 추정되는 우리 국민의 비만율을 2016년 수준인 34.8%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정부는 올바른 식습관 형성이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건강한 식품소비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저체중과 성장부진을 보이는 영유아와 영양섭취가 불균형한 임산부에게 보충식품을 제공하는 영양플러스사업 대상자를 확대한다. 임신부의 영양섭취 불균형은 저체중아 출산 위험을 높이고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는 소아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EU) 등이 아동비만 예방 주요 전략으로 추진 중인 모유수유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수유시설을 전수조사하고 위생관리를 강화한다. 모유수유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 위치 및 활용정보를 모바일 앱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유치원·어린이집 표준교육과정(누리과정)도 바깥놀이 중심의 신체활동과 바른 식생활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초등돌봄교실에서 식생활 지도를 받는 학생의 수를 현재 1만 명에서 2022년 10만 명으로 늘리고 과일 간식을 지원받는 학생도 올해 24만 명에서 내년 35만 명으로 늘린다.

과음과 폭식 등 비만을 조장·유발하는 문화와 환경도 개선하기로 했다.

과음은 식사량과 고열량 안주 섭취를 늘려 지방간, 간경화 등 건강문제와 함께 복부비만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이를 위해 회식과 접대문화, 음주행태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음주폐해 예방 캠페인을 추진한다.

영양표시 의무화 식품과 자율영양표시 대상 업종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3년까지 영양표시 의무화 식품을 농산가공식품류, 수산가공식품류, 동물성가공식품류 등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자율영양표시 대상 업종도 기존 영화관에서 내년에는 커피전문점, 2020년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등으로 늘릴 방침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스포츠 활동 장려

어린이의 비만을 유발하는 과자, 빵, 탄산음료 등 고열량·저영량·고카페인 함유식품의 판매제한 모니터링이 강화돼 월 2회 정기적으로 실시된다. 학교 주변에 전담관리원을 배치, 어린이 기호식품 조리·판매업체와 학교 구내매점에 대한 지도·점검도 강화한다.

아동·청소년 체육활동 강화 대책도 시행된다. 학생 주도의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관련 물품, 지도교사 등 지원 규모를 늘린다. 건강증진학교 운영사례를 분석해 우수 건강증진 프로그램은 전국 학교로 보급할 계획이다. 수영과 스케이트, 볼링, 클라이밍,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학교 밖 체육시설 활용은 확대하기로 했다.

스포츠강좌이용권 지원대상자도 2022년까지 두배 늘린다.

내년부터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다문화·장애인 가정 청소년도 운동을 배울 수 있도록 스포츠강좌이용권을 지원 대상도 확대한다.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 건강생활지원센터, 건강증진센터 등을 확충하고 비만청소년에게 운동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비만운동클리닉’ 전국 보건소로 확대

비만환자의 치료비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병적 고도비만자의 고도비만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수술할 정도는 아닌 고도비만자일 경우 교육·상담비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만학생의 경우 조기에 비만치료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학생 건강검진 항목에 고밀도·저밀도 콜레스테롤·중성지방 검사 등 ‘대사증후군 선별검사’를 추가하기로 했다. 비만인을 위한 식생활·영양(저열량식단표 제공), 신체활동(활동량 증가 방법) 등 집중관리 가이드라인도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비만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도 강화한다. 민관 합동으로 비만 슬로건이나 주제를 개발하고 비만 예방의 날(10월 11일) 행사와 연계해 범국민 캠페인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자체에서 주도적·맞춤형으로 비만 예방·관리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생활단위(읍면동 및 사업장 등)별 비만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소득수준별, 대상자별 등 지자체 비만율, 의료비 지출, 비만결정요인 등에 대해 지자체별 비교·평가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보건협회-비만학회 등 정부 발표에 ‘찬성’

