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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 자연과 소통하는 찰나의 미학한국하이쿠연맹 창립
김영주 방송작가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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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5  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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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긴 여운을 준다는 하이쿠(俳句)!

지난 3월, 필자는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안수현 교수님을 통해 한국하이쿠연맹 회원이 되었다.

하이쿠는 5.7.5의 글자 수를 기본으로 17자 안에 인생의 희로애락과 자연, 계절 감각, 삶 속의 깨달음까지 문학적 표현의 정수를 담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광화문 글판’의 인상적인 짧은 글귀와 하상욱 시인의 한줄시 같은 짤막한 시 경향이 이미 대중의 지지와 인기를 몰고 온 지 오래다.

한국하이쿠연맹의 창립을 계기로 앞으로 일본 ‘하이쿠’가 우리말로 어떻게 창작되고 읊어질지, 우리 문학과 어떻게 접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하 한국하이쿠연맹 추석민 의장, 안수현 사무총장과의 대담을 정리해 싣는다. 대담은 2017년 5월 18일, 의장이신 신라대학교 추석민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다.

   
 

-한국하이쿠 연맹(FKH)이 창립되었다. 창립 배경과 취지는?

추석민> 여러 선생님들의 관심과 협조에 힘입어 지난 2017년 4월 28일 한국하이쿠연맹 창립총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저희 한국하이쿠연맹은 한국어 하이쿠를 통한 순수 창작 활동으로 우리 부산의 멋과 문화를 지역사회에 알리며 동시에 우리 한글 미학의 지평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자 합니다. 문학전공자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각계각층 여러분들이 한국어 하이쿠를 창작함으로써 자연과 공존하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소통하는 세상 만들기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안수현> 하이쿠는 찰나의 미학이자, 문학입니다. 일본 와카의 5.7.5.7.7의 31글자에서 앞의 5.7.5인 혹쿠(発句)가 발전한 것인데 이곳에 계절어(季語)와 매듭말[키레지(切字)]을 써서 형식적으로 발전시킨 세계에서 가장 짧은 노래입니다.

저는 경주 소재 한국하이쿠연구원에서 국내 하이쿠 박사 1호이신 곽대기 교수님과 꾸준히 하이쿠를 연구해왔으며 월더니스문학의 주간이신 대진대학교 박정근 교수님과도 지속적인 교류를 가지고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로 하이쿠를 창작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부산에서, 대한일어일문학회 회장이신 추석민 교수님을 모시고 한국어, 우리말 하이쿠를 중심으로 창작과 연구를 해 나간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와카 등 다른 일본의 정형시도 있는데 왜 ‘하이쿠’인가?

추석민> 하이쿠는 일본 내에서도 시가문학의 계보를 잇는 중요한 장르이고, 세계적으로도

알려져 있는 일본의 대표적 운문문학입니다.

일본의 운문문학은 와카(和歌)· 렌가(連歌)·하이카이(俳諧)·하이쿠(俳句)·교카(狂歌)·센류(川柳)·

근대시·가요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렌가는 와카에서 파생했지만, 지금은 사라졌고, 하이카이는 렌가에서 발생하여 최성기에는 연구(連句)를 주로 하였지만, 오늘날에는 하이쿠만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교카와 센류는 와카와 하이카이를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으로 골계(滑稽)화한 것으로

이 중 센류만이 오늘날에도 소수 애호가들에 의해 계속 창작되고 있습니다.

가요에서의 문학적 요소는 그 가사에서 찾아볼 수 있고요, 근대시는 이상의 운문문학과는 발생 시기를 달리하여 근대 서구 근대시 영향으로 출발한 것으로 와카·하이쿠와 함께 현대

운문문학을 지탱하는 세 기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하이쿠는 와카에 비해 쉽고 심플한 대중시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안수현> 우리나라의 한류가 대중문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역사적으로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조선통신사(‘조선통신사’는 일본 측에서 부른 명칭이며 본래 일본 통신사 혹은 통신사 등으로 불러야 바른 표현)가 있던 시절, 안타깝게 당시 우리나라 시조는 일본에 소개되지 못했습니다. 漢詩를 중심으로 한 필답이 문화의 대표적 양상이었으니까요.

일본은 좀 달랐거든요. 예컨대 카가노 치요죠(加賀千代女)라는 여류 시인이 하이쿠를 지어 통신사에게 헌상했다는 것은 일본어를 통한 일본 문화를 알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만약 그때 통신사 일행 중 누군가 우리나라 시조를 알렸다면 양국의 교류가 문학을 통해서 더욱 풍성한 교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만큼 하이쿠는 ‘쉬운 문학’입니다.

