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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황홀하게빛에 대한 31가지 체험
임윤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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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07  11: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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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하늘에 별이 촘촘히 박혀있다.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는 별. 다시 어둠을 더듬는다. 하늘이 열린다. 온 몸을 적시듯 빛이 쏟아진다."

은밀하게 황홀하게? 제목이 꽤 선정적이다. 무슨 외설적인 영화나 드라마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광복 70주년과 세계 빛의 해를 맞아 문화역서울 284는 다시 찾은 빛, 광복 (光復)의 의미를 다양한 예술작품과 공연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축제를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4일까지 문화역서울 284 전관에서 개최했다.

제목 그대로 ‘은밀하거나 황홀한, 신비롭거나 몽환적인, 빛에 관한 31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전시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은밀하게 황홀하게-빛에 대한 31가지 체험’ 은 20세기 세계적인 거장들의 클래식 작품부터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는 동시대의 빛 예술까지 스토리가 있는 전시와 공연으로 구성해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험하면서 즐길 수 있는 융·복합 문화예술 행사였다.

 

한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이탈리아, 대만, 벨기에, 헝가리 등 총 8개국에서 초청된 작가 31개 팀이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혼합매체, 가구 등 143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빛을 주제로 한 6개의 공연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시각예술의 근원적 모티브인 빛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시와 공연은 ‘어둠을 더듬어 빛을 만나다’, ‘빛을 느끼다’, ‘하늘을 만나다’, ‘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빛과 어둠의 경계를 탐색하다’, ‘빛의 기억을 되살리다’, ‘빛을 발하다’의 7개 테마로 구성하여 우리에게 보는 것의 의미와 함께 황홀한 빛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를 건넸다.

 
   
 

1. 어둠을 더듬어 빛을 만나다

빛이 없으면 어둠도 없다. 이러한 빛과 어둠의 상관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나간다. 주명덕 작가의 잃어버린 풍경을 시작으로 KDK김도균, 함진, 민병헌, 이상진, 박정기 등 7명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이 ‘빛 찾기’ 여정은 어둠 속에서 빛이 어떻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2. 빛을 느끼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뮌Mioon 의 그린 룸(RGB) Green Room(RGB)은 빛이 있음으로 생기는 어둠, 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향연이다. 보는 자이면서 동시에 보여지는 자로 존재하는 작품 속 인물들과 그림자의 형상을 통해 우리는 빛과의 만남을 넘어 빛을 은밀하게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3. 하늘을 만나다

프랑스 출신의 사진가인 로망 알래리Romain ALARY와 앙투앙 레비Antoine LEVI가 결성한 스테노프에스STENOP.ES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세계를 현실 세계로 가져왔다. 카메라 옵스큐라로 포착한 파리의 역사와 하늘은 문화역서울 284의 천장에 중첩되고 아름다운 피아노곡과 어우러져 관객에게 환상적이고 황홀한 경험을 전달했다.

 

4. 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카메라 시대가 열린 20세기 초의 유럽 예술가들은 신비한 빛의 세계에 매료되어 그 미적 감흥을 사진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 섹션에서는 앙드레 케르테츠André KERTÉSZ, 만 레이Man Ray, 라즐로 모홀리-나기László MOHOLY-NAGY, 브랏사이Brassaï, 라울 유박Raoul UBAC, 완다 율츠 Wanda WULZ 등 20세기 초기 사진예술 거장들이 빛을 이용해서 관찰하거나 왜곡하거나 발견해낸 세상의 풍경을 보여줬다. 또한, 독일 출신 작가 베른트 할프헤르Bernd HALBHERR는 20세기 초 예술가들의 작업세계를 현대적으로 변주했다. 에브리웨어 Everyware의 인터랙티브 미디어작품 포털 Portal은 영상에 작은 랜턴 빛을 비추면 영상을 뚫고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여 관객이 직접 작품과 교감하며 신비한 빛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5. 빛과 어둠의 경계를 탐색하다

