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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모의 사랑나누기 10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홀몸 어르신 한분을 위한 음악회’, 감동과 눈물로 뒤범벅되기도
임윤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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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02  13: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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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봉사단체는 많지만 ‘아름다운 리더들의 모임(이하 ’아리모‘라 칭한다)’ 만큼 자발적이면서 특이한 모임이 또 있을까?

초등학생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전세대가 참여하는 봉사단인 것도 특이하고, 엄마,아빠,아들, 딸이 함께 참여하는 가족봉사도 색다르다. 노인복지기관, 노인전문병원, 지적장애우시설 등 문화에 소외된 곳은 물론, 홀몸 어르신 가정을 찾아 ‘한분을 위한 음악회’를 계속 열어주는 것도 세상에 단 하나 뿐일 것 같다.

큰사랑요양원 양혜숙 원장은 “아리모는 봉사하는 삶이 일회적이지않고 가지고 있는 재능을 여러 계층과 함께 함께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부모님들이 솔선수범하여 자녀들과 함께 어우러져 가르침을 주는 이 시대의 멋진 모범이라 생각한다”면서, “10년 전 아리모 탄생 초창기에 고사리 손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병마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을 위해 우리 큰사랑을 찾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도 한결같이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하고도 그 후배들과 함께 지속적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아리모의 단원처럼 기본소양과 심성을 갖추고 봉사의 참뜻을 배운 분들이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로 활동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행복해지리라는 믿음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이런 봉사모임인 아리모가 어언 10년, 찾아다니는 봉사활동 및 공연횟수가 무려 180여 차례에 이르렀다. 지난 1월 9일에는 반포4동 주민센터 서래아트홀에서 아리모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자축공연과 함께 10년간 아리모 활동을 정리한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아리모의 국혜숙 회장은 인사말에서 “아리모 회원에게는 이제 봉사가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봉사를 생활화하다 보니 어느 덧 성숙한 학생이 되었고 직장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의 글에서 보듯 ‘세답족백(洗踏足白)’, 즉 남의 빨래를 하면서 제 발이 희여지듯이 남을 위하여 한 일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봉사를 통해 삶이 풍성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졌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우리의 나눔이 소외된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KBS파리특파원과 SBS본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지용회(정지용 문학제 주관단체) 회장으로 있는 유자효 시인은 격려사에서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거룩한 일은 남을 위한 봉사입니다. 인류의 스승들은 봉사의 가치를 누누이 강조해왔습니다. 봉사의 극치는 희생이라고 하겠지요. 성경에는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그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했습니다. 국혜숙 회장님은 저명한 시낭송가이십니다. 평소 사회활동에 바쁘신 분이십니다. 그런 국 회장님께서 한 가지 활동을 더 얹으셨으니 그것은 봉사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가꾸는 데 기여해주시길 기대합니다”라고 말한다.

아리모는 2006년 1월 8일 발족한 가족자원봉사모임으로 초중고대학생과 직장인 그리고 학부형들이 문화에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장기와 재능으로 다양한 문화공연을 보여드리며 사랑을 나누자는 취지로 창립되었다. 경쟁사회에서 학습에만 매달려 있는 학생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봉사활동으로 인성을 다듬고 메말라가는 감성을 키워 세상을 크게 바라보기 위함이다.