여기서 저희 연맹은 일본어로 하이쿠를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시조와 연계할 수 있는 우리 말 시어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물론 뛰어난 자유시도 많겠습니다만 5-7-5 율격을 중심으로 그동안 폐기되었거나 앞으로 드러낼 아름다운 우리말을 시어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하이쿠 VS 와카, 하이쿠 VS 시조를 비교 설명해주신다면?

안수현> 일본에서 하이쿠(俳句)라는 문학 형식은 근대 이후 하이카이(俳諧)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5-7-5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형식이지요.

축소지향적 상징의 극한이라 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하이쿠는 서정보다는 서경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와카의 경우는 서정 중심의 시이며 우리나라 시조 역시 서정 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정성의 표현은 문학적 소양을 요구합니다만 하이쿠는 계절의 변화를 체험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순간 혹은 찰나의 감동을 평이한 용어로 드러내는 시양식입니다.

한국어의 우수성과 한류를 알리며, 한국어 하이쿠를 중심으로 하여 한국 고유의 시조 및 기타 국내외 단시(短詩) 창작을 통한 국제 민간 문화 교류의 활성화에 이어질 수 있는 실험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석민> 저는 자연과의 소통과 계절 감각을 꼽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젊은 학생들을 많이 만나지만 – 대부분 청년들이지요.- 학생들의 생활이라는 게 어찌 보면 참 각박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학생들이 바쁜 가운데도 하늘 한번 바라보고, 숨 한번 돌려 쉬면서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하이쿠’에 대한 특강을 가끔 합니다.

우리 시조도 격조를 갖추고 있지만 ‘하이쿠’처럼 한줄 시로 함축하지는 않습니다. 하이쿠는 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쉽게 창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요즘 학생들, 줄임말 들을 많이 쓰는데 그런 트렌드와도 부합하고요. 하지만 마구잡이로 줄여가는 게 하니라 함축적인 의미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니까… 생각보다 까다로운가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하이쿠에 대한 관심이 우리 시조와도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4월 28일 한국하이쿠연맹 창립총회가 있었다. 그날의 분위기는 어땠나? 하이쿠연맹 회원들은 어떤 분이신가?

안수현> 4월 말이라 학계에서는 조금 분주한 시기이기도 했지만 회원의 반 이상이 참여해주셨습니다. 한국하이쿠연맹은 문학적으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추진력이 있으신 분들께서 동참하고 계십니다. 그중에서도 신라대학교 추석민 교수님은 현재 대한일어일문학회 회장을 맡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첫 출발을 하는 연맹의 길잡이로 흔쾌히 의장직을 수락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하이쿠나 일본 관련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계시고, 조금 생소하다 싶게 학계, 기업인, 연구자, 종교계 등 다양한 분야의 회원님들께서 순수한 목적에 찬성해 주셨습니다. 김 작가의 가입도 환영합니다. 현재 37명의 회원이 있고요, 연맹 발행 문집을 활용하여 회원을 수시로 모집할 예정입니다.

 

-하이쿠 연맹 설립과 관련, 그 동안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나?

추석민> 연맹 설립 준비단계에서 체험하였습니다만, 하이쿠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영문학과 불문학 등 서구 문학에 대하여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보이셨습니다만 유독 일본 문학에 대해서는 침묵을 유지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한일 간의 오랜 정치적 문제가 관련된 점도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도 있으나 바로 그러한 선입견을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이 열광하는 국민문학 ‘하이쿠’를 넘어 세계문학의 한자리로 자리한 만큼 우리도 한국어 하이쿠를 매개로 하여 앞으로, 우리나라 시조문학과의 연계와 국제화에 저희 연맹이 기여할 바라고 생각합니다.

   
 

-등단제도도 있다고 들었다. 향후 하이쿠 작가로서 활동은 어떻게 되나?

안수현> 물론 등단제도가 있습니다. 등단을 위한 심의 절차는, ①최소 1년 이상 정기 월례회(구회)와 구집 투고, ②문집에 게재된 작품 중에서 10구를 작가 등단 심의위원회의 등단 심사, ③심사를 통과하면 1년간 준작가의 자격 부여(준작가 인증서 발급), ④준작가(1년간) 과정이 끝나면 작가인증서와 작가증 발행 등의 절차가 있습니다.

