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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느려서 행복한 섬, 증도(曾島)연인과 함께 걷고 싶은 길, ‘모실길’을 걷다
임윤식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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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2  12: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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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도 모실길.

증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의 주섬으로 면적 28.20㎢, 해안선 길이 48.5km이다. 증도면은 본섬인 증도를 비롯하여 화도, 병풍도 등 7개의 유인도와 92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주민 수는 919세대, 2612명(2018년 2월 기준)이다.

목포에서 북서쪽으로 51km 해상에 위치하며 북쪽에 사옥도와 임자도, 남쪽에 자은도와 암태도가 있다.

   
 

증도라는 지명이 증도의 어제와 오늘을 상징하는 듯해 재미있다. 증도는 예부터 물이 귀하여 물이 ‘밑 빠진 시루’처럼 스르르 새어 나가 버린다는 의미의 시루섬(시리섬)이었다고 한다. 한자로는 시루 증(甑) 자를 써서 증도(甑島)라 하였다. 원래는 앞시루섬과 뒷시루섬 그리고 우전도라는 3개의 섬이었으나 앞시루섬과 우전도가 간척으로 합해져서 전증도가 되고 뒷시루섬이 후증도가 되어 2개의 섬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 두 섬 사이를 간척하여 하나의 섬으로 합쳐지면서 현재는 증도(曾島)로 표기하고 있다. 증도의 ‘증(曾)’자는 ‘더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어 섬과 섬을 합하였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증도는 높은 산이 없는 대신 ‘모실길’이라고 이름붙인 해안둘레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섬으로 2007년 12월 1일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곳이며, 2012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 중 2위, 2015년 2회 연속 선정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섬이기도 하다. ‘증도 모실길’은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거북이처럼 느긋하게 걸으며 증도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끼며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일주코스다. ‘모실’은 ‘마을’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다. 즉, ‘모실길’은 마을길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 해송숲길.

필자는 증도에서 2박3일 동안 머물면서 ‘모실길’ 1~5코스 총 42.7km를 모두 걸어봤다. 5코스 중 제 1코스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 길, 2코스는 보물선 순교자 발자취 길, 3코스는 천년의 숲길, 4코스는 갯벌공원 길, 5코스는 천일염 길 등으로 이름 붙여졌다.

증도에 가려면 4개의 다리를 건너야 된다. 먼저 전남 무안군 해제에서 지도로 가는 다리를 건너면 지도읍, 그리고 지도에서 다시 다리를 지나가면 서남해안 최대의 수산물 어판장 송도, 송도에서 다리를 건너면 사옥도, 마지막으로 사옥도에서 증도로 건너가는 증도대교를 건너야 증도를 갈 수 있다.

증도대교를 건너면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지정’,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갯벌도립공원’이라고 쓰여진 표지판들이 세워져 있고, 관광안내소가 기다린다. 주요 여행포인트 별 거리도 표시되어 있다.

   
▲ 우전해수욕장.

직진하면 면사무소 1.8km, 짱둥어다리 3.0km, 우전해수욕장 6.5km, 갯벌생태전시관 7.8km, 좌측 방향은 태평염전 3.1km, 버지선착장 3.2km, 화도 7.0km 등이다.

‘모실길’ 코스 순서는 증도대교 출입구에서부터 우측으로 되어 있는 데 필자는 거꾸로 신안갯벌센터 및 슬로시티센터가 위치한 우전리에 숙소를 정하고 첫날 3코스-2코스-1코스를 돈 후 다음날 4코스-5코스, 마지막날은 태평염전 근처 버지선착장에서 병풍도로 건너가 노두길로 이어진 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대섬 등 5개 섬을 걸었다. 코스를 역순으로 잡은 이유는 우전리 소재 신안갯벌센터에서 증도에 관한 다양한 자료 및 정보를 입수할 수 있어 트레킹 출발전 사전지식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 엘도라도 리조트와 민박집들도 많아 숙소 정하기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모실길 제 3코스는 갯벌센터-한반도 해송숲-우전해수욕장-짱둥어다리까지 4.6km 약 1시간 30분 코스이다. ‘천년의 숲길’이라 이름붙여졌다. 갯벌센터에서 증도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은 후 먼저 엘도라도 리조트를 돌아보는 것도 좋다. 리조트 자체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리조트에서 천혜의 자연경관인 우전해수욕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 짱둥어다리.

