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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출산율 대책,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13년 동안 100조 원 예산 투입… 실효성은 글쎄(?)
최흥진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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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4  22: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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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소득증대로 초점 맞춘 일본 정책 효율성 높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는 지난 7월 5일 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계 부처 합동으로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확정·발표했다.

이번 정책 문건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출산율 목표를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 개선으로 재설정하고, 제도 활용의 문턱을 대폭 낮추어 차별과 사각지대 해소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2040세대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일과 생활에서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주된 내용이다.

즉, 출산율 저하의 흐름을 구호로만 외치는 방어적 홍보정책이 아닌 개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여 스스로 결혼과 출산 그리고 돌봄을 선택하되 그 선택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근무환경과 육아지원 등의 한계를 확실한 제도를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발표가 나오자 실제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된 2040은 정부의 바람은 희망일 뿐 근본적 문제의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려한 정부 지원 정책에 가려진 이면

김희석 씨는 서울에서 4인가족을 거느린 40대 가장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외에 본인의 능력을 살려 홍보물을 디자인하고 인쇄하여 납품하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소득은 늘지 않고 사업소득도 매번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생활비와 교육비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결국 지난해부터 퇴근 후 야간 ‘아르바이트’로 식당 주방에서 일을 추가로 하고 있다. 이른바 ‘쓰리잡’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 씨는 “뉴스에서 보면 52시간 근무제도 도입으로 대기업 위주의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약간 괴리감을 느낀다”며 “출산 이후 양육을 하고 교육을 시키다보면 저녁의 삶을 포기하더라도 10만 원이라도 더 벌고 싶은 게 가장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또 김 씨는 “저보다 더 어려운 이들도 훨씬 더 많을 텐데, 아마 시간에 따른 근로소득이 줄어든 만큼 부족한 수입을 메꾸기 위해 파트타임 ‘알바’를 퇴근 후에 추가로 해야만 하는 웃지 못할 새로운 문화가 오히려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정부 대책에 대한 전망을 비꼬기도 했다.

모든 아동의 행복과 2040 삶의 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5대 개혁방향을 설정했다는 정부의 이번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가 시작부터 현실 경제의 외면을 받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변화와 전망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은 역대 최저 출산율(1.05명, 서울 0.8명)과 출생아 수(35.8만 명)를 이미 기록했고, 2018년은 출생아 수 약 32만 명, 출산율은 1.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22년이 채 되기도 전에 출생아 수는 30만 명이 무너지는 심각한 수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이다.

정부는 이번 핵심과제를 발표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총비용이 이를 통해 얻게 되는 효용(效用)보다 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출산과 양육을 하면서 들어가는 돈이 자녀를 키우면서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인 행복을 넘어섰기 때문에 흔한 표현으로 ‘유지비’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지원과 제도 개선을 강화시켜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것을 ‘1차적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번 정책 추진 자료가 확인한 것처럼 높은 주거비용과 의료비 부담 그리고 사교육비 증가와 장시간 근로가 야기한 남녀 불평등과 독박육아의 문제는 한국의 기형적 사회경제 문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 일고 있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시간’에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하여 권리를 찾자는 것이지 이것이

출산율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는 갖지 않는 것이 좋다. 워라밸은 현재 20대 혹은 비혼 세대들의 성향을 설문조사를 통해 만들어낸 용어일 뿐이지 실제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며 경제활동을 해야 할 계층에게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퇴근 후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또 다시 두 번째 잡(job)을 구해야 하는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처럼 출산 장려를 위해 각종 지원과 제도 등을 강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2015년 10월 ‘청년층의 출산율 증가를 위한 지원책’, ‘의료비 부담 축소’, ‘출산과 관련 비용 무료화’에 이어 2016년에 발표된 ‘출산비 지원’, ‘출산장려금지원’, ‘양육비 지원’ 등 수 많은 지원책은 끊이지 않고 등장했었다. 그러한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하락하는 출산율과 늘지 않는 신생아 수는 단 한 번도 막지 못했다.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는 반증이다.

이름만 바꾸면서 매번 등장하는 새로운 정부의 정책은, 자료와 구호만 화려해 졌을 뿐 문제를 해결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발표된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 역시 화려한 청사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시스템을 갖추고도 정작 이를 활용할 현실 경제는 더 밑바닥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통계 평균치 오류에 빠진 정부

통계청에서 2018년 6월 발표한 가계조사동향 자료를 보면 2인 이상 월평균 실질 가구소득이 2016년 기준 436만 원으로 조사되어 있다. 얼핏 충분한 수치로 보이지만 자녀를 둔 3인, 4인 혹은 그 이상의 가족 구성원의 수로 바꾸어 생각한다면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특히 이 통계는 전체 1인 이상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집계된 소득이기 때문에 모든 사업자와 근로자의 평균치를 나타낸 것으로 실제 국민들이 1인당 벌고 있는 실제 ‘급여’ 혹은 ‘수입’과는 거리가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지표가 ‘국가주요지표’의 ‘소득과 소비’ 부분에 정식으로 기재되어 있는 통계청 자료라는 것이다. 행정부는 이러한 지표를 기초자료로 삼고 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다. 기준부터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1인가구가 증가하거나 혼인을 해도 출산을 기피하는 내면에는 결국 개인 혹은 가계수입의 문제가 가장 크다. 근로자 평균 근로소득(실질금액)은 2016년 247.4만 원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를 같은 해 임금상승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로 비교해보면 그 이유를 확연히 알 수 있다.

