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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아시아 각국의 위안부 실태를 사진으로 담아온 안세홍 사진작가
임윤식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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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3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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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3월이다. 4월이 ‘잔인한 달’이라면 3월은 ‘울분과 함성의 달’이다. 어쩌면 4월보다 더 잔인한 달 일인지도 모른다.

1938년 3월, 일제의 ‘처녀공출’에 걸려 중국으로 끌려간 박영심은 어떻게 임신한 상태로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1941년, 병원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에 속아 언니와 함께 필리핀으로 간 김소란(가명)은 감시와 폭행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위안부’ 피해를 증언할 수 있었을까?

   
 

80여 년 전 수십만의 조선의 여성들이 일본군 성노예로 이끌려갔고, 일본이 점령한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 일본으로부터 침략 당한 나라의 여성들도 강제로 성노예가 되어야만 했다. 전쟁이 끝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80~90대가 된 그녀들은 아직도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채 역사의 진실로 남아 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을 누비며 일본군 성노예로 피해를 본 할머니들을 찾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들의 피눈물 나는 아픔을 기록해온 사진작가 안세홍(46). 그는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그 한 많은 역사를 세상에 알려오고 있다. 1996년부터 수많은 사진전과 강연, 언론 인터뷰, 책 발간 등을 통해 안세홍 작가는 그가 직접 만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록해오고 있다. 2003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중국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기록>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 이래 일본 도쿄, 오사카, 나고야, 미국 등지에서 개인사진전을 계속 개최해왔으며, 국내에서도 2003, 2012, 2015 년 등 수차례의 사진전을 열어왔다. 최근에는 지난 1월 18~19일 국회 의원회관 1층 갤러리에서 유은혜 국회의원실 주최로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이란 제목으로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다. 2012년 일본 도쿄 니콘살롱에서 사진전을 열었을 땐 니콘 측 방해로 전시가 중단되기도 했다고 한다. 아직도 일본에서 전시를 할 때면 일본 극우단체들의 방해를 받곤 한다고 털어놓는다.

안 작가는 피해 할머니들을 ‘위안부’가 아니라 ‘일본군 성노예’였다고 강조한다.

20여 년 전 한국의 나눔의 집에서 처음 만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가슴 속에서 묻어나오는 한 맺힌 눈빛과 말을 잊을 수 없었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그가 사진을 찍는 원동력이다. 전쟁이 끝나고서도 척박한 중국에 버려져야만 했던 조선인 피해여성들을 만나면서 그는 가슴 깊이 그녀들의 고통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시아 여러 나라의 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아시아 태평양 연안의 나라 어디든 수많은 여성들을 일본군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해야만 했다. 안세홍 작가는 그동안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에서 130여 생존자들을 찾아다녔다. 비행기로 기차로 발품을 팔아가며 중국 내륙의 오지에서 인도네시아, 동티모르의 변방 깊숙이 이르는 곳에서까지 살아 있는 역사의 진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낮선 이방인의 방문에도 그녀들은 스스럼없이 맞아주었고,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눈물과 고통을 보여주었다. 팔뚝에 새겨진 일본식 이름, 토막 난 기억 속에서도 그녀들의 증언은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80~90대의 고령이 되어 버린 그녀들의 가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응어리는 더 이상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되어 버렸다.

   
 

안세홍 작가는 “ 아시아 각국의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피해자가 여전히 위안소 근처인 국경 변방에 살고 있어 가는 데 만 며칠이 걸렸지요. 가다가 사기를 당한 적도 있고요. 필리핀 만 피해자가 1,000여 명, 인도네시아가 6,000여 명이에요.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의 피해자는 존재조차 잘 인식되고 있지 못하며 제대로 돌봄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가 일본 정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지 않고 관련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마저 활성화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지금이라도 기록을 남겨 역사로 정립하고 일본에 사과를 요구해야 합니다. 한일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인권문제로 바라봐야 전 세계에 이 문제의 심각함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안 작가가 만난 해외 거주 피해자 중 고(故) 이수단 할머니는 “병이 났어. 둥닝에 있는 큰 병원에서 성병을 치료받았어. 죽는 줄 알았지.” 그 후로 할머니는 아기를 낳을 수 없었다. 고향에 돌아갈 수 없어 위안소 근처에 눌러 살게 됐다. “아이고, 답답해… 이렇게 멀리서 우리 동포가 날 찾아왔는데 나는 조선말을 잊어버렸네.” 오랜 타국 생활로 한국어를 잊은 할머니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이수단 할머니는 19살부터 24살까지 중국 아청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에 계셨다. 오전엔 사병이, 밤엔 장교가 들이닥쳤다고 한다. 안세홍 작가가 가져온 아가인형 선물을 보고 “아가야, 누가 널 버리고 갔니? 이제 나랑 같이 살자”고 하셨다. 이수단 할머니는 선물받은 인형을 눈물을 글썽이면서 꼭 끌어안고 계셨다. “동티모르에서 만난 Carminda Dou라는 피해자 할머니는 알츠하이머가 있어 대신 동생 분에게 과거 이야기를 듣는데 할머니 표정이 일그러지더라고요. 기억은 잃었지만 고통은 남아 있는 거죠. 트라우마는 알츠하이머보다 강했습니다.”