엘도라도에서는 야외풀장과 해수찜도 즐길 수 있고 해변으로 내려가 모래사장을 걸어볼 수도 있다. 우전해수욕장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해송숲은 모양이 한반도 지형을 닮아 ‘한반도 해송숲’이라고도 부르며, 2009년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부문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을 정도로 유명한 숲이다. 이곳 해송숲은 한국전쟁 이후 군과 주민들이 해안지역을 해풍과 모래로부터 보호하고자 해송을 식재하여 조성한 방풍·방조림이다. 우전해수욕장 역시 백사장 길이 4km, 폭이 100m에 이를 정도로 길게 뻗어 있어 증도 최고의 휴양해변이다. 우전해수욕장에는 특히 짚풀파라솔이 세워져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실길 제3코스 끝에 위치한 ‘짱둥어다리’는 갯벌 위에 떠 있는 470m의 목교이다. 갯벌생물의 대표격인 짱둥어의 이름을 따서 ‘짱둥어다리’라 부르고 있다. 만조 때는 바닷물이 들어와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며, 물이 빠졌을 때는 광활한 갯벌이 드러나면서 짱둥어 등 다양한 갯벌생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또, 날이 저물 때 짱둥어다리에서 맞는 증도 일몰 역시 가히 환상적이어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 상정봉 오르는 길.

증도는 아시아 최초의 ‘슬로 시티’라서인지 대중교통이 불편한 편이다. 이 섬에서는 가능하면 걷거나 자전거 타기를 권장한다. 섬 내에 택시가 두 대밖에 없어 택시를 부르기도 힘들다(증도콜택시 061-275-7998).

갯벌센터(061-275-8400) 광장, 짱둥어다리 끝 우전해수욕장 주차장 옆에 자전거대여소가 있으며, 소금박물관 옆에도 자전거대여소(061-275-0829)가 있다.

   
▲ 한반도해송숲.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아 모실길 전체를 걸어보기 힘들 경우에는 일단 제3코스만 걷고, 나머지 코스들은 자전거를 빌려 증도의 주요관광명소를 돌아보는 방법도 좋다. 모실길 이외에도 갯벌센터에서 남쪽으로 2.5㎞ 거리의 증도 최남단인 왕바위해안 등 약 50km의 자전거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다.

모실길 제 2코스는 짱둥어다리-순비기전시관-문준경순교비-증도면사무소-상정봉-검산항-만들독살-해저유물발굴기념비까지 7km 코스다. 걸어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 만들해변.

짱둥어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500m쯤 가면 ‘문준경전도사 순교비’를 만난다. 문준경 전도사(1891~1950)는 여성순교자로서 성결교단의 추앙을 받고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신안군의 여러 섬 지역을 돌며 교회를 개척하여 증동리교회, 대초리교회 등 10여 교회를 설립하였고, 오늘날 기독교를 대표하는 김준곤, 이만신, 정태기 목사 등 수많은 목회자를 배출하는 데 공헌한 인물이다.

증도초교를 지나면 좌측으로 상정봉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보인다. 정상까지 1.5km 거리. 증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 127m 밖에 되지않는 상정봉이다. 증도면사무소 뒤에 있는 야산으로,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낮은 봉우리이다. 오르내리는 데 40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곳에 오르면 한반도 모양의 해송숲 83만 여㎡(약 25만 평)와 우전해수욕장, 그리고 태평염전까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해안길 조망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 보물선전시관.

고깃배와 여객선이 다녔다는 검산항과 독살의 원형이 잘 남아 있는 만들독살을 지나면 해저유물발굴기념비에 이른다. 이곳은 1975년 고기잡이 중에 도자기가 그물에 걸려 나와 알려지게 된 유적지다. 증도면 방축리에서 서북방향으로 2.7km지점의 바다 속에서 중국 원나라 때(14세기경) 제작된 청자를 비롯한 대외무역용의 많은 유물이 다량으로 발굴되었다. 1976년부터 1984년까지 2만 여점의 중국 고급 도자기와 금속공예품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침몰된 선박은 길이 34m, 너비 11m의 초대형 무역선으로 고려 중기에 중국 항저우에서 수출품을 싣고 일본으로 가던 중 이곳 해상에서 태풍을 만나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념비 앞 다리 건너 소단도에는 ‘Treasure Island(보물섬)’라고 이름붙인 당시의 무역선 모형의 전시관이 세워져 있다. 발굴유물 대부분은 서울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이곳에는 도자기 등 일부 모조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하트해변.

전시관 건물 뒤 바다에는 세 개의 아름다운 바위섬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 섬은 외갈도, 내갈도, 막내섬으로 ‘삼형제섬과 오녀의 바위’에 얽힌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해저유물발굴기념비에서 증도대교에 이르는 해안둘레길은 모실길 제 1코스로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 길’이라 이름 붙여졌다. 해저유물발굴기념비-하트해변-노을쉼터-나룻구지-방축-염산포구-염산마을-구분포-진도대교 코스로, 약 10.8km, 3시간 정도 걸린다.