낮과 밤의 경계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단순히 해가 지면서 사라지는 빛의 문제일까? 이창원, 박여주, 장태원, 인세인 박, 뮌Mioon은 다양한 빛의 속성과 재료를 활용하거나 시적 은유를 통해 빛과 어둠의 경계를 탐색하여 낮과 밤, 빛과 어둠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6. 빛의 기억을 되살리다

대만 출신의 영상·퍼포먼스 작가인 조동옌Tungyen CHOU과 조슈이의 오랜 협업으로 완성된 파노라마 퍼포먼스 영상이 문화역서울 284의 서측 복도공간에 펼쳐졌다. 또한 옛 서울역의 3등 대합실이었던 공간에는 조덕현, 이이남, 하지훈의 작품이 자리 잡았다. 조덕현의 콜라주 오브 메모리 Collage of Memory에서는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변용한 그림들이 공간으로 연장되어 흘러나온 천 오브제와 어우러져 관객을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게 했다. 이이남은 빛-장식품과 조춘도-보이지 않는 빛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 동·서양의 병치라는 주제를 미디어 고고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또한 관객은 하지훈의 작품, 빛을 반사하는 크롬의자, 자리 JARI에 앉아 빛의 기억을 되살리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됐다.

 

7. 빛을 발하다

여정의 마지막 종착역인 중앙홀에는 하이브HYBE의 아이리스.p Iris.p 와 라이트 트리 : 인터랙티브 댄 플래빈 Light Tree : Interactive Dan Flavin이 빛을 발했다. 홍채의 기능과 움직임을 모방한 아이리스.p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액정에 색을 넣어 중앙홀 공간을 빛으로 채웠다. 라이트 트리는 관객이 작품에 손을 대면 색이 변화하는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우리에게 세상의 빛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촉각과 시각을 통해 경험하도록 했다.

전시와 함께 ‘빛’을 주제로 구성된 공연들이 근대건축물의 곳곳에서 자유롭게 펼쳐졌다. 이는 단순한 전시 연계 공연이 아니라 ‘빛’이라는 주제에 직접적으로 관입하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었다.

 

이와 함께 마련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하고 즐거운 빛의 세계를 체험을 할 수 있다.

참여 작가들이 직접 관객들과 호흡하며 카메라 옵스큐라를 제작해 보기도 하고, 깜깜한 밤에 낮과 같은 밝기의 사진을 촬영해 보기도 하며, 뷰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진가처럼 세상의 빛을 탐색하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직접 자신의 초상을 빛으로 투영해 그려 보는 경험 또한 우리에게 빛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체험을 하게 했다.

   
 

전시가 개최된 문화역서울 284의 공간 역시 이번 행사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옛 서울역에서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 탄생된 문화역서울 284의 역사는 1900년 대한제국이 건설한 경성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제국의 핏줄로 시작한 이곳은 일제의 강점 후 1920년 대 새로운 건물로 지어지게 되었다. 이후 이곳은 한때 일제 수탈의 관문이었으며 음울함과 활기참, 빛과 어둠이 혼재한 영욕의 공간이었다.

이러한 다이내믹한 역사의 시대를 관통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문화역서울 284의 공간 안에서 시각전시와 라이브 공연을 아우른 빛에 대한 31가지의 이야기가 자유롭게 엉켜있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다는 명제처럼, 과거 어려운 시기를 보낸 후 다시 찾은 빛의 의미를 예술로 승화시켜 다양한 체험으로 관람객들을 자극했다.

 

전시장이 아닌 공간에서의 전시, 공연장이 아닌 공간에서의 공연에서 펼쳐지는 31가지 빛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스크림보다도 다채롭고 황홀한 경험이 됐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빛의 세상을 낯설고 새롭게 생각해 보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해줬다. 빛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의미있는 전시였다.(任)

임윤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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