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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강릉 8경’한국의 ‘상그릴라’로 재탄생되다
김정일 여행작가  |  kobukim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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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9  14: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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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 되면, 곳곳에서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마지막 달을 보내는 분주함과 아쉬움이 묻어난다. 필자도 이 무렵이면 여러 송년 모임으로 덩달아 마음이 바빠진다. 모임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매달 한 번씩 갖는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유독 정이 간다. 그 이유는 자연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순수함 때문 인 것 같다. 우리는 모일 때 늘 고향냄새가 나는 토속음식점에서 모임을 갖는다
노년의 친구들과 나누는 유년시절 이야기는 토속 음식만큼이나 구수하다.
고향 정읍(井邑)의 정담 속에서, 필자도 어느새 제2고향인 강릉을 떠올린다. 15년 전 강릉에서 명예시민증서(제10호)를 받았던 그 시절로 자연스럽게 빠져 들어간다.
1996년 7월 27일 강릉우체국장으로 부임하였다. 그 때 강릉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강릉은 자연, 문화, 역사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고장이다. 산,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곳, 조상의 얼이 깃든 곳, 강릉 땅은 온통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가득 찬 곳임을 느끼게 해줬다. 더구나 관동8경중에도 으뜸인 경포대를 간직한 명승지이다.
그런데 당시 강릉을 찾는 사람들을 보며 아쉬움 한 가지가 생겼다. 그것은 경포대와 오죽헌만을 둘러보고 마치 강릉을 다 본 것처럼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필자는 그 아쉬움을 어떻게 채울까 고심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올라 당시 심기섭 강릉시장을 찾아가게 되었다. 마침 강릉우체국 개국 100주년이 되는 역사를 2년 남기고 있던 때였다. 개국 100주년 기념으로 국가기관인 우체국과 지방자치단체인 강릉시청이 합작해 강릉의 명소를 묶어 한정식의 ‘한상차림’처럼 담아보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로 이루어 진 것이 ‘강릉 8경’이다. 전국 최초로 우편엽서를 이용한 응모방식으로 진행해 최종 선정, 1998년 1월5일에 발표했다.
먼저 1단계로 500 여명의 시민들 여론을 들어 강릉의 명소 20경을 선정했다.
2단계로는 1997년 11월22일부터 12월22일까지 1개월 동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국 3,000여 우체국을 통한 우편엽서로 선호도를 묻는 과정을 거쳤다. 여기에 무려 8,770장의 우편엽서가 들어왔으며. 집계에 나온 순위에 따라 강릉 8경을 확정하게 되었다. 이 행사에 아시아나항공 (지점장 전인성)의 유럽 왕복 항공권을 비롯해 등 여러 상공인들로 1,500만 원 상당의 협찬을 해 주었다
이렇듯 강릉 8경은 한국 최초로 온 국민이 우편엽서로 참여해서 선정된 것이 뜻깊다. 이 사실은 조선일보 등 중앙지는 물론 안전행정부 ‘지방행정’, 전 정보통신부 발행 ‘정보와 통신’ 등 각급 정부기관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에 소개되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잡지(1998년 6월호)에 무려 10페이지 분량의 칼럼에서 무형문화재 제13호 ‘강릉 단오제’와 경포대, 정동진 해돋이, 선교장, 대관령 휴양림 등 강릉 8경을 48장의 화보와 함께 소개, 세계에 알렸다..
   