해저유물 기념비와 정자에서 바라보는 해안경관 역시 절경이다. 해가 질 때면 이곳은 낙조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제 1코스 해안둘레길은 이름 그대로 고즈넉한 해안길을 돌면서 사색하고 연인들끼리는 사랑의 정담도 나눌 수 있는 길이다. 어촌에서 어망 손질하는 어부도 만나고 아름다운 섬들을 바라보면서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방축에서 염산포구 가는 길에는 넓은 들판도 가로지른다. 농촌 풍경같이 벼가 자라는 논길도 걸어본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염산마을에 가면 밤하늘을 수놓은 듯한 별들도 감상할 수 있다. 슬로시티 증도는 2009년 5월 국제다크스카이(Dark Sky)협회에 가입하였으며, 염산마을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조명을 소등하고 자연의 빛(달빛, 별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염생식물원.

모실길 제 3코스-2코스-1코스를 역으로 돈 후 다음날은 제 4코스인 갯벌공원의 길과 제 5코스 천일염길을 걸었다. 제 4코스는 갯벌전시관-우전마을-대초슬로체험장-덕정마을-노두길-화도-노두길 코스로 10.3km,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먼저 갯벌전시관에서 증도 갯벌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은 후 출발하는 게 좋다. 제 4코스의 백미는 화도 건너가는 노두길 좌우로 펼쳐진 광활한 갯벌이다. 화도는 만조 시에는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노두길로 연결되어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화도는 만조 시에 섬이 한송이 꽃봉오리처럼 보인다. 원래 이 섬은 삭막하고 풀도 나지 않는 바위섬이었으나, 옥황상제의 딸 선화공주가 이곳에 살면서 애원한 결과, 기름진 땅으로 변해 온 섬이 꽃으로 가득 찼다는 전설이 구전되고 있다. 섬 이름도 이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 논길.

약 1.1km의 화도 노두길 좌우는 물이 빠졌을 때 약 4km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이 갯벌은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으로 2008년 6월 우리나라 최초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며, 2011년 9월 1일 람사르협약에 따른 ‘람사르 습지’로 공식 인증되어 국제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7년에 방영된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가 이곳 화도에서 촬영되었다. 드라마 속 작은 집이 아직 남아 있다. 드라마 세트장 뒤 갯벌 건너 멀리 암태도와 자은도가 눈에 들어온다. 화도에는 증도면에서 가장 큰 새우양식장도 있다. 약 10만㎡(3만 평)에 이른다고 한다.

모실길 제 5코스인 천일염길은 노두길 입구-장성동마을-갈대군락지-태양광발전소-소금전망대-소금박물관-태평염생식물원 코스로 10.8km, 약 3시간 걸린다. 단일염전규모로 전국 최대인 태평염전 부근 11만㎡ 넓이의 염생습지에 만들어진 탐방로를 따라가면 자연 갯벌에 자생하고 있는 갖가지 염생식물 군락지를 관찰할 수 있으며, 염전체험장에서는 대파질, 수차돌리기 등 소금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염생식물원에는 함초, 띠꽃, 칠면초 등이 함께 자라고 있어 꽃밭처럼 아름답다. 소금박물관 앞 낙조전망대에 오르면 광활한 염전과 염생식물원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 병풍도-대기점도 노두길.

3일째는 모실길 코스와는 별도로 증도의 부속섬인 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를 다녀왔다. 증도에서 가까운 병풍도는 증도 태평염전 앞 버지선착장에서 배로 15분 정도 간다. 병풍도 가는 여객선(정우해운 061-247-2331)은 버지선착장에서는 17시 15분에 1회 뿐이고, 송도선착장에서는 07시, 09시, 14시에 3회 출항한다. 송도선착장에서는 병풍도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병풍도에 가면 신추도-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 등이 노두길로 이어진다. 이들 노두길은 무려 18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두길이다. 노두길은 원래 물이 빠졌을 때 섬과 섬을 이어주는 돌다리길이었는데 지금은 차가 다닐 수 있는 좁은 시멘트길로 되어 있다. 하루에 두 번 만조 시에는 이 노두길이 잠겨 섬과 섬이 다시 고립된다.

   
▲ 화도 갯벌.

안내지도에는 병풍도가 작게 나와 있는 데 막상 가보니 이 섬 역시 제법 큰 섬이다. 병풍도, 신추도,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에는 합계 약 35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증도초등학교 병풍분교는 학생이 없어 몇 년 전부터 휴교상태이고, 소악분교에는 학생이 1명뿐이지만 암튼 초등학교도 있다.

   
▲ 태평염전.

병풍도에도 제법 넓은 천일염전이 여기저기 보인다. 오후 4시경 병풍도에서 ‘판수리소금’이라는 이름으로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는 이홍성 대표의 병풍염전을 찾아가 봤다. 대파질을 하고 있는 이홍성 대표 부부의 모습이 하얀 소금만큼이나 순수하고 아름답다. 천일염 생산방식 최초로 스프링쿨러시스템을 도입, 2012년 대한민국 염전 컨테스트에서 친환경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 병풍천일염 대파질.

임윤식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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