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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삶의 여유’ 포기할 만한 이유도 있는데…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백태와 전망②
김부성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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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2  11: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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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 삭금 불가피 대책 마련 시급
초과 근로와 수당으로 채우는 현행 임금체계도 문제

   
 

7월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직장인들은 개인적인 ‘삶의 여유’를 기대하면서도, 수령하는 월급에 악영향이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떨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로 근로자 수입 감소가 꼽힌다. 야근과 주말근무가 사라진 근로자의 실질소득 감소폭이 적지 않을 듯하다. 현재 법이 인정하는 주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다.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 외에 28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을 더 근무할 수 있다.

7월부터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고, 연장근로가 12시간을 넘으면 안 되기 때문에 특별수당을 받을 수 있는 16시간이 사라진다. 예컨대 시급 9500원인 근로자의 경우 최대치인 주 68시간을 일하면 422만 90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7월부터는 52시간을 모두 채워 일해야 326만 9500원을 받을 수 있다. 주 40시간만 일해온 근로자는 문제가 없지만, 특근으로 326만 원 이상 받아온 경우엔 다른 수입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금 보전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기본급은 낮고 초과 근로나 각종 수당으로 임금을 채우는 현행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금 감소 부작용에 따른 대책 간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서민의 임금 감소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됐던 문제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가 대기업 직원보다는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초과근무에 많이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에게 더 타격을 줄 것이란 지적도 많았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가 ‘2016년 6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해 올해 2월 작성한 ‘연장근로시간 제한의 임금 및 고용에 대한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연장근로시간 제한 적용이 되는 전체 근로자는 806만 3000명으로 이 중 95만 5000명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 연장 근로시간이 제한되면 이들은 월급이 평균 37만 7000원, 약 11.5%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고용형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류할 때 정규직은 연장 근로시간이 제한되면 월급이 평균 37만 3000원(10.5%) 줄지만, 비정규직은 40만 4000원(17.3%)이 줄었다. 또 사업체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는 월급이 7.9% 감소하는 반면, 30~299인 기업 근로자는 12.3%, 5~29인 기업 근로자는 12.6% 감소했다. 이는 근로시간이 줄면 대기업 직원보다는 중견·중소기업 직원,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더 많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다른 기관의 연구결과도 비슷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올해 3월 작성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 자료는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10.6%인 118만 명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감소액은 35만 1000원이었다. 제조업 근로자의 월급은 평균 296만 3000원에서 257만 5000원으로 13.1% 줄고, 서비스업 근로자의 월급은 평균 302만 7000원에서 270만 9000원으로 1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임금 감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기업 규모에 따라서만 시행 시기를 다르게 했고, 주 52시간 근무체제는 그대로 유지했다.

초과근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든 근로자들이 월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할까봐 걱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11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애로사항 중 첫째로 ‘노조의 축소된 임금보전 요구(35.7%·중복응답)’를 꼽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근로자가 저녁과 휴일을 포기하고 초과근무를 받아들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인데, 이를 무조건 막겠다고 하니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 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하지 말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맡기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대상을 업종별로 구분한 근로기준법이 달라진 노동 시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발이 강했던 사업군으로 건축·조선·게임·광고·감사 업무 등이 꼽혔다. 이들 사업군은 특정 기간에 업무가 가중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이 내놓은 대안으로 탄력근무제가 있다. 일정 기한 내에서 근로시간을 자율 조정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3개월에서 1년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단위 기간을 늘리면 장시간 노동이 다시 일상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지에선 탄력근로제 기간 1년이 보편적이다. 일본은 1년 단위로 정하는데 노사가 합의하면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도 인정받는다. 미국도 최대 1년의 탄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개정한 일명 ‘마크롱법(노동법 개정안)’이 등장해 노동시간을 기업이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처럼 일정 기한 내에서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등 노동 유연성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 근로자 ‘비상’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열악한 여건으로 인력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고, 근로자들은 ‘월급봉투’가 얇아질까 걱정하고 있다. 52시간을 넘는 휴일근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노동시간 감소로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00인을 갓 넘긴 중견기업들도 문제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과 같은 기준이 적용돼 내달부터 시행해야 하지만 당장 필요한 인력 채용과 인건비를 확보하는 데 여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자금과 인력 운용에 여유가 있지만 우리 같은 중견기업들은 사실상 여력이 많지 않고 설사 여력이 있다 해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 걱정이 많다”며 “숙련 노동자의 경우 퇴직금과 임금 감소를 우려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치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시간제 근로자들이나 초과근무 수당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중소기업 직원들은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한 중소기업 근로자도 “대기업 근로자들이야 근로시간이 줄어도 임금 등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우리는 다르다”며 “대기업 근로자에 비해 임금 수준이 크게 낮은 우리들은 수십만 원이 줄어들면 가정을 꾸리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버스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시행으로 8800명의 운전기사를 더 뽑아야 한다. 버스회사들은 현재의 경영난 상황에서 추가채용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고속터미널도 근로시간 단축 악재로 내달부터 정상적인 티켓 예매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고속버스터미널의 예매 중단으로 휴가철에 미리 표를 사려는 국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7월 휴가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용노동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기로 했지만,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것과 예외 적용되는 것 등에 대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해선 이를 어기면 형사 처벌한다며 잔뜩 겁을 줬다. 시한폭탄은 조만간 터지는데 고용노동부가 보완책 마련에 소홀히 하고 있다.

정부가 일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기업과 소비자들 사이엔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이 단축되면서 소비자들의 장보기도 불편해지고 있다. 휴대폰대리점의 개점시간 단축도 행정명령으로 이뤄지고 있어 휴대폰 가입자들이 퇴근 후에 개통하거나, 번호이동을 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실적악화를 잔뜩 걱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 11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인 62개사가 이익감소 등 경영악화를 우려했다. 노조가 줄어든 임금 보전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일 경우 노사갈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7~8월 노동계 하투(夏鬪)가 격렬해질 우려가 높아졌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시한폭탄의 뇌관을 조속히 제거해야 한다. 기업들은 최장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미국이나 유럽처럼 1년으로 늘려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근로시간 위반 처벌, 6개월 계도 기간 둬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처벌이 유예되는 계도 기간을 올 연말까지 6개월간 갖기로 했다.

또 속도감 있는 규제혁신을 위해 관련 법을 조기 입법화하기로 했으며 저소득 맞춤형 일자리 및 소득지원 대책도 마련해 곧 발표하기로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6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회의를 하고 이와 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당정청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 연착륙을 위해 행정지도 감독은 처벌보다는 계도 중심으로 하고 금년 말까지 6개월간 계도처벌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박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당정청은 중소·중견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 건설업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업장 및 업종을 중심으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업종별 특징을 반영한 노동시간 단축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당정청은 경제 상황과 관련해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의 균형 있는 추진과 공정경제 기반확립 등 3대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단기적인 어려움과 부작용을 보완하는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부성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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