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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당신의 은퇴는 준비됐습니까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사… 노후 위태로운 한국인
김동윤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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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1  22: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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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상승에 따른 착시효과 외 다른 대책 없어

   
 

은퇴가 임박한 50대 이상 고령층의 노후 준비 수준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인은 은퇴 후 노후자금으로 매달 2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월평균 41만 원을 저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4월 5일 내놓은 ‘은퇴준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는 54.5점으로 집계됐다. 2014년 57.2점, 2016년 55.2점 등으로 지수는 지속적으로 뒷걸음질쳤다. 연구소는 2014년부터 2년마다 은퇴준비지수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수도권과 5개 광역시의 25∼74세 1953명을 대상으로 했다. 지수가 50점 미만이면 ‘위험’, 50∼70점 미만은 ‘주의’, 70점 이상은 ‘양호’ 수준을 나타낸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성 79.3세, 여성은 85.4세다.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의 은퇴 연령은 62.1세였다. 예상 은퇴 연령(66.8세)보다 4.7세나 빨랐다. ‘100세 시대’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단순 계산만으로 은퇴 후 ‘인생 2막’ 기간은 17~23년에 달한다. 게다가 기대수명이 길어지며 은퇴 후 기간은 더 늘어난다. 문제는 ‘준비 없는 은퇴’를 맞을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청년층의 취업난과 늦은 결혼, 수명 연장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이 조사 결과로 나타났다.

노후 불안감은 커지는데…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은퇴 준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노후 불안감은 커지면서 지수가 계속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은퇴 준비가 잘돼 있는지 응답자가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자기 평가점수’는 2014년 57.7점에서 올해 49.6점으로 위험 수준으로 후퇴했다. 100세 시대에 대비해 열심히 노후 준비를 하지만 심리적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진 것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은퇴를 대비한 노후자금 준비 수준이 올해 67.8점으로 2년 전(61.1점)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응답자들이 보유한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이 2년 전 2억 3919만 원에서 올해 2억 8045만 원으로 상승한 영향이 컸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재무 준비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의 저축 수준이 갈수록 나빠졌다.

20∼40대는 월평균 저축액이 일제히 늘었다. 하지만 50대는 2016년 53만 원에서 올해 50만 원으로, 60대 이상은 같은 기간 43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감소했다. 이 여파로 20∼40대의 은퇴준비지수는 전반적으로 소폭 오른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은 2∼3점 떨어졌다.

세부 항목 중 은퇴 후 여가시간과 관련된 ‘활동’ 점수가 44.2점으로 가장 낮았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으면서 일주일 평균 여가 시간은 2014년 8.9시간에서 2016년 6.5시간, 올해는 5.5시간으로 꾸준히 줄었다. 특히 50, 60대에서 감소 폭이 컸다. 은퇴 준비가 재무 부문에 치중돼 있고 노후에 어떤 취미 활동 등을 하며 보낼지에 대한 준비는 소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 수준에 따라 노후 준비의 양극화도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절반(48.3%)은 은퇴 이후의 재무 상황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은 월평균 478만 원을 벌고 이 중 64만 원을 노후를 위해 저축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32.8%는 재무 수준이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자산은 2억 원을 밑돌았고 노후 대비 저축액도 월평균 15만 원에 그쳤다.

윤 연구원은 “3층 연금(공적, 퇴직, 개인)에 가입해 노후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충분한 여가 활동과 대인 관계 등 비재무적 영역에서도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허튼 기대감

이번 조사는 서울·수도권 및 광역시에 거주하는 25~74세 남녀 비은퇴자 19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2014년부터 2년마다 은퇴준비지수를 산정해 발표한다. 자기평가지수와 재무·건강·활동·관계 등 4개 항목의 실행점수를 합산해 100점 만점에 0~50점은 ‘위험’, 50~70점은 ‘주의’, 70~100점은 ‘양호’로 나뉜다.

은퇴 계획의 기본인 금전적 준비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준비 상황을 보여주는 재무 항목의 점수가 2년 전 61.1점에서 67.8점으로 6.7점 높아졌다.

수치상으로는 나아졌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우려는 커진다. ‘부동산 착시’ 효과 때문이다.

재무항목의 점수가 개선된 것은 응답자의 거주주택 자산가치 상승과 은퇴 이후 그동안 모아놓은 자산을 쓰겠다는 응답자가 늘어나서다.

부동산이 한국 가계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3억 8164만 원)에서 부동산(2억 6635만 원) 비중은 69.8%를 차지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가는 전년 대비 1.48% 올랐다. 서울의 매매가는 3.64%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자산 가격을 부풀렸을 수 있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올해 노후 대비 월 저축액이나 연금 가입률 등은 2년 전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재정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며 “은퇴 준비의 질적 개선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노후 준비도 양극화 심화

더 큰 문제는 노후 준비의 양극화다. 재무 영역에서 준비 수준이 ‘양호’한 집단은 전체의 48.3%, ‘위험’한 집단은 32.8%를 차지했다. 2년 전보다 ‘주의’는 전체의 18.9%로 9.1%포인트나 줄었다.

‘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뤄진 3층 연금 구조의 안전망을 짜는 데도 집단별 격차가 컸다. ‘양호’ 집단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61.4%였지만 ‘위험’ 집단은 20.8%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가입률도 ‘양호’ 집단(48.7%)은 ‘위험’ 집단(15.6%)의 3배 정도였다. 월평균 노후저축액도 15만 원(‘위험’ 집단)과 64만 원(‘양호’ 집단)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모아놓은 돈이 적으면 노후에 필요한 자금 조달도 어려웠다. ‘양호’ 집단은 노후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소 생활비(199만 원) 전액을 조달할 수 있다. 반면에 응답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위험’군은 최소 생활비(192만 원)의 18.7%만을 준비할 수 있었다.

특히 1인 가구는 은퇴 설계의 가장 약한 고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은퇴준비지수는 50.5점으로 전체 평균(54.5점)보다 낮았다. 윤성은 연구원은 “기혼 여성이 은퇴 설계를 남편 중심으로 할 경우 혼인관계의 변동에 따라 노후 준비가 취약해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소득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연금이나 보험 등으로 미리 방패막이를 쌓아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3층 연금을 모두 보유하고 보장성 보험 가입 건수가 많을수록 노후 대비 지수가 높았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24%밖에 안 되는 만큼 나머지는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은퇴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을 오래 해야 한다”며 “연금에 가입했다면 중도 인출을 하지 않아야 하고, 은퇴 준비가 다소 늦은 60대는 주택연금 상품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점점 중요해지는 ‘제2의 인생’ 은퇴

은퇴는 ‘직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은퇴를 개인에 따라 일생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할 기회나 ‘제2의 인생’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할상실이나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부정적 사건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개인의 은퇴에 대한 가치관은 은퇴 이후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은퇴는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자아성찰의 삶을 추구하게 되고, 직장생활이라는 억압된 구조로부터 자유를 얻고, 생활방식에 유연성을 갖게 한다.

은퇴를 통하여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확대시켜나갈 수 있지만 이와 반대로 은퇴가 생활만족도와 행복감을 떨어뜨려 노화와 건강상태 저하 등의 문제를 경험하게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은퇴는 인식에 따라서 개인에게 사회제도의 한 규정, 경제적인 면, 인생 전반에서의 역할 변화, 진로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은퇴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지만 직업에서의 역할을 그만둔 상태라는 점은 동일하다.

이러한 경제활동의 중단은 생활수준과 삶의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역할 상실에 따른 자신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은퇴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응을 돕는 대처가 필요하다.

김동윤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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