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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대한민국은 왜 이토록 ‘먹방’에 열광하나경기불황과 ‘먹방’의 상관관계
이정현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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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6  11: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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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 위한 몸의 당연한 반응(?)

바야흐로 ‘먹방(먹는 방송)’ 전성시대다.

오늘날 ‘먹방’ ‘혼밥’ ‘요섹남’과 같은 단어들이 대중에게 쉽게 통용되는 것만 봐도 음식 예능이 대세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늘어난 방송 채널만큼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아져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음식 예능이 방송되지 않는 날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포맷도 다양하다.

시청자들의 고민 사연을 소개하면서 맞춤형 음식으로 위로해주는 먹부림+고민풀이 쇼 Olive ‘밥블레스유’부터 맛 좀 아는 녀석들이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셉트인 Comedy TV ‘맛있는 녀석들’, 스타들의 외식을 훔쳐보는 SBS Plus ‘외식하는 날’, 해외 식문화가 유입되면서 잠시 조연으로 밀려났던 반찬을 다시 우리의 밥상으로 옮겨오자는 취지로 시작된 전무후무 반찬 전문 요리 예능 프로그램 tvN ‘수미네 반찬’, 화려한 입담만으로 침샘을 자극하는 맛있는 토크 프로그램 tvN ‘수요미식회’, 해외로 여행을 떠나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음식을 소개하는 Olive ‘원나잇 푸드트립’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각양각색의 음식을 선보인다.

인터넷방송은 또 어떠한가. 최근 몇 년 사이에 2만 개에 달하는 먹방 채널이 생겼고, ‘먹방 크리에이터’라는 전문 용어까지 생겨났다. ‘먹방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택하는 누리꾼들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방송의 먹방은 기존 방송이 요리와 음식을 다루는 방식과는 다르다. 방송이 맛집 소개 등과 같은 정보 전달에 집중한다면 인터넷 먹방은 ‘먹는 행위’ 자체에 주목한다. 아프리카TV와 같은 1인 방송의 등장은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방송 중에 있는 다양한 먹방 예능.

방송가에서는 음식 예능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놓는다. 의식주 중 하나인 음식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식욕은 인간의 본성인 만큼 직접 먹지 않더라도 방송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시청자의 관심을 쉽게 모아 공감까지 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운 재료가 ‘음식’이다 보니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먹방’ 프로그램은 놓치기 싫은 아이템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시청자들이 단지 대리만족을 위해 ‘먹방’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먹방’의 인기를 경제 불황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지금이 음식 예능 전성시대라고 하지만 ‘먹방’ ‘쿡방’이라는 명칭만 없었을 뿐 과거에도 음식을 예능으로 풀어낸 프로그램은 존재했다는 것.

리포터가 특정 지역에 가서 제철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내용을 다뤘던 KBS ‘6시 내고향’이 바로 그것이다. 이뿐 아니라 SBS에서 방영된 ‘결정! 맛대맛’은 지금 ‘쿡방’이라 불리는 요리프로그램의 원조라 볼 수 있다. 그보다 앞서 90년대 후반 SBS ‘이홍렬쇼’의 ‘참참참’이란 코너에선 스타가 직접 요리를 선보여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먹방’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방송 아이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경기 불황이 심해지면서 외식을 할 때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었고, 아울러 주말에는 집에 있는 재료로 맛있는 ‘집밥’을 만드는데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꼽을 수 있다. 냉장고 속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냉장고 파먹기’가 유행했고,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가 큰 인기를 누렸다. 결국 경제 불황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의식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 때문에 적은 예산으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대안, 즉 요리를 하나의 경제 활동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거라고 풀이했다.

먹방의 인기가 경제 불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일본의 사례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과거 일본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 바 있다. 1983년 시작된 만화 '맛의 달인'이 식도락의 붐을 일으켰고, 1993년 후지TV의 요리 대결 프로그램인 '요리의 철인'이 고급 식재료로 요리하는 셰프를 선망의 대상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이후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B급 구르메(누구나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을 선발하는 B-1그랑프리가 흥행했다.

전문가가 꼽은 ‘먹방’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은 심리적 공허함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먹방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현대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핵가족화에 따른 심리적 공허함을 원초적 욕구인 먹는 것으로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인간의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에 대응해 방어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턱 근육의 메인신경을 통해 치아를 깨물게 하는 운동명령을 전달하게 된다. 이 때 음식을 먹게 되면 음식의 당분이 세로토닌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김 연구원은 그냥 일반 ‘먹방’이 아닌 무리를 지어 먹는 방송 포맷에 주목했다. 적게는 3명 많게는 6명씩 무리지어 맛집 투어를 다닌다거나 여럿이 한 식탁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방송된다. 이는 분명 과거 한 명의 리포터가 숨겨진 맛집을 찾아다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던 것에서, 어떻게 그런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나를 알려주던 방송으로, 그리고 이젠 맛의 행복을 누구와 함께 즐기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어찌보면 오늘날 날로 증가하는 먹방 인기는 경제 상황이 과거에 비해 더 악화됐으며, 현대인의 삶은 더 팍팍하고 고단해 졌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정현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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