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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옻(주) 황길봉 대표] 옻나무로 황금 캐는 세계 유일의 기술
박관식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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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30  1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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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이 현존하는 최고의 도료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우수성을 알면서도 생산 과정이 매우 어렵고 고비용인 데다 구하기도 쉽지 않아 일반화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10여 년의 실패와 연구 끝에 마침내 고품질과 친환경적인 옻칠 도료의 저가·대량 생산, 옻칠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공장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1차 공장만으로는 다량의 주문을 감당할 수 없어 보다 큰 규모의 생산 라인이 필요해 곧 시설을 확충합니다.”

남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옻으로 성공한 솔향옻(주) 황길봉 대표의 말이다.

지난 4월 17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 칠동리 금곡마을의 홍암 나철기념관에서는 경천동지할 프로젝트가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향후 전개될 규모에 비해 아주 적은 인원이 참여해 더욱 놀라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황길봉 대표는 인도네시아 황씨종친회장 등 소수의 경제인만 초청해 사업설명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황씨종친회만큼 짜임새 있는 대규모의 종친회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알면 쉽게 수긍이 간다.

   
▲ 인도네시아 기업인 등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실제로 황길봉 대표는 이날 사업설명회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황씨 종친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표현해 참가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여기서 황 대표는 “며칠 전 중국에서 4명의 사장이 찾아와 옷과 원단을 독점 판매하겠다고 제안했다. 아마 지난 2월 인도네시아에 갔을 때 했던 말이 새나간 것 같다”며 “옻은 중간에 햇빛을 보거나 고도가 높은 상공에 오르면 터져버리기 때문에 외국으로 보낼 수 없다. 이미 인도네시아 황씨 종친들과 손을 잡았기 때문에 여러분과 거래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런 솔직한 속내를 보이니 인도네시아 기업인들이 박수를 치고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황길봉 대표는 어찌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자신의 모든 것을 고백했다. 대개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와 약점을 감추거나 포장하는 데 반해 황 대표는 그와 달랐다.

“저는 70년간 살아오면서 책가방을 들어본 적도 없고 행복한 시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니까 눈에 보이는 것이 많았고, 제 몸을 헌신하다 보니 길이 보였습니다. 무엇이든 솔직하고 성실하게 어디든 찾아가서 부딪쳤습니다. 문제는 너무 멋을 안 부리는 것이었답니다. 군청에 들어갈 때도 장사꾼인 줄 알고 막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뿌리치고 들어가서 24시간을 기다려서라도 만났습니다. 그것이 곧 성공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안 그럽니다.”

황길봉 대표는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 가봤다는 사실을 오히려 떳떳하게 털어놓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어디를 가든 멋을 부리지 않는다. 손님을 만날 때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배운 이들에게는 이런 행태가 자칫 객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오로지 평범한 무명 브랜드의 잠바를 선호한다. 심지어 이날 입은 상의도 지난 2월 인도네시아에 방문할 때의 옷과 똑같았다.

   
▲ 사업설명회를 하고 있는 황 대표.

경주 목재 호텔 대부분 건축

황길봉 대표는 “나는 원래 직업이 목수로 나무라면 빠지지 않게 일했던 사람이다. 경주의 목재 호텔은 거의 다 내 손으로 지은 것이다”며 “그러다가 어릴 때부터 연구해온 옻이 목재에 좋은 효과가 있는 것을 알고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배움이 미천하다고 스스로 밝힌 황 대표는 역시 바이어들 앞에서 설명하는 데 매끄럽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지원 나온 공무원들도 당황해 옆에서 속도를 조절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막무가내로 촌스럽게 인도네시아 황씨 종친 기업인들에게 설명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우리가 느끼는 불협화음에 무관심한 듯이 보였다. 오히려 숱한 경험에서 비롯된 꾸미지 않고 술술 나오는 여러 가지 기술적 비밀(?)이 소개됐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황 대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옻 제조 특허기술을 마음껏 공개했다.

“옻나무는 11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생산한다. 강원도의 옻나무가 고흥·보성산보다 순도가 높지 않은 불가사의한 이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옻나무 진액은 햇빛을 보면 터지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한다. 다시마, 피마자, 우뭇가사리, 들깨, 옥수수 등 자연산 식품에다 5%의 뭔가를 섞은 것이 비결이다. 김을 생산하는 데 화공약품을 쓰는 것이 안타까워 옻으로 만든 자연산 약품을 개발했다. 옻나무는 세계 그 어디에도 없고 중국과 한국에 조금 나올 뿐이다. 옻으로 만든 마스크 팩은 기존 제품과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고 화장품 연구 개발도 70% 진척됐다.”

   
▲ 대들보 목재에 옻액을 뿌리자 깨끗하게 변한다.

옻나무 제품의 기밀을 단숨에 쏟아놓은 황 대표는 “인도네시아 기업인 여러분과 파트너 관계를 위해 이 자리에 초청했다.

사람에게, 인생에게, 자식들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도와주시면 황씨종친회를 길이길이 빛나게 할 자신이 있다. 우리와 인도네시아가 손잡으면 세계에서 황씨가 으뜸이라고 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고 다짐했다.

황길봉 대표는 사업설명회를 마친 후 나철기념관의 대들보에 직접 옻 살포 장면을 시연했다. 그동안 때가 묻어 새까맣던 목재는 금세 본연의 색으로 변해 참관객의 눈을 놀라게 했다.

