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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연'서울국제조각 페스타 2017'에서 아름다운 날개 달다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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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4  14: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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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배가 지나가다 부딪칠 경우 사람이 타고 있으면 큰 싸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없거나 빈 배이면 내 실수구나 하고 지나갈 것 아니냐? 그대여, 자기 자신을 비워 빈 배를 만들라는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스로 빈 배가 되면 사람들과 부딪칠 일이 없다는 거죠.”

이는 지난달 7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서울국제조각 페스타 2017」에 출품한 김연 조각가의 말이다.

이는 곧 장자의 허주(虛舟) 이야기이다. 아무 때나 욱하는 성격 더러운 사람이 혼자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다. 그런데 배 한 척이 다가와 부딪친다. “뭐야, 이런….” 하지만 그는 욕하려다 말고 다시 드러눕는다. 그 배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낼 사람이 없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밖에….

김 작가는 마치 몽환적인 분위기의 시를 잘 쓰는 시인 같다. 작품 역시 주제를 꼭꼭 숨긴 시처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제 작품에는 물과 달과 배가 있거나 하늘이 나옵니다. 대부분 어떤 두 가지의 것이 합쳐 하나가 되어 있는, 동화되어 하나가 됩니다. 달과 물이 하나가 되어 있고, 시작되는 달과 저무는 달이 하나가 되는 거죠.”

김연 조각가가 이날 전시된 작품 「빛으로의 여행」, 「잠김(immersion)」 등을 설명하는 데 순간 아득해진다. 물론 취재하는 기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움이지만 서서히 작품에 몰입하면서 문득 부끄러워진 탓이다.

사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이라면 최소한 기본적인 관법(灌法)은 갖춘 후 평가의 잣대를 들여대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비로소 작가의 깊은 생각을 발견한 기쁨을 스스로 만끽하고 그 고마움을 작품 속에 눈도장을 찍으면 되는 것이다.

뒤늦게 작품의 진실과 그 험난한 작업에 대한 여정을 눈치 채고 나서야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작업하는 만큼 용접과 함께 쇠를 갈아 없애는 희열적인 고통(?)의 시간이 그 얼마나 될까?

   
 

이질적인 상대가 서로 벗이 되다

실제로 김연 작가의 말대로 물과 배의 형태, 음영과 질감을 주제에 맞게 작업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물론 작품 속에 인간과 자신의 모습 등 의인화된 어떤 인격 같은 그런 느낌으로 작업하는 것이 결국 예술의 몫이긴 하지만….

초승달과 조각배가 어울려 있는 작품을 보고 나서야 뒤통수를 한 대 두들겨 맞는 기분 좋음을 느낀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상대가 서로 벗이 되고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래서 ‘빛으로의 여행’과 ‘몰두하고 잠기는 일’이 불현듯 의미가 있어 보인다.

김연 작가를 조각가 시인이라 불러도 될 성싶다. 시적인 작품도 그렇지만 그가 생각하는 모티브가 곧 시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런 작업은 예전과는 좀 다르다. 물과 우물을 만드는 작업은 의미가 있다.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사람들은 외형을 보지만 머리가 잘못된 경우도 있다. 물에 비춘 자기 자신을 보고 내면을 본다. 항상 옆에 두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바다 옆에 가면 큰 숨을 내쉰다. 그러다 되돌아오면 일상사를 쉬이 잊는다. 품었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을 성찰하며 지나갈 수 있게, 사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위해 시작했다.”

그가 스스로 말하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물론 화가가 바라보는 시점이 시인의 그것과 엇비슷할 수밖에 없지만….

“배가 물가에 오래 있으면 서로 닮아 간다. 동화된 배는 물과 닮아 물이 된다. 결국 배와 물은 한 몸 전체가 되어 버린다.”

김연 작가가 한 말은 곧 시가 되는 듯하다. 그렇다고 시인이라고 다 함부로 쓸 만한 그런 영역의 것이 아니다. 결국 그의 조각 작품들이 시만큼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소중한 자연환경이 모티브

“자연이 주는 빛의 울림은 내게 많은 것을 갖게 하고 또 많은 것을 버리게 한다. 마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순간, 나는 고요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존재를 느낀다. 빛은 나를 깨어 있게 하며, 주위의 수많은 경이로움과 만나게 한다.”

김연 조각가가 작가 노트에서 한 말이다. 빛의 울림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10여 년 전부터 물에 대한 작업을 꾸준히 해온 김연 작가는 물·빛·하늘이라는 유기체를 3차원으로 형상화한다. 자연의 대상을 회상된 기억으로 회화적인 형체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들은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로 관람자들이 깊은 사색에 빠져들게 한다.

분명 고체로 만들었는데 투명한 물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을 보면 경이롭다. 그래서 조각이 회화처럼 보인다. 금속판에 그라인더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그 어디 쉬운가. 만드는 공정이 길고 힘들어 일반 그림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작가들은 각자 취향을 가지고 주제와 소재를 고집한다. 이는 작가가 작업하는 중요한 모티브인 탓이다. 그래서 물이나 모든 자연환경은 김연 작가에게 소중하다.

우리는 흔히 햇살이 물살과 교접하며 부서지는 장면을 “피라미 떼가 은빛 지느러미를 펄떡이거나 어린 햇살이 물장구를 치는 듯하다”고 표현한다. 이는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햇살과 물살의 부딪침에 대한 느낌이다.

김연의 작업은 이런 기억을 되살려내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의 물 연작은 그 기억으로부터 몸을 얻고 또 세상 속으로 물길을 튼다. 장방형이나 원형으로 응고된 물은 관람객의 마음속에 얼음 녹듯이 녹아든다.

재현해 놓은 물가와 물 풍경은 너무나 완벽하다. 물을 절단해 벽에 걸어둔 작품은 흐뭇하면서도 비정함이 묻어난다.

