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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차병철 화백국내 유일의 서라벌고 미술동문 ‘밀알회’… 한국 화단의 밀알로 57년 잇다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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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02  14: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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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뿌리 깊은 전통의 고등학교 미술부 출신의 화가 전시회가 있다. 서울 서라벌고등학교의 밀알회가 바로 그 화제의 모임이다.

앞에서 국내 최초인 동시에 유일하다고 언급한 이유는 그만큼 한 학교 출신의 화가들이 모인다는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서라벌고의 이런 부러운(?) 행사를 본받아 여타 학교에서 몇 번 시도했지만 흐지부지 사라질 뿐 이처럼 전통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고등학교 미술부는 미술을 전문으로 모인 학생들이 아니어서 단합하기가 힘들다는 것. 그런 대로 이름이 나 있는 몇몇 예술고등학교에서도 이런 비슷한 전시회를 기획했지만 지속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 화제의 전시회는 지난달 6일부터 12일까지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가진 ‘제57회 서라벌고 미술동문 밀알회전’으로 어느덧 시작한 지 환갑을 3년 앞두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개교 60주년 기념으로 열려 더욱 뜻이 깊었다.

서라벌고 미술 동문들은 한국 미술의 시금석으로 창의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과 성숙된 화단의 내일을 위해 정신적·상징적으로 한국화단에 일조를 하고 있다.

조강훈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밀알회는 오랜 전통을 지닌 서라벌고 출신 미술동문으로 구성된 미술단체로 전국적으로 미술계, 학계 등 다양한 곳에서 한국미술 발전에 영향을 끼친 미술 단체로 의미 있게 인정받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며 “창의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밀알회원 모두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한국미술 발전에 힘과 역량을 다해 힘써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 발전의 중추적 역할 다해

차병철(71) 밀알회 회장은 “서라벌고 미술동문 밀알회는 모범적인 미술 활동을 함으로써 한국 미술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통해 한국 화단에 큰 보탬이 되는 모임이다”며 “우리 같이 이렇게 오랫동안 끊임없이 동문 전시회를 여는 학교는 유일하다. 물론 옛날 같은 재단인 서라벌예술대학의 예술적인 끼와 환경 덕분에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자랑스럽게 화단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병철 회장은 “지금은 비록 중앙대 예술대학으로 편입돼 사라졌지만 예전의 서라벌예대 하면 문학, 연극, 미술, 음악, 무용 등 예술 분야에 두각을 보였다”며 “그러는 바람에 서라벌고도 같은 예술 계열인 줄 알고 전국에서 예술적인 끼를 가진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대거 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원로 배우나 화가들이 웬만하면 우리 학교 출신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라벌고가 예고인 줄 알고 전국에서 모여들다 보니 많은 배우와 화가들이 배출되는 것은 당연했다. 신중현, 남진, 나훈아, 이정길, 임동진, 한인수, 현석, 송호창, 임채무, 김흥국 등 유명 연예인이 서라벌고 출신이다.

전국구로 끼가 있으면서 제법 까불 줄 아는 문제아들이었지만, 예술과 공부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예전에는 ‘똥통학교’라고 손짓도 받았다. 예술적으로 재주가 넘치는 사람들이 공부를 등한시하고 자유분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1976년 길음동에 있던 학교가 중계동으로 옮겨 가면서 평준화되어 서울에서 서울대를 가장 많이 입학하는 명문고교로 거듭났다.

당시에는 미술부 학생이 150~200명으로 전국의 각종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다시피 하면서 잔뼈가 굳어 오늘의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다만 1회가 어느덧 80세일 정도로 연로한 선배나 동료들이 하나 둘 타계하지만 여전히 예전의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있다.

   
 

홍대 미대 홍석창 학장 등 쟁쟁한 작가 전시 인기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43명의 화가들로 서라벌고 출신의 이들은 한국 화단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쟁쟁한 작가들이 많다. 이들은 고교를 졸업하고 홍익대, 서울대, 전남대, 조선대, 서라벌예대 등의 미술대학을 나온 이후 화가로 성장한 정석 코스를 밟은 탓이다.

홍익대 미대 학장을 지낸 홍석창(3회), 전남대 미대 학장을 지낸 김종일(4회), 이중섭미술상을 받은 손장섭(4회), 파리와 스위스 유명갤러리 전속작가인 임무상(4회), MBC 미술센터 방송미술국장을 역임한 신낙균(9회) 등이 유명하다.

이 밖에 박계호(5회), 박홍준(5회), 이무성(5회), 김행신(6회), 김동환(7회), 김용수(7회), 조부수(7회), 최응규(7회), 홍병수(7회), 차병철(8회), 최병호(8회), 피기철(8회), 김흥태(9회), 안관태(9회), 이왈종(9회), 강기융(10회), 남기행(11회), 백수현(11회), 임동옥(11회), 신광식(11회), 김성실(11회), 조성호(12회), 홍상문(12회), 이재식(14회), 이환교(14회), 윤정년(16회) 등 쟁쟁한 화단의 실력자들이 즐비하다.

한편 유명한 만화가인 강철수 화백도 차병철 회장의 고교 동기로 잘 아는 사이다. 동아일보에 시사만화 ‘나대로 선생’을 연재했던 이홍우 화백도 그의 한 해 후배이다.

차 회장은 지난 1995년부터 2011년까지 밀알회 회장으로 서라벌고 미술 동문회 발전을 위해 악역과 함께 힘든 일을 도맡아 해왔다.

