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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진 화가화폭에 점자와 점들로 표현한 빛의 아름다운 소통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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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7  15: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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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도 그림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다울까?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미술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이경진 화가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장애를 진심으로 소통해 주는 예술인으로 정평이 높다.

이런 것이 그들에게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에게는 또 다른 작품 세계로 다가온다. 화폭에 새겨진 점자를 보고 새삼 빛의 경계를 가늠해 본다.

   
 

그러는 동안 문득 궁금해진다. 이경진 화가는 왜, 색을 볼 수 있는 정상인을 위한 그림을, 굳이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영원히 물을 수 없는 물음이다. 그 해답은 관객들의 몫일 따름이다.

이번 개인전 제목을 보면서 불현듯 강원도 소설가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이 떠오른다. 소설은 1930년대 강원도 어느 산골마을이 배경이다. 주인공은 점순이와 결혼시켜 달라고 주인(장인)에게 조르지만 장인은 혼인을 핑계로 일만 시킨다. 그런 장인에게 반발하면서도 끝내 이용당하는 순박한 머슴의 갈등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결국 머슴인 주인공은 점순이와 결혼하기 위해 눈이 멀어 버린 정상적인 맹인이 아니었을까?

 

점자, 점으로 소통하는 언어

이경진 화가는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M’에서 『봄(Spring)∙봄(See)』전을 가졌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점자와 점으로 이루어진 「녹색은 아름답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보았습니까?」,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본다」, 「심안(心眼)」, 「향(響)」, 「발(發)」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Toucher-pour voir…. 이 화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점자 페인팅, 촉각 페인팅…. 보지 못하는 이들도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그림’이라고 정의한다.

이경진 작가가 작품에 점자를 차용한 이유에 대해 “점자만이 가진 특유의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작은 점들의 조형미에 매료되면서부터였다. 그림 감상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에게 작품 속 이미지와 텍스트의 내용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이어 이 작가는 “작품 속에 숨겨지거나 도드라진 점자를 모르는 관람자에게는 단순한 기호나 작은 원들로 이루어진 추상적 이미지일 뿐”이라며 “그러나 점자를 아는 이들에게는 그들과 작가와의 암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점자란 언어는 주관적인 텍스트를 표현하는 내 작업에 가장 적합하다”고 전했다.

이경진 작가는 각 전시마다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점자와 작은 점들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방법과 재료, 색채 등으로 소통하고 있다. 점으로 작업하는 과정에 점자를 연구하면서 그에 대한 매력에 빠졌고, 점자 언어를 작품에 끌어들여 이미지와 점자를 접목시키며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가는 “미술이란 본질적으로 소통의 매체이며 표현 수단이므로 언어란 미술 그 자체를 이야기할 수 있다”며 “현대미술에서 언어란 주제는 시각 요소와 의미전달방식을 동시에 가진 특유한 조형요소로서의 역할을 가진다. 이처럼 점자도 마찬가지로 내 작품에 등장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작가가 작품을 진행하는 데 작가와 관객의 소통은 중요한 요인이다. 나는 그림을 통해 세상의 모든 이들, 그림을 감상하는 데 소외된 이들에게도 나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싶었다”며 “미술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보잘것없는 것에 그친다. 그들에게는 갤러리나 미술관이 사치스럽고 아무 의미 없는 공간으로 여겨질 수 있다. 신이 내린 예술 감상의 그 즐거움을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소통하며 즐긴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고 되물었다.

   
 

작품, 손으로 직접 만져 감상

이경진 화가의 또 다른 특징은 작품을 마음대로 손대도 무방하다는 점이다. 허물없이 인간과 인간으로, 작가와 관객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두려움 없이 작품을 만지도록 했다. 

이 작가에게 있어 미술관에 부착된 ‘만지지 마시오.’는 사람과 작품 사이에 놓인 마음의 벽이라는 것. 그는 이런 벽이 보이지 않지만 그 어느 벽보다 두껍고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이경진 작가는 “눈과 손이 느끼는 것은 서로 다른 감성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며 “보지 못하는 사람과 볼 수 있는 사람이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그림이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 작가의 전시회에는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이 관객으로 많이 참여한다.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미술 관람 경험이다.

2015년 15~28일 거제 해금강 테마박물관 유경미술관 제1관에서 개최한 Voir avec le toucher- 만지면서 교감하다』전에 경남시각장애인협회 거제지회 시각장애인 30여 명을 초대했다.

이때 선보인 「아이비」, 「매화-점자 꽃이 피었습니다」, 「분홍달」, 「천사의 나팔」 등은 점자를 표시한 작품이다. 또한 「체게바라」, 「마돈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화 등도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2015년 12월 1~31일 사천 리미술관 제1관 『je t'aime- 손끝으로 전하는 사랑 이야기』전, 2017년 3월 16~30일 여수 화인갤러리 『촉각, 시각을 느끼다』전에도 시각장애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관람했다.

   
 

예술의 중요성은 시각 너머에 있다

이경진 작가는 “제 작품은 시각 없이도 작품 감상을 할 수 있고, 다른 감각과 함께 감상할수록 경험의 폭과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다”며 “예술의 중요성은 시각 이외에 그 너머에 있다. 결국 예술은 인간이 가진 상상력을 자극하며 사고의 틀을 확장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많은 관람객들이 이 작가의 작품 속 파란 눈에 의문과 관심을 가졌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눈동자의 여인이 서양인인 이유는 제가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데 ‘천사의 눈’이란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며 “지금 제 작품에 있는 눈이 제가 본 ‘천사의 눈’이라는 작품의 눈이다”고 설명했다.

이경진 작가는 2005년 강원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2011년 프랑스 렌2대학 ARTS PLASTIQUES LICENCE 조형예술 학사, 석사를 마쳤고 현재 같은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중이다.

지난 2016년 제3회 국제환경미술제 『예술, 환경을 그리다 전』(거제, 공주, 서울), 2015 거제 해금강 테마박물관, 2015 사천 리미술관, 2014 춘천갤러리 4F, 강원대학교 병원, 2014 Espace Rennes Mussa France 등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에 참여했다.

이 작가는 강원미술대전 우수상, 신사임당 미술대전 특선, 현대미술대전 입선 등의 수상을 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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