 
강릉8경이 좋은 반응을 얻자 춘천비경 8선, 속초8경, 인제8경, 동해8경, 치악8경 등 각 지역 8경을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붐이 잇달아 이어졌고  “강릉8경”을 비롯하여 현재는 전국적으로 8경이 없는 곳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강릉8경을 선정한 이벤트는 강릉 관광자원뿐만 아니라 우체국 홍보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체국 경영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1997년 강릉우체국은 정보통신부가 최초 실시한 전국우체국을 대상으로 그 해 금융, 우편, 수익사업, 등 전반적인 경영을 평가는데 1등급 최우수관서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정통부에서 지급되는 당시 1억 5천만원의 성과급이 직원들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새로 선정된 강릉 8경이 유명세를 타는 일이 연이어 생겼다. 강릉 단오제는 2005년 11월25일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오죽헌 신사임당은 5만 원권 지폐의 초상화로 쓰이는 쾌거로 이어졌다. 소금강을 둘러보고 주문진을 거치는 코스는 전국 최대의 수산물 관광시장으로 변했으며, 선교장은 전면보수로 조선시대 99칸 사대부집으로 새롭게 태어나났고. 10 여리 넘는 경포호수 둘레 길은 환상의 산책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8경 선정에 앞장섰던 한 사람으로 필자는“강릉8경”을 다시 다듬는 스토리텔링 작업조차 없이 아련한 추억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그런 아쉬움을 남긴 채 세월이 흐르는 사이 ‘잃어버린 강릉8경’이 지난 해 3월10일 인터넷에 자아실현(自我實現)역사-인물스페셜(121)에 올라왔다. 또 강릉 문학인들의 동인지 ‘하슬라문학’ 2013년 봄호 (제16집)에 강릉8경을 칼라사진으로 소개하며 그 선정 배경과 ‘천년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라는 주제의 글을 실었다
지난 해 12월 31일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주간경향 ‘우정이야기’ 코너에 ‘강릉팔경 선정비화’로 소개하고 있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턴이 1933년에 발표한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이상 향(理想鄕)이 떠오른다.
“그 곳은 높은 설산이 있고, 눈이 녹아 호수가 생겼으며 호수 밑에는 사람과 동물들이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지상낙원이 있는데 이곳이 “상그릴라' 라고 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상그릴라는 이 지구상의 어디엔가 존재하는 천국'을 말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훗날 독자들이 소설속의 이상향을 찾아다니다가 이곳에 와 보고는 소설 속에 나오는 '상그릴라'라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기심과 돈벌이에 욕심이 생긴 중국 윈난성 지방정부는 1997년 디칭티베트자치주가 '상그릴라'라고 선언했고, 2001년에는 중덴(中甸)시를 '상그릴라'현으로 바꿨다. 그동안 티베트족 주민들의 야크 방목 하던 곳이 어느 날 관광지로 변모했다. 그 후 10년 동안 2300만 관광객이 몰려들었을 정도로 '상그릴라'라는 중국의 현대 관광산업의 최고 발명품을 만들었으니 부럽기만 하다“.
- 김정일 해외 여행기 중 오늘의 한국(2013년 6월호) -

   
 
중국 상그릴라를 여행할 당시, 필자는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일행을 놓쳐버린 적도 있었다. 울창한 침엽수림, 야생화가 곱게 핀 광활한 푸른 초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동물들, 멀리 보이는 호수......... 그야말로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의 ‘상그릴라’가 진정 이곳을 말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 머리를 스치는 게 강릉이였다.
강릉이야말로 ‘한국의 샹그릴라’라는 생각이든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경치하면 ‘관동8경’이었다. 100여 년 전만 해도 강릉에서 태어나서 한 번이라도 대관령을 넘지 않고 죽으면 그보다 더 복된 삶이 없다고 할 만큼 자연환경이 빼어났고 풍요로운 살기좋은 고장이었다. 백두대간 대관령 품안에 넉넉한 들녘이 있고, 그림같은 경포호수와 청정해역의 동해가 반겨 주는 강릉이야말로 ‘한국의 샹그릴라’가 아니겠는가. 필자는 자신한다.
언젠가는 세계 각처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강릉땅이 역사와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될 날이 올 것이라고.
그러려면 강릉 8경을 재탄생시키는 수고와 노력이 절실하다.
2018년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바로 그 기회이다.
한국의 평창을 찾아오는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에게도 아시아나 기내잡지에 게재된 강릉8경(THE EIGHT SCENIC WONDERS OF KANGNUNG)을 홍보하는 간접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강릉을 한국의 ‘상그릴라’라고 내세우는 일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김정일<중앙대학교총동창회고문/여행작가/강릉명예시민>


 

김정일 여행작가  kobukim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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