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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북한산 둘레길 ‘우이령길’을 걷다자연생태가 살아 있는 숲길, 오봉 조망 절경
글·사진 임윤식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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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5  15: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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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길.

참으로 뜨거웠던 여름도 지나고 이젠 9월이다. 9~10월은 특히 여행이나 등산·트레킹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이번 달엔 수도권에서 쉽게 가볼 수 있고 걷기도 어렵지 않으면서 경관이 아름다운 우이령길을 찾아보면 어떨까?

일명 소귀고개로 알려진 우이령길은 한국전쟁 이전에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와 서울의 우이동 일대를 연결하는 소로였으나, 한국전쟁 당시 미군 공병대가 작전도로로 개설하여 차량통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길은 1968년 1.21사태(김신조 사건) 이후 1969년부터 민간인 출입이 전면 금지되고 군부대와 전투경찰대가 주둔, 오랫동안 일반국민들에게 잊혀진 길이 되었다. 그 후 우이령길 재개통문제가 대두되면서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여러 환경단체의 검토와 토론 끝에 2009년 7월 드디어 41년 만에 우이령길이 다시 개방됐다. 우이령길은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남쪽의 북한산 지역, 북쪽의 도봉산 지역을 구분하는 사잇길이기도 하다.

   
▲ 북한산 둘레길 코스.

우이령길은 북한산과 도봉산 둘레길 총 21구간 중 마지막 21구간에 해당한다. 우이령길은 4.46km로 현재 자연 생태계 보전을 위하여 제한적으로 탐방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예약방법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다. 하루 1000명(우이 500, 교현 500)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노령자, 장애인 및 외국인은 전화예약이 가능하다. 예약을 한 탐방객에 한하여 09:00~14:00까지 입산이 허용된다. 인터넷 예약 후 예약확인증과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우이령 탐방길은 우이동먹거리마을 또는 역으로 송추 교현탐방지원센터가 들머리이다. 우이령길을 가기 위해서 전에는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에서 120번, 153번 버스로 종점에서 하차하였으나, 2017년 9월 우이신설경전철이 개통되어 이제는 신설동에서 우이령길 들머리까지 전철로도 쉽게 갈 수 있게 됐다. 먹거리마을에서 약 30분 걸어 올라가면 탐방지원센터에 이른다. 송추 쪽에서 출발할 경우에는 3호선 전철 구파발역 1번 출구로 나와 바로 만남의 광장 정류장에서 34번 버스를 타면 된다.

우이동 출발의 경우 들머리에서 탐방지원센터까지 가는 길은 주로 음식점길이라 다소 지루한 편이다. 좌측으로 상장능선의 멋진 바위능선과 기암괴석을 보면서 지루함을 달랜다.

20여 분을 오르면 탐방지원센터 500m 이정표가 보이고 대하정이라는 음식점 간판이 보인다. 들머리에서부터 걷지 않고 택시를 타고 들어올 경우에는 이곳에서 내려야 한다. 대하정 간판이 보이는 곳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탐방지원센터를 만난다. 탐방지원센터에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일일이 예약증과 신분증을 확인한다. 이곳에는 우이령길 안내 팜플렛도 비치되어 있다. 탐방지원센터 뒤로 상장능선의 우람한 암릉이 보인다.

   
▲ 탐방지원센터.

탐방지원센터에서 잠시 쉬면서 옷과 배낭을 다시 챙긴 후 본격적인 탐방길에 나선다. 숲길이 아담하고 고즈넉하다. 입장인원수를 제한해서인지 주말인데도 탐방객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공단 측에서 탐방인원을 제한한 것은 잘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우이령길을 완전 개방하여 탐방로에 사람들이 가득하다면 41년간이나 보존돼왔던 자연 훼손은 물론 산책로로서의 맛이 제대로 들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하고 느끼면서 걸을 수 있는 자연생태길로 계속 가꿔갔으면 참 좋겠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조금 가면 ‘맨발로 느끼는 우이령 숲길’ 안내판도 보인다. 일행 중 몇 명은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걷기 시작한다.

