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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있는 섬, 구름 위를 걷다신안군 만재도 마구산-장바위산 산행
임윤식  |  lgy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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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20  13: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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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쾌속선으로 5시간이나 걸려야 갈 수 있는 섬, 우리국토 최서남단 섬인 가거도를 거쳐 뱃길 마지막으로 갈 수 있는 섬 만재도. 이생진 시인이 그의 시집에서 ‘하늘에 있는 섬’이라고 썼던 그 섬에는 마구산, 물생산, 장바위산 등 세 개의 산이 있다. 이중 필자는 마구산 및 장바위 산 등 두 개의 산을 올라가 봤다.

만재도에 도착하여 마을을 대강 돌아본 후 산책 겸 마을 뒷산인 큰산을 올라가 본다. 큰산은 마구산이라고도 부르며 만재콘도 바로 뒷편 내연발전소 옆으로 오른다. 들머리에서 몇분 만 오르면 능선에 이른다. 능선 좌측은 바위산인 '물생산(山), 우측은 큰산, 즉 마구산 방향이다.
능선 너머에는 내마도, 외마도가 내려다 보인다. 이곳 능선은 저녁 때에는 일몰 장면이 아름답기로도 소문난 곳이다. 마구산 능선 우측으로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앞산인 장바위산도 한 눈에 들어온다.

   
 

능선을 따라 몇 분정도 가면 목제전망데크를 만난다. 허리까지 덮고 있는 풀숲, 시누대숲을 헤치고 전망데크에 오르면 바위산인 물생산의 웅장한 자태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만재콘도 홍승배 씨에게 물생산 등산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등산로가 정비돼 있지않아 위험하다고 만류한다. 그동안 몇 명의 등산객들이 무리하게 오르다가 추락, 사망한 적도 있다고 말한다. 1997년부터 만재도에 여러번 온 적이 있는 이생진 시인은 위험하기는 하지만 조심스럽게 오르면 길은 있다고 귀띔한다.
이생진 시인은 그의 섬여행산문집 <걸어다니는 물고기>(2000년 펴냄)에서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물생산은 험하면서도 자꾸 사람을 유인해 하늘로 끌고 갔다. 올라가면서 석양은 짙고 염소 우는 소리는 노을을 재촉했다. 절벽에 핀 천남성꽃이 절벽으로 올라오라 했다. 이런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뭍에서는 사람이 유혹한다. 하지만 섬에서는 꽃이, 새가, 나비가 유혹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 유혹에 조심해야 한다. 절벽은 험하고 무서울 정도다. 조금씩 끌리는 대로 올라간다. 물생산 정상에 올라왔다. 발 한 번 헛디디면 깊은 물 속으로 떨어진다. 염소 똥을 쓸어내고 바위돌에 앉는다. 산에 꽃이 많다. 방풍꽃이 비탈길 골짜기에 떼지어 피었고 언덕 초입에는 삘기가 서리 내린 것처럼 허옇다. 엉겅퀴도 듬성듬성 피어 있다. 만재도의 새끼섬인 내마도, 외마도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야! 신비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다. 초록빛 이마에 등갈색 암석이 내려지는 절벽, 절벽을 하늘 끝닿게 세워놓은 듯 눈이 빙 돈다"라고 썼다. 필자는 일정이 빡빡해서 물생산은 다음 기회에 오르기로 하고 이번에는 마구산과 장바위산 만 오르기로 한다.

마구산 오르는 코스에는 계단이 많다. 조금 가파른 곳이나 풀숲이 깊은 곳은 거의 어김없이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필자가 섬산행기에서 늘 언급한 바와 같이 섬 산행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뱀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않아 능선 풀숲이 허리까지 찰 정도로 깊다. 길이 거의 보이지않는다. 스틱으로 풀숲을 헤치면서 조심조심 오른다. 소나무숲길이 호젓하고 아름답다.