아리모의 정신은 ‘아름다운 사랑나누기’이다. 창립회원은 12가족 29명이었으나 현재는 많은 가족들이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리더쉽과 시낭송 강의를 하던 국혜숙 회장이 ‘진정한 리더는 남을 돌보는 봉사정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취지로 가족자원봉사모임을 제안하여 창립하게 되었다. 2011년 아리모는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로부터 최우수단체 서초구청장상을 받았으며, 2013년 자원봉사의 날에는 서울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아리모가 서울시 서초구 우면 주공임대아파트 홀몸댁 12가구를 찾아갔을 때의 일화 한 토막. 제 145회 공연은 ‘한 분을 위한 음악회’로 진행되었다. 아리모의 홀몸 어르신 후원은 2008년 말부터 시작됐으며, 2011년부터 우면종합사회복지관과 자매결연을 맺은 후 해마다 홀몸 댁에서 위문공연을 하고 있다. 이른 바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무대’인 셈이다. 아리모는 그동안 지역사회의 아픔과 어려움을 위로하기 위해 지역 어르신을 위한 공연과 정월대보름 공연을 하면서 호두, 밤, 땅콩, 부럼과 떡을 준비하여 ‘함께’나누기도 했다. 이번에 진행된 홀몸 댁 프로젝트는 40여 명의 회원들이 10명씩 4개조로 나누어 3회 음악회로 진행되었다. 홀몸댁 어르신, 중증치매 어르신, 장애를 가진 어르신, 수술 날짜를 받아놓고 정서불안을 겪고 있는 어르신 댁 등을 찾아가 위무해드렸다. 공연에 앞서 어머니들과 학생들은 우면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전교육을 받고 어르신들께 드릴 편지와 카드를 정성껏 만들었다. 자녀와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홀몸 어르신을 위해 카드를 만들고 편지를 쓰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어르신들은 삼일 전부터 우리를 기다리며 꿈까지 꾸었다며 “꿈이냐 생시냐” 살을 꼬집으며 반가워하셨고 또 어떤 어르신은 “내 생애에 이런 날이 오다니..”라며 울먹이기도 하셨다.

전문가의 첼로연주와 플륫연주, 시낭송가의 낭송, 학생들의 색소폰과 잼베연주, 독창, 바이올린, 장구, 마술, 기타연주, 중창, 수화, 오카리나연주 등 다양한 재능이 울려퍼졌다.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어르신들게 드린 카드와 손 편지 낭독순서였다.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시면서 관에 편지를 넣어달라고 유언하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얼마나 외로우시면 그러랴싶었다. 12가구 방문은 감동과 눈물로 뒤범벅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에는 말벗도 해드리고 안마도 해드렸다. 고급 겨울이불을 받으시고 매우 좋아하셨다. 홀몸 댁 어르신의 위문공연은 어르신에게 위로의 시간이 될 뿐 아니라 아리모 회원들에게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홀몸댁 어르신이 있다. 14년간 줄곧 병상에 누워있다는 구십세 할머니는 쇠약하셔서 이승이 얼마 남지않은 듯 했다. 치아도 없고 머리카락도 거의 없는 앙상한 얼굴. 육십세가 넘은 딸은 음악을 좋아하신 어머니를 위해 음악회를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음악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염려되었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음악회를 가졌다. 바이올린 연주, 여고생의 젬베 연주와 노래, 성악전공자의 ‘얼굴’, 전문 첼리스트의 엘가의 ‘사랑의 인사’, 그리고 시낭송이 이어졌다. 서정적인 곡이 흘렀다. 목석처럼 천정 만 응시하던 할머니는 첼로의 선율에 맞춰 손가락으로 리듬을 타셨다. 마지막 순서는 시낭송이었다. 빈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할머니 손을 잡고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정지용 시 ‘향수’를 낭송했다. 그때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2연을 마치자 할머니는 ‘엄마-엄마-’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의심했다. 그런데 더 크게 ‘엄마’를 부르시는 것이었다. 아....그리운 엄마! 할머니도 엄마가 그리웠던 것이었다. 참으로 가슴이 찡하였다.

십년 전 은파노인복지사업소에 처음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노인성질환을 앓고 계신 어르신들은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공연을 보시고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셨다. 마치 벽을 보며 공연하는 것 같았다. 손을 잡으면 뿌리치셨다. 그 당시에는 노인복지사업소에 슬그머니 어머니를 내려놓고 사라진 자식들도 있어서 섭섭함과 우울증이 심하셨다. ‘기껏 한두 번 찾아오다 말겠지’ 하며 정을 주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러나 몇 년을 계속 찾아가자 어르신들의 태도가 달라지셨다. 공연하러 가는 날이면 2층 어르신까지 내려와 반갑게 맞이하고 가슴 속에 담고 있던 속마음도 털어놓으셨다. ‘얼씨구’ 추임새도 넣고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셨다. 아리모 회원들은 친할머니를 뵈러 가듯 선물을 사들고 큰 절을 올리며 할머니 볼에 뽀뽀하고 안아드렸다. 이제는 헤어지지가 섭섭해 ‘또 올거지?’라며 물으셨다.