탐방지원센터에서 17분 쯤 가면 좌측으로 벤치가 여러 개 있는 중간쉼터를 만나고, 10분 정도 더 가면 대전차 장애물을 만난다. 이 인공장애물은 유사시 받침대에 올려져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도로로 떨어뜨려 적의 탱크진입을 막기 위한 군사시설물로 냉전시대의 아픔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대전차장애물 옆에 ‘소귀고개(우이령)’라고 표시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곳이 바로 우이령 고갯마루이다. 우이동탐방지원센터 1.5km, 석굴암삼거리 1.0km, 교현리 3.0km의 거리표시도 보인다. 우이동탐방지원센터에서 이곳까지 30분 정도 걸린 셈이다.

소귀고개에서 조금 내려가면 바로 넓은 공터이다. 공터 주위에는 바위고개에 관한 소개 등 안내판들이 세워져 있다.

바위고개(바우고개)는 한국의 슈베르트라 불리는 이흥렬(1907~1980) 선생이 작곡한 서정적이며 정감 있는 가곡으로 메조소프라노 백남옥씨가 불러 유명해진 노래이다. 바위고개가 어느 고개냐는 질문에 이흥렬 선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징적인 고개이며, 삼천리 금수강산 우리의 온 국토가 바위고개”라고 말했지만, 이 지역에서는 우이령을 지칭한다고 알려져 있다.

   
▲ 대화정계곡.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님이 그리워 눈물납니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님

그리워 그리워 눈물 납니다.

바위고개 피인 꽃 진달래꽃은

우리 님이 즐겨즐겨 꺾어주던 꽃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님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

십여년간 머슴살이 하도 서러워

진달래꽃 안고서 눈물집니다.

공터에서 다시 3분 정도 내려가면 오봉전망대에 이른다. 이곳 전망대에서 우측으로 바라보이는 오봉 조망이 우이령 탐방로의 하이라이트이다.

도봉산을 오를 때 마다 자주 보는 오봉(660m)이지만 언제 봐도 정말 기이하고 경관이 환상적이다. 자연의 오묘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봉은 송추 남능선을 타고 여성봉을 거쳐 오봉 중 첫째봉(1봉)을 지나가면서 보는 것이 가장 가깝고 일반적인데 우이령길에서 바라보는 오봉 조망은 또 다른 경관이다.

   
▲ 오봉전경.

오봉의 유래는 “한 마을의 다섯 총각들이 원님의 어여쁜 외동딸에게 장가들기 위해 상장능선의 바위를 오봉에 던져올리기 시합을 하여 현재의 기묘한 모습의 봉우리가 만들어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오봉 중 넷째봉(4봉)과 다섯째 끝봉(5봉)의 조망이 장관이다. 필자의 경우 10여 년 전 암벽등반으로 오봉 전체 봉우리를 넘어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감격이 다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이곳 오봉에서의 암벽등반은 보통 3봉부터 자일을 걸고 4봉(우측 봉우리, 봉우리 모양이 감투와 같다하여 일명 감투봉이라고도 함)을 오른 후 4봉과 5봉 중간에 있는 약 30m 높이의 오버행 수직암벽인 작은 암봉(사이봉 또는 애기봉이라고 함)을 올라 자일을 타고 내려온 후 마지막 봉인 5봉(좌측)을 기어올라 정상에서 60m 자일을 타고 하강한다. 멀리 4봉 감투봉 암벽과 사이봉 정상, 그리고 5봉 정상에도 암벽등반객들 모습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5봉 정상에 앉아있는 바위가 아슬아슬하다. 바람만 불어도 곧 떨어질 것 같다. 직접 올랐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곳 우이령길에서 바라보니 마치 큰 바위가 수천 길 절벽난간에 간신이 걸터앉은 것 같은 모습이다.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억겁의 세월을 지탱해오고 있을까?

전망대에서 한참을 쉰 후 다시 탐방길을 따라간다. 숲길 파란 하늘 속으로 보이는 오봉 조망에 눈길을 뗄 수가 없다. 나무숲과 어우러지니 한폭의 동양화 같다.

전망대에서 1km, 20분쯤 내려오면 차량통제소에 이른다. 교현리 방향에서 차를 가지고 올 경우 이곳까지만 차량운행이 가능하다.