수성(水性)의 특성을 살린 「빛으로의 여행」은 물에 잠긴 빈 배를 설정한다. 작품 속 금속 물결은 조형화된 배 안팎에 존재한다. 반복되는 금속재의 요철로 빛의 산란효과를 극대화한다.

상하로 자리 잡은 배는 외부의 빛을 통해 환상적인 파도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인한 빛은 주변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아간다. 잔잔한 파도만 주인 없는 배와 함께 부딪치며 출렁인다. 이런 배후에는 욕망과 갈등으로부터 초연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물과 빛의 아름다운 만남

김연 작가는 돌·모래 등의 자연물과 투명한 수지를 이용한 ‘물가(Waterside)’ 연작으로 국내 외 미술계에서 주목받았다.

그의 나르시스적 표현의 내적인 반영 물질은 무미(無味)·무취(無臭)·무색(無色)의 그것이다. 김연이 ‘물’의 형태를 재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투명 레진은 날씨·온도·습도 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그래서 많은 경험과 기술이 필요해 재료를 직접 다루며 발생하는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한다. 작은 공기방울이나 눈곱만한 티끌도 인정하지 않고 완벽한 물의 재현에 따른 시각적 만족감을 얻기 위함이다. 그런 만큼 그의 작업 과정은 까다롭고 고독하다. 오로지 잡념이 필요없는 자신과의 악전고투일 뿐이다.

특히 그간 몽환적인 분위기를 빚어낸 스테인리스 스틸 작업 ‘잠김(Immersion)’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파도의 일렁임에 따라 반짝이는 햇살이 그렇다. 그런 효과를 위해 금속 표면에 굴곡을 주고 거울처럼 연마해 빛을 난반사시킨다. 「빛으로의 여행- 잠기다」는 가히 배 위에 실린 빛의 형상이 환상적이다.

김연 조각가는 시적인 감성이 빛나는 작가이다. 그는 조형적 언어를 빌려 자연을 이야기한다.

「하늘에- 물가」 연작도 빛이라는 비물질적 질료로 하늘과 물의 일치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하늘을 개념화한다. 이어 하늘은 곧 물의 표면처럼 대상을 반영한다.

김연 작가는 “풀잎 같은 삶을 살고 싶다”며 “이 작은 풀잎이 내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듯이 나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그런 작업을 해야 한다”고 되뇐다.

김연은 자연을 통한 회상으로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다. 추운 겨울의 긴 터널처럼 우리의 얼어붙은 삶으로부터 빠져나와 봄의 문턱에서 이야기한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작가로서 시대적 갈등과 고민으로부터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간직하려는 작은 외침이 작가의 조형언어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로 전해진다.

순수함과 엄격함만이 그의 작업에 존재할 뿐이다. 이로 인해 그는 만족할 만한 투명성과 견고함 그리고 작가가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는 투명에 의한 시각적 완결성을 얻어내고 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내부에 담겨진 자연 소재와 빛을 통과함으로써 공간이 지닌 시각적 즐거움과 더불어 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키며 시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자연이 곧 모티브

우리가 흔히 보기 때문에 무심하기 쉬운 자연이 시냇가의 물이다. 그러나 김연 작가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의 물가는 산이 깎인 깊은 골짜기도 험한 협곡도 아니다. 물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물가이다. 작가는 한적한 산기슭의 물에 자갈들이 묻힌 고요한 물가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바깥세상과 소통하듯 여러 종의 돌멩이가 의외의 카타르시스를 더해 준다. 물가의 징검다리는 뜻밖에 과거의 추억으로 이어주듯 정지되어 있다. 맑은 수면은 미동도 없이 정지된 시간일 뿐이다. 그 다음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김연 작가의 물가는 투명한 자연의 재현으로 모든 시각적 경계를 허문다. 그래도 물의 형상이 지닌 공간의 한계는 뚜렷이 나타난다.

물과 연관된 나르시시즘은 작가의 시적인 사고이다. 자아에 대한 애착이나 사랑, 그리고 창작을 위한 예술적인 집중일 뿐이다.

그는 자연과의 완벽한 일치를 이루는 이미지 세계를 고집하는 듯하다. 조금의 불필요도 용납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의 작업은 미니멀아트 성격이 강하게 엿보인다.

김연은 시인의 마음처럼 모든 세상의 물상과 대화하려 하며 자연에 귀 기울인다. 그는 대상의 존재만으로도 진실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물성과 정신적 갈등과의 긴장감 속에서 시적 감수성을 고요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연 조각가의 작품은 문득 수채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나 화려하지 않은 단색이지만 고체나 강철이 물처럼 착시되어 보인다. 그런 특이한 점에서 김 작가의 작품이 인기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소장한 유명 장소가 많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일본 주재 네덜란드대사관, 짐바브웨 주재 한국대사관, 한국 주재 캐나다대사관, 성동구 살곶이 조각공원, 거제 능포 양지암 조각공원, 김천시 직지사 조각공원, W-서울 워커힐호텔 등에 가면 김연 작가의 조각을 만날 수 있다.

지난달 3일부터 10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국제조각 페스타 2017」은 160여명의 내로라하는 조각가들의 작품전이라 많은 관람객이 모였다. 이는 조각가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모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이번 작품전은 2만여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축제로 폐막했다. 이 행사는 국내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조각 전문 미술축제’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김연 작가는 현재 목원대 조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서정적인 감수성과 높은 완성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에서 열린 수차례의 전시를 통해 꾸준히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KIAF 등 국내 아트페어에서도 두터운 팬이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개인전 11회(서울, 런던, 밀라노, 타이페이, 메츠 등), 400여회의 초대전과 그룹전을 가졌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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