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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은 작품 속에도 숨어 있다‘딱지 미디어 아트’ 박윤배 작가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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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7  13: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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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배 작가

“처음에는 유화 작업을 하다가 뭔가 색다른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딱지 미디어 아트’라는 영역에 도전했습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미디어를 통해 기사 내용대로 형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만만찮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데 의미부여가 있습니다.”

지난 11월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2층에서 열린 ‘딱지 미디어 아트전’에서 주인공인 박윤배 작가가 한 말이다. 1일 개막식에서 만난 박 작가는 “오래 전부터 유화 작업을 하다가 전혀 생소한 이 분야로 발을 들여놓은 지 10년이 다 됐다”며 “어려서부터 귀감이 되는 글이나 기사 등을 읽는 걸 좋아했고 이를 스크랩해 많이 모아두었다. 결국 그것을 압축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화 작품의 변화성과 압축하는 것을 연구해 많은 양의 기사를 접을 수 있었다. 원래는 타임캡슐로 명명했었다”며 “100년 후 펼쳐도 딱지로 접은 기사는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작가가 자신이 갖추고 있던 화법을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박 작가는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보며 30여 년의 방황을 솔직히 인정했다. 결국 그는 새로운 이상향의 길을 걸으면서 비로소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찾은 셈이다.

국내 유일의 미디어 아트 작가

박윤배 작가는 오랫동안 신문을 구독하는 것은 물론 지난 신문과 잡지의 중요한 기사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지구가 하나로 되다 보니 여러 나라 신문을 취급할 계획이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타임지와도 협의중이라고 했다.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신문들을 이용해 ‘지구는 하나’라는 주제로 작품을 활동할 계획이다. 이는 단지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예술문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이날 아트센터에 전시된 딱지 미디어 아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기념해 만든 ‘퀸’, 다문화 가족을 주제로 한 ‘정’, 어떤 세상의 모습을 형상화한 ‘상’ 등 작품이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박윤배 작가는 “‘Queen’은 풍성한 우리나라로 살찌게 해달라는 소망으로 2013년 취임하던 때 만든 작품으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여성 대통령과 관련된 많은 기사를 선별해 딱지로 접고 모성애를 상징하기 위해 적절히 컬러를 배합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각 작품은 일종의 타임캡슐로 사람은 작가 자신이며 동영상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실을 상징한다. 과거의 기사와 현실을 서로 교차시켜 작가 자신은 과연 어디에 서 있는지 가늠하고 있다. 박 작가는 “사실 우리 세대만 해도 어린 시절에 딱지를 접어노는 것이 큰일일 만큼 중요한 놀이문화였다. 물론 그때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드물어 신문으로 접은 딱지는 보기 힘들었다”며 “요즘에는 어린아이들이 딱지에 대한 문화가 거의 잊어졌지만 그런 의미에서 과거를 반추하는 데 미디어 아트의 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 속의 딱지는 신문기사이기 때문에 오랜 보관을 위해 코팅시켰다. 작가 자신이 직접 딱지를 접는다는 데 그 정교함에 다시 한 번 놀란다. 특히 핀셋으로 접어야 하는 5~7mm 크기의 딱지는 놀라울 만큼 정교하다. 특히 딱지도 신문과 잡지의 기사에 담긴 컬러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 작품명 ‘소생(蘇生)’.

자신의 세계 확실히 굳힌 중견작가

박윤배 작가가 오브제로 사용하는 딱지는 모두 신문이 원재료로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이슈와 유명인사의 기사만을 선별해 제작됐다. 이 딱지들은 작품의 배경으로 삼고 그 위에 반복적인 드로잉으로 형과 공간 여백을 나타내며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담백하면서도 도시적인 기하학적 형태의 변화는 창의와 동시에 관객들에게 친근함으로 다가와 색다른 재미와 추억을 떠올려 박 작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박윤배 작가는 최근 구상과 비구상 그리고 추상의 경계가 점차 옅어져 가는 현대미술에서 철저히 자신만의 기법으로 새로운 탈 장르에 성공했다. 그래서 누가 봐도 ‘박윤배 작품’임을 입증하는 세계를 구축해내 중견작가의 반열에 올라왔다는 데 부정하지 않는다. 박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뚜렷한 오브제가 생겨나자 오히려 더 많은 아이디어가 시시때때로 떠오른다는 그의 손에는 항상 스케치할 수 있는 종이와 펜이 쥐어져 있다. 매순간 스쳐가는 생각들을 곧바로 스케치해 두었다가 작품 활동에 훌륭한 참고 자료로 사용한다.

특히 주재료인 신문의 변색을 막기 위해 연구해 온 그는 신문지 양면에 손수 약품 코팅 처리해 작품의 지속성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신문 재단부터 코팅작업까지 거쳐 딱지로 접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작품의 진행 속도가 느리다.