드디어 마구산 정상(176.7m). 천천히 놀면서 올라왔는데도 40여분 밖에 안걸렸다. 능선도 완만해서 오르기에 좋다. 해발 176.7m높이의 산이기 때문에 등산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산책 코스라고 보는 게 옳다. 정상에는 무인등대가 홀로 봉우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 바다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등대 아래 바닥이 목제데크로 되어 있어 쉬기에 좋다. 털썩 주저앉아 물 한모금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등대 옆에는 팽나무 한 그루가 우람한 자태로 서 있다. 수백년은 됐음직한 크기이다. 가지 갈라짐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마구산에서 내려와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 능선에서 우측 내마도, 외마도 쪽으로 흘러내리는 가지능선으로 내려가 본다. 이 능선 역시 풀숲이 무척 깊다. 이름모를 풀밭이 허리까지 찬다. 우측으로는 마구산 해벽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물생산 해벽이 아찔하게 다가온다. 해안바위들이 특이하다. 악어들이 바다로 기어나가는 모습 같다. 가파른 절벽 위로 검은 염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곧 바다로 미끌어질 것 같이 아슬아슬하다. 섬 산에서는 염소가 길을 제일 잘 안다. 염소가 섬의 실질적인 주인이기 때문이다.
가지능선 끝까지 가면 내마도와 외마도가 지척에서 내려다 보인다. 땅끝에 걸터앉아 한참동안 새끼섬들을 내려다 본다.

   
 

이생진 시인은 그의 시 <혼자 있으면 보인다>에서 "혼자 있으면 선녀가 보인다/꽃가마 타고 내려와/ 내마도 외마도/형제섬 사이에서 미역감고/시원한 바람에 멀리 머리 말리는 것이 보인다/다시 줄을 타고 올라갈 선녀를/누가 그냥 보고만 있겠는가/ 바위 소나무 그런 하늘 그런 구름/만재도는 아무도 없으면 금방 선녀가 내려올 섬이다/선녀를 유혹하기에 알맞은 섬/나는 여기서 선녀를 기다린다"라고 썼다. 정말 여기에 앉아 있으면 곧 선녀가 내려올 것 만 같다. 그래서 나도 이곳에 앉아 하염없이 선녀를 기다린다.

만재도 이틀째.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짝지해변으로 나가본다. 섬은 벌써 깨어 있다. 마을사람들이 몽돌해안에 나와 뭔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 붉은 해가 바다를 물들인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물 위에 파래를 널고 있는 모습이다. 서서히 새날이 밝아온다. 펼쳐놓은 파래가 아침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선착장에도 그물손질하는 아저씨의 손길이 바쁘고, 새벽에 벌써 고기를 잡고 돌아온 젊은이의 모습도 보인다. 배위에는 그물에 잡힌 싱싱한 고기들이 눈에 띈다.

아침식사 후 9시경 마을 앞산인 장바위산 등산을 위해 숙소를 나선다. 산행 들머리는 짝지해변 끝 바위길이다. 마을에서는 잘 보이지않아 몰랐는데 막상 와보니 바위길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마치 깊은 바위계곡을 걷는 기분이다. 제법 큰 입석바위도 보인다. 좁은 바위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계단비탈길도 아름답다. 우측은 바로 해벽. 낭떠러지 아래 바다가 출렁인다. 바위틈 여기저기에는 파란 해국들이 싱그럽게 자라고 있다.

바위계단을 넘으면 초원이 나오고 이어 조그만 모래해변을 만난다. '건너짝지'라고 부르는 곳이다. 마을사람들은 ‘건난대짝지’라고도 부른다. 해변 옆에는 또 하나의 선착장이 보인다. 조그만 섬에 선착장이 세개나 있다니 의외다. 이곳 선착장에는 태풍시 배를 끌어올리는 시설도 갖춰져 있다.
'건너짝지'해안에는 파도에 밀려 온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섬 만재도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기에 흉하다. 주민들이 적다보니 미쳐 쓰레기 치울 생각을 하지못하는 것 같다. 지저분한 해변에도 꽃은 핀다. 갯메꽃들이 모래사장에 넓은 꽃밭을 이루고 있다.
마을에서 이곳까지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산책코스이다. 등산을 하지않는 여행객들이라도 이곳까지는 꼭 한번 와보기를 권한다. 만재도 마을길 중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산(장바위산)의 본격적인 등산은 이곳 건너짝지해변에서부터다.