회장은 자신의 생업까지 제대로 해내기 힘들 만큼 봉사정신이 없으면 안 되는 직책이다. 그래서 짐을 덜고 자유로우면서도 홀가분하게 4년을 보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다시 회장을 맡아달라는 주변의 압력(?)에 의해 또 그만 수락한 것이다.

차 회장은 “사실 동문이라지만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린 친구들은 선배를 어려워하다 보니 집행부에서 잘해야 하고 운영의 묘도 부려야 한다”며 “사실 우리 때야 선배들에게 방망이로 맞으면서 군기가 바짝 들었지만 지금의 학생들한테는 먼 옛날의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제일 어려운 게 역시 도움을 받는 부분이다”고 전했다.

 

차병철 화백, 평생 전업 작가로 그림만 그려

차병철 회장은 전업 작가로 평생 오로지 그림만 그렸다. 그러다 보니 아내와 자식들한테 미안하다고 고백한다.

서라벌고 8회 졸업생인 차병철 화백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개인전을 4회 열었다. 현재 한국미협 상임자문위원, 대한민국회화제 자문위원, 경기북부작가회 운영위원, 한국미협 미술품 감정위원, 일목회 고문, 강북미술협회 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한성백제·충남미술·전통미술·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심사위원장, 회룡미술·안동유교미술·한국수채화미술대전 등 심사위원,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분과심사위원장, 현대미술신기회장, 일목회장, 우정사업본부 우표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전시회로 평화를 염원하는 60인 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6·15 3주년 기념 깃발전(청와대 녹지원 및 국립현대미술관), 국민일보 현대미술 150인전(세종문화회관), 현대미술 신기회 정기전 외 그룹전 및 초대전 300여회, 미국·독일·러시아·터키·인도·중국·태국 등 해외전 등을 가졌다.

차 화백은 밀알회 전시와 같은 일정으로 인사동 갤러리 LA MER에서 ‘연가(Lovs Song)’란 소재의 개인전인 고희전(古稀展)을 가졌다.

이번 전시회에는 꽃·나비·학 등 다양한 그림으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 연가 시리즈, 유럽 스케치 여행에서 만난 카다카스 해변·파밀리아 대성당·코스타델숄 요트항·말라가 해변(스페인)·카사레스 구시가지(프랑스)·카르카손 성(프랑스) 등을 선보였다.

이어 독도를 그린 대한민국의 영혼, 난빈의 추억·하롱베이(베트남), 추억 속의 부두(군산), 해변의 연가·휴선·한가한 어촌(강화도), 휴식(소래포구), 환희, 화병, 월출운무, 승일교 추경, 첫 눈이 내리는 날, 도봉연가, 향기 속으로 등 작품을 전시했다.

차병철 서양화가의 작품 세계는 주로 작가 자신의 내면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는 감성을 형이상학적으로 표현한다.

   
 

차병철의 관상력은 남다르다

차 화백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살아 숨 쉬는 생명체를 보면 그림이나 글로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나의 작품은 서정적이며, 소재는 갈대·서설·나비·매미·잠자리·곤충을 비롯해 학 또한 중요한 것 중 하나다”며 “이는 잠재되어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거리를 기억할 수 있는 즐거운 환상이며, 다시 돌아가 그 시절의 아련한 동심을 캔버스에 담아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은 나만의 욕망이기 때문이다”고 작품 세계를 표현했다.

이어 그는 “모든 이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편안한 마음으로, 구상과 비구상을 서로 대비하면서 상상 속에 많은 이야기를 색과 심층적인 기하학적 방법으로 기억 저편 지난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는 즐거움 속에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조강훈 (사)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차 화백님은 우리 협회의 장학위원장에 이어 현재 상임자문위원에 강북 미협 회장까지 맡으시며 평소 주변의 모든 것을 베푸는 마음과 행동을 몸소 실천하는 분이다”며 “한 점 한 점 깊은 고뇌 속에서 단련과 고행의 화격(畵格)까지 갖추어진 절차탁마(切磋琢磨)로 켜켜이 빚어낸 60여 점의 작품들이 선생님의 성품만큼이나 유연한 미감을 느낀다”고 개인전에 화답했다.

1960년대에 서라벌고에서 동문수학한 김선회 서양화가는 “60년대의 젊은이들에게는 화구를 갖출 경제적 여유가 없어 이 무렵의 작품들은 무채색으로 무겁고 침울했다”며 “이런 시기를 거치면서도 그렇게 아름답고 선명한 환희를 느끼게 하는 표현 방식은 푸줏간 아주머니가 달아준 고깃덩어리를 작가의 저울로 달은 물감이란 질료로 여기저기 옮겨놓듯이 유희적인 작업 방법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정직한지 길목에서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명인 미술평론가는 “차 화백이 주로 표현하는 구상 작품들은 소재가 어린 시절 잠자리채를 들고 들판을 뛰며 동심을 활기차게 했던 나비, 잠자리, 매미와 같은 곤충이다. 이런 미물조차도 사랑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연가(戀歌)라는 명제를 부여했다. 그뿐 아니라 자연과 잘 조우하면서 나름대로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회화적 가치로 창출하고 있다.”며 “작가의 심미 주체는 직각, 상상, 이상, 취향 등으로 현현(顯現)되고 있는 개성이다”고 평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차병철의 관상력은 남다르다. 동심에서 떠오르는 기억을 관상하여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며 “동심의 연상이나 학의 움직임에서 학이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에 대한 연상, 꽃을 찾는 벌과 나비의 생존본능에 관한 연상을 형이상학적으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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