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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 작가 천기영] “통영 사람이 안 하면 누가 합니까?”다음 세대와 이어주는 ‘징검다리’ 되고파
김영주 방송작가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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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6  13: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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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했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도료인 옻칠. 이미 국보급 문화인 ‘나전칠기’의 고장 통영에는 ‘나전칠기’와 함께 ‘옻칠공예’ 또한 발달한 고장이다. 400여 년 전 성웅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부임했을 당시 12공방을 두어 나전칠기 등을 장려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니, 40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통영에는 ‘통영옻칠미술관’이 있으며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여러 작가들이 땀 흘리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2011년에 입문, 옻칠공예 작업으로 굵직굵직한 상을 거머쥐었으며, 최근에도 큰 대회를 앞두고 작업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천기영 작가를 만나봤다.

Q. ‘옻칠’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통영의 ‘나전칠기’를 보면서 자란 나로서는 시대의 변화를 통하여 ‘나전칠기’의 큰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장롱, 3층장 기타 작품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면, ‘이런 작품이 왜 버려져야만 하나? 가치가 없는 걸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고, ‘칠’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옻칠’의 중요성을 이때 알았죠. 그래서 ‘나전’을 배우고, ‘옻칠’을 배우면서 이것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보존·전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선생님들을 통해 기술을 배워서 다음 세대에 전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계속, 이런저런 사업을 하다가 2011년에 내린 결단이었습니다.

Q. 요즘 근황은 어떠세요? 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A.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옻칠 대회’인 ‘원주 옻칠 대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런 작업을 통해 과거의 기술을 현대에 접목하여 계승·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잘하지 않는 일이지만, 저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보람을 느끼며 ‘옻칠’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고 봐야죠.

Q. 어떤 분께 배웠습니까? 이제 천 선생님도 후학을 기르시나요?

A. ‘나전’은 박재성 선생님을 통하여 배우고 있습니다. ‘옻칠’은 통영 나전칠기 교육을 통하여 송원섭, 김성호, 양유전 선생님으로부터 다양한 옻칠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청주에 계시는 김성호 선생님께 옻칠을 배워서 이수자가 되었습니다. ‘통영옻칠미술관’의 교육과정을 이수하여 김성수 관장님으로부터 채화칠기를 배웠고, 함께 이수한 작가님들과 협회를 만들어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배우려고 찾아오는 분들이 있지만 시간과 돈, 많은 어려움 때문에 끝까지 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작업실은 연명예술촌(통영시 산양면 소재)에 입주, 작업하고 있으며 집에도 작은 작업실이 있습니다. 여건이 되면 후학도 천천히 양성하고 싶습니다.

   
 

Q. ‘옻칠’과 ‘나전’의 상관관계는?

A. ‘옻칠’은 옻나무의 수지를 정제해 만든 흑색 도막으로 주로 목재 위에 발라서 목재를 보호하고 광택을 내는데 쓰입니다. 마르면 다른 것과 섞이지 않으므로 보존상 기능이 매우 우수하고 흑칠(黑漆)이라고도 합니다. ‘나전’은 야광 조개와 전복 조개 등의 껍질을 숫돌 등으로 갈아서, 여러 두께로 한 다음 무늬로 잘라 나무, 칠기 등에 붙이거나 끼워 넣어 광택을 내는 장식기법입니다. ‘자개’라고도 부르죠. 이 ‘나전칠기’의 ‘칠기’가 다 옻칠을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옻칠’로 안 하는 것도 있어요. ‘옻칠’이 아니면 작품이라고 할 수 없어요, ‘옻칠’ 아닌, 다른 ‘칠’로 만드는 것은 기성품으로 오리지널 ‘옻칠’의 가치와 비교할 수가 없는 겁니다.

Q. 특별히 ‘옻칠’의 어떤 점이 천 선생님을 장인이자, 작가로 이르게 했나요?

A. 옻칠은 한마디로 '단계의 미학'이에요. 칠하고, 말리고, 사포질을 하고, 또다시 칠하고, 그런 과정을 몇 번이고 거쳐서 하나를 완성시키죠. 그것을 이해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 옻칠의 아름다움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되는 기회가 되었어요. 선조들이 사용한 것 하나하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의미가 있고, 요즘 사람들이 그 멋을 알면 기대 이상으로 좋아하셔서 작가는 행복하지요.

