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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개인전 연 이정미 화가“그림으로 쓰다, 오늘 하루”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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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7  15: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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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을 바라봅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혹은 지금부터 내일 이 시간까지이거나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을 바라봅니다. 만질 수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시간이라는 영역에서 오늘 하루를 살아갑니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즐거워하면서 매일을 지금처럼 살아지기도 합니다. 지금이 살아온 날들의 전부입니다. 오늘 하루이지만 이미 살아온 시간만큼의 기록과 역사가 있습니다.”

   
 

그림으로 문학을 쓰는 이정미 화가의 초대 개인전이 지난달 1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정수화랑에서 열렸다.

화랑에서 언뜻 만난 이정미 작가의 작품은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는 수필과 흡사했다. 문학이 아닌데도 문학과 같은 정서를 전해 주었다. 그러므로 아주 짧게 단세포적인 시각으로 보기에는 아쉬운 그림이다.

「흐르는 시간」「피어나다 1·2」「휴, 그늘」「가다보면」「생명, 그림자」「바라보다」「가는 길」「그곳에」「떨어지고」「볕이 드는」「시간 속에서」「한강 1·2」「흩어지다」 등등.

기실 제목부터 시와 수필이며, 더욱이 소설적인 구상이 다분하다. 이런 특이한 작품의 이미지와 그 안에 내재된 작가의 문학성이 묘한 조화를 이뤄 관람자에게 다가간다. 그 다음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지금까지 만난 미술화가들을 보면 자신의 학력을 자랑하거나 중시하는 작가가 있는 반면 그 반대의 작가들도 여럿 봐 왔다. 하지만 굳이 학력을 내보이지 않고 그림으로서만 대면하려는 작가가 더 빛나 보였다. 그래서 한때 국졸 출신이 대한미전 특선을 차지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이 그랬다. 이정미 작가가 바로 후자의 경우다.

이 작가는 “미술가는 그림으로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좋으면 빛이 나게 마련이다. 그 빛은 학력과는 무관하다”며 “작가가 굳이 빛을 내려고 하지 않아도 작품이 좋으면 대중이 알아본다”고 말했다.

 

‘지금’을 그림으로 표현

이정미 작가의 작품들은 ‘지금’을 그림으로 그려낸다. 짧은 시간의 단상을 깊이 있는 성찰로 만들어지는 ‘일상의 부분’이다. 하지만 부분이면서도 전체를 아우르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작품 「떨어지고」에는 물이 담겨진 유리 물병과 꽃잎뿐이다. 아니, 꽃잎이 아니라 꽃이라는 게 맞다. 통꽃이므로 더 많은 생명 통증이 있었으리라. 하나가 아닌 전부를 잃어가며 새 생명을 잉태하고 자신을 마감한다. 낙화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있다.

물병에는 아침이슬을 머금은 투명한 샘물과 같은 마음이 채워져 있다. 내세우지 않아도 이미 그곳에 있는 엄마의 마음이다. 작품 「떨어지고」는 곧 작가 자신일 수도 있다.

이정미 작가는 “시작을 알리는 영춘화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첫발을 내딛는 첫 개인전을 빌어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며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물과 떨어진 꽃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고통과 마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두 아이 엄마의 생각을 표출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을 생각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것보다 현재의 자신과 자신을 에워싼 가족과 사람들의 마음이다. 주변사람들과 같이 살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겉모습을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담아내는 다른 뭔가를 찾아간다.

   
 

예술가적 정신… 간절한 마음

박정수 미술평론가는 이 작가에 대해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예술가적 정신을 찾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좋은 그림을 그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주부, 엄마, 아내, 직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어려운 여건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 예술창작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은 물론 생각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예술가적 정신까지 있어야 한다”고 평한다.

주변에서 발견되는 소소한 일상의 느낌을 그림으로 옮겨내는 일이 보통의 시각에서 구성되지 않는다는 것….

작가는 일상의 단면이지만 예술가적 풍취와 감흥이 묻어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옮겨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단련과 철학적 사유가 겸비된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예술가의 자기 단련은 세상 만물과의 편안한 교감이기 때문에 자연과 어우러지는 조형이 탄생한다. 곧 자연과 융화되는 동양정신의 접근이다.

「가는 길」은 고성 해파랑길에서 만난 나무를 그린 작품이다. 시련 속에서도 꿈을 위해 꿋꿋이 서 있는 나무를 통해 작가의 희망이 엿보인다.

문득 발견된 메마른 가지의 나무가 낯설다. 무던히 살아오던 어느 날, 눈길이 가지 않았지만 바닷가에 있던 나무를 바라본다. 잎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무 그림자에서 잠시 머문 느낌만 있다.

싹을 틔우고 작은 잎이 커다란 낙엽으로 떨어지기까지 많은 시간의 반복에도 지금 바라보는 나무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오래 전부터 그러했음에도 앙상하고 메마른 가지가 삭막한 오늘 새롭게 발견된 것은 현재의 삶이 그러해서인지 모른다.

보는 것만으로 세상살이를 이해할 수 없음을 알게 한다. 그림의 느낌만으로 세상 만물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오늘 하루 이야기 설정

작품 「그곳에」는 우리가 있다.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겨 둔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하지 않지만 그림으로 약간의 안정,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짧은 시간에 머물게 한다.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내일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정미 작가는 이에 대해 “어두운 방에서 창밖을 바라본, 시간의 흐름을 잠시 잊어버려 불 켜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한 어느 날 풍경이다”며 “창밖에 있던 나뭇가지들이 창에 눌려 붙은 모습을 그렸다. 이는 외로움과 두려움이 아니라 함께하려는 동행의 시간이다”고 전했다.