반복적인 색면조형 특이해

이형옥 조형예술학 박사는 “박윤배 작가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조형언어 구축의 정신세계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며 “작가는 그동안 10여회의 개인전과 프랑스 르 살롱전에서 금상 수상을 받아 한국화단뿐만 아니라 국제 화단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은 인물이다”고 전했다.

박 작가의 반복적인 색면조형(色面造形)은 인체뿐만 아니라 시사적 가치성과 자연물, 영감, 상상 등 현대사회의 가시적인 내용을 이입한다. 모든 대상들의 형(形)을 추상적 접목, 즉 작품의 공존에 매체(딱지)의 반복과 연속성을, 그리고 인체에서는 다문화시대로 다가오는 유희가 감지된다. 잡스의 창의적 사과에서는 원심력으로 확산된 조형적 윤회를 이루고, 작품 ‘축일’에서는 흑과 백색 대비가 명료하게 나타나 다음 세대들이 오늘을 읽어볼 수 있는 색면의 깊이가 드러난다.

이 박사는 “이들 작품들은 새로운 시대의 가치와 탐닉으로 세상의 빛과 그늘을 담아냈다”며 “마치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는 마음으로 화면 위의 매체는 질료의 특질과 독백을 리드하며, 부드러운 색면을 자유자재로 접어 이것들은 인간의 호흡처럼, 즉 심상의 깊이와 넓이에 의한 우주와의 교감의 연상선상에서 행해지는 독창적인 표현 행위로 귀결된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에게 매체활동은 시각문화의 저변 확대와 다양성을 위한 활동이라 할 때 박 작가의 딱지 매체는 하나의 자립된 영역으로 미술 속에서 그 위치를 얻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동안 딱지는 단지 단순한 놀이문화로 그 자체로서 놀이의 한 장르로 존재해 왔다.

이형옥 박사는 “딱지는 어린 시절 즐겨 놀았던 매체로서 친숙한 놀이 도구였다. 딱지놀이는 그 자체로서 중요한 매체 활동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심의 추억을 읽어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여기에서 매체격인 딱지는 작가가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대상이 그려지기 이전에 그것이 선행되는 어떤 대상 또는 관념을 미리 상정하고 다양한 시사적 내용들을 하나둘 접어가는 형식으로 사전적 조형미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박사는 “그런 상정 없이 매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을 때 무의미함을 인식해 작가는 그 무의미 속에 현대적 미감의 예술혼인 정신적 회화세계를 구현해낸다”며 “그를 위해 시대의 사건사고 등을 가지고 조형해야 한다는 당위성 앞에서 그는 질에 맞는 다양한 형식을 수용함으로써 그 자체가 비로소 자신만의 가치체계를 지녀 일종의 독립된 조형 세계를 완성한다”고 평했다.

   
▲ ‘딱지 미디어 아트전’ 개막식에 참석한 고교 선배 조국환 배우와 함께.

흑과 백, 눈동자 형상화로 작품 특징 살려

박윤배 작가의 작품 속 특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눈동자를 형상화한 것으로 이는 세상을 보는 눈을 표현했다. 박 작가는 “세상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눈을 강조했다. 작품 속에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는 철학으로 눈을 넣고 있다”며 “신문 기사를 딱지로 접어 표현하는 것도 세상을 향한 시선 중의 하나였다. 시대의 모든 것이 다들어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작품 속에도 숨어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특징은 작품 속 색감이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여기서 백은 여유를 뜻한다. 요컨대 인간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작품 속에는 두 사람이 서로 포개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 인물을 흑과 백으로 나눴다. 이날 개막식 행사에는 박 작가를 아는 다수의 관객들이 몰려와 덕담을 주고받았다. 개중에는 강화도에서 그의 수업을 받는 중년여성 회원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특히 고교 선배인 조국환 배우도 찾아와 축하의 악수를 나누며 우정을 과시했다.

박윤배 작가는 그동안 17회의 개인전을 연 딱지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1979~80년 프랑스 ‘Lo-solon전’ 은상과 금상 수상, 일본 연전 장려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목우회 및 수회 입상, 아트페어 부스전, 마이애미·싱가폴·대구 아트페어 등에서 수상했다.

초대·단체전으로는 현대 구상작가 70인의 200호전(전북예술회관), 대전시립미술관 개관 기념초대 300호전, 남도사색100호 초대전(남도예술회관), 보물섬 100호 초대전(양평군립미술관), 신작전 300호 초대전(안동 예술의 전당), 제1세계 예술 총연맹 마니산A전(산토리니 갤러리) 등이 있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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