옻칠은 매우 예민해서 온도 20℃ 이상, 습도 70% 이상을 유지해줘야 칠이 마릅니다. 그만큼 섬세하고 또 ‘옻칠’에 정성을 다하고 사랑을 주어야만 매일매일 새롭게 다가오는 ‘옻칠’의 매력을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그만큼 언제나 새롭고 설렘을 주는 예술이지요. 칠의 작업 과정은 최소 20 과정이 넘기 때문에 말로 설명하기도 힘들 정도예요. 그만큼 어렵고, 귀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추구하는 작품 세계가 있다면?

A. 과거를 모르면 현재도, 미래도 없습니다. 시대를 아우르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융합하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과거에 사용했던 재료와 기술을 현대에 접목하여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Q. 통영은 예향이고, 문화와 예술 분야 장인이 많다. 장인들 중에서도 어떤 장인으로 남고 싶은지, 작가(장인)들 간의 교류와 협력 부분은 있는지?

A. 저 또한 ‘나전칠기’와 ‘옻칠’ 관련해서 여러분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현재 동료들과도 그렇고,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하고, 협업하고 함께 잘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자신의 단점은 보완해 가면서 좋은 의견은 교환하고, 그랬으면 참 좋겠습니다. 김봉룡, 이성운, 이형만, 양유전, 김성호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Q. 작업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A. 앞에서 말했듯이 ‘통영옻칠미술관’ 교육을 이수한 작가들과 ‘통영현대옻칠회’를 만들어 함께 작업도 하고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통영 RCE센터(아시아태평양 RCE지속가능발전교육거점센터)에도 재능기부를 통하여 올가을 교육을 할 계획입니다. 위로는 선생님들을 통하여 배우고, 동료들과 협업을 하고, 후배 양성으로 보다 합리적이고 정확한 기술 이전을 통한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명 예술촌’도 통영시에서 지원하여 들어왔지만, 해마다 이용료가 올라가고, 환경이 그리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자체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시면 저희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지요.

Q. 작업 외의 일과는 어떻게 보내나? 커피숍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A. 커피숍은 제 작업에 도움이 될까 해서 부업으로 한 것인데 사실, 경기가 안 좋아 많이 힘듭니다. 저도 이렇게 힘든데 젊은 세대들은 이 일에 뛰어들기가 더 어려울 거예요.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이 될 수 있게 ‘공공 근로제’를 도입, 제도를 마련하거나 시스템이 보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만해도 작업하는 데 쓰려고 막노동을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해봤습니다. 재료가 고가인데다 가정의 도움 없이는 이 일을 하기가 어렵고, 젊은 청년들이 더욱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지금까지 아내가 제일 가까이에서 이해해주고 든든한 지원을 해주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A. 글쎄요, 아무 걱정 없이 작업만 하고 싶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작업하는 것은 즐겁지만 아직도 이일을 그만두어야 하나 갈등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 이 일에 뛰어든 이상, 선생님과 다음 세대 간의 맥이 끊어지지 않게 제가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제 자신과의 씨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작업하는 것은 즐겁지만, 생활인으로서는 힘들다.” 천기영 작가의 말이다.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2011년이 될 때까지 다양한 사업을 하던 평범한 시민이 통영의 전통 공예, ‘옻칠’이 그저 좋아서, 우리 것을 살리고, 다음 세대에 전해주기 위해 이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 고가의 옻칠 작업에 쓰는 재료비 충당하는 데만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아무 걱정 없이 작업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천기영 작가. 그의 눈빛은 빛이 났다. 뭔가 사명감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할 때만이 보이는 눈빛이다. ‘원주옻칠공예대전’을 앞두고 작업 중인 천기영 작가의 작업실은 오늘도 불을 밝히고 있다. 하루하루 자신과 씨름하면서 작업한다는 천기영 작가의 가을이 결실을 가져오기를 기원한다.

 

김영주 방송작가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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