   
 

길이 잘 보이지않는 풀숲을 헤쳐가면서 비탈길을 오른다. 거의 모든 나무들이 죽어 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공룡등뼈같은 능선을 오른다. 큰산은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었는데 이곳 앞산은 사람들이 오르지않아 길이 전혀 보이지않는다.
밀림을 새로 개척하는 기분이다. 필자 키보다 더 큰 시누대숲도 지나고 엉겅퀴밭도 지나간다. 먼저 스틱으로 풀숲을 헤치고 아무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후에야 발을 옮긴다. 뱀에 물리지않기 위해 다리에는 겨울 등반용 스팻츠를 차고 스팻츠 속에는 다시 신문지까지 둘렀다. 섬에 있는 뱀들은 대부분 독사종류이기 때문에 섬산행시에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섬 전망이 열리기 시작한다. 물생산 방향 해안절벽이 웅장하다. 마을 뒷산인 큰산(마구산)이 여성스러운 산이라면, 이곳 앞산(장바위산)은 약간 남성스러운 산인 것 같다. 물론 가장 남성스러운 산은 바위산인 물생산이다.

드디어 장바위산 정상 도착. 천천히 오르다 보니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정상에는 마을사람들이 쌓아놓았는지 돌무덤이 표지석을 대신하고 있다.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와, 아름답다. 만재도의 전체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새가 양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 물생산과 마구산이 날개가 되어 펄럭이고 날개 품안에 마을이 포근히 자리잡고 있다. 어떤 이는 만재도를 도끼모양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달리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마구산은 도끼머리, 물생산은 도끼날, 그리고 장바위산은 손잡이에 해당한다. 필자가 섬에 오면 거의 습관적으로 산에 오르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곳 장바위산 정상에 올라와 봐야 만재도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오른 마구산 능선에서 바라본 만재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장바위산 정상에서 뒤를 보면 또 하나의 봉우리가 보이고 그 뒤로 국도도 보인다. 시간여유가 있으면 이 봉우리까지 가보고싶은 데 이번에는 일정상 포기하기로 하고 하산한다.
하산길에 다시 내려다 본 만재도 모습. '하늘에 있는 섬'이 아니라 '하늘을 날으는 독수리'의 모습 같다. 날머리인 짝지해안으로 원점 회귀, 여유있게 왕복 2시간 정도 걸렸다.

1시반 출발 목포행 배를 기다린다. 만재도에서의 1박2일, 너무 짧은 순간이다. 날씨가 조금 만 나쁘면 배가 들어오지못하는데 우리 일행은 운이 좋았다. 이틀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았고 뱃길도 잔잔했다. 이생진 시인은 1997년 6월 처음 만재도에 발을 들여놓기까지 거의 10년을 파도와 줄다리기했다고 한다. 흑산도, 하태도까지 왔으면서 만재도에는 파도가 거세 들어오지못했다고 한다. 그는 시집 <하늘에 있는 섬> 서문에서 "나는 흑산도에서 하태도까지 갔으면서 만재도에 들어가지 못한 적이 있다. 바람과 파도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 다음 기회에도 못 갔다. 물살이 거세서 못갔다. 물이 곤두박질쳤다. 나를 싣고 오면 배를 엎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때도 만재도 바로 앞에서 단념했다"고 술회했다. 만재도는 그런 섬이다. 만재도는 관광하러 오는 섬이 아니다. 낚싯꾼들이 할일없이 낚시나 하고, 이생진 시인의 말처럼 "그저 시 쓰는 사람이나 조용히 있다가 돌아갔으면 하는 섬"이다.

이생진 시인은 그의 시 <숨어살기-만재도1>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내 마음도 그렇다.

바다가 겹겹으로 싸돌고 있는 섬
그 섬이 다시
겹겹으로 나를 싸돌고 있다.


만재도로 오라
왜 이렇게 먼 데 있고 싶은지 모르겠다. 

임윤식  lgy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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