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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펼쳐진 거대한 춤사위제주의 다도해, 추자도(1)
임윤식 기자  |  k-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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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30  09: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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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돌아왔다. 제주도의 부속섬 추자도. 필자는 오래전 직장관계로 제주도에서 5년간 산 적이 있는 데 그땐 추자도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우도나 비양도, 마라도처럼 조그만 섬 중 하나겠지 생각했을 뿐이다. 섬에서 살면 섬이 잘 보이지않는다. 결국 추자도를 가보지못하고 육지로 돌아왔다.

제주도가 내게 영감을 준 것일가? 그 후 필자는 늦깎이로 섬여행 재미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생진 시인의 영향이 가장 컸다. 우리나라 섬들을 1,000개 이상 돌아다니고 섬 관련 시집도 30여 개나 펴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시인이다. 아니 세계적으로도 이 시인처럼 섬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시를 쓴 시인은 없을 것이다. 이생진 시인과 울릉도, 독도를 시작으로 섬들을 함께 여행하면서 섬의 매력에 취하기 시작했다. 틈 만 나면 배낭을 메고 섬으로 향했다. 제주도에서의 삶이 그리워질 때면 또 다른 섬을 찾고, 섬에 가면 뭔가 그리움이 메꿔질 것 같아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제주도를 떠나온지 어언 10여 년. 동해의 울릉도, 독도를 거쳐 백령도, 대청도 등 서해바다섬들을 훑고, 만재도, 가거도 등 수많은 남해 섬들을 돌다가 이제야 추자도로 향했다.

실은 지난 5월초에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잘 알려진 맹골도 및 주변 섬들을 돌아볼 예정이었다. 맹골도 앞 병풍도는 이미 9년 전에도 다녀온 섬이다. 당시 안내선장이 맹골도, 병풍도 인근바다는 조류가 매우 빨라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맹골도 일정은 세월호 사고로 당연히 취소되었으나 6월 일정의 추자도는 꼭 가보고싶어 엄숙한 마음으로 강행했다.

 지난 6월 5일 밤 11시 반. 현충일 연휴를 맞아 필자를 비롯한 섬여행 전문카페 ‘섬으로’(대표 이승희) 회원 일행은 2박3일 일정으로 추자도 여정에 올랐다. 남녘지방 여행이나 산행의 경우 종종 무박버스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버스에서는 잠을 제대로 자기가 어려워 요즘은 가능하면 피하고싶은 일정이다. 허지만 거리가 워낙 먼 곳이다 보니 어쩌랴. 아침 6시경 완도에 도착, 무려 6시간 반 버스 속에서 잠을 설쳤다. 무박의 버스이동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3박4일 일정인 셈이다.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 앞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후 추자도를 거쳐 제주도로 가는 한일카훼리3호에 몸을 실었다. 이 배는 정원 255명의 중형 여객선으로 추자도 3시간, 제주도까지는 5시간 정도 걸린다. 추자도에서 한번 기착 후 제주도까지 직항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라서 검문검색이 심하다. 섬 여행객의 경우 6월 1일부터는 반드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승선이 가능하다.

완도항을 벗어나자 바로 신지대교와 신지도가 보이고, 이어 우측으로 소모도 및 대모도, 불근도, 불음도, 소안도, 당사도, 우두도, 좌측으로는 청산도, 여서도 등을 바라보면서 추자도로 향한다.

안개가 약간 있기는 하나 파도는 잔잔하다. 항로 주변이 계속 섬들로 이어진다. 크고 작은 섬들이 조잘거리듯 다가온다. 섬 여행 경험이 많은 ‘섬으로’ 카페 대표 이승희 씨가 주변 섬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추자도는 도착 30분 경 전부터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는 데 오늘은 안개 때문에 20분 전쯤부터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배의 중간 기착지는 하추자도 신양항. 11시 경 드디어 하추자도에 도착한다.

한반도와 제주도의 중간에 위치한 추자도는 상추자도, 하추자도, 추포도,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제주의 다도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상․하추자도는 다리로 연결된 두 개의 섬이 하늘에서 보면 마치 무당이 양팔을 벌리고 춤 추는 모습과 흡사하기도 하고, 고래떼가 줄지어 헤염치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고려 원종 12년(1271)에 마을이 형성되어 후풍도라 불리었으며, 전남 영암군에 소속될 무렵부터 추자도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과, 조선 태조 5년 섬에 추자나무숲이 무성하여 추자도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천연기념물 제333호 사수도 흑비둘기, 슴새번식지, 문화재로 최영장군 사당, 박씨 처사각 등 볼거리도 많다. ‘추자10경’과 트레킹코스인 올레길이 유명하여 여행․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특히 감성돔, 황돔, 돌돔 등이 많이 잡히는 청정해역으로 연중 갯바위 낚시가 잘 되어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섬에서 내려 숙소인 ‘하추자민박’에 짐을 풀고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일정에 들어간다. 오늘은 먼저 추자도 부속 유인도인 추포도와 횡간도를 돌아볼 예정이다. 신양항에서 고개를 넘으면 예초리포구. 이곳에서 낚시배를 빌려 두 섬을 가기로 되어 있다. 추자도 본섬에서 횡간도까지는 직선으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며 중간에 추포도가 위치하고 있다. 신안군에도 추포도라는 섬이 있는 데 우연하게도 이름이 같다. 예초리 포구에 서면 눈앞에 크고 작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역시 제주의 다도해라는 별칭이 이해가 간다. 상추자도 쪽으로 염섬, 검등여, 수령섬, 악생이여 등이 보이고, 횡간도 우측으로는 검은 가리섬, 미역섬 등 일일이 헤아리기가 힘들다.

