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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관계로 멍드는 대한민국슈퍼갑(甲)의 횡포, 을들의 분노
한희구 기자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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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12  15: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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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아프니까 계약직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회사원이 된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드라마인 ‘직장의 신’, 이 드라마의 소제목들은 이렇듯 기존 베스트셀러들의 제목들을 패러디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 드라마의 내용이 직장인들의 상처를 깊이 공감하게 해주는 것처럼 이 제목들 역시 단순한 패러디를 넘어 현 시대. 절대 갑(甲) 앞에서 비굴해져만 가는 계약직, 하청업체, 일용직, 인턴 같은 을(乙 ), 병(丙), 정(丁)들의 마음을 표현해 주고 있는 듯하다.

탐욕이라는 완장

   
 

사실 갑의 횡포는 유사 이래 항상 그리고 꾸준히 있어왔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위에 군림하려는 본성,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굴종하면서 약한 자에게는 강하게 굴려는 약육강식의 동물적 본능을 자본주의 사회는 그대로 따르게 하고 있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을 보면 별것 아닌 자리 하나가 사람을 얼마나 권위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또한 실제로 1971년 스탠포드대 심리학과의 실험도 이 부분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담당 교수는 평범한 대학생 지원자들을 받아 둘로 나누고 한 쪽엔 죄수, 한 쪽엔 교도관 역할을 맡겨 대학 건물 지하에 만든 가상의 감옥에서 지내게 했다. 놀랍게도 실험 결과 교도관을 맡았던 학생들은 죄수를 맡은 학생들을 학대하기 시작했고 가학의 강도가 지나치게 올라가 계획했던 2주를 채우지 못하고 엿새 만에 실험을 중단해야만 했다.

이렇듯 자리는 사람을 바꾼다.

또한 가정 폭력이 대물림 되듯 한때 갑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을이 갑이 되었을 경우 마치 복수하듯 똑같이 횡포를 부리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갑인 대기업이 을인 중소기업에게 단가 후려치기나, 수수료를 띤 체 하청을 주면 그 중소기업이 그 아래 2차, 3차 하청 업체들을 똑같이 쥐어짜내는 피라미드식 악순환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쯤 되니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일용직 노동자, 인턴, 아르바이트 생, 서비스업 종사자들 같은 절대 을들은 마치 노예나 죄인 같은 대접도 감내해야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갑의 횡포 연대기

최근 포스코 라면 상무 사건, 프라임 베이커리 빵회장 사건이 연달아 터지고, CJ대한통운,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로 정점을 찍는가 싶더니 배상면 주가 대리점주의 자살로 재 점화된 이 문제는 이제 식품이나 유통을 떠나 백화점, 택시업계, 통신, IT, 심지어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드러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전 국민을 분노에 떨게 만든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 사건도 공직자 기강 및 윤리의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지위를 남용한 갑의 성추행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별장 성접대 사건도 마찬가지로 건축업계의 갑을 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가장 청렴해야 할 공무원, 정부가 이 정도라면 그리고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그러하듯 겉으로 드러나고 곪아 터진 수준이 이 정도라면 실제 현실은 더 심각한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을의 반란

중산층이 사라지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시대에 자신을 절대 ‘갑’이라 여기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절대 갑이라는 것도 사실 허상일 뿐 어떤 자리든지 대부분 자기 위에는 갑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대기업 회장이나 대통령 역시 소비자나 국민이라는 존재 앞에서는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러했는가? 대기업은 문어발식 확장과 밀어내기식 막가파 유통, 후려치기 단가 시스템으로 을들을 생존의 끝으로 몰아세웠고, 그것을 막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최근 들어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롯데 백화점 직원 등 갑의 횡포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을의 분노에 포스코 상무와 프라임 베이커리 회장, 그리고 윤창중 대변인은 자신의 자리를 잃었으며 남양유업은 불매운동에 급히 사과를 하며 을들의 분노에 꼬리를 내려야 했다.

어쩌면 을들은 이제 더 이상 갑의 횡포를 그저 방관하고 있기 보다는 능동적인 반란을 시작하려는 것인지 모른다.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와 완장 사용법

한국 사회는 근대화와 산업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 나라다.불과 몇 십년 만에 부자가 많아진 나라가 되다 보니 이 과정에서 갑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나 교육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교양이 없는 한국형 갑이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고 어쩌면 최근 갑의 횡포에 의해 촉발된 일련의 사건들은 이미 예측된 사고였을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일들을 통해 이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제대로 된 ‘완장 사용법’이다.

지금 갑의 횡포를 들으며 분노하고, 조롱하고, 개탄하는 당신 역시 갑이 되었을 때 탐욕이라 쓰여진 완장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올바른 완장 사용법’ 즉,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되는 법을 학습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장을 찬 갑의 횡포는 단번에 근절되거나 자정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정부가 나서서 약자인 을을 보호해야 한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갑을 관계’에 대한 문제점을 강력히 제기하면서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에 무게를 실고 있는 사안이다.

시류에 편승한 갑을 관계법

갑의 횡포로 불거진 이 뜨거운 감자를 국회는 이번에도 ‘과잉, 유행 입법의 오류’로 되풀이 하고 있다.

성폭행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이름을 딴 ‘누구 누구 법’이 만들어지고,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며칠 만에 ‘무슨 무슨 관리법’이 쏟아진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법 대부분은 유야무야 사라지고 만다. 유행에 편승해 급하게 만들다보니 다른 법안과의 형평성, 법 적용에 따른 부작용 등 관련 논의와 검토가 충분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사회 문제가 이슈가 되면, 법률을 만들어 고치면 된다는 ‘법률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도 되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문제도 소위 ‘남양유업 방지법’이니 ‘대리점 법’이니 하는 생색내는 이름에 신경 쓰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공정거래법을 일부 수정하는 등 보다 기존 법률 체계를 보완, 수정해 나가는 것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희구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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