차량통제소 옆에는 조그만 저수지가 있고 연못 앞 넓은 마당에 ‘유격’이라 쓰여진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이곳 일대가 군부대 유격훈련장이다. 이곳 유격훈련장은 소귀고개에서 1km 거리에 있으며, 교현리까지는 아직 2km 남았다.

유격광장에서 간단히 행동식을 먹은 후 우측 다리 건너 석굴암으로 향한다. 석굴암은 이곳으로부터 약 700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석굴암 방향표시이정표가 없어 자칫 석굴암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석굴암은 오봉 아래에 위치한 아름다운 천년고찰이다. 우이령길 탐방객들은 꼭 석굴암을 다녀오길 권하고 싶다.

   
▲ 석굴암.

석굴암 가는 길이 약간 가파르다. 우이령길 전체에서 석굴암 가는 길이 제일 힘든 구간이다.

석굴암 가는 길 중간에 오봉대라고 쓰여진 비석을 만난다. 석굴암은 이곳에서 우측방향이다. 이정표만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크게 북한산과 도봉산, 사패산 등으로 표시하고 있는데 석굴암이 오봉 아래 위치해서인지 이정표에 ‘양주 오봉산 석굴암’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오봉산이란 이름은 14세기 태조실록에 처음 기록되었고 주로 왕의 공식수렵 연습장이나 도읍의 주산이 연결되는 내맥으로 소개되어 있다. 오름길 좌우에 유격훈련장들이 보이고, 정면으로 관음봉과 오봉 모습도 보인다. 관음봉은 석굴암 바로 위 봉우리이다.

드디어 석굴암에 도착, 제일 먼저 대웅전이 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 범종각, 삼성각, 나한전 등이 층층으로 아름답게 자리를 잡고 있다. 석굴암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하였으며, 고려 공민왕 당시 왕사(王師)였던 나옹화상이 3년간 수행정진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나한전은 석굴 속에 축조된 건물이다.

이곳 오봉산 석굴암은 중부 제일의 나한기도 도량의 하나로 이름이 높다.

나한신앙이란 나한(羅漢)을 대상으로 하는 불교신앙의 하나로서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준말이며 의역하면 살적(殺賊), 응공(應供), 응진(應眞)이라 한다. 살적은 수행의 적인 모든 번뇌를 항복 받아 죽였다는 뜻이고, 응공은 모든 번뇌를 끊고 도덕을 갖추었으므로 인간과 천상의 공양을 받을 만하다는 뜻이며, 응진은 ‘진리에 상응하는 이’라는 뜻이다.

고려시대 이후 우리나라 대부분의 큰 사찰에는 나한을 봉안하는 영산전, 나한전, 응진전, 오백나한전 등이 건립되었으며, 조선 초까지 조정의 승유억불정책에도 불구하고 나한신앙이 상당히 성행했음을 알려주는 많은 기록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나한기도 도량으로는 함경남도 길주군 석왕사, 경북 청도 운문사 사리암, 경북 영천군 거조암, 전북 완주군 봉서사, 서울 수유동 삼성암을 꼽을 수 있다.

경내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보니 석굴암에서 20분 정도 머물렀다. 다시 석굴암갈림길까지 되돌아나오니 왕복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유격장저수지에서 교현리 방향으로 2km, 약 40분 정도 내려가면 교현탐방지원센터이다. 우이동 탐방지원센터에서 교현탐방지원센터까지 소요시간은 2시간 50분 정도. 우이먹거리마을 접근로 30분까지 합치면 총 3시간 20분이 소요됐다. 우이령길 안내도를 보면 탐방로 2시간(우이먹거리마을 접근로 포함), 석굴암 왕복 40분, 석굴암 경내순방 10분 등 합계 2시간 50분이면 가능한데 우리 일행은 여유 있게 걷다보니 30분 정도 더 걸렸다.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조금 내려가면 큰 차도에 이른다. 길 건너 ‘우이령 입구’ 정류장에서 34번 버스를 타면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과 연계된다.

글·사진 임윤식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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