 

먼저 추포도를 들른다. 배로 약 10분 정도 갔을까? 추포도 선착장에 이른다. 불과 5-6가구 정도의 집이 보인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오르는 길은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제법 가파르다.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는 게 특이하다. 5-6가구라 해도 대부분의 집들은 빈 집이다. 한 때는 마을이 제대로 형성되었는지 높은 돌담이 그대로 남아 있다. 원시림같은 풀숲을 헤치고 섬 정상능선까지 올라가 본다. 능선에 서면 앞으로 추자도 전체가 파노라마로 다가오고 뒤로는 횡간도가 지척이다. 조망이 장관이다. 횡간도는 1자형의 섬이 바다를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다. 앞 머리부분 산봉우리와 뒤쪽 볼록하게 부풀어오른 능선 모습이 마치 거북이가 바다 위를 기어가고 있는 모습 같다. 능선에서 내려와 마을을 다시 둘러본다. 한 집에서 인기척이 난다. 반갑다. 어부 두 분이 낚시채비를 하고 떠날 참이다. 몇마디 물어보려고 하니 바쁘다는 핑계로 대답을 잘 해주지않는다. 바로 옆집이 학교터 자리이니 가보라고 일러준다. 집마당에 조그만 비석 하나가 보인다. 추자초등학교 부설 추포교습소가 개설, 운영되었던 유적지라고 쓰여져 있다. 이 섬은 상추자도 추자항에서 뱃길로 약 5km 거리이나 행정구역은 하추자도의 예초리에 속하며, 1969년 3월 5일에 개소, 당시 아동수는 1,3,5학년에 8명이었다고 한다. 이후 인구 감소로 1983년 5월 7일 폐소되어 총 7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바 있다고 적고 있다.

   
 
추포도를 돌아본 후 다시 낚시배는 횡간도로 향한다. 횡간도는 제법 유인도 모양을 갖추고 있다. 선착장 앞에 태양광발전소도 보이고 마을도 잘 정비되어 있다. 선착장에 다다르니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 둘이 보인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해녀들이 뭍으로 올라온다. 전복을 제법 많이 잡았다.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해녀들을 도와줄 겸 전복 모두를 사기로 하고 말을 붙인다. 해녀 중 나이 많은 분은 79세, 젊은 분은 60여 세라고 한다. 평생을 이렇게 물질을 하면서 살아왔단다. 79세 할머니는 자세히 보니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하다. 그 주름 사이로 지나온 세월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 하다. 남편없이 홀로 물질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발전소에서 한 사람이 나온다. 33세의 김주현 소장. 젊은 사람이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태양광발전소를 책임지고 있다. 횡간도 주민은 주민등록상은 16명으로 되어 있으나 실거주자는 현재 9명 정도라고 한다.

발전소 우측으로 미역섬이라고 부르는 무인도도 눈에 들어온다. 마을은 섬 허릿길을 따라 한참 가야 한다. 이 길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폭이다. 경관이 아름다워 산책로로도 손색이 없다. 약 10분 쯤 걸으면 마을에 다다른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이 대부분이다. 전형적인 섬 마을 풍경이다. 횡간민박이라고 쓰여진 민박집도 보인다. 이런 섬에서 한 달 만 머무르면 세상사를 모두 잊을 것 같다. 혹시 다음 방문 기회를 대비하여 전화번호도 카메라에 담아둔다. 민박집을 지나면 막다른 골목에 학교터가 있다. 골목길이 아기자기하고 정겹다. 마치 고향마을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미로같이 좁은 시누대숲 터널을 지나면 아담한 학교건물이 나오고 입구에 ‘’배움의 옛터‘라고 쓰여진 비석이 눈에 띈다. 이 학교터는 추자초등학교 횡간분교로 1951년 8월 28일 설립, 40년 동안 배움의 불을 밝혀오다가 취학어린이들이 줄어들어 1991년 3월 1일 문을 닫고 추자국민학교로 통합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26회에 걸쳐 총 16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고 한다. 횡간도가 과거에는 주민이 제법 많이 살던 섬이었다는 걸 말해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학교를 둘러본 후 마을 우측으로 내려간다. 마당에서 미역을 말리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보인다.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고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본다. 연세가 77세라는 데 매우 건강해 보인다. 24살에 시집을 와서 딸 넷, 아들 둘 등 6남매를 두었다고 한다. 딸 넷과 큰 아들은 제주도에 살고 작은 아들 만 추자도에 산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다. 선착장에서 만난 79세 해녀 할머니가 시누이란다. 해녀 할머니는 다리수술을 해서 몸도 편치않으신데 아직까지 물질을 놓지않고 매일 바다로 나가신다고 한다. 외딴 섬에서 거의 80세가 다 된 할머니들이 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삶이란 것이 얼마나 값지고 진솔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추포도와 마찬가지로 횡간도 역시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주민들은 선착장에서 마을 중심까지 가파른 비탈길을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내린다. 횡간도는 발전소 앞과 마을 아래 등 두 곳에 선착장 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해녀 할머니 두 분을 다시 만난다. 모노레일을 운전하고 올라오고 있다. 80세 가까운 할머니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않을 만큼 정정하시다. 해녀복을 벋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걸 보니 더욱 젊어 보인다. 거센 파도를 친구 삼아 평생을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섬 할머니들.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시길 빈다.

낚싯배에서 들려오는 대중가요가 파도를 흔든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 필자 일행은 서둘러 선착장으로 내려간다. (다음 호에 계속)

 

임윤식 기자  k-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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