또 등단 작가에 대한 혜택으로는 개인 구집 발행 자격이 주어지며, 발행(500부 기준)시 본 연맹에서 발행비의 50%를 지원합니다.

 

-소개할만한 하이쿠가 있는가?

추석민> 전통적으로 하이쿠 하면 우리에게도 친숙한 마츠오 바쇼(松尾芭蕉)의 작품이 빠질 수 없습니다.

 

古池や/ 蛙飛びこむ/ 水の音

furu ike ya / kawazu tobikomu / mizu no oto

오랜 연못 / 개구리 뛰어드네 / 물소리

 

안수현> 대표적인 여성 하이쿠 시인 카가노 치요죠(加賀千代女)의,

 

朝顔に / つるべ取られて / もらい水

asagaoni / tsurube torarete / moraimmizu

나팔꽃 덩굴 / 두레박 휘감으니 / 물 길러 이웃을 찾네

 

와 같은 노래를 들고 싶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소개하자면 제 전공이 와카(和歌)와 관련된 가론(歌論)입니다만 서구식으로 하자면 포에틱스(poetics)라고 할까요? 특히 후지와라노 데이카(藤原定家)의 미의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노래의 이상을 고전주의적 서정성의 회복을 유심(有心)이라는 용어에서 찾았으며, 미나모토노 도시요리(源俊頼)의 다음 노래를 유심의 미의식이 한 수 전체를 흐르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憂かりける / 人を初瀬の / 山おろしよ / はげしかれとは / 祈らぬものを

ukarikeru/hitowohatsuseno/yamaorosiyo/hagesikaretowa/inoranumonowo

야속한 님 제 사랑이기를 관음께 기원했습니다 차디찬 바람은 결코 빌지 않았습니다.

 

-느낌이 오는데요? (웃음)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추석민> 비회원 참여자가 회원으로 참여하여 적극적인 창작활동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각 지역 및 지부별 활동을 지원하겠습니다. 온라인 상시 투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지역 하이쿠를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지자체와 협력하여 하이쿠 투구함을 설치하여 지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여 향후 시조와 한국어 하이쿠 대회의 기반을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안수현> 한국어 하이쿠의 창작 활동의 기반을 마련하고 우수한 작품의 발굴 및 교류를 도모하고자 올해 하반기 한국어 하이쿠연맹 기관지 발행 및 출판 기념회가 가장 큰 계획이자 목표입니다.

문집 발행은 향후 연간 2회를 목표로 합니다만 상반기 6월 말과 하반기는 12월 말로 생각합니다. 시행방법은 회원의 경우 5구~10구씩, 비회원의 경우 1구씩 자유롭게 투고 가능하며, 상반기의 경우 4월 30일까지, 하반기 10월 31일까지 연맹이 정한 소정의 투고 양식에 기재하여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접수하겠습니다.

기관지 심사 후 최종 게재 확정된 작품은 편집위원회를 거쳐 출판을 하겠습니다.

출판기념회 겸 한국어하이쿠 낭송회를 개최하고 우수한 작품에 대한 강평 및 시상을 합니다.

시상자에게는 본 연맹이 주관하는 한국어하이쿠 시인 등단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자동적으로 부여됩니다. 본 연맹의 기관지는 시민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주요 은행, 국공립 도서관, 지하철 문고, 복지시설 등에 무상으로 배포함으로써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익성 증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에필로그

추석민 의장님의 연구실에서 진행된 대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수 십 년간 일본 문학을 연구해 오시고 후학을 키우고 계신 추석민 의장님. 인문학자로, 문학평론가로, 최근에는 시조시인으로 활약하고 계신 안수현 사무총장님.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으로 최고를 이끌어내시는 내공의 고수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하이쿠 연맹이 창립되었다.

평소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 문학적 감수성을 잃고 싶지 않은 분, 계절감각과 소통으로 인생의 맛과 멋을 노래하실 분은 누구나 한국하이쿠연맹 회원이 될 수 있다. 나는 ‘하이쿠’를 알고부터 자연과 일상, 사물이 더욱 또렷이 보인다.

‘이런 거였구나.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찰나의 미학,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직관과 통찰, 지금 여기의 느낌!’

나는 지금,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싶은 의욕과 열정이 끌어 오른다. 그런 가운데서도 잔잔한 평화와 침묵이 나를 꽉 채우고 있다.

김영주 방송작가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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