이즈음 황 대표는 “목재에 옻칠을 해두면 벌레들이 덤벼들지 않는다. 문을 열어놓아도 모기가 오지 않는다”며 “흰개미도 없어질 만큼 방충효과가 크다”고 조언했다.

한편, 황길봉 대표는 사업설명회에 앞서 방문객들에게 옻나무 진액을 생산하는 과정과 옻 제품을 직접 보여주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대한민국 유일의 기술로 만든 옻을 사용하면 아토피 피부병도 3~4일이면 다 없어지고, 이를 이용해 만든 의사·간호사의 가운과 환자복도 피부병 예방에 좋다”며 “옻으로 만든 벽지는 현대건설과 대학병원 등에 공급 계약을 했다. 특히 이 벽지에 유명화가의 그림을 넣으면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우수한 목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옻나무로 황금 캐다

“한옥 목수로 반평생 일해오면서 옻칠을 한 밥상이나 제기가 오랫동안 부식되지 않고 해충 피해가 없는 것을 눈여겨봤습니다.”

솔향옻(주) 황길봉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옻나무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땔감나무를 하러 뒷산에 올랐다가 맞부닥뜨린 옻나무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탓이다.

황 대표는 옻을 집중 연구한 지 10여 년 만에 드디어 세계 최고의 천연도료인 ‘옻칠’을 개발 생산해냈다. 목재가 호흡할 수 있도록 통기성을 조절하고 신축성을 가진 신기술로 제조 정제한 결과물이다.

식물성 천연유래물인 옻칠은 내구·발수·방부·항균성과 함께 흡착성·난연성을 갖춘 안전하고 편리한 최우수 목재 천연도료다.

특히 유해물질이 없어 새집증후군이나 환경호르몬이 전혀 검출되지 않고 아토피 피부질환 걱정도 없다. 또 해충피해 예방과 함께 뛰어난 난연성으로 내부 열에 의한 2차 화재 확산도 방지한다.

이런 옻 도료의 뛰어난 성분을 인정받아 2014년 12월부터 전남 행복마을의 한옥 200여 채에 솔향옻을 사용해 입주자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 옻 물티슈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황길봉 대표는 “솔향옻은 건축, 선박 등의 내외장재 도료로 내구성을 대폭 늘리고, 은은한 고품격 도배지까지 시제품을 생산했다.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수출 길까지 열렸다”며 “앞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돼 공장을 증축하고, 소요 자재인 옻나무 재배를 위한 대규모 부지도 확보해놓았다”고 말했다.

이런 뛰어난 효능과 가치를 인정한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 발전을 이끌 6차 산업의 신개발품으로 솔향옻(주)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요즘 황길봉 대표는 너무 바빠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건설업체는 물론 의류업체 등 건강관련 업체에서 수시로 찾아와 상담하는 탓이다.

황 대표는 “천연도료와 함께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옻 가공식품도 연구개발해 친환경 임산물 먹거리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며 “조만간 3만여 평의 부지에 연관 산업단지를 조성해 많은 인원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솔향옻(주)에서 생산하는 옻 제품의 비결은 8~9년 야생 옻나무에 섞는 피마자, 치자, 다시마 등 천연재료와 그 공정 과정에 숨어 있다.

   
▲ 공장에서 설명하는 황길봉 대표.

12만 5000㎡ 산업단지 조성 박차

지난해 4월 황길봉 대표는 전남 보성군 벌교에서 천연 옻칠 도료의 대량 생산·가공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이낙연 전라남도 지사, 이용부 보성군수, 임명규 도의회 의장, 전남지역 임업단체장과 지역주민 등 400여 명이 참석해 준공식 축하와 함께 옻나무 6차 산업화의 성공적 발전을 기원했다.

40여 년 한옥 건축에 몸담아왔던 목수가 옻나무로 인체에 유익한 친환경 천연도료를 개발해 행정관서와 연관업체들로부터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소규모 공장의 착공은 이제 걸음마에 불과하다. 향후 벽지, 생리대, 기저귀, 물티슈, 아동복, 의사·간호사 가운, 환자복, 양말 등 수십 가지 제품을 만들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조만간 12만 5000㎡(3만 8000여 평)의 산업단지를 조성해 각종 제조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면 이곳에서 생산하는 옻 관련 제품들은 앞으로 전남지역의 경제 효과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전망이다.

황길봉 대표는 겉으로 풍기는 외모와 달리 보통 인물이 아니다. 비록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배움의 길을 걷지 못했지만 그의 우수한 두뇌로 인한 결실은 곳곳에서 무르익고 있다. 더욱이 황 대표의 자녀는 교직과 판사로 근무해 ‘흙수저와 금수저’라는 요즘 유행어가 무색해진다.

한편, 황 대표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수익금의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황 대표는 “무슨 일을 하든 10분의 1을 불우이웃 돕기에 썼다. 지금은 1년에 3800만 원 정도를 성금으로 쓰는데, 언제부터인가 직원들도 십시일반 월급의 10분의 1을 내놓는 모습을 보고 감동해 눈물까지 흘렸다”며 “물론 그것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결국 나중에는 도처에서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매달 조손가정 10가구에 후원금 지원, 독거노인 목욕봉사 및 식료품 지원과 함께 지난해 봄 가뭄 때는 양수기 15대를 보성군에 기증했다.

“제가 왜 보성으로 왔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보성에 물이 많고, 옻나무도 최상품이어서 이곳에 옻 산업단지를 조성해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내 나이 일흔이니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나 죽기 전에 빨리 하자고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끝으로 남긴 황길봉 대표의 말이 여운으로 남는다. 애국자가 따로 없다….

박관식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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