평범한 여성에서 일본군에 의해 강탈당한 인생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중 통역 속에서도 낱낱이 드러나는 그녀들의 한 맺힌 가슴과 거친 숨소리조차도 70여 년 전의 과거가 아닌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 종교적 차별, 가해국과 피해국의 외면 등 모든 것에 그녀들의 고통은 겹겹이 쌓여만 가고 있다. 눈물이 눈물만을 가져오는 현실을 뒤로 하고, 피해자들의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삶의 내면을 카메라의 렌즈에 담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제대로 사과 받지도 못한 채 ‘겹겹’이 상처 만 남은 위안부 피해자들. 그래서 안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겹겹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안세홍 작가는 “할머니들의 깊게 패인 주름에서 70여 년 동안 쌓여져 온 한 맺힌 가슴을 보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풀리지 않은 채 우리에게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무관심과 감정적인 대응, 왜곡되어가는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의 힘이 겹겹이 모일 때 비로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겹겹(重重)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기미년삼일운동이 일어났던 3월을 맞으면서 필자의 마음은 한일관계 만큼이나 답답하다. 도대체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자기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지 못하는 나라, 여기에 더하여 이젠 더 노골적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한다. 그게 우리의 우방이요 진정한 이웃인가?

   
 

지난 2월 22일 서울시는 최근 발간한 「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위안부’ 이야기」사례집과 관련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첫 강연회를 개최했다. ‘위안부’ 피해자 10인의 생생한 증언은 물론 미국, 태국 현지조사를 통해 새롭게 발굴한 역사적 입증자료까지 망라해 교차분석한 첫 사례집이다. 이번 ‘위안부’ 이야기 강연회는 그동안 대중에게 그저 ‘위안부’ 피해 할머니로만 인식되어 있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제도의 역사와 ‘위안부’ 피해 여성의 생애사를 다루고 있다. 피해자로서 50여 년 동안 침묵을 강요받았으나 세상의 편견 앞에서 피해 사실을 용감하게 알리게 된 결정적 계기, 이후 인권운동에 참여하는 등 활동가들과 치유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넘어 세상까지 위로하려 했던 피해 여성들의 삶이 소개됐다. 이번 강연은 ‘위안부’ 이야기 저자 중 강성현 교수(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와 박정애 연구원(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이 강의했다. 또한, 이날 강연회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작품전시’ 및 ‘할머니들에게 남기는 글’ 등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또, 3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영화 <눈길>이 방영될 예정이다. <눈길>은 일제 강점기 말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의 손에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 소녀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이다. 아역 배우 출신의 김향기와 김새론 등이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의 OST는 가수 이효리 씨가 부른 ‘날 잊지 말아요’라고 한다. 이효리 씨는 <눈길>의 이나정 감독 제안으로 영화 티저 형식의 뮤직비디오에 ‘날 잊지말아요’를 참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리 씨는 2012년에도 ‘나비기금’의 1호 기부자가 되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나비기금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이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갯짓하기를 염원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기금으로 2012년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실제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어 선언한 기금이다.

안세홍 작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병들고, 혼자서는 무엇조차도 할 수 없는 몸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누군가의 기억과 눈물이 아니라 이제는 모두의 역사와 인권으로 남아야 합니다.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메시지는 70여 년 전 과거가 아닌 우리에게 전하는 미래의 메시지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임윤식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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