대한보건교육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선정한 ‘2018~2022년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국민비만관리는 제도적이고 법률화된 정책으로 추진되고 관리돼 더 체계적이고 항구적인 정책으로 정착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민건강통계상 우리나라 성인 2016년 비만율(체질량지수 25이상)은 34.8%이다. 2005년 31.3%에서 10년만에 3.5% 증가했다. 더구나 체질량지수 30을 넘는 고도비만은 3.5%에서 5.5%로 2%나 증가했다.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2008년 11.2%에서 2017년 17.3%로 늘었고 고교 남학생 3.7%, 여학생의 3.3%가 고도 비만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2006년 기준 4조 8000억 원에서 2015년 9조 2000억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으며,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고콜레스트롤·고혈압 유병률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개인 삶의 질 저하는 방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있다.

다만 보건교육사협회는 “비만관리는 국가정책의 선언적 제시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국가비만관리는 국가정책에 더해 국민 개인이 스스로 비만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고 비만에 이르는 과정에 스스로 절제와 통제를 통한 인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이며, 나아가 비만에 이르는 환경과 문화를 개선하는 과정이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만학회를 비롯한 5개 전문 학술단체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과 함께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대한비만학회·대한영양사협회·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한국영양학회·한국운동생리학회는 8월 8일 성명을 통해 ▲비만 관리 종합대책 목표 달성 위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원활한 예산 및 재원 확보 ▲학교 기반 비만 예방사업의 통합적 관리 ▲먹거리 방송 규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를 촉구했다.

5개 전문 학술단체는 “그동안 정부가 비만 관련 사업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부처별 연계 부족으로 협력이 미흡한 부분이나 중복된 사업, 또는 제외된 영역 등 문제 제기가 없지 않았다”며 “이번 대책은 비만 관련 부처 간 정책 조율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최초로 수립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먹방이 아이들의 식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 5월 영국 리버풀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 건강에 해로운 먹방을 본 아동이 동영상을 보지 않은 아이들보다 칼로리 섭취량이 평균 26% 높게 나타났다.

폭식조장 모니터링 구축… 결국 개인의 자유 규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의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반대하는 청원도 등장했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국가주의’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에 담긴 ‘폭식조장 미디어·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라는 내용 때문이다. 해당 문구 어디에도 ‘규제’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는 대중들의 반발을 사며 먹방 규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복지부는 규제가 아니라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두겠다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

국민청원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낸 이들은 해당 대책이 정부의 과도한 규제 시도라고 주장했다. 먹방 크리에이터들의 표현의 자유와 시청자들의 소비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먹방과 비만의 상관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먹방을 문제삼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과에서 최근 6개월 이내 먹방 시청 경험이 있는 시청자 2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리만족’이나 ‘오락’이 시청 동기인 경우 시청 태도에 영향을 주지만 ‘식탐’은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먹방 크리에이터들의 반발이 거세다. 먹방은 1인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장르로, 인터넷방송의 먹방채널은 2만 여개에 달한다. 먹방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경우 이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의 비만 관리 대책은?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외국의 비만세·설탕세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비만세·설탕세는 국가가 비만을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나선 사례다.

미국, 멕시코, 프랑스, 영국 등 전 세계 30여 국은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는 설탕세를 도입했다. 올 4월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100ml당 설탕 5g 이상이 함유된 음료엔 1리터당 18펜스(약 300원), 8g이 넘는 음료엔 1리터당 24펜스(약 400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덴마크는 지난 2011년 정크푸드, 패스트푸드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비만세를 도입했다. 다만 주로 저소득층이 해당 식품을 소비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격차를 우려해 시행 1년 뒤 폐지했다.

과거 국내에서도 비만세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는 건강에 이롭지 않은 음식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당시 저소득층의 구매력 악화와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혀 시행되지 않았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는 “많은 나라에서 비만이 초래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방송 통제가 아니라 방송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와 미디어가 먹방이 초래하는 비만의 문제점을 알리는 노력이 선행됐어야 한다”며 “먹방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방송대상 연령이나 방송횟수, 방송시간대 등에 대한 명시적 제한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민선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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