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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지금은 리메이크 전성시대극장가·안방극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우뚝
이정현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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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31  11: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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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판 <슈츠>와 한국판 <슈츠>

대중문화 사이에서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다. 기존에 있던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그대로 다시 제작하는 리메이크가 가장 먼저 활발히 이뤄진 곳은 충무로다. 지난 2월 개봉된 <골든 슬럼버>를 시작으로 <리틀 포레스트> <사라진 밤> <지금 만나러 갑니다>까지 다양한 장르의 리메이크작이 잇따라 개봉됐다. 배우 강동원을 주연으로 내세운 <골든 슬럼버>는 2010년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된 아사카 코타로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역시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고, 최근 26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은 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감성 멜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또한 일본 현지에서 대박을 터뜨린 작품이다. 지난 4개월 동안 리메이크된 한국 영화 중 90%가 일본 원작인 셈이다.

충무로가 유독 일본 원작 리메이크를 고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각색이 관건인 리메이크에 있어 일본 작품은 상대적으로 정서적 괴리가 크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다수의 일본 문화 콘텐츠는 우리나라 관객이 좋아하는 웃기다 울리는 전형적인 공식을 따른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현지화하기 수월해 원작의 줄거리나 포맷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흥행 면에서도 안전하다.

‘안전성’을 바탕으로 리메이크를 단행하는 충무로와 달리 안방극장은 ‘실험성’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슈츠>와 <미스트리스> 둘 다 영미권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영미권 드라마는 국내와 정서적·문화적 차이가 크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리메이크 과정에서 캐릭터의 성향이나 직업 등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KBS2에서 방영 중인 <슈츠>의 경우, 마약을 즐기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반듯하고 정의롭게 대폭 수정했다. 원작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마약 흡입 장면을 빼고 그 대신 한국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법률 설정과 가족 코드를 강화한 것. 지상파 드라마다 보니 국내 방송심의 규정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반면 OCN의 <미스트리스>는 비교적 심의 규정이 유연한 케이블채널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원작의 자극적인 요소를 그대로 가져왔다. 이런 차이점 때문이었을까. 이 두 드라마의 성적은 명암이 엇갈렸다. 같은 리메이크작이라고 해도 한국 정서에 맞춰 재각색된 <슈츠>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등극했지만 <미스트리스>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논란과 함께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리메이크 드라마 성공 여부는 무조건 유명한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현지화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다.

사실 영화와 드라마 리메이크는 리스크가 동반되는 작업이다. 특히 한 시대의 트렌드를 이끌며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면 더 그렇다. 물론 화제성을 담보로 주목받으며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비교할 ‘원작’이 있다는 것은 대중의 평가가 더 인색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리메이크는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는 드라마맥스도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리치맨>을 첫 자체 드라마로 선보였고, OCN은 <미스트리스> 후속으로 또다시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작 <라이프 온 마스>를 편성했다. tvN 드라마 <굿와이프> <마더> <크리미널 마인드> <안투라지>, KBS2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SBS 드라마 <심야식당> <시티헌터> <여왕의 교실> 등 지금까지 수많은 리메이크된 드라마 가운데 소위 ‘대박’을 친 작품이 없는데도 계속 리메이크작이 쏟아지는 이유는 채널 수 증가에 따른 콘텐츠 부족에 있다.

   
▲ 미국판 <미스트리스>와 한국판 <미스트리스>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급부상하면서 채널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에 맞춰 과거보다 빨리 콘텐츠를 생산해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됐고, 단시간 내에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성공한 ‘원작’을 가져다 쓰는 게 더 빠르다는 판단이 근저에 깔렸다. 콘텐츠의 경쟁력에 따라 시청률과 화제성이 좌지우지되는 드라마 시장에서 리메이크만큼 효과가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여기에는 인지도가 높은 원작의 팬을 확보하면 시청률이 어느 정도 보장될 거라는 기대도 들어 있다. 일각에서는 ‘소재 고갈’이라는 다소 부정적이며 우려스러운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전례에 없던 리메이크 열풍은 한국에서 만들어내는 자체 개발 소재가 고갈됐다는 방증이라는 것.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리메이크는 결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채널이 각광받고, 드라마 재방송 채널까지 생겨나면서 세계적으로 리메이크가 이젠 하나의 장르로 굳어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과거와 달리 수많은 한국 드라마가 일본을 넘어 미국 등의 해외 방송사로부터 리메이크 판권 구입과 같은 러브콜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현재 다수의 한국 드라마가 일본, 태국, 미국 등에서 리메이크돼 방영 중에 있다.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N <시그널>은 지난 4월 10일부터 일본 KTV에서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고 있다. tvN의 <기억> 역시 일본 후지TV 내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다. 미국 방송사 측 역시 일찌감치 한국 드라마의 완성도와 성공 가능성을 간파했다. 그 일환으로 미국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파일럿 제작을 통한 시장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SBS <신의 선물-14일>(2014)을 리메이크한 <썸웨어 비트윈>을 정규 편성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 밖에도 미국 ABC 방송국은 주원·문채원 주연의 KBS2 <굿 닥터>를 리메이크해 방영한 바 있다. ABC의 <굿 닥터>는 동시간대 방영된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몰이를 했고, 이에 힘입어 미국 제작사 측은 오는 9월 <굿 닥터> 시즌2를 제작할 예정이다.

현재 방영 중인 김현주·김명민 주연의 KBS2 <우리가 만난 기적>은 종영이 되기도 전에 미국 방송사 측에서 리메이크를 결정지었다. 미국 제작사 측은 기존의 ‘영혼 체인지’와 다른 ‘육체 임대’라는 코믹한 접근을 통한 가족 이야기, 비난할 수 없는 ‘두 집 살림’을 하게 된 주인공의 난감한 상황 등이 미국 정서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가능성에 주목해 러브콜을 보내왔다. 태국에선 공유·윤은혜 주연 MBC <커피프린스>와 비·송혜교 주연 KBS2 <풀하우스>, 송승헌·송혜교 주연 <가을동화> 등을 리메이크했고, 터키에서는 소지섭, 임수정 주연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 성준·유이 주연 SBS <상류사회>, 황정음 주연 <그녀는 예뻤다> 등이 새롭게 태어났다. 또 SBS <그대 웃어요>는 인도에, 송중기 주연 KBS2 <착한 남자>는 콜롬비아 민영방송사 카라콜TV에 리메이크 판권이 판매됐다.

늘어나는 영화·드라마 제작 편수에 창작자들이 발을 맞추지 못해 생긴 리메이크 열풍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관람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앞으로도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를 선사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현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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