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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남방국가는 한국의 신규 시장이 될까20년간 이어온 다양한 노력, 이제 결과 맺어야
이지현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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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1  21: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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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은 대한민국의 3대 수출대상 국가다.

신남방정책은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외교·통상정책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아세안(ASEAN) 및 인도와 교류나 협력을 강화해 4강 외교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올바른 방향일 뿐만 아니라 서둘러야 할 일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마당에 당장은 외교자원을 여기에 쏟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 및 통상협력을 위한 노력은 서둘러야 한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서 비롯된 미·중 간 무역마찰로 이런 노력이 더욱 시급해졌다. 하지만 신남방정책을 구체화한 정책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부처들이 이를 조직 확대의 기회로 삼기 위해 서로 맡겠다며 경쟁한다는 소리만 들린다. 국제경제 관계는 기본적으로 기업활동의 결과지만,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경제협력정책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신뢰와 관계 강화가 먼저 이루어지면 기업의 투자와 무역이 뒤따라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정부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미·중 무역전쟁에 낀 대한민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각국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상 필연적인 결과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들 사이의 갈등에서 가장 피해가 큰 우리나라로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정책을 적극 도입해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4월 16일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중 무역전쟁, 대안은 있는가’ 세미나에서 “한국 교역의 1, 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비중이 79%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중 수출의 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권태신 원장은 또 “미국의 통상압박이 한국의 철강, 태양광 패널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며 “현재 무역갈등이 완화되는 것처럼 보여도 양국의 통상기조상 언제든 관계가 다시 냉각될 수 있기 때문에 다자간 무역협정 등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인교 인하대학교 부총장은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지도부가 ‘제조2025’ 등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펴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가 대립해 발생한 세계 패권다툼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장기적으로 국제통상질서 주도권 싸움이기 때문에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번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과 대만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같은 다자협정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산업 구조도 갈등 유발 요소가 적은 중간재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수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이번 무역분쟁의 해법으로 아세안(ASEAN)과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 부연구위원은 “CGE 모형분석 결과 현재 한중일 삼국이 각자 ASEAN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상황(Hub and spoke)에서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옮겨갈 경우 한국의 GDP는 약 2.3%p(2011년 GDP 기준 약 275.4억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토론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송정석 중앙대학교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이번 미·중 무역갈등은 중국이 미국과 동등한 경제대국으로서의 입장을 표출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대응방안으로 그는 “아세안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것보다는 한중일을 만나게 해주는 정치적 허브 역할로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 간 경제력 격차가 곧바로 협상력 우위를 결정하는 상황이 빈발하면서 한국 등 무역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에게 양자 간 무역협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대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ASEAN+3(한중일)에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경제협력인 RCEP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과 부합한다”며 “ASEAN을 활용한 동아시아 경제통합이 현 무역전쟁 대안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경제연구원은 4월 16일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미·중 무역전쟁, 대안은 있는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아세안 투자환경 위한 금융 포럼 개최

KOTRA(코트라)는 SC제일은행, 주한인도상공회의소, 주한베트남대사관과 공동으로 지난 4월 19일 서울 서초구 코트라 본사에서 ‘아세안(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투자환경 및 금융 포럼’을 개최했다.

신남방 주요국가의 투자와 금융환경 관련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우리 기업 관계자 약 320명이(서울 210, 부산 110명) 참석했다.

지방 기업을 위해 18일에는 부산에서도 개최했다.

이들 3개국은 우리 수출의 12.4%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투자 대상국가로도 베트남이 4위, 인도네시아가 9위, 인도가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인도 투자가 사상 첫 5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인도가 우리 기업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중소중견기업은 법인설립절차, 체류자격, 기타 현지법규 및 관행뿐만 아니라 유망산업 등 최근 동향에 대한 정보도 여전히 부족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투자성공사례, 조세제도, 진출 시 유의사항 및 투자유망분야 등 투자진출 계획 수립에 필수적인 정보를 한자리에 모았다.

무역보험공사, SC제일은행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어려워하는 무역보험과 현지 금융환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윤원석 코트라 정보통상협력본부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는 포스트 차이나 시대에 시장다변화를 위한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우리 기업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코트라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맞춰 우리기업이 이들 지역에 효과적으로 진출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표 출원도 ‘동남풍(東南風)’ 거세다

최근 한류 및 신남방정책의 바람을 타고, 상표 출원에서도 ‘동남풍(東南風)’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남방정책은 우리 정부가 아세안 등 동남아시아권 국가들과의 교류협력을 4대 강국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교역량을 2020년까지 중국과의 수준인 2000억 달러로 성장시키기 위한 외교정책이다.

이에 따라 동남아시아와의 교류 및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남아 국가명’이 들어가는 국내 상표 출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명이 들어가 있는 상표출원은 지난해 107건으로, 2001년 20건과 비교해 435% 급증했다.

지난 16년간 연평균 증가율도 11%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 2월까지 국가명별 출원건수를 보면 모두 976건 중 최근 박항서 축구 감독 열풍이 불고 있는 베트남 국가명 상표(Vietnam)가 360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한국가요(K-pop) 및 화장품(K-beauty)이 유행하는 태국(Thailand)이 304건의 상표가 출원돼 2위를, 홍콩 97건, 대만 72건, 싱가포르 53건, 인도네시아 28건, 필리핀 22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상표 출원은 주로 요식업(베트남 쌀국수·월남쌈, 태국 양꿍·팟타이, 홍콩 중국음식 등)에 집중됐고, 싱가포르의 경우 금융과 항공, 호텔 등 다양한 업종에서 상표 출원이 이뤄졌다.

이재우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한류 열풍과 함께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한국과 동남아국가들간 교류가 증가하면서 이들 국가명이 포함된 상표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가명이 들어간 상표 자체만으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해 상표등록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도형이나 문자 등과 함께 상표를 출원해야 하고, 현지에서 특정인의 상표로 알려진 상표를 모방한 상표 출원도 등록되기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싱가포르 관광 도시.

유럽으로 가는 기점으로 삼아야

아세안의 중요성은 벌써 20년 전부터 인식되었다. 베트남이 우리의 3대 수출대상국이 되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놀라지만, 이런 결과는 지난 20년간의 다양한 노력의 결과다. 대외원조를 활용한 다양한 인적 교류와 경제적 지원, 경험과 지식 전수, 문화외교적 노력이 지금의 결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베트남에 대해서는 우리가 일찍 관계 강화에 나선 것도 중요했다. 물론 역사적 관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아세안의 다른 나라들도 우리 노력 여하에 따라 또 다른 베트남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이 그렇다. 남아시아는 더욱 새로운, 그래서 더 중요한 지역이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곧 세계의 공장이 될 태세인데 우리의 대인도 정책은 너무 더뎌 보인다. 그 옆에 있는 방글라데시는 어떤가? 여전히 홍수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 최빈국가로 기억할지 모르지만, 6%가 넘는 성장을 이어온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인구는 1억 6000만 명이 넘는다. 한 세대 전 중국 동부 연안으로 몰려가던 섬유봉제 다국적기업이 방글라데시로 모여들고 있다. 우리가 지나쳐서는 안 되는 국가다. 신남방정책이 아세안에서 그쳐서는 안 되며 더 서쪽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지현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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