작품들은 자신을 이야기하기보다 관찰당하는 것을 즐긴다. 주장하기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현실의 일상적 경험이 아니라 마음으로 오갔던 감흥들을 표현한다. 예술창작의 원류를 찾았던 수많은 예술가의 길을 따르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현재의 모습을 기록한다. 바로 이것이 이정미의 미술이지만 우리 모두의 사는 모습이다.

박정수 평론가는 “오늘 하루를 이해하는 것은 내일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소소함을 그림으로 옮겨내면서 눈으로 보기보다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화가의 자연스러움이다”며 “예술가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으로 그려낸 그림이 세상과 이야기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고 감평했다.

결국 이정미 작가는 특별한 무엇을 기다리지 않는다. 일상의 시간에서 문득 발견되는 것들을 소담스럽게 기록할 따름이다. 자신만의 무엇을 주장하지 않지만 그것은 이미 세상 이야기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이 만들어진다.

   
 

이제부터 시작, 일필휘지

이정미 작가는 흘러온 지난 삶을 간결하지만 결코 간결하지 않게 작품 속에 오롯이 담아 넣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맏며느리 역할을 하는 동안 포기했던 미술의 꿈을 잇기 위해 얼마나 또 다른 극복이 있었을까 가늠된다.

그런 모티브는 지나온 삶의 굴곡을 먹구름과 환한 하늘로 표현한 「흐르는 시간」, 10년간 지하철로 한강을 건너다니면서 느낀 마음을 담은 「시간 속에서」와 「한강 1·2」에서 찾을 수 있다.

「시간 속에서」는 우울하고 지친 일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꿈을 위해 불안정한 도시에서 매일 반복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불안정한 집이란 매체가 현대인에게 큰 공간이 아닌, 그저 잠만 자고 나가는 어두운 그림자도 보인다. 그런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투사지를 사용해 구김의 질감을 주었다.

「한강 1·2」는 어둡고 밝은 한강의 양면을 그렸다. 암울한 그림자가 드러나는가 하면 희망의 모습도 비추는 한강을 특이한 감각으로 표현했다. 보면 볼수록 깊이를 가늠하기가 힘든 묘한 마력의 작품이다.

작가들이란 거의 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그 반대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거의 신들린 사람처럼 작품에 몰두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정미 작가가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3개월에 걸쳐 완성한 그림들이다. 주변의 지인들은 이에 대해 놀란다. 한마디로 수십 년 동안 굶주린 배고픔을 한순간에 먹어치운 느낌이다. 이는 곧 이 작가의 향후 행보를 점칠 수 있는 열정이다.

중·고등학생 때의 미술에 대한 아쉬움을 어려운 만학도의 길에서 다시 깨우친 작품 활동이 그래서 기대된다. 그림에 대한 꿈을 접고 결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기 계발을 포기했던 작가의 길에 다시 접어들어 무한한 욕망이 꿈틀댄다.

“맏며느리 역할을 하다가 어느 순간 여유를 찾고 나를 찾기 위해 동네서 기웃기웃했는데 결국 내가 좋아했던 게 그림이었습니다. 그림은 10년 동안 꾸준히 그리다가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이제야 궤도가 보이는 듯합니다.”

이정미 작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손목에 힘을 줘 붓을 일필휘지로 휘젓는다.

 

향후 작가 위주로 활동

비록 초대 개인전으로 첫 개인전을 가졌지만 단체전은 그동안 20여 회의 전시회에 참여했다.

독화 또는 감상 서정아트기획전, 제38회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제9회 한국모던아트 작가전, 대한민국 선정 작가전, 한불수교 130주년 파리전, 인사동 감성미술제 ‘아름다운 동행전’, 서정아트기획전 ‘희망 동행전’, 개인 부스전 ‘빛과그림자’ 등 단체 전시회에 작품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또한 제38회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특선, 전시창작물 공모전 대상 환경부장관상, 인사동 ‘아트 페스티벌’ 우수작가상, 한불수교 130주년 평론가상, 2014. 대한민국 회화대전 입선, 대한민국 여성대전 특선, 대한민국 회화대전 입선 등 수상 경력도 만만찮다.

한편 한국모던아트작가회 감사, 한국감성미술교육개발원 수석연구원, 힐감성연구소 수석부회장, 인사동 감성미술제 운영위원 등으로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정미 작가는 한때 전통문양에도 관심이 많아 오방색 작업도 하며 추상적인 비구상 작품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구상으로 원점 회귀했다.

미술화가들이 작품만 그리며 살기 힘들 듯이 이 작가 또한 아동미술과 미술심리 등 활동을 하면서 칼을 갈아 왔다.

이정미 작가는 “그림으로 아이들의 무의식적인 생활을 보고 치유해 준다. 지금까지 아이들 가르치며 작가 생활을 했는데 앞으로는 점차 작가 위주로 활동할 것”이라며 “학창 시절에 시집도 많이 읽고 미술반에서 그림도 그렸다. 문학에도 관심을 가진 탓인지 감성적인 부분이 많아 제 작품 속에 그런 것이 나타나는 모양이다”고 고백했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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