2009년부터 2016년 현재 통계자료를 보면 8년간 임금상승률은 평균 1.1%를 보인 반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그 두 배를 웃도는 2.03%를 기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1년에는 -0.1%의 임금상승률로 사실상 월급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는데 물가는 오히려 전년도 보다 더 증가한 2.09%의 상승률을 보였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통계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하며 당장의 출산율보다 2040의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청사진만 가득한 속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 이미 인구절벽을 예상한 일본 역시 출산 장려금과 양육비 지원 등 수 많은 제도를 쏟아냈지만 결국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결국 ‘소득증가’

도쿄 지역 지요다구 나가타초는 총리관저부터 국회의사당, 수상관저를 비롯, 정부의 각 부처와 최고재판소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까지 밀집되어 있는 일본의 ‘정치 1번지’다. 이곳에 위치한 내각부 본부 2층에는 ‘1억 총활약 추진실’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일종의 정부 실험실인데, 모든 시도를 해보고 현실에 맞는 제도를 수립하여 인구 1억 명을 유지 시킨다는 목표를 지니고 출범한 인구관련 비상 총괄부서인 셈이다.

일본은 1989년에 출산율이 1.57명까지 떨어졌다. 전 일본 사회가 충격을 받았던 이 지표를 지금도 일본에서는 ‘1.57쇼크’라고 부르고 있다. 바로 다음해인 1990년부터 일본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캠페인부터 지속적인 국가차원의 출산과 보육지원 제도를 강화하며 여러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1.57쇼크 이후에도 15년간 꾸준한 하락세를 유지하여 결국 2005년 일본의 출산율은 1.26명까지 떨어졌다. 20년 가까이 저출산과 고령화를 막기 위해 갖가지 지원과 제도를 강화해도 소용이 없었던 일본은 ‘지원’ 제도로는 한계를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소득과 출산율 그리고 근로 환경 개선이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진단했고 여러 영역의 문제를 종합적인 사고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소득’의 증가와 ‘근로시간’의 단축이었다. 덜 일하고 더 버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주도의 ‘1억 총활약 추진실’은 2015년 9월 이렇게 탄생했다.

그러다 몇 달 뒤 2015년 12월, 일본의 최대 광고 회사인 덴쓰(電通)의 여성 신입직원이 잔업에 시달리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은 한국 내부의 근로 현실과도 맞물려 이슈가 됐었다. 일본 언론은 이 사건을 집중 보도하며 사회적 문제로 띄우기 시작했고 이후 장시간 노동에 대한 이슈와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1억 총활약 추진실의 출범은 근본적 문제 해결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다케다 고스케 일본 내각관방 참사관은 “지난 1.57 저출산 쇼크 이후 20년간 정부는 각종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했었다. 일과 가정에서 삶의 질을 개선시키겠다는 목표부터 양육지원정책 등 수 많은 대책을 쏟아냈었다. 하지만 결국 다양한 지원제도가 있다 할지라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가정의 가계수입이 늘지 않는다면 출산율 증가는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1억 총활약 계획’은 저출산을 극복하자는 일본 정부의 대책인데 ‘아베노믹스’에 포함되어 있다. 큰 틀에서는 노동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저출산 극복 대책을 통해 출산율을 1.8명까지 끌어올리며 나이든 부모 등의 간병을 위해서 이직하거나 실직하는 상황을 막자는 종합적 정책이다. 그리고 이 모든 개선 방안은 가계의 소득 증가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16년 인구추계는 1억 2963만 명이다. 그리고 현재 출산율은 1.46명으로 여전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오히려 2005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무엇보다 각 부처 입장에서 내놓은 정책보다는 장관급 기구를 신설하여 총리주도하에 통합적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역시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2005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여 운영하였다.

하지만 100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쓴 위원회는 뚜렷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2017년 출생아 수 35만 7700명(-11.9%), 합계출산율 1.05명(사상 최저치)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서울과 부산의 경우 합계출산율은 0.84명과 0.98명을 각각 기록하여 사실상 아이 없는 가정의 증가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라도 해당 부처가 각 연령과 성별 그리고 직업별 등 수 많은 계층을 가급적 세분화하여 소득의 증가가 물가상승률을 따라 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근로 시간 단축을 통한 또 다른 경제활동 혹은 여가 활동이 가능하게 제도를 보완하는 현실적 ‘실적’을 목표로 삼아야 현실 경제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여론은 입을 모으고 있다.

최흥진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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