은파에 거주한 한 할머니가 혀가 굳어 어눌한 목소리로 ‘아-버-지, 어-머-니’를 열심히 따라 하셨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이 나오지 않자 눈물을 떨어뜨리며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꺼억꺼억 흐느끼셨다. 새우등처럼 굽은 할머니의 등을 쓰다듬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져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위로해 드리나. 고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할머니를 껴안고 얼굴을 부비며 공연한 것 뿐인데.

그러다가 생각한 것이 할머니들의 발을 씻겨드리는 일이었다. 어르신의 딱딱한 발은 보이는 형상이 전부가 아니다. 그 안의 굴곡진 삶과 눈물과 아픔과 긴 역사가 담겨 있다.

2009년 1월, 세수대야 20개와 타올 20장, 양말을 준비하여 발을 씻겨드리고 크림을 발라 발마사지를 해드렸다. 처음에는 냄새가 난다며 슬슬 피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린 학생들에게 병균을 옮길 수 있다며 반대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그러나 옆에 있는 학생과 어머니들이 열심히 참여하자 두 팔을 걷어붙이고 할머니 발을 씻겨드리기 시작했다. 물은 사람의 응어리진 마음을 녹게 하고 마음을 부드럽게 해드리며 기분을 좋게 한다. 세족식은 어쩌면 숭고한 의식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따뜻한 물에 발을 깨끗이 씻어드린 후 향내나는 로션을 발라 지압하면서 마사지를 한 후 새 양말을 신겨드렸다. 당신이 힘들게 살아오심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지난 10년동안 아리모의 활동은 이것 만이 아니다. 각종 찾아가는 공연과 시낭송은 물론, 간식, 선물, 손카드와 손편지 쓰기, 말벗 나누기와 안마해드리기, 식사 도우미, 마음의 끈을 잇는 친선농구시합 등 매우 다양하다.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호국 문화공연’도 펼친 바 있다.

   
 

지난 해부터는 '시낭송 힐링 콘서트' 를 하고 있다. 객석이 참여하는 시낭독과 전문가의 낭송 그리고 음악과 함께하는 무대이다. 당신의 삶이 묻어나는 시를 읊으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때로는 토로하면서 정서적 위안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시낭독하면서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젬베연주와 노래로 봉사하는 청심국제고 3학년 염지수 학생(올해 서울대 합격)은 “어릴 적 저는 무대란 공연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공연자의 실력을 뽐내고 빛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 무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한 아리모 공연봉사활동은 공연에 대한 제 사고를 바꿔 놓았습니다. 처음 은파복지관에 들어섰을 때 작은 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앉으신 할머님들 앞에 단상도 조명도 없는 무대를 보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불만스러웠습니다. 평소 즐겨듣던 팝송을 불렀고 나름대로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지만 할머님들은 반응이 거의 없으셨습니다. 그 후 국혜숙 회장님께서 조언을 주셨습니다. “할머님들이 좋아하실 만한 옛날 노래를 골라보는 것이 어떻겠니?” 당시에는 철없는 마음에 “내가 왜 알지도 못하는 옛날노래를 연습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조언을 받아들이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7,80년대 가요부터 동요, 민요들을 찾아보고 선곡하여 공연을 하자 할머님들의 반응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함께 박수를 쳐주시고 눈물을 흘리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공연 봉사의 가치를 깨달았습니다. 나의 공연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줄 수 있음을 보았습니다. 아리모 활동이 있었기에 거리를 지나거나 아파트 단지에서 할머님, 할아버님들을 마주치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 성품도 자연스레 기를 수 있었습니다. 8년간의 아리모 활동은 봉사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고 장래에 대한 확고한 목표를 세울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훗날 저명한 콘텐츠기획자가 되어 “‘나는 어린 시절 아리모 활동을 통해 꿈을 키웠다’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국혜숙 회장은 아리모의 미래에 대해 “우리의 작은 재능으로 누군가를 위해 위로할 수 있고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함께 울어주고 웃어주면서 아픔을 위무하는 봉사단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웃과 사회를 위해 ‘가족 자원봉사의 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리모 학생들은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비젼있는 재목이 되길 바랍니다. 아리모 10년이 땅 다지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중흥기를 맞아야겠지요. 20년, 30년 더욱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아리모 회원들의 만남은 저에게 큰 축복이고 행운입니다”라고 강조한다.(정리